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테헤란에서 편견을 깨다
2017-12-16 18:15:02 | 이우형 작가

“테헤란으로 비행 갔다가 폭설에 갇혀서 사흘을 비행기 속에서 보냈어요.”


“공항인근 호텔에서 지내면 되지 비행기 속 노숙은 뭔 소리야?”


“비자가 없어서···.”

 

이란 비자는 단수라 갈 때마다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걸 누가 항상 신청하겠는가. 그러다보니 기상악화에 비행기 속 노숙이라는 웃지 못 할 상황도 벌어지게 된 것이다.
 

두바이에서 테헤란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은 이란의 이미지였다. 그러잖아도 이란에 대한 걱정은 컸다. 여전히 서방에서 북한과 비슷한 취급을 하는 이란이었고, 여행일정을 듣는 사람마다 더 큰 걱정으로 적당히(?) 만류까지 하는 상황이었다.


이란항공의 여승무원은 차도르를 닮은 까만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곁눈질로 보니 좌석 위 짐칸에서 커다란 비닐봉지에 가득 담긴 햄버거 빵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돌이켜보니 이란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독재자의 나라에 북한과 비슷하게 못 살 거라는 편견이 이란을 두려워하면서도 얕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과거 팔레비왕의 궁전은 박물관으로 바뀌었다. 보존이 잘 된 궁전 건물들과 함께 군사박물관 등이 있고 밝고 귀여운 웃음을 지닌 어린 학생들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이맘 호메이니 공항은 깔끔했다.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다른 어느 나라의 공항 못지않은 현대식 공항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공항 곳곳에 보이는 LG와 삼성의 광고판은 여느 서방국가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입국수속도 쉬웠다. 친절하고 순박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 투박하지만 볼거리 가득한 팔레비궁은 이란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다.



▲이란 혁명 이전 팔레비왕조 때의 궁전에는 군사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그곳에서 만난 병사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청에 흔쾌히 응해줬다.


여행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여정이다. 선입견을 바꾸고 두려움을 즐거움으로 바꾼다. 한때 중동의 파리로 불렸고, 고대 페르시아의 영광을 간직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선입견은 경험이 아닌 미디어에 의한 오류다.
 

여행은 편견을 깨트리기 위한 여정이다.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문화에는 우열이 없다’고 강조했다. 문화를 미개와 선진이라는 양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물질적으로 조금 더 부유한 자들의 근거 없는 자부심 탓이다.


떠나라. 그리고 마주하라. 그러면 인생은 더 풍부해질 것이니.
 


◆이우형 작가는···
 

역마살 가득한 잡지장이. 지금은 사진과 글 쓰는 일로 소일하고 있다. 25년간 만든 10여종의 잡지들을 제외하고는 두어 번의 사진전과 사진집 한 권이 오롯이 그의 이력이다.

 

정리= 깅성호 기자 sung112@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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