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존과 180도 다른 행보 눈길
반도체 백혈병 조정위 방식 수용 및 2년만에 기자초청
국내 투자•일자리 창출 등 대규모 경영쇄신안 마련 박차
2018-08-10 16:54:54 , 수정 : 2018-08-10 20:26:48 | 정연비

▲ 지난달 인도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티티엘뉴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이전 회장들과 다른 차원의 경영쇄신 활동을 펼치며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국빈 방문 중 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일자리와 투자 확대를 당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 부회장은 3월 유럽과 캐나다, 5월 중국와 일본까지 4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 온 것 외에 공개된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 인도 출장이 처음이었다.

 

그간 의례적인 글로벌 경영 챙기기와 달리 인도 출장은 대통령과 만남을 염두에 두어 격이 달랐다는 분석이다. 이를 계기로 공식행사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이 부회장이 국내 경영 행보를 자연스럽게 재개한 모양새가 됐다.

 

이번 만남을 통해 이 부회장의 경영쇄신책을 비롯한 광폭행보에 가속도가 붙었고 앞으로 이같은 변화는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 조정위원회의 중재 방식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한 것도 지금까지의 삼성에서는 없던 일이다.

 

아직 조정위 중재안이 나온 상태는 아니지만 기존 삼성과는 근본적으로 변화된 접근법이고 당연히 이 부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삼성 반도체 라인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사망한지 11년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됐다. 다만 삼성에게는 중재안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선에 머물지 않고, 그간 고통속에 살아온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책임있는 사과와 함께 직업병을 없애기 위한 대책 마련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백혈병 문제, 무노조 경영, 경영쇄신 등 삼성이 당면한 문제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은 물론 신뢰 회복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며 이는 이재용 체제에서의 향후 지향점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홍보마케팅에도 변화가 포착됐다. 삼성전자는 2년 만인 지난 5월2일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 기자실에서 자사의 무풍에어컨 발표회를 가졌다.

또한 지난달 20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삼성 디지털시티’에 2년 만에 출입기자들을 대거 초청해 2018년형 TV ‘더 프레임’ 등을 공개했다.

 

고객들과 접점인 미디어를 통해 친숙하게 다가가겠다는 삼성전자의 의도로 풀이되며 이 부회장의 본격적인 신뢰회복을 위한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삼성=무노조’라는 공식도 이 부회장 체제 이후 깨지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삼성전자서비스는 약 8000여명 규모의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고 “합법적 노조활동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938년 설립 이후 80년간 지속됐던 삼성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폐기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미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진행된 상황이다. 삼성에는 삼성전자서비스를 비롯해 삼성에스원,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웰스토리,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SDI, 삼성화재, 삼성중공업 등 다수의 기업에 노조가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민주노총 소속이기도 하다. 경영진들이 노조를 부정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한편 현재 삼성은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 상생 강화, 사회공헌 등을 통한 경영 쇄신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면전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내에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해달라”라는 말을 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이 이같은 움직임의 기저에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의 주요 관계자들은 내부적 상황에 함구를 하면서도 이러한 의견에 부정하지는 않는다. 삼성 디지털시티 행사에 참석한 삼성관계자는 “(대통령과 만남 이후 투자와 일자리 관련)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삼성은 이미 구체적 계획에 대한 준비를 끝내고 세부 규모와 발표 시기를 조율 중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의 이러한 움직임들은 전반적으로 삼성의 위기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로 해설하는 의견이 제일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부회장 자신의 국정농단 사건 연루는 물론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삼성증권 유령증권 배당사고 등 주요 계열사가 연루된 부정적 사건이 잇달아 터졌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주문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요청에 화답하는 모양새로 대규모 경영쇄신안을 내놓는 것을 위기극복의 기회로 노리는 것은 당연하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최대 10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통큰 투자를 포함한 경영쇄신안이 나올 것이라는 등 갖가지 추측 등이 무성하다. 삼성은 지난 정권에서 경제활성화 주문에 50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어 현 정권에서도 소득주도 성장에 맞춰 2배 규모의 투자는 필요하다. 반도체를 통한 이익 등 투자 여력도 있기 때문에 삼성의 대중소 상생과 신사업 발굴 등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가로 국내 주요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들을 위한 대규모 펀드 조성, 인공지능(AI)을 비롯 신사업 투자 등이 예상된다.

 

일자리 고용 창출의 경우 삼성그룹 전 계열사 차원에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각 계열사별 채용 가능 인원수를 파악한 뒤 전체 채용 규모를 결정하는 기존 방식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별 채용 규모를 늘리는 것은 물론 협력사들도 채용을 늘리는 상생 고용 방안도 예상된다. 채용과 투자 등에 있어 삼성과 협력사가 함께 안정적인 상생 생태계를 만드는 형식이다.

 

사회공헌 대책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공헌사업의 전체적인 윤곽은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장 상근 고문이 주도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보유한 세계적 기술력을 기반으로 교육, 안전, 빈곤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업시민으로서의 의무로 여기고 있다. 이는 기업의 비즈니스와 사회적 책임이 선순환 가치로 상생하는 CSV(공유가치창출) 개념과 관련이 깊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정논단 관련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바닥까지 떨어진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앞이 막막합니다. 풀릴 수는 있는 건가 하는 불안감에 밤을 설치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고민은 삼성을 책임지게 된 3세 경영자로서 삼성의 신뢰 회복에 있다. 이에 이 부회장은 기존 삼성의 경영 관행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문 대통령의 한 마디는 해외로 떠돌던 이 부회장의 발길을 국내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국민적 관심이 그의 구체적 행보가 담긴 대규모 경영쇄신책에 쏠리고 있다.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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