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네이션] 더 늦기 전에, 시칠리아
2018 시칠리아 팔레르모, 이탈리아 문화수도로 지정
2018-04-16 10:10:35 , 수정 : 2018-04-16 10:22:00 | 김세희 에디터

[티티엘뉴스] 취재차 어느 토크쇼에 참석했다. 내심 그간 보고싶던 영화평론가 김태훈은 여행지 쿠바를 너무 늦게 만났다며 아쉬워했다. 편리함에 젖어들기 전에 갔어야 했다고. 그런 보물이 비단 쿠바만일까. 시칠리아도 있다며 손 한 번 들 걸 그랬다.

김세희 에디터 sayzib@ttlnews.com

협조 - ENIT 이탈리아 관광청

 

▲ 몬델로 해변(Mondello beach) ⓒENIT 이탈리아 관광청

 

장화처럼 생긴 이탈리아. 발끝에 달린 공 하나가 바로 시칠리아다. 지중해에서 가장 큰 풍채를 가진 섬으로 제주도의 14배에 달한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낭만적이면서 쉽게 흥분하고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지중해 요충지로서 잦은 침략에 의한 산물인지도 모른다. 그리스와 로마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아랍 등의 상흔이 바다와 살아내는 곳. 리얼 이탈리아 향수가 품고 있는 이국적인 보석이, 바로 시칠리아의 세계다.

 

▲ 시칠리아 에리체 비너스 성(Castello di Venere @ Erice) ⓒENIT 이탈리아 관광청

 

첫 인사는 아무래도, 팔레르모(Palermo)

 

처음부터 반해버린다면 쉽게 닿을 수 없던 인고의 시간들이 금세 흩어질지도. 팔레르모를 둘러싼 구시가 건축물에 휩싸여보는 일이다. 팔레르모 대주교의 명으로 600년에 걸쳐 만들어진 팔레르모 대성당(Palermo Cathedral)은 시칠리아 왕들과 왕족의 무덤이 있다.

 

▲ 팔레르모 대성당(Palermo Cathedral) ⓒENIT 이탈리아 관광청

 

한 시대가 아닌 여러 시대의 염원이 담긴 건축물로 시작하는 길. 12세기 시칠리아 노르만 왕국의 서유럽 · 이슬람 ·비잔틴 문화가 흐른다. 황금으로 빛나는 모자이크 향연이 우리의 마음을 아득하게 만든다면. 아랍인들이 요새를 만든 것을 노르만인들이 차지해 개축했다는 노르만 왕궁(Palazzo Reale)에서 왕실 투어를 하고, 팔라티나 예배당(Cappella Palatina)을 본다. 몬레알레 대성당(Monreale Cathedral)까지 조우한다면 우리들 인생에 은총이 깃드는 건 아닐지.

 

▲ 산 지오반니 델리 에레미티 교회(San Giovanni degli Eremiti) ⓒENIT 이탈리아 관광청

 

아랍 스타일 붉은 돔 지붕과 스페니시 느낌의 회랑을 둔 아담한 산 지오반니 델리 에레미티 교회(San Giovanni degli Eremiti) 정원에서 눈을 감고 햇살에게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겠다. 다문화가 만들어낸 기적과도 같은 아름다움. 좁았던 마음에 자리 하나 내어줄 이유가 이곳에 있는지도 모른다.

 

바람으로 바다로 우리의 영혼을, 체팔루(Cefalù)

▲ 체팔루 정경 ⓒENIT 이탈리아 관광청

 

체팔루라면 영화 <시네마천국>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엔리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음악이 발끝에 머물 테니. 토토의 마을은 아니지만, 체팔루만으로도 손끝에 잡힐 것만 같다. 이곳에선 눈앞에 펼쳐진 배경에 우리가 만들고 싶던 그날의 기억들을 그려보는 일이다. 우리만의 영화를 꺼내보는 것. 바람은 수많은 기억들을 바다에 뿌려줄 테니 마음 놓고 전하지 못했던 꿈을 던져본다. 최적의 장소는 숨이 조금 차겠지만 로카 디 체팔루(Rocca di Cefalù) 바위산. 30분 정도 계단을 올라본다.

 

신의 항구여, 마르살라 와인(Marsala Wine)

 


▲ 플로리오 마르살라(Florio Marsala) 와인 ⓒENIT 이탈리아 관광청

 

와인생산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시칠리아는 달달한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하다. 영국 리버풀 출신 상인, 존 우드하우스가 폭풍에 좌초되어 우연히 맛본 마르살라 지역의 전통 와인, 페르페투움(Perpetuum). 선 벨트(Sun belt)에서 온 와인으로 소개되면서 영국인들의 구미를 자극한다. 이에 시칠리아 사람 빈첸조 플로리오(Vincenzo Florio)도 발맞춰 '플로리오 마르살라(Florio Marsala) 와인‘으로 명성을 누린다. 신의 항구라는 의미로 아랍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지명, 마르살라. 드라이한 와인으로도 개발된다. 마르살라의 진수라고 하는 ’플로리오 테레 아르세 마르살라(Florio Terre Arse Marsala)‘는 알코올만을 첨가해 완벽한 드라이 와인을 만들어냈다고 해서 죽기 전 꼭 마셔봐야 할 와인이다.

 

이탈리아 돌체의 탄생, 시칠리아(Sicilia)



▲이탈리아 돌체라 불리는 까놀리(cannoli) ⓒ pixabay

 

아랍인들의 지배로 시작된 시칠리아 돌체. 달콤함을 의미하는 돌체(dolce)는 이탈리아 제과를 뜻한다. 그 뿌리가 시칠리아라니. '까놀리(cannoli)'는 가장 많이 알려진 것으로 이탈리아 전역에서 맛볼 수 있다. 원통 모양으로 반죽을 말아 튀겨서 리코타(Ricotta)를 넣어 만든다. '까사타(Cassata)'는 축하하는 일이 생길 때 먹는 케이크로 리코타, 크림 등 당졸임한 과일을 넣는다. 젤라또 말고 돌체로 입가를 달달하게. 시칠리아에서 시작해보는 일 하나.

 

▲ 체팔루 해변(Cefalù beach) ⓒENIT 이탈리아 관광청

 

식상하지만 괴테의 한 마디는 여전히 시칠리아를 흔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2018 시칠리아의 팔레르모는 이탈리아 문화유산관광부가 문화수도로 지정했다. 2015년에는 팔레르모의 아랍-노르만 유적 7곳과 체팔루 대성당, 몬레알레 대성당이 유네스코 유적으로 등록됐던 곳. 지중해(Mediterranea)와 이오니아 해(Mar Ionio), 티레니아 해(Mar Tirreno) 등을 고루 접한 매혹적인 시칠리아. 유럽 최고의 활화산인 에트나산(Monte Etna : 해발 3,323m)을 중심으로 짙은 녹음과 험준한 산악이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자연이 기다린다. 아몬드와 오렌지, 올리브가 섬 어디서나 반긴다. 우리의 오감이 간질간질한 봄날, 어떨까. 더 이상 미루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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