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Talk] '안시성' 조인성 - 부담 속에서 '양만춘' 역을 하게 된 이유
2018-09-20 23:06:08 , 수정 : 2018-09-21 14:32:09 | 이민혜 기자

 

[티티엘뉴스] 동아시아 전쟁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승리로 전해지는 88일간의 '안시성 전투' 실화를 그린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안시성'(감독 김광식)이 추석을 앞두고 19일 개봉했다. 영화 '안시성'은 고구려에 대한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역사에 남아있는 것은 '안시성'과 '양만춘'이라는 인물에 관한 단 3줄 뿐의 기록으로 만들어졌다. 영화의 포문을 여는 주필산 전투와 2번의 공성전, 그리고 하이라이트로는 토산 전투까지 화려한 전쟁 장면들은 각각의 매력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20일 오후 10시 기준 영화 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안시성'은 예매율 33.6%로 실시간 예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개봉을 앞두고 극 중 역사적인 인물 '양만춘' 역을 맡은 배우 조인성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양만춘'이라는 역과 조인성 배우가 딱 연결되지 않았다.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

A. 나 역시도 인물과 연결이 안 됐다. 성주하고 장군을 빼봤다. 스스로 리더의 상이라고만 생각하면 어떨까 해보니 답이 나왔다. 그렇게 캐릭터를 약간 구축하기 시작했다.

 

Q. 필모그라피를 봤을 때 '쌍화정'(감독 유하) 이후 사극은 9년 만이다. 대작이기도 하고 이런 장르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

A. 이렇게 생겨서 사극에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편견이 있었다. 현대극에 어울릴만한 얼굴이라 피한 것은 아니고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 편견이 있었는데 깨야 한다. '비열한 거리'(감독 유하) 찍을 때도 얼굴이 조폭이 맞냐는 말 많이 들었다.

 

Q. 감독님이 먼저 제안하신 캐릭터 상이 따로 있었나?

A. 그런 것은 거의 비슷했다. 젊게 가고 싶어 하셨고 약간 보고 느꼈던 부분이 있으셨던 것 같다. 동네에 '아주 기질이 좋고 싸움 잘하고 그런 형 같은 인물'이면 어떨까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래야 느낌이 새로워지고 사극에서 주는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장군은 직함이니까 직함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내가 한다고 생각해보자 했다.

 

Q. 참고한 캐릭터가 있었다면?

A. 없었다. 위인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부담스러워서 못하겠어서 위인이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두 카리스마와 다르게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일까 생각을 해봤는데 너무 카리스마로 붙으면 답답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인물로 배치된 것 같기도 하다. 범상치 않은 인물로 표현해보고 싶은데 그러면 어떨까 생각해봤더니 조금 자유로운 인물이었으면 좋겠더라. 연개소문에 반역을 들 정도의 사람이라면 야망은 포기한 거다. 야망 있는 사람이면 안 그럴 거다. 당에 확실하게 기득권으로 들어가야 정권에 역할도 하는 건데 그런 부분에서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야망을 버리고 나면 심플해진다. 그렇게 출발을 했고 그렇게 출발한 게 캐릭터의 시작이자 끝이었던 것 같다.

 

Q. 고구려는 너무 먼 시대이고 남은 게 없고 간접 경험할 수 있는 게 없었을 텐데 상상의 날개를 펴기 좋고 여지가 있었을 것 같다.

A. 여지가 나를 움직이게 한 것 같다. 만일 예를 들어서 '양만춘 장군'을 모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모르는 사람은 많다. '안시성'을 아예 모르는 사람도 많다. '안시성'이 뭐냐고 질문했던 사람도 있었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순신 장군' 대비 '양만춘 장군'은 덜 칭송받은 영웅이다. 사료도 남아 있지 않고 언제 태어나서 언제 죽었는지도 모르니 좀 더 자유롭게 어떤 것도 해도 된다는 허용치는 있었지만, 기준치는 잡을 수 없었다. 상상으로 당나라 전국구의 큰 형이 우리나라 동네에 놀러 왔다가 싸움 잘하는 양아치들한테 얻어맞고 가면 얼마나 창피하겠나도 떠올렸다. 최고끼리 붙은 게 아니고 동네 다섯 명 애들한테 맞고 갔다고 생각하면서 리딩 때 그런 얘기했다. 성웅 형이 "얘네한테 진 거야?"라고 물었다.

고구려 역사를 다룬 영화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 멀리 가면 고려 정도였다. 점점 이야기가 확장이 필요한 거다. 고구려가 참 좋다. 넓은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다루기에는 소제 거리가 많을 텐데 사료가 없으니 덤벼들기 쉽지 않고 '안시성'이라는 작품은 고구려 역사의 모든 것을 보여준 영화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고구려의 역사를 영화화한 첫 번째 영화로 이제 시작인 셈이다.

 

 

Q. 전투가 치열하고 액션이 많던데 어떤 부분이 제일 힘들었나?

A. 여러 가지 촬영이 힘든 것도 있지만 자연과 싸움이 힘들었다. 요즘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정말 춥다. 기사 보면 '남극보다 춥다'는 말이나 '아프리카보다 덥다'고 나오는데 살인적이다. 갑옷을 입고 안에 한복 같은 도포를 입는데 엄청 두껍다. 그것을 겪어내야 한다는 것, 이겨내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 강원도 고성에서 촬영했는데 거기는 바람이 불면 눈을 못 뜰 정도였다. 인간이 자연을 이겨내려고 하는 것인데 그럴 때는 집에 있어야 한다. 자꾸 우리는 밖으로 나가니까 그게 참 힘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Q. 갑옷이 무거웠을 텐데 날아다닌다. 한 씬 찍고 나면 방전되진 않았는지?

A. 감독님만 그걸 몰랐다. 한 편으로는 감독님이 무거운 걸 아실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너무 힘들어하니까 감독님이 갑옷을 들어보더니 "이렇게 무거웠어?"라고 하셨다. 배신감이 들었다. (웃음) 풀고 쉬라고 하셨다.

방법이 없다. 그대로 하는 거다. 하루는 경수가 놀러 왔다. 영화 '스윙키즈'(감독 강형철)를 그 근처에서 찍어서 나도 놀러 가고 경수도 놀러 왔다. 그날이 내가 느끼기에도 두세 번째 힘든 날이었다. 바람 불고 토굴 날아가고 그랬던 날인데 그날 현장에 온거다. 몸을 피하려고 콘테이너 박스에 있는데 그것을 보더니 전쟁터 같다고 그랬다. 그렇게 90회째 찍고 있었다.

 

 

Q. 제작비가 꽤 많이 들어서 숫자에 압박감이 있을 것 같다.

A.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셨다. 그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거고 힘들다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이제 아마 이런 기획이나 제작비로 한 배우한테 포커싱, 한 인물한테 맞춰진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은 산업이 되었다. 마지막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확률을 넓혀야 되는 게 산업인데 그러면 멀티캐스트으로 가야 한다. 워낙 만들어진 영화 구성 자체가 한 인물한테 맞춰진 시나리오라 이 제작비가 드는 건 쉽지 않지 않았을 것 같다.

 

 

Q. 최민식 씨가 '명량'(감독 김한민)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았을 때 그의 마음을 1시간 만이라도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나마 '이순신 장군'은 기록이 많은데 '양만춘'의 마음이 어떤 마음으로 전쟁에 임했을 거 같은지 생각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

A. 220억을 책임져야 하는 나의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웃음) '양만춘 장군'이라고 해도 인간이니까 부족한 점도 있고 20만 군대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거다. 내가 감히 최민식 선배랑 견줄 수 없지만, 나보다 더 가진 분도 그랬는데, 나는 그게 몇 점이든 내가 가진 한도 내에서 해보는 거다.

 

 

Q. 이런 부담감 때문에 두 번 거절했다던데 후회는?

A. 후회하기엔 이미 늦은 상태라 후회를 할 바에 이걸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전환하는 게 훨씬 나를 위해 좋다. 후회될 때는 감독님하고 술 먹고 나한테 왜 그랬냐고 투정도 하고 와인 사달라고 생떼 부렸다. 나의 마음을 결정적인 것으로 움직인 것은 감독님과 대표님께서 "당신이어야 해"라는 말, 새로운 거를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Q. 평화로운 마을에서 온화한 모습과 전쟁에서 카리스마로 두 모습을 보여주는데 온도 차를 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A.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과 극의 모습이 생존과 생활이라고 구분을 지었다. 전쟁은 생존이다. 절박한 것들이 나오는 것 같고 생활은 우리들간의 관계에서 형, 동생처럼 지내는 리더였기 때문에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Q. 새로운 게 많아서 완성본 보기 전에 걱정도 되었을 듯 하다. 고구려도 새롭고 그리고 있는 '양만춘'의 캐릭터도 익숙하지 않고 조인성 배우가 위인이랑 매칭되는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이질감 없이 하기 위해 한 노력은?

A. 콘셉트를 분명하게 잡고 들어가서 걱정하지는 않았다. 콘셉트가 먹히냐 안 먹히냐 차이는 있을 수 있어도 처음부터 액션 신도 다 영상 콘티 작업을 해서 확신이 있었고 드라마 들어가는 구조는 캐스팅되기 전부터 제작진이 오랜 고민 했기 때문에 캐스팅 돼서 나와 조인성화시킨 '양만춘'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했기 때문이다. 확신을 가지고 연기를 해도 보시는 관객분도 이입될지 안 될지 모르는 건데 확신도 안 가지면 더 확률이 낮아진다.

 

 

Q. 눈에 띄는 전술들 속에서 가장 기대했던 장면은?

A. 물론 액션이니까 공성 탑 액션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첫 번째 당군 쳐들어올 때 고속 액션은 내가 참여한 영화지만 멋있었다. 그런 컨셉이 확실하니까 하는 배우들도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 효과가 좋게 쓰여야 되는데 효과 좋게 장면들이 써진 거는 아닌가 생각을 해보고 전체적으로 컨셉이 나눠져있는 네 번의 전투가 잘 나눠진 것 같다.

 

Q. 기름 주머니 장면이 정말 멋졌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본인의 멋진 장면은?

A. 멋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잘 나왔나가 더 신경 쓰였다. CG로 해야 될 것들이 많으니까 그거부터 보였다. 공성 탑도 하나 만들었는데 하나 만드는 것도 많이 든다. 고생 대비해서 안 나오면 안 되니까 나오나 봤다. VIP 시사회 때 보면 정확하게 보이겠지만, 스카이워크 씬이나 대규모 CG로 사람 채우는 것 보려고 더 집중했다.

 

 

Q. 몸도 쓰고 마음도 쓰고 감성 연기를 보여주는데 절박함이나 성장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나?

A. 다음 작품 해야 느낄 것 같다. 항상 그랬다. 내구성이 생기고 다음 작품이 어려울 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거나 별거 아닌 일이라고 받아들이는 인생의 지혜가 생긴다. 항상 다음 작품에 발휘가 되는 것 같다. 큰 촬영하다 보면 여러 가지 마음같이 안되는 상황들이 있다. 자연이라던가 스케줄 문제 등 원래 그런 거니까 원래라고 생각하면 괜찮다. 전에도 그렇게 해봤는데 조급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급해지면 화가 난다. 미안할 일 만들지 말자는 것도 있다. 너무 미안하면 그거도 화가 난다. 그런 것들이 생긴다.

 

Q. 올바른 리더나 원하는 인물상이 있다면?

A. 각자 리더의 상이 다르니까 옳고 그르다가 없다. 내가 원하는 상의 '양만춘'은 이 사회에 필요한 리더였다. 그것만이 진짜 리더라는 생각을 원하는 건 아니다. 반역자로 몰리면서까지 쿠데타가 된 건데
야망은 없지 않았나 싶다. 모든 정치가 그렇다. 어떤 힘 있는 기득권에 들어가야 새로운 것들이 생기는데 반역을 했다는 건 집권 여당을 벗어난 어떤 인물인 건 사실인 거다. 야망은 없다고 봐야 한다. 상황 자체가 성 지키는 거 우리끼리 잘 사는 거 당나라 아니면 외부의 어떤 침입에 싸워서 내 몫 하는 것이 영화 속 소소함이 고구려를 지키는 큰 그림이 된 건 아닌가 싶다. "성을 지킬 뿐이다"라고 하는 대사처럼 이걸 지키니 고구려를 지킨 것 같다.

 


사진ⓒ 아이오케이컴퍼니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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