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TOUR] 해양쓰레기, 미술작품으로 변신
자연 인간 문화 사이의 관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 이끌어
기존 이데올로기와 지식을 뒤집는 작품 속 위트도 즐길 거리
2021-10-06 10:24:03 , 수정 : 2021-10-06 11:42:25 | 이린 칼럼니스트

[티티엘뉴스] 미국 작가 마크 디온(Mark Dion)의 국내 첫 개인전《The Sea Life of South Korea and Other Curious Tales 한국의 해양생물과 다른 기이한 이야기들》이 삼청동 바라캇 콘템퍼러리 갤러리에서 개막했다. 
 

1961년 미국에서 태어난 개념미술 작가 마크 디온은 환경을 주제로 조각·설치물 등을 제작하는 현대미술가로, 오랜 시간 환경운동가로도 활동해 왔다. 특히 해양쓰레기를 재료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생태 미술로 유명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중앙에 캐비닛이 눈에 뛴다. 수차례 한국방문을 통해 바닷가에서 직접 수집한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지런히 정리해 건져 올린 쓰레기를 진귀한 물건처럼 재현해 냈다. 마치 박물관에서 유물을 전시하는 것 같다.. 17·18세기 박물관, 수집, 분류해서 진열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권력과 이데올로기 생산을 위한 가장 정교한 무대로서 자연을 이해한 작가는 자연세계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과 열망을 가장 눈에 띄게 확인할 수 있는 장소야 말로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마크 디온 Mark Dion_b. 1961

 

1층에 <해양 폐기물 캐비닛> 너머로 보이는 디온의 대형 신작 드로잉들은 전시된 작품은 모두 신작이다. 현재 작가는 미국 콜럼비아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대학 강의실이나 박물관에서 해양생물 형태 기술과 명칭 표기 차트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듯 벽에 걸려있다.
 

이러한 디온의 캐비닛 작업은 1996년 독일의 발트해와 북해를 여행하며 수집한 오브제들을 캐비닛에 진열한 작업에서 시작됐다. 이후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1999년 테이트 모던 전시, 이후 2000년 뉴욕 현대미술관 전시를 위한 캐비닛 작업까지 그의 캐비닛 시리즈는 디온의 예술세계에서 주요한 주제이자 예술 실천으로 오랫동안 반복돼 왔다.
 

해양생태 드로잉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이비 과학분류법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조셉 보이스, 백남준, 요코 오노 등 아티스트가 해당 명칭으로 보인다. 작가가 갤러리와 협의를 통해, 미술평론가가 대필해 준 한국 시인의 이름을 기재한 차트 드로잉도 신선한 시도다. 기존 지식 체계가 문맥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비판하면서 위트 있게 표현했다. 

 

《한국의 해양생물과 다른 기이한 이야기들》 전시 전경, 바라캇 컨템포러리, 2021

 

전시장 한 켠에는 연극 같은 세트장이 눈에 들어온다. 20세기 해양생물의 새로운 종을 탐구하는 익명의 생물학자의 연구실을 재현해 냈다. 사진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실제로, 예술가 생물학자 과학자가 함께 승선했다, 해양생물 포획 시 실질적으로 생물의 그림을 그리고 표본을 만들어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전시기간동안 총 8회에 걸쳐 일러스트레이터가 포획된 바다 생물 넙치 가리비 새우 등을 직접 그리고 표본을 보관 해 두었다. 완성된 작업이 아니라 아티스트 스튜디오처럼 계속 새롭게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유기적인 공간의 미장센을 연출 해 냈다. 모든 물품은 90퍼센트 한국 풍물시장등에서 구입했으나 이국적 느낌의 세트와 같은 모습이다.

 

 

갤러리 제공

 

 《한국의 해양생물과 다른 기이한 이야기들》 전시 전경, 바라캇 컨템포러리, 2021

 

자연과 인공물, 실제와 연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그의 작품은 시간과 진실여부를 뛰어넘어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이 해양쓰레기로 인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양 환경 보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주길 바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예술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생산하도록 하는 ‘비판적 토론의 장’ 
╸자연과 인간의 문화 사이의 관계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이끄는 기념비적 조각 작품들과 더불어, 대형 신작 드로잉들을 최초로 소개 

 

2층에는 자연사박물관처럼 타르로 작업한 공룡도 선보인다. (2016) 역시 인간이 동물을 포함한 자연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내재한 문화적 재현에 대해 폭로한다. 이는 이미 사라진 공룡은 수세기 동안 인간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로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공룡이 세워진 좌대에서 문이 반쯤 열려 청소 도구가 보인다. 미술관 이나 박물관에 가 보면 완벽한 전시를 보게 된다. 보여지는 것 외에도 숨은 노동력이 필요하듯 청소 도구도 공룡과 함께 전시됐다. 

 

Brontosaurus(브론토사우르스)_, 2016, 에폭시 레진, 타르, 
다양한 오브제 180.3 x 190.5 x 63.5 cm

 

총구사진
 

사냥에 쓰이는 엽총을 재현한 조각 (2015)는 사냥이라는 행위에 드리운 인간의 지배와 죽음의 그림자를 암시적으로 나타낸다. 앞이 휘어진 총구는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잔인함, 그 욕망을 꺾는 총이다.

 

Blood Coral(핏빛 산호)_, 2019, 나무 크레이트 위 캐스트 
레진과 다양한 오브제, 207 x 67.3 x 43.2 cm

 

산호초는 다른 개체가 공격 시 은신처를 제공하기도 하고 바다 생명에 영양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의 오염물로 산호가 하얀색으로 변화는 백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인간처럼 피 흘리는 생명의 붉은색 산호초로 표현된 작품이다. <핏빛 산호>(2019)는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인 산호초의 죽음을 경고 하듯, ‘취급주의(Fragile)’이라는 스탬프가 찍힌 운반용 크레이트를 딛고 서 있다. 
 

디온은 산호의 아름다운 형태와 색채를 차용해 보석함으로 만들고, 그곳에 향수, 사진, 메달, 종, 찻잔, 진주 목걸이 등 온갖 액세서리들을 걸어 둔다. 이는 인간이 자연물을 문화적으로 재현 및 소비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인간이 자연을 받아들이고 즐기며 파괴하는 방식은 이처럼 다양하다. 
 

자연을 사랑하는 예술가로서 디온은 인간이 이룩한 자본주의 사회가 어떻게 자연 세계와 자멸적 관계를 발전시켜 왔는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과 오브제를 만들어 왔다. 이번 전시는 11월 7일까지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감상 할 수 있다. 

 

이 린 아트칼럼니스트 art-togeth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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