남도 별미(別味)기행, 민어와 홍어, 준치를 맛보다
2018-09-11 17:38:56 , 수정 : 2018-09-11 20:11:46 | 권기정 기자

[티티엘뉴스] 빛과 바람, 소금으로 대표되는 전남 신안군에는 많은 먹거리들이 풍성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민어다. 민어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조선시대부터 양반들이 즐겨먹는 음식으로 그 명성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민어는 무더운 여름철 보양식으로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민어는 사계절 먹는 생선이란다. 신안군에서 나온 말린 생선을 뜻하는 신안 건정, '건정'은 말린 생선을 일컫는 전라도 지방의 사투리이다.  정겨운 먹거리를 찾아가보는 즐거운 별미기행을 떠나보자.

  

민어, 풍성한 맛을 주는 여름철 보양식의 대표주자

 

▲ 민어 3.8kg 에서 5.3kg에 달하는 민어의 무게를 꼬리에 붙여놓았다.

 

민어를 구하려면 민어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가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민어를 많이 취급하는 곳이 바로 ‘신안군수협 송도위판장’에서 구할 수 있다. 신안군 앞바다에서 나는 민어는 대부분 증도로 가는 길목의 지도읍 송도 위판장에서 위판된다. 송도와는 다리로 이어졌다. 편하게 차로 들를 수 있다. 중매인들은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민어를 자신의 상점에서 판매한다. 회를 뜨고 난 나머지 부산물도 챙겨서 주니 맑은 곰국으로 푹 끓여 먹으면 더없이 좋은 보양식이 된다. 민어는 성체의 크기가 상당히 크다.

 

▲ 민어의 경매가 이루어지는 송도 위판장

 

기존 시장에서 보던 명태나 대구, 삼치 같은 생선보다 훨씬 큰 몸을 가지고 있다. 보통 작은 것이 3kg 중반부터 6kg 정도 까지 무게가 나가는 커다란 생선이다. 생선이 크니 먹을 것도 많이 나온다. 위판장 뒤에는 민어를 해체해서 회를 떠주는 곳도 있는데 위판장에서 구매한 후 부탁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먹기 좋게 회를 뜬 민어를 택배로 받을 수 있다. 민어를 구입하면 먼저 위판장 뒤에 있는 손질해주는 집으로 들고 간다. 여기서 손질해서 2층 식당으로 가져다준다. 손질하는 모습이 궁금해서 가보니 베트남 등 동남아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민어가 크기 때문에 해체해서 손질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한여름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며 지방에 일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 이해가 된다. 물컹거리는 민어살을 회를 뜨기가 녹녹치 않아 보인다. 접시에 올라온 두껍고 둔탁한 모양의 회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큼직한 덩어리의 한국식 회가 민어맛을 보는 데에는 오히려 나아보인다.

 

▲ 민어 손질하는 모습

 

▲ 민어회와 왼쪽의 민어 부레

 


예전부터 “복달임에 민어탕은 일품, 도미찜은 이품, 보신탕은 하품”이라는 말이 있었다. 옛날부터 여름철 삼복더위를 나는 데 민어를 으뜸으로 꼽았다. 부레는 지금은 회로 먹지만 예전에는 속을 채워 순대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민어에 곁들이는 술은 바로 막걸리다. 신안군 지역 막걸리인 '지도탁주‘와 소주를 곁들인 민어와의 첫 만남, 민어는 일반적으로 고추냉이 간장보다는 쌈장에 찍어먹는 것이 제대로 맛보는 길이다. 일반 시중에서 파는 초장이나 쌈장이 아닌 파, 다진 마늘, 참깨, 참기름을 넣어 만든 쌈장을 듬뿍 찍어도 그맛이 잘 어울리고, 신안의 특산물인 신안소금에 참기름을 넣어 먹으면 민어회의 쫀득함과 담백하고 비리지 않는 맛을 느낄 수 있다.

 

▲ 민어 회에 잘 어울리는 탁주와 소주

 

 

여기에 민어 부레와 껍질 무침은 마치 콘서트의 중간에 나오는 깜짝 게스트같다. 고소한 맛과 찰지게 씹히는 식감이 좋다. 복어껍질과 비슷한 느낌의 껍질무침도 맛보지 않았으면 2% 부족한 미식기행이 되었을 뻔 했다. 처음에는 민어의 날껍질이 무슨 맛일까 하고 반신반의하다가 신선한 민어의 줄무늬가 선명한 껍질을 깨와 아주 약한 기본 양념으로 무쳐낸 것을 입안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면서 탁배기를 한 잔 곁들이니 천하일미가 따로 없다. 민어의 풍성한 맛이 느껴진다. 민어가 맛있다는 것이 ‘바로 이 맛 일거야’ 하는 느낌이 든다.  어떤 글을 보니 “민어 껍질에 밥 싸먹다 전답 다 팔았다”는 식담이 있을 정도란다. 나만 몰랐던 민어 껍질의 맛이다. 하기야 이런 귀한 산해진미의 맛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 민어껍질 무침 

 

이날 같이하신 분은 탄산이 강한 지도 막걸리와 민어가 잘 어울린다고 했고 지도 막걸리가 없으면 맥주나 화이트 와인과 민어를 같이 먹으면 좋다고 민어와 맞는 술을 추천해주었다. 

회의 마지막은 언제나 매운탕이다. 민어는 매운탕으로 먹어도 좋지만 맑은 탕으로 먹는 것이 민어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마치 진하게 우려낸 사골같은 뽀얀 국물에 민어살이 들어있는 맑은 탕은 진하고 깊은 민어의 또 다른 맛이다. 민어는 여성들에게 특히 좋아 해산한 산모도 민어탕을 먹었다고 한다. 민어가 없으면 잉어탕을 먹기도 했다.

 

▲ 민어 맑은 탕(민어지리) 

 

생선이 신선하면 국물에서 단맛이 난다. 예전에 먹었던 통영의 도다리 쑥국에서도 생선의 단맛을 느낀 적이 있었다. 여기 민어탕에서도 민어에서 단맛이 난다. 혹시 무에서 단맛이 나나 했지만 그것은 아니다. 생선에서 우러나는 단맛이 분명하다. 민어탕에 신선하고 달고 진한 맛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낮술의 알딸딸한 기운을 일순간 몰아버리고 다시 술을 부른다. 


민어(民魚)

    입이 크기는 농어와 닮았는데 / 巨口同鱸狀
    비늘은 농어보다 조금 크다네 / 纖鱗少有差
    피부는 풍성한 살로 채워졌고 / 肌充豐膳足
    창자는 속현을 가득 안은 듯 / 腸抱續絃奇
    솥에 끓이면 탕이 맛있지만 / 入鼎湯猶可
    회를 치기에는 좋지 않아라 / 盤膾不宜登
    보시라 건조시킨 뒤에는 / 當看乾曝後
    밥 먹을 때 손이 먼저 가리라 / 臨飯手先持


옥당 이응희 (1579년(선조12)∼1651년(효종2))선생이 민어를 주제로 생전에 지은 오언절구의 한시이다. 이미 이 시대에도 민어의 맛을 잘 알았던 것 같다. 탕과 회 그리고 민어를 말려서 먹은 것을 시로 기록하였다. 제일 먼저 탕을 언급한 것 보면 옥당 선생도 민어탕의 깊은 맛에 매료되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민어를 말린 민어 건정도 굴비만큼이나 입맛을 돋우던 별미였을 것이다.

 


신안건정 하늘 물고기

 

▲ 건정은 말린 생선을 의미하는 전라도 지방 사투리 이다. 

 

▲ 신안건정 하늘물고기 

 

신안 건정, '건정'은 말린 생선을 일컫는 전라도 지방의 사투리이다. 신안군에는 전통적인 건조방식인 건정을 이용해 민어 등을 가공하는 곳이 있다. 재대로 성장한 민어를 남도에 내려쬐는 햇빛과 맑은 바닷바람, 그리고 신안의 감칠맛 나는 소금을 이용해 가공하는 것이다. 여기에 소금간을 하는 오랜 경력의 간잽이가 만드는 것이다. 민어 뿐만 아니라 참숭어, 농어, 우럭, 참조기 등을 전통방식인 건정을 이용하여 만들고 있다. 신안군 투자기업이기도 한 신안건정영어조합법인(브랜드명 하늘물고기)에서는 3년산 천일염과 수산신지인으로 선정된 조재우 salt master가 개발한 독특한 천일염 염장기법이 사용되어 맛이 뛰어난 장점이 있다. 덕분에 1년 내내 염장이 된 품질 좋은 민어를 손쉽게 사먹을 수 있게 되었다. 신안건정 유영업 대표는 건정 민어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특히 해썹(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취득한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 신안건정 유영업 대표 


▲ 민어 어란

 



태평염전

 

태평염전이 위치한 증도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청정 지역이다. 유네스코(UNESCO)는 이처럼 아름다운 섬과 갯벌 그리고 염전으로 이뤄진 신안군의 해양환경을 ‘신안 다도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태평염전은 1953년 6·25전쟁 후 피난민들을 정착시키고 소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조성된 염전이다. 전증도와 후증도를 둑으로 연결하고 그 사이 갯벌에 조성됐다. 동서 방향으로 긴 장방형의 1공구가 북쪽에, 2공구가 남쪽에, 남북 방향으로 3공구가 있다. 염전 영역에는 목조 소금창고, 석조 소금창고, 염부사, 목욕탕 등의 건축물이 있다. 1963년부터 대평염업(주)이 운영하다가 문을 닫은 것을 1985년 태평염업사가 인수한 뒤 태평염전으로 상호를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태평염전의 면적은 462만㎡(약 140만평)로 국내에서 단일 염전으로는 최대 규모이다. 연간 1만6천t의 천일염을 생산하는데, 이는 국내 생산량의 6%에 해당한다.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보존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11월에 근대 문화유산 제360호로 지정됐다.

 

▲ 태평염전  

 

이제 천일염 생산을 넘어 문화가 숨쉬는 현장으로 ‘탈바꿈’한 태평염전은 전라남도 갯벌도립공원이며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람사르 습지 목록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특히 태평염전에서 생산되는 갯벌천일염은 유네스코가 친환경생산품으로 인정하는 에코라벨을 쓸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갯벌천일염은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소금의 0.1%에 불과하다. 미네랄이 풍부하며 쓴맛이 없고 단맛을 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칼륨은 3배, 마그네슘은 2배 이상 많다는 것이 천일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태평염전 소금박물관

 

 

목포 오거리 식당

 

목포에 수많은 백반집이 있지만 주인아저씨의 구수한 입담으로 유명한 오거리 식당이다. 원도심 목포역인근에 있는 집인데 현지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여행객들은 주로 생선구이 백반을 많이 먹는데 20여명이 단체로 간 행사라 이날 식사에는 '민어회와 민어탕' 를 비롯하여, 홍어, 홍어애(홍어간), 전복, 육회, 간장게장, 간장새우, 모둠 생선 구이 (고등어, 갈치) 이외에도 밴댕이회, 전복회, 제육볶음 등이 추가되었다. 여기에 25도 증류식 소주가 곁들여졌다. 격투기 선수인 효도르 및 얼마 전 국무총리도 직접 오셔서 식사를 하고 가신 유명한 곳이다. 풍성한 느낌의 상차림은 ‘역시’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 홍어회, 육회, 밴댕이회, 민어회 등

 

▲ 생선구이

 

▲ 맛있는 음식에 술이 빠지지 않는다.

 

▲ 홍어애(홍어간)

 


준치회덮밥

목포해양공원인근에 있는 이 집은 목포시청에서 추천한다는 집이다. 준치라는 것은 말로만 들었지 먹어본 적은 처음이다. 청어과에 속하는 생선으로 본래 가치있는 것은 낡아도 그 값어치를 한다는 뜻의 "썩어도 준치"란 속담으로 잘 알려진 바로 그 생선이다. 그 준치가 이 준치였어?

 

▲ 준치회무침

 

▲ 짭쪼롬한 조기탕, 생각보다 간이 셌다.

 

준치는 보통 회나 구이로 많이 먹는다.  특히 전남 목포에서는 '목포 9미(味)'라 해서 홍어와 병어, 민어 등과 더불어 별미로 준치를 꼽는데, 매콤새콤달콤하게 버무린 회무침으로 많이 먹는다. 보통 50cm 정도까지 자라는 준치는 크기가 더 크지만 생긴 모양이 전어나 밴댕이와도 많이 닮았다. 준치는 아랫턱이 길고 위로 치켜올라가 있다는 점이 전어나 밴댕이와는 다르다. 서해안과 남해안에 주로 분포하며, 역시 제철인 봄에 많이 잡히는 생선이다. 옛날에는 단오 때 즐겨먹는 생선이었다고 한다. 단오날에 준치 살을 잘 발라내어 그걸로 만두를 빚어 먹었다고 한다. 봄에는 준치를 먹고 여름이 지나면서 밴댕이를 먹는다고 한다.

 

▲ 매콤, 새콤한 회덮밥

 

요새는 회무침 덮밥으로 많이 먹는데, 썰어 나온 생선살도 두께감이 있었고 그로인해 식감이 너무 좋았다. 참기름이 담겨있는 대접에 밴댕이회 무침과 밥을 넣어 비벼먹는다. 한번씩 짭짤한 조기탕도 수저가 간다.

 

 

신안, 목포=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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