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르포] 평화 · 행복의 길을 찾아 부탄(Bhutan)에 갔다
2019-07-17 08:50:18 | 이상인 선임기자

[티티엘뉴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Bhutan). 1930년대 작가 제임스 힐튼은 부탄을 지구상 마지막 남은 샹그릴라로 묘사했다. 왕권 체제 국가지만, 국민행복지수를 가장 먼저 생각하며 나라, 자신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내려놓고 국민들을 위해 민주주의 제도를 택한 나라가 바로 부탄이다. 



자연과 전통을 사랑하는 부탄에는 화려한 액티비티 여행은 없다. 그럼에도 부탄은 반드시 가야할 여행지로 손꼽힌다. 다른 어떤 여행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 충실하며,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삶에 빠져든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람과 사람들의 조화를 가지고, 평범한 삶 속에서도 그들만의 행복을 느끼고, 누리며 사는 부탄의 모습에서 우리는 또 다른 여행의 목적을 찾게 된다.
 




모든 것이 풍요롭지 않지만, 마음이 풍요롭고,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지만 자연이 주는 화려함이 있는 부탄, 그들이 믿는 불교의 공(空)을 현실에서 느끼고 깨달아 그들만의 생활을 만들어 가는 부탄, 그곳만의 매력을 찾아 오늘도 많은 관광객들이 부탄을 찾고 있다. 



●부탄이 가진 행복의 비결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 히말라야산맥이 이어져 있는 부탄. 평지가 거의 없이 높은 산으로 이뤄져 있는 부탄은 사실 척박하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그들만이 느끼는 행복은 세계 제일이다. 

 




부탄 사람이 행복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물어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가족과 친구, 이웃 간의 사회적 유대와 사회 안전망을 말한다.


실제로 부탄 사람들은 '남'이 거의 없다. 아파트 옆집에 있는 이웃의 얼굴도 모르는 한국의 풍경과는 대조적이다. 가까우면 부모와 형제이거나 조금 멀면 사촌이다. 아주 멀면 친구다. 집안에 작은 일만 생겨도 친척 집에 와서 몇 달씩 기거하는 것이 보통이다. 마을에서 누군가 아파서 입원하면 마을 사람 모두가 병문안을 간다. 즐거움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 문화가 그들의 행복의 근원이다.

 




부탄 사람들은 신회, 헌신, 호혜, 측은지심, 존경, 충성,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긴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조화로운 네 친구라는 우화다. 이 이야기는 부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랑 받는 부탄 전래동화 ‘투엔파 푸엔시’이다.

 




제목은 ‘네 마리 동물의 우정’인데 부탄 어린이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동화다. 현지어로 ‘투엔파 우엔시’라고 불린다. 옛날 어느 숲속에 코끼리와 원숭이, 토끼와 공작이 살았다. 그들은 어느 날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저 맛있는 과일을 매일 먹을 수 있을까? 몇 날 며칠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러던 중 공작이 나서서 과일나무의 씨를 구해왔다. 공작은 부리로 땅을 파서 씨를 심었다. 얼마 후 토끼는 강에서 물을 길어와 물을 주었다. 원숭이는 동물들의 똥들을 모아서 만든 비료를 주었다. 그리고 코끼리는 이 나무가 자랄 때까지 든든히 보호막이 되어 지켜줬다.

 




그들의 노력으로 드디어 나무에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 열매가 익기를 기다려온 동물들은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나무가 너무 커서 네 마리 중 그 어떤 동물도 열매를 딸 수 없었다. 한참을 함께 고민하던 동물들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내어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것은 먼저 코끼리가 나무 밑에 서고 그 위에 원숭이가 올라서고 다시 그 위에 토끼가 올라서고 맨 위에 공작이 올라서니 그토록 소망했던 열매를 딸 수 있게 되어 과일을 맛있게 먹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혼자서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을 어려서부터 잘 일깨워 준 부탄 사람들의 현명함을 담았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성장한 부탄 어린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욕심내지 않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습관을 지니게 된다. 그것이 오늘날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행복지수를 가진 부탄을 있게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동화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 놓은 장면이 부탄을 여행하다 보면 많은 곳에서 볼 수 있어 이 동화를 생각하는 부탄 사람들의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부탄에서 깨달은 행복은 함께 밥을 먹고 전화를 하고 오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그들이 나에게 제일 소중한 사람들이란 것이다. 부탄을 자본주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척박하고, 힘든 삶으로 비치지만, 부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행복관을 이해하고 인생관을 깨닫는다면, 인생을 바르게 보는 법, 놓아주는 법, 내려 놓는 법을 통해 궁극의 행복은 채움이 아니라 비움에서 시작된다는 깨닫게 되면서 행복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부탄의 여행에서 얻는 제일의 비결이 바로 행복이다. 부탄에서는 이 점을 이해하고 부탄 관광을 시작해야 한다.   



●부탄 왕국 

 

부탄왕국은 총 면적은 3만 8394㎢로 한반도의 약 1/5이며, 인구는 약 72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보태족(50%), 네팔인(35%), 토착 부족 및 이주부족(15%)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도는 팀푸( Thimpu)며, 언어는 종카(Dzongkha) 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종교는 라마교(75%), 힌두교(25%)를 갖고 있다. 입헌 군주제를 취하고 있는 부탄은 지그메 케사르 남겔 왕추크 국왕이 국가원수로 재임하고 있다. 

 




화폐단위는 눌트룸(Ngultrum, NU)이며, 전화 국가 번호는 975번이다. 부탄 관광을 위해서는 비자 발급이 필요한데 관광료를 부탄 여행사에 지불해야만 관광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다.  


국기의 국기는 대각선을 따라 날개 없는 커다란 용이 다리로 보석을 잡고 있는 그림으로 되어 있다. 보석은 ‘부’를 의미하고 있으며 용은 순수이자 부탄 자체를 상징한다. 부탄이라는 국명도 ‘용의 나라’ 라는 뜻이다. 하얀색은 충성과 순결에 대한 예찬을, 노란색은 세속 군주를, 주황색은 불교를 의미한다.



●부탄의 기후 

부탄은 사계절이 있으며, 지역에 따라 열대기후, 온대기후, 고산기후 등으로 상이하게 나타난다. 남북으로 약 50㎞의 폭을 지닌 남부 구릉지대는 벵골 만으로부터 불어오는 습기 찬 바람을 받아 세계에서 가장 강우량이 많은 열대우림기후를 보이는데, 연간 강우량은 5000㎜~7000㎜이다. 계곡과 분지로 구성된 중간지대는 해발 1200~3000m의 산간지대인데, 연간 강우량은 1000㎜~1500㎜이다. 

 




중간지대는 기후가 온화하고 농경에 적합해 부탄 인구의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다. 북부 고산지대는 만년설에 덮인 험준한 히말라야 산맥이며, 산간에서는 목축업이 성행한다. 성수기는 3, 4, 5, 9, 10, 11월이며, 비수기는 1, 2, 6, 7, 8, 12월이다.



●부탄의 여행 콘셉트 

부탄의 여행 콘셉트는 자연을 접하고, 보고, 즐기고, 체험하는 에코투어리즘(ECO-TOURISM)이다. 히말라야 산속의 실내, 실외 온천 체험과 자연 속의 나만의 휴가, 그리고 나만의 힐링 찾아가기 등의 여행을 즐겨 보자.  

 




히말라야 깊숙한 계곡에 세상 사람들과 문명으로부터 격리된 아름다운 마을이 있다. 그곳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계곡이 많다. 특별한 갈등도 없고 사람 수도 적다. 전통을 따르고, 불법을 믿는다. 그 어디가 되든지 샹그릴라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고, 자연 속에서 하늘과 땅 사이에서 나만의 휴가를 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부탄여행이다.



●부탄 관광 역사


지난 1974년 부탄 4대 왕의 대관식이 거행될 때 외국 기자들을 초청했는데 최초로 많은 외국인이 부탄으로 들어온 기록으로 부탄 관광의 시작인 첫 사건이었다. 이전까지는 왕실 초청자가 아닌 일반 외국인 여행객은 한 명도 없었다. 대관식 후 4대 왕에 의해 시도된 부탄 근대화 작업의 일환과 안정적 달러 수입원 확보 차원에서 작은 규모의 외국인 단체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입국 허가를 받은 외국인들은 부탄이 자랑하는 문화유산인 죵과 사원의 방문이 허용됐지만, 파로와 팀푸에 국한됐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부탄 여행산업이 발전하게 된다. 

 




초청이 아닌 비용을 지불하고 들어온 최초의 외국 관광단체는 지난 1974년 미국 북동부 커네티컷주에 린드 브래드 여행사의 창립자 에릭린드 브래드가 데려온 그룹이었다. 린드 브래드는 부탄 여행 허가를 받게 됐으며, 부탄 정부는 연간 200명의 외국 관광객을 허용했다. 이 시기에 단체는 6명 이상만 가능했다. 하루 여행비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인 1일 1인당 미화 130$로 책정됐다.

 




그런데 당시 부탄에 공항이 없어 모든 여행객은 인도를 통해 육로로만 들어올 수 있었다. 부탄 남부의 푼츌링을 통해서 들어와야 했는데, 문제는 당시 인도 북동부 지역이 여행 제한 구역으로, 인도 정부로부터 특별한 허가를 받아야만 출입이 가능했다. 델리에 있는 인도 외무부에 신청 후 6주 만에 허가서를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어렵게 받은 허가서로 인도 동북부로 와서 푼츌링 국경을 통해 부탄으로 들어온 후 파로와 팀푸까지만 방문이 가능했던 것. 이후 개방 지역이 서서히 확대됐다. 

 




지난 1978년 푸나카와 왕듀포드랑 방문이 허용됐고, 1982년에 통사와 붐탕까지도 개방됐다. 일반인에게 트레킹이 개방된 것은 지난 1978년이다. 하지만 서부 부탄에 한정됐었다. 1982년부터 중부 부탄 트레킹이 허용됐으며, 1983년 부탄에 첫 국제공항이 개항했다. 곧이어 부탄 국영 항공사인 드룩항공(Druk Air, KB)을 설립했다. 드룩에어는 프로펠러 소형 비행기로 캘커타로 운항했다. 이로 인해 어렵게 받아야 했던 인도 북동부 입경 허가와 오랜 시간 차를 타야만 했던 부탄 여행이 한결 쉬워졌다. 

 




1990년 파로 공항 활주로 확장 공사 준공으로 중형 여객기 BAe146 Jet Aircraft가 운항이 시작됐다. 72인승 중형기로 파로에서 델리와 방콕까지도 운항이 가능하게 됐다. 1991년까지 모든 관광산업은 부탄관광청의 독점이었지만, 1991년부터 민간에게 개방되면서 많은 여행사가 설립된다. 초기에 설립한 여행사의 임직원들은 과거 정부 관광청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민간에게 이양된 관광 산업은 정부에서 고시한 여행비를 기준으로 자율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였다. 부탄 통상산업부 산하의 관광청은 이들 에이전시를 관리, 감독하는 기능으로 재편됐다. 



●부탄 전문 산악 등반의 역사

 

부탄에는 에베레스트 같은 8000m급 고산은 없다. 하지만 아름답고 웅장한 6000m 이상의 히말라야 고봉이 즐비하다. 아직도 미개척 산들이 곳곳에 무수히 많다. 이중 상당수는 이름조차도 없는 봉우리들이며, 유일하게 유명한 봉우리는 죠모랄리 뿐이다. 죠모랄리는 에베레스트 등반가들에 의해 알려졌다. 에베레스트 동쪽 루트상에 본 죠모랄리는 매우 인상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1921년 영국의 등반가 조지 라이프 멜로이 일행이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면서 죠모랄리에 관해 묘사한 기록이 있다. “경악할 정도로 아름답다” 고 했고, “춥고, 진저리 날 정도로 섬뜩했다”고 말했다. 즉, 아름답지만,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매우 추운 지역이다. 

 




죠모랄리의 첫 등반은 1937년 F스펜서 샤프맨과 파상라마에 의해서다. 이후 특별한 죠모랄리에 관한 기록은 없고, 1979년 인도-부탄 연합등반대가 죠모랄리 정상을 밟는다. 1964년부터 65년까지 마이클 워드와 닥터 프레드릭 잭슨은 부탄 전역의 산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를 한다. 이때 해발 5500~5800m의 봉우리 몇 곳을 등반한다. 그 조사결과로 그들은 부탄 히말라야를 따로 분류하게 된다. 1985년 일본의 한 등반대가 해발 7,541의 강카르 푸엔숨은 1980년 영국과 일본 등반대가 수차례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강카르 푸엔숨은 세계에서 7000m 이상 급의 유일한 미완등 봉우리로 남아있다.
 




네팔 히말라야에 비해, 부탄 히말라야는 눈과 기후의 변화가 더 심하고 혹독하다. 세계적인 등반가가 속한 미국등반대도 시도하였으나 역시 실패했다. 저명한 등반가 레인홀드 매스너는 부탄의 그 어떤 고봉도 오르지 못했다. 여러 차례의 시도가 모두 실패하면서 그는 “혹독한 눈을 헤치며 했던 등반은 차라리 죽고 싶을 정도였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현재 부탄 당국은 종교적 이유로, 일부 산의 등반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등반 금지된 산은 부탄 역사상 중요한 성지이다. 



 


부탄= 이상인 선임기자 lagolftime@ttlnews.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