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멍 쉬멍’ 진정한 제주를 만나다
2019-09-10 15:14:52 , 수정 : 2019-09-10 15:56:27 | 강지운 에디터

[티티엘뉴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항공기가 다니는 노선은 어딜까. 정답은 김포-제주 노선이다. 쉴 틈 없이 뜨는 항공기로 가득한 김포공항은 오늘도 분주히 탑승객을 실어 나른다. 김포-제주 노선뿐 아니라 부산에서도 무안에서도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많은 항공편뿐 아니라 여수에서 페리를 타고 제주도를 방문할 수도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를 방문한 우리나라 여행객은 1308만 9129명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여행객은 그만큼 제주를 사랑한다.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의 도로

 

하지만 많은 사람이 찾는 여행지는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주민들을 위해 만든 사회기반시설을 여행객이 함께 이용하면서 도로가 막히고 많은 공해 물질이 나온다. 관광객이 버리는 쓰레기도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선다. 1인 당 배출하는 생활쓰레기는 △제주시 1.79kg △서귀포시 2.14kg을 넘어설 정도이다. 여행객을 대상으로 비싼 음식값을 받는 식당도 생긴다. 유명 맛집에 줄 서서 먹는 음식보다 제주 주민이 추천하는 동네 맛집은 어떨까. 막히는 도로는 어쩔 수 없더라도 좀 더 친환경적인 전기차를 타는 여행은 어떨까. 

 

전기차 전혀 불편하지 않아

 

▲렌터카 차고지에 있는 전기차
 

제주공항에 도착해 렌터카로 이동한다. 제주 여행을 준비하면서 예약한 전기차 ‘코나’가 정해진 구역에 정확히 있었다. 순간 열쇠가 없는데 주변에 직원도 없어 두리번거렸다. 자세히 보니 차 열쇠는 차내에 있었고 그냥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아 사이드미러와 운전석 등을 조정하고 출구로 이동했다. 간단히 신분증과 예약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 도로로 나섰다.

 

사실 전기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한 번 타본 경험이 있었다. 그때는 아이오닉을 이용했다. 사실 코나와 아이오닉은 거의 크기가 같지만 코나는 SUV 형태라 전고가 높아 아이오닉보다 훨씬 실내공간이 넓은 기분이 들었다. 

 

▲현대 전기차 코나

 

한적한 도로에 나와서 가속 페달을 쭉 밟으니 ‘윙~’하는 소리만 들리고 차가 튀어 나간다. 전기모터의 특성이다. 핸들 뒤에는 작은 패들시프트가 달려있다. 원래 패들시프트는 변속기 단을 조정해 주행을 더욱 다이나믹하게 만들어주는 장치지만, 코나와 아이오닉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누르면 ‘회생제동’ 단계를 조정한다. 회생제동은 0단계에서 3단계까지 이뤄져 있다. 0단계는 내연기관차와 동일하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속도가 갑자기 줄어드는 느낌이 들진 않는다. 1단계로 설정하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 속도가 약간 줄어들지만 0단계와 큰 차이를 느끼진 못했다. 2단계에서는 속도가 느껴질 정도로 줄어들며 3단계에서는 확실히 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회생제동 3단계에서는 거의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도 운전할 수 있을 정도다.

 

▲현대 전기차 코나

 

전기차는 속도가 줄어들 때 발전을 한다. 전기차의 속도가 줄어들 때 전기모터가 반대로 회전하면서 발전을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제주도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배터리가 50% 밑으로 떨어졌을 때 회생제동을 3단계로 설정하고 규정 속도를 준수해서 달리니 거의 배터리를 소모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사실 소모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버려질 수 있는 전기를 알뜰하게 모아 다시 사용한 것이다. 회생제동 3단계에서는 계기판에 모은 전기로 갈 수 있는 거리가 표시됐다. 공짜 전기를 모았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환경을 지키면서 더 멀리 이동하는 기분이 들어 한적한 도로에서는 괜히 속도를 줄이기도 했다.

 

배터리의 용량도 넉넉하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406km이다. 406km에 회생제동으로 버려지는 전기까지 알뜰히 모아서 사용한다면 렌터카를 사용하면서 충전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로컬 음식의 매력, 가시리 가시식당

 

▲가시식당 앞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작은 펜션 같은 건물이 2개 있고 숙소 주인이 옆에 살고 있던 숙소. 점심을 못 먹고 도착해 허기가 몰려와 숙소 주인에게 이 근처에선 어떤 음식이 맛있냐고 묻자 돼지 두루치기를 추천했다. 사실 숙소 주인도 제주도에 이주한 사람인데 지금 아내분과 제주도에 여행 와서 꼭 이곳에 들러서 돼지 두루치기를 먹었다고 한다.

 

숙소 주인이 추천한 두루치기를 먹으러 가시식당에 들어갔다. 외관은 마치 어느 시골에 있는 식당 같은 모습이다. 식당에 들어가니 왼쪽에서 식당 사장님이 생고기를 손질하고 양념하고 있었다. 

 

▲가시식당 입구에서 돼지고기를 손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시식당 몸국

 

▲가시식당 두루치기

 

두루치기를 주문하면 몸국이 같이 나온다. 식당 사장님에게 몸국을 이전에 먹어봤다고 하니 어디서 먹어봤냐고 묻는다. 식당 사장님은 “시내에 있는 몸국은 진짜가 아니고 이런 곳에서 먹는 몸국이 원래 형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먹어보니 이전에 먹었던 몸국보다 다소 밋밋하고 투박한 맛이다. 그래도 특유의 돼지고기 육수와 해초의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양념한 고기가 살짝 구워질 때쯤 양념한 파와 양배추를 올려서 구우면 돼지 두루치기가 완성된다. 돼지 두루치기는 쌈을 싸서 먹거나 고기와 야채를 한 번에 집어서 먹으면 된다. 

 

진짜 제주 여행 시작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의 돌담길

 

단지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인근 식당에서 식사했을 뿐이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편안했다. 전기차 덕분에 환경을 조금이나마 지켰다는 뿌듯함과 식당으로 걸어가면서 본 돌담과 푸른 하늘 그리고 다소 투박하지만 불필요하게 비싸지 않은 맛있는 두루치기까지 제주도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기분이 든다.

 

취재협조= 에어비앤비

제주= 강지운 에디터 jwbear@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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