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욱소장의 여행업 트렌드 ▶ 소규모 여행사의 마케팅 비법 21
21. 사업은 현실이다.
2019-01-06 19:44:22 , 수정 : 2019-01-06 19:47:47 | 욱소장

[칼럼] 욱소장의 여행업 트렌드 ▶ 소규모 여행사의 마케팅 비법 21


21. 사업은 현실이다.

 

최근 가장 핫한 TV 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 의 ‘청파동’ 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피자집과 고로케집이다. 두 군데 모두 준비 안 된 창업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라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 두 대표들은 아마도 <골목식당>에 출연하기 전에는 자신의 가게가 장사가 안되는 이유는 마케팅이 부족해서 좀 알려지기만 하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골목식당>에 출연해서 자신을 알리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현실은 우리가 이미 보고 있다시피 오히려 역효과만 나고 있다. 왜 그럴까?

 

이 두 곳의 문제 중 하나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관심이 없고, 외부에서 문제를 찾는다는 것이다. 나는 분명 맛있는 고로케를 만들고 있는데 개인취향으로 맛없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고, 튀김기가 하루 200개 이상을 튀기기에 부족하고 장소가 협소해서 어차피 빠르게 해 봐야 장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피자집 역시 서빙이 느린 것은 나 혼자 해서 그러니 사람을 구하면 해결 될 것이고, 피자 전용 오븐이 아니어서 피자 도우 맛이 살아나지 않는 것이지 내 실력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문제가 없고 외부에서만 문제를 찾으니 결국 ‘마케팅’의 문제라고만 생각해 버린다. 사람들이 몰라줘서 그렇지 알려지기만 하면 바로 대박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문제는 문제를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백종원 대표의 ‘솔루션’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고로케를 잘 모르는 것 같으니 고로케 맛집을 돌아다니며 그들의 장점을 배워보라고 했지만, 그저 숙제하듯이 돌아다니다 보니 정작 그 곳의 장점을 파악하지 못한다. 하루 종일 노력했는데 내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어 고로케를 다 버리고 싶다. 물론 정작 일주일 고생했던 게 다지만, 자는 시간 이동하는 시간 쉬는 시간은 중요하니 이런걸 포기할 생각도 없다.

 

피자집 역시 새로운 메뉴를 해보라고 했으니 숙제는 하지만, 특별히 고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의자를 빼라고 했으니 의자는 빼고 시식단이 온다고 하니 그저 그들에게 숙제 하듯이 대충 만든 음식을 내 놓고 좋은 평가만 받으면 된다. 결국 이들이 원하는 건 백종원 대표의 족집게 솔루션이고, 그 마법의 솔루션만 받으면 지난한 준비와 연습 같은 과정 필요없이 월 고정 수익 2천만원을 벌고, 현금자산 30억을 벌 수 있을 것 아닌가? 즉,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문제를 푸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정답’만 알려달라는 말인 것이다.

 

1~2년 전에 방영됐던 <윤식당> 이라는 프로그램은 <골목식당>과 많은 부분에서 대척점에 있는 프로다. <윤식당>에서 그려지는 요식업은 낭만적이고 재밌고 아름답다. 착한 사람들만 손님으로 오고, 모두 친구가 된다. 느즈막하게 출근해서 점심장사하고 일찍 문 닫고 저녁에 맥주 한잔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웃으면서 시작해서 웃으면서 끝난다.

 

하지만 <골목식당>에서 그려지는 요식업의 세계는 냉혹하다. <윤식당>처럼 직원이 많으면 인건비 때문에 수익을 맞출 수 없다. 손님들은 대부분이 진상 고객이고, 저렴한 가격이 아니면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새벽같이 출근해서 새벽에 퇴근한다. 잠은 늘 부족하고, 건강했던 몸도 점점 망가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피자집과 고로케집 사장님은 <윤식당> 같은 사업을 꿈꾸지 않았을까? 적당히 일하고 저녁에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여유. 손님이 없을 것 같으면 문 닫고 패들 보드를 탈 수 있는 여유. 그런데 백종원 대표가 얘기하는 것은 냉혹한 현실이니 이 간극이 좁혀질 수가 없다.

 

요식업이나 여행업이나 결국 같은 사업이니 다를 바가 없다. 여행사를 차리는 사람들 중에는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을 좀 더 편하게 다니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어서 차리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 만큼 좋은 일이 어디있을까 싶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것과 여행사를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여행사는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곳이지 같이 여행을 즐기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은 현실이다. 천사 같은 손님들과 친분을 나누고, 노을지는 석양과 함께 하루 일을 마무리하면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어느 날 예고없이 문을 닫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그런 사업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발 자전거를 타는 실력이니 사이클을 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세계는 하늘을 날라다니는 사람과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사람이 같은 출발선에 서야 되는 곳이니까...

 

글 : 욱소장

 

※ 트래블랩 소개
 여행업 종사자 및 유관자들과의 심도있는 토론, 세미나를 통해 여행업의 미래를 논합니다.

 

> 페이스북 : 트래블랩  travellab
> 블로그 : 네이버 여행업트렌드연구소


※ 본 칼럼은 당사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정리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