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Talk] '물괴' 김인권, '성한' 역부터 '물괴' 목소리까지
2018-09-18 18:51:58 , 수정 : 2018-09-18 20:41:34 | 이민혜 기자

[티티엘뉴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내용을 토대로 영화적 픽션을 더해 넣어 제작된 크리처 사극 액션  '물괴'(감독 허종호)가 12일 개봉했다.

 

중종 22년, 거대한 '물괴'가 나타나 백성들을 공격하기 시작, '물과'와 마주친 백성들은 그 자리에서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거나 살아남아도 역병에 걸려 끔찍한 고통 속에 결국 죽게 된다. 한양은 삽시간에 공포에 휩싸이고 모든 것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영의정'(이경영)과 관료들의 계략이라 여긴 '중종'(박희순)은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을 궁으로 불러들여 수색대를 조직한다. '윤겸'과 오랜 세월을 함께한 '성한'(김인권)과 외동딸 '명'(이혜리), 그리고 왕이 보낸 '허 선전관'(최우식)이 그와 함께하며 물괴를 쫓게 된다.

 

사물 物 괴이할 怪 '물괴'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 개봉을 앞두고 극 중 물괴 수색대의 수색대장 ‘윤겸’의 부하 '성한' 역과 진정한 주인공 '물괴'의 목소리 역을 맡은 배우 김인권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영화 속에서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코믹한 캐릭터로 나온다. 톤을 잡기 위해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나?

 

A. 코미디에도 경력이 있고, 감독님은 진지한 부분이 있어서 조화롭게 잘 된 것 같다. 유머와 윤활유 역할이지만 해왔던 캐릭터에서 조금 더 "또? 쟨 또야?"라는 말은 안 들으려고 했다. 어떤 점이 장점이고 단점인지 알고 제작진도 안정적인 걸 맡기려고 하는데 이번 캐릭터에서는 지겨워 보이지 않게 피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포지션은 윤활유가 되고 웃음을 주는 역할이지만 무사로서의 진정성에 초점을 맞춰서 몸의 체형도 크게 만드는 작업도 하고 무술의 디테일 면에서도 조금 더 보여줬던 거보다 훨씬 더 오락성 있는 무술 연기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말투라던가 목소리, 덩치를 키워서 더 무겁게 발성할 수 있었다. 새로운 거 보여드리는 게 예의인 거 같았다.

 

Q. 얼굴도 훨씬 더 굵직해 보이고 갑옷까지 입어서 사람이 더 탄탄해 보인다. 배우 마동석의 느낌도 나는 듯 하던데.

 

A. 실제로 13kg 찌웠었고 마동석 선배님을 생각했다. 조선 시대 무사라면 자글자글한 잔 근육이 아니다. 초콜릿 복근은 조선 시대 무사와 다르다. 근육이라면 마동석 선배님처럼 굵고 두터워야 한다.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 같은 모습, 역도산, 최배달 등처럼 배, 다리, 어깨에서 나오는 게 산 같은 느낌이어야 한다. 영화에서 물 놀이할 때 보면 배를 배꼽이 안 보인다. 조선 시대 바지저고리는 배꼽 위까지 올라와서 복근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초콜릿 복근이 나온다면 빈약해서 무사로서 기능이 떨어지는 거다. 이대근 선생님 느낌으로 많이 생각했다. 집에서 운동하더라도 오버웨이팅을 했다. 들어본 것 중에 가장 무거운 거로 계속 들면서 들고나면 기진맥진해서 식욕 당길 때 단백질, 탄수화물 섭취하고 아침에 부푼 느낌이 났다. 운동 유튜브 많이 나오니까 검색하고 힘이 없어도 동기가 생긴다. 최대한 키워봤다. 지금은 그렇게 못하겠다.

 

Q. 크리처 무비인데 끌렸던 점은?

 

A. 한국 영화인이고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크리처 무비가 발전하는 것은 굉장히 환영할 일이고 쾌재를 부를 일이다. 우리가 만든 한국말을 쓰는 영화에 괴수가 나와서 휘젓고 다닌다면 영화인으로서의 로망이다. 그런 영화에 출연해서 좋았고 조선 시대 사극에 괴수가 나온다고 하니까 중종 22년에 기록된 실화 바탕으로 근거해서 만든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의미도 있었고 괴수 영화라는 매리트가 확실히 있었던 것 같다. '물괴'라는 제목부터가 끌렸다. 크리처물은 흥행 시장에서는 비주류이다. 주류로 내놓기에 기술적으로도 리스크를 안고 뛰어야 하는 제작진이 대단하다. 거기에 비해서 부담감보다는 리스크를 안고 뛰어드는 제작진을 도와야하는 입장이었다.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 한국 영화계에 종사하는 배우로서 괴수 영화 연장 선상에 참여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한테 초점을 맞춘 영화였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거다. 괴물은 영화의 일관성과 디테일이 훌륭했다. '물괴'는 괴수 어드벤쳐로 오락성이 높다. 관객이 즐길 여지가 많다.

 

Q. '성한'의 가족에 대해서는 나오는 부분이 없어서 궁금하다.

 

A. 삼포왜란 때 형님한테 은혜를 입은 설정이다. 무사가 되기 위해 합격을 했을 거고 집안도 괜찮을 거고 그럴 텐데 조선 시대 부모님 돌아가시면 식모살이 해야 할 친구가 누군가를 형님을 모신다는 건 사연이 있다는 거다. 디테일까지 잡지 않았지만, 정치적인 거일 수도 있고 내심 부모님보다 형님이 더 큰 어떤 사연이 있었겠다는 설정만 뒀다.

 


Q. 보는 사람을 대변하는 느낌의 애드립이 사이다였다. 어떤 부분들이 있었는지?

 

A. 상의한 애드립이 있었다. 뺄 부분은 정제했고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있는 상태에서 영화에 들어갔다. 그동안 이런 역할을 많이 해왔고 웃음이란 건 엄청난 무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그거보다 더 큰 공포심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웃음이 보완만 되면 될 것 같았다. 웃음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는데 대신 자칫 따로 놀 수가 있으니까 그게 위험한 거였다. '광해'(감독 추창민)도 중간에 웃음을 줬고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 '퀵'(감독 조범구), '해운대'(감독 윤제균) 등처럼 조율이 잘 된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 웃음을 잘 유발해야 하는데 무기이면서 따로 놀 수 있고, 실패하면 그야말로 절벽에 떨어지는 느낌이다. 모든 사람에게 스트라이크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웃음을 강요하려고 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최대한 많은 분에게 하려다 보니까 그에 따른 애드립에 대한 시도를 하게 된다. 이번 영화는 특히 상의를 많이 하고 후반 작업 과정에서도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해서 남길 건 남기고 위험성 있는 건 다 쳐냈다. 많은 정제과정을 거쳐서 편집된 것 같다.

 

Q. '괴물'(감독 봉준호)에서는 오달수 배우가, '옥자'(감독 봉준호)에서는 이정은 배우가 목소리 연기를 했다. 크리처물을 잇는 '물괴'에서 '물괴' 목소리 연기를 하게된 에피소드는?

 

A. 필요하면 하겠다고 했다. CG 팀이 상주를 해서 같이 보면서 작업했다. 배우의 역할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고민을 하는데 크리처를 오퍼레이팅하는 직업도 생겨날 거 같다. 배우라는 직업이 예술의 한 켠에서 하고 있겠지만 괴수가 발전하고 CG가 커지는 것도 보고 싶다. 힘들었던 점은 '물괴' 크기에 비해 성량과 덩치 차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소리를 엄청 키워야 했는데 소름도 끼치고 진이 쭉쭉 빠졌다. 기술적인 노하우도 없었고 목소리 작다고 해서 키워서 연습하고 또 키워서 하고 시행착오가 있는 과정이었다.

 

Q. 20년 장기근속 사원과 마찬가지로 배우 인생을 살아오며 다양한 장르를 해왔는데 어떤 배우 인생이었는지?

 

A. 미스테리한 것 같다. 예전보다 훨씬 나 자신에 대해서 객관적이 되는 게 훨씬 쉬워져서 그런지 미스터리하기도 하고 키가 크지도 않고 평범한 외모에 목소리가 좋은 것도 아닌데 배우가 된 것에 대해 주변에 도와주신 분이 참 많았다고 생각이 들고 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운이 좋았던 게 일반적으로 평범하거나 평범 이하인데 배우여서 특별했던 것 같다. 배우란 집단에서 크게 경쟁하지 않을 수 있던 게 복이었던 것 같다. 잘생기고 키 컸다면 엄청난 경쟁자들과 싸웠을 거다. (웃음)

 

Q. 방탄 커피로 다이어트 성공했다던데 효과가 어땠나?

 

A. 인터넷 보다가 한 해커가 자기 몸을 해킹해서 빼겠다고 해서 성공한 다이어트 방식을 보았다. 원리는 버터랑 코코넛 오일을 넣어서 몸에 지방을 녹여 에너지로 쓰게 함으로써 신진대사를 높이고 식욕을 죽이는 원리이다. 집에서 2~3달째 마시고 있다. 진짜 힘이 난다. 버터를 되게 많이 넣는다. 크게 썰어 넣는다. 깍두기 2~3개 크기의 버터를 넣고 캡슐커피 받아서 섞고 코코넛오일 3스푼에 꿀은 넣기도 하고 우유를 넣기도 한다. 그렇게 마시면 곰국 한 그릇 먹고 나온 것처럼 힘이 든든하게 난다. 다이어트하고 요요가 오다 보니 연비가 안 좋아졌다. 어느 날부터 힘이 빠지고 촬영장 나가도 졸리고 그런 시점이 왔는데 지금은 에너지가 난다.

 


Q. 닮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A. 우리 배우 세계에서는 늘 어르신 같은 안성기 선배님, 박중훈 선배님처럼 되고 싶다. 이번에 김명민 선배님 만나서 많이 배웠다. 형님이라 부르는데 배우는 오래 할 수록 선배님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잘되고 이런 것밖에는 못 봤을 수 있는데 삶, 노하우, 연륜 등 많은 것이 묻어나는 것 같다. 김명민 선배님한테 많이 배웠다. 정말 지혜롭다. 막히면 여쭤보면 답이 나올 것 같은 선배님이다.

 

가장 큰 게 '물괴'라는 험난한 장르, 이 불모지에서 이끌어 나갈 때 모든 게 다 도전이다. 현장 분위기부터 스토리 어떻게 나갈지, 후배 배우들과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 등 선배님 입장에서는 같이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 숙제였을 거다. 연륜 있는 선배님들 중심에서 배우들을 이끌고 가는데 CG팀 스탭들, 분장, 연출, 촬영 팀까지 잘 조율해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불멸의 이순신' 때 104회를 했다. 어떤 역할을 하면 그 역할이 내 속에 남는데 이분한테는 이순신이 남아있다. 액션 씬이던 뭐든 노련하게 소화하는 모습, 그리고 노련한 리더쉽을 갖고 계신다. 그런 게 좀 부러웠다. 신비한 얘기지만 김명민 선배님이 현장에 오면 오던 비도 그친다. 한 번은 김명민 선배님이 비 올 거 같은데 "내가 나와 있으면 비가 안 오잖아"라고 하고 촬영 끝나고 들어가서 잔다고 들어가자마자 비가 왔다. 미신 같아서 조심스럽지만 잘된 영화는 날씨가 도와준다.

 

Q.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

 

A. 뮤지컬 하고 싶다. 액션을 하고 싶어서 20대 초반에 합기도도 배웠다. 이제 40대 초반이니 액션의 기회는 20년 만에 온 거다. '광해'(감독 추창민) 때도 액션이고 '퀵'도 오토바이 액션이지만 오락 액션으로는 20년 가까이 걸린 거다. '쎄시봉'(감독 김현석)이라든지 춤도 춰봤는데 노래는 못 부르는 게 확실하다. 예전에 '내 사랑 콩깍지'가 뮤지컬 드라마였다. 극 중 소유진을 따라다니는 스토커 캐릭터였는데 시청률도 좋았고 장안의 화제였다. '레미제라블'(감독 톰 후퍼)이나 '맘마미아'(감독 올 파커) 보고 너무 감동적이었다. 매릴 스트립하고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셰어 장면은 정말 스토리를 떠나서 존경심이 생겼다. 동작 한번 하는데 소름이 끼치면서 눈물이 났다. 딸이랑 같이 봤는데 엄청 감동적이었다. 그런 영화에 참여할 기회가 오면 좋겠다.

 

Q. 중간에 방패 던지는 씬은 '캡틴 아메리카'가 떠오르기도 했다. 본격 액션 영화에 참여한 소감은?

 

A. 어렸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굴렀다. 그래도 좋았다. 상상했던 거랑 몇몇 장면은 비슷했다. 롱테이크였는데 방패도 던지고 그런다. 액션 배우분들이 보여주시고 배우가 해야 한다고 해서 보고 했다. 5~6 테이크 갔다. 한 번 구르고 나면 돌멩이도 있고 아팠다. 두세 번은 괜찮은데 맞은 곳 또 맞는 느낌이라서 힘들었다. 합은 맨 마지막 맞추고 기계체조, 구르기 등 그 전에 작업이 많다. 하체도 키워야 하고 무술 동작 자세도 만들어야 하고 칼은 죽도로 내리치면서 선이 맞아야 하고, 액션 배우분들이 보여주면 쭉 하니까 쉬워 보이지만 디테일함과 안무를 위해 기본 스텝부터 배운다. 그 전에 '광해' 때나 '마이웨이'(감독 강제규) 때는 군사 액션이지만 하긴 했는데 이번에가 가장 걱정이고 컸다. 구르기도 있다 보니 하체에 힘을 길러야 했다.

 

Q. 차기작인 '배반의 장미'(감독 박진영)는 어떤 영화인가?

 

A. 연극이 원작이다. 죽으려고 네 명이 모였는데 꼬이게 되고 손담비 씨가 등장하면서 남자들이 유혹에 넘어가는 내용이다. 죽지 못하고 계속 죽음이 연장되는 상황 코미디인데 각자의 아픔도 있고 사회적인 풍자도 있다. 가장 큰 매리트는 삶과 죽음이 희화되는 건 있을 수 없지만, 상황극을 통해서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우울한 사람들이 보면 동병상련을 느끼면서 웃다가 희망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혜리는 영화에서 첫 연기였다. 후배 배우들과 어땠나?

 

A. 가족 같고 좋았다. 나이도 그렇고 영화 캐릭터로도 겹치는 게 없었다. 각자 모든 배우의 롤이 기억에 남게 했음 좋겠다고 감독님이 그랬었다. 혜리 씨한테는 끝까지 존대만 썼다. 처음 한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편하게 연기하게끔 서로 그런 분위기였다. 너무 화목하고 가족처럼 잘 지냈고 '물괴'라는 공동의 적이 있다 보니 '물괴'를 상상하기를 비슷하게라도 하려고 논의를 많이 할 수 있었다. 리액션을 잘하려고 그런 얘기를 많이 나눴고 참 좋았던 시간이었다. 다른 어떤 현장 호흡보다도 살가웠다. 편안했다. 촬영 끝나고 안 가고 농담하고 지낼만 했던 곳이었다.

 

사진ⓒ 씨네그루(주)키다이이엔티/롯데엔터테인먼트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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