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외항사에 300억 갑질...부산發 장거리 노선 꽁꽁 묶었다
외항사 노선 개설 저지 정황 드러나...공정위 면담 조사 착수
항공업계 노선 갑질 수면위로...대한항공·국토부 유착 심각
2018-07-12 12:48:25 , 수정 : 2018-07-12 17:40:23 | 양재필 기자

[티티엘뉴스] 대한항공이 유럽 국적 외항사(외국항공사)의 부산 출발 노선을 저지하기 위해 매년 300억원대의 손실 보전용 자금을 외항사측에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등 한진가(家) 전반에 암운이 드리운 상황에서 이번에 드러난 대한항공의 행태는 개별적인 차원을 넘어, 항공업계 전반에 대해서도 대한항공이 광범위하게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갑질을 자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북유럽 국적항공사 핀에어(Finnair)는 오랜 본사의 방침이자, 숙원 사업이었던 부산 출발 핀란드(헬싱키) 노선을 오는 2020년, 이르면 내년까지 개설하고자 본격적인 실무에 착수했다. 핀에어는 정기적으로 언론 설명회를 통해 부산 여행시장이 팽창하면서 부산에서도 유럽 직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부산~헬싱키 노선 개설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왔다.

일본에서는 도쿄,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등 4곳에 핀란드 직항이 있는 만큼, 한국 출발 노선도 추가로 더 개설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후쿠오카는 인구가 157만여명에 불과하지만 헬싱키 직항 노선이 운항되고 있고, 부산은 353만으로 후쿠오카 대비 인구가 2배가 넘지만 유럽 노선은 아예 없는 상태다. 핀에어는 현재 유일하게 인천~헬싱키(핀란드) 북유럽 노선에 매일 취항하고 있다.


현재 부산에서 출발하는 최장거리 노선은 괌, 사이판, 블라디보스톡 정도로 유럽이나 미국 본토 노선은 전무한 실정이다. 부산 항공시장은 증가하는 여행 수요에도 불구하고 유럽, 미국 본토 등 장거리 노선이 전무해, 부산·영남 지역 여행객들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인천공항까지 이동해야만 했다.


지난 2007년 3월 루프트한자독일항공이 부산~인천~뮌헨 노선을 운항한 적이 있으나, 수익성이 악화되자 7년을 운항하고 2014년 3월 단항했다. 뮌헨 노선이 끊기면서 사실상 부산발 유럽 노선은 한동안 논의조차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핀에어가 부산발 유럽 노선 개설에 박차를 가하자 대한항공이 자사 수익성 하락을 빌미로 핀에어에 다양한 방식으로 압력을 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핀에어가 부산발 유럽 노선에 취항하면, 인천에서 출발하는 유럽 항공편의 수익성 하락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핀에어에 매년 손실 보전금 300억원을 보상하거나, 5자유(이원구간) 판매를 하지 말 것을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5자유 운수권은 항공사가 다른 국가에서 경유하며 승객이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부산~헬싱키 직항이 운항된다고 하더라도, 헬싱키를 경유해서 유럽이나 다른 노선으로 가는 항공편은 팔지 말라는 것이다. 헬싱키 경유 구간이 많이 판매 될수록 대한항공 유럽 직항 노선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외항사에 대한 손실 보존금 요구와 압박은 대한항공뿐만이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및 국토부 관계자가 함께 배석한 자리에서 정부관계자까지 직접 관여하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국적항공사 출신들이 대거 포진돼 있는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유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취재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핀에어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과 감당하기 힘든 손실 보전을 요구하자, 김동환 핀에어 한국지사장은 핀란드 대사관 직원과 함께 7월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면담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들의 잘못된 운영 행태에 대해 전 방위적으로 칼을 빼든 만큼, 이번 대한항공의 항공업계 횡포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발 노선을 운영하는 A항공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자사 이익에 반하는 노선을 저지하거나 노선을 폐지하는 등의 횡포를 일삼은 것은 항공업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대한항공이 국토부와 여행업 전반에 막강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어 향후 불이익이 커지진 않을까 어쩔 수 없이 함구해 온 것이다. 자사 이익 때문에 부산발 장거리 노선을 개설 못하게 방해하는 것은 부산·영남 시민들의 편의는 안중에도 없는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양재필 여행산업전문기자 ryanfeel@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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