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담은 글로벌 곰탕집 ‘평화옥’ 미슐랭2스타 임정식 셰프의 대중음식점
2018-02-28 15:53:29 | 강지운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많은 관광객이 처음 만나는 한국은 인천국제공항이다. 1월18일 인천국제공항은 제2여객터미널(이하 T2)을 개장했다. 올림픽 개최에 맞춘 개장이어서인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식당 ‘평화옥’이 눈에 띈다. 특히 한국인 셰프 최초로 미슐랭 투(Two) 스타에 빛나는 임정식 셰프가 곰탕의 세계화를 주창하며 세운 곳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인천= 강지운 기자 jwbear@ttlnews.com

 

 

 

     

곰탕 한 그릇의 철학 ‘평화’

 

 

셰프에겐 음식철학이 있다. 그런데 임정식 셰프는 음식철학 외에도 평화에 대한 열망이 있다. 평화옥이라고 이름 붙인 그에겐 음식 하나로 국가와 이념, 나아가서는 인종이 소통하고 화합하는 꿈이 있었다.

 

 

그는 남한과 북한을 어우르면서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싶은 음식으로 곰탕과 평양냉면을 골랐다. 쉽게 접하는 음식인 만큼 사람들의 눈높이가 높은 음식이기도 한 음식이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임 셰프도 “특별히 더 많은 공을 들여 음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임정식 셰프는 2011년 미국 뉴욕 트라이베카의 뉴코리안 레스토랑 ‘정식'을 오픈해 2011년 미슐랭 2스타를 받아 미식계에서 주목받는 셰프이다. 임정식 셰프는 세계인의 입맛 트렌드를 주목한다. 최근 미슐랭 가이드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식당들을 찾아 주력 메뉴가 어떤 음식인지, 어떤 공통점이 있는 음식인지 연구했다.

 

 

그런 그가 집중한 것은 국물과 탄수화물의 조합이다. 똥얌꿍, 라멘 등 뉴욕에서도 인기를 얻는 메뉴들도 국물과 탄수화물의 조합으로 인기 음식으로 자리했다는 주장이다.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는 임 셰프는 한국 음식 중에서 국밥을 낙점했다.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한식을 세계화시킬 음식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냉면과 어복쟁반이라는 메뉴를 추가했다. 더해서 남한과 북한에서 두루 먹는 음식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평화’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식당 이름인 평화옥도 그런 생각이 들면서 빠르게 정했다고 한다. 남북한 올림픽 단일팀과 올림픽개막 그리고 평화 모든 것이 딱 맞아 떨어졌다.

 

 

 

 

집념의 연구 결과 ‘국물’

 

 

임정식 셰프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국밥집을 돌아다니면서 국물을 연구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편견을 가진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국물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를 많이 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국밥집을 돌아다니면서 그렇지 않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조미료의 맛이 아닌데도 조미료보다 뛰어난 국물 맛을 보여준 식당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고기에 집중했다. 같은 한우라도 거세한 소와 암소의 고기질이 다르고 맛도 달랐다. 또한 다른 고기보다 한우의 육향이 진한 편이라 한우를 선택했다고 한다. 임정식 셰프는 공급가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우 암소를 선택했다.

 

 

 

 

세계인을 사로잡을 맛

 

 

임 셰프는 “한국 음식을 생각하면 매운 맛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가 뉴욕 정식당에서 직원식사인 스탭프밀을 만들 때였다. 매운 맛이 그리워서 고춧가루를 넣은 국물을 만들었는데 외국인 직원들도 모두 좋아하고 나중에는 매운 국물음식을 원했다고 한다.

 

 

임 셰프의 ‘매운 곰탕’은 그렇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신 메뉴가 됐다. 외형상으로는 소고기 육개장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곰탕 특유의 깊고 진한 맛에 감칠맛까지 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파 대신 깻잎이 들어있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서처럼 깻잎무침을 만들어 먹지는 않지만 깻잎을 즐겨하는 점에 착안해 추가한 레시피이다.

 

 

 

 

회색톤·스테인리스 인테리어

 

 

평화옥의 인테리어도 주목할 만하다. 임 셰프는 “회색톤이 강한 내부 인테리어는 한국인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공항에 오는 여행객들이 컬러풀한 옷을 많이 입는데 그들의 의상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무난하고 차분한 색, 회색톤의 인테리어를 선택했다는 것.

 

 

식당을 반으로 가른 듯한 커뮤니티테이블도 눈에 띈다. 40여 명이 앉아서 먹을 수 있다. 테이블 중간에는 김치 깍두기 등 밑반찬을 담은 스테인리스 항아리들이 있다. 우리에겐 익숙한 반찬 항아리이지만, 외국인에게는 독특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임 셰프는 기대했다.

 

 

임 셰프는 미국에서 일본음식이 성공한 이유로 바(Bar)문화를 꼽았는데, 평화옥의 커뮤니티테이블에 앉으면 앞에 보이는 바에 한국 정서를 담은 항아리에서 반찬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시키지 않은 음식이 나오는 건 드문 경우인데, 이 방식을 ‘바’문화와 세련되게 접목해 커뮤니티테이블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임 셰프는 항아리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천막도 스테인리스를 이용한다. 그는 “스테인리스는 직접 주물 제작해 사용한다. 세척이 용이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인테리어 요소, 돌솥밥, 곰탕그릇, 냉면그릇 등에 좋다”고 말했다.

 

 

공항음식에 대해서 기대치가 낮거나 아애 없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최초의 미슐랭 2스타 임정식 셰프가 정성껏 준비한 평화가 담긴 곰탕 한 그릇은 한번쯤 먹어볼만한 음식이다. 특히 장거리 여행을 다녀와서 한국적인 맛이 그리워진다면 주저 없이 한국적인 매운 맛이 있는 평화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