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스타 전격 인수...한국 LCC 시장 재편 물꼬트나
덩치 키우는 메가 캐리어(Mega Carrier) 전략 현실화
경기부진과 수익성 하락 심화...LCC 시장 구조조정 신호탄
2019-12-18 18:05:51 , 수정 : 2019-12-18 18:51:38 | 권기정 기자

[티티엘뉴스] 12월 18일 국내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7C)이 5위인 이스타항공(ZE)을 인수결정으로 업계전문가들은 항공업계의 재편과 구조조정이 시작되었다고 전망 중이다. 이번 제주항공(7C)의 이스타항공(ZE) 인수를 통해 LCC업계는 그동안 물밑에서 논의되었던 인수합병(M&A)이 수면 위로 떠올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를 인수합병하는 시장구조와 덩치를 키우는 메가 캐리어(Mega Carrier) 정책이 눈 앞에 본격화 될 것이라 항공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 제주항공

 

제주항공(7C)은 12월 18일 이스타항공(ZE)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번 계약을 통해 이스타항공 지분 51.17%(497만 1천주)를 인수하게 되면 경영권을 확보한다. 이후 제주항공은 1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사모전환사채(CB)를 발행을 18일 오후에 공시했다. 표면이자율은 1%, 만기이자율은 0%다.

 

▲ 이스타항공

 

그동안 애경그룹 산하 제주항공(7C)은 아시아나항공(OZ) 인수전에서 여러 가지 문제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결국 HDC현대산업개발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애경그룹은 다른 저가항공사를 인수 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전해졌다. 그동안 타 LCC들이 상장을 하는 동안 상장을 못한 이스타항공(ZE)은 매출부진과 야심차게 도입한 2대의 보잉 737맥스가 운항금지 문제로 경영위기를 겪으면서 꾸준히 매각설이 나왔고 특히 하반기 일본 노선 타격 등 악재가 결정적으로 터지면서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의 주식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스타항공 헐값 매각?

 

이스타홀딩스 측이 지분 매각을 위해 국내 대기업, 사모펀드(PEF) 등과 접촉했으며 지난 10월에는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39.6%를 960억 원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는 이전보다 이스타항공의 지분이 12%가 늘어난 51.17%(497만 1천주)지만 인수금액이 695억원대로 알려지면서 그동안 이스타항공의 가치는 영업 부진 등으로 이전보다 상당히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발표는 이스타항공이 코너에 몰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695억원대 매각 가격은 부채규모에 감안하더라도 이스타항공의 부채가 예상보다 많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 주식매매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경영 위기는 일단 해소되는 모양새다. 제주항공 역시 이번 발표로 주가가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를 받았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에 대해 "항공사 간 결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양사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 및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이 같은 배경에서 이스타항공에 먼저 매각을 제안했으며, 이스타항공은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큰 결단의 차원에서 제안을 수용하고 현재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제주항공은 이달 12월 26일부터 2020년 1월9일까지 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항공산업 구조 개편 속도낼 것?


애경그룹은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에 종가기준 약 695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용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때 써냈던 1조 5천억 원 내외 금액의 4.6% 수준인 695억원으로 이스타항공을 인수함으로써 아시아나 항공 입찰 대신 '알뜰하게 인수‘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순조롭게 인수한다면  항공노선 점유율은 무려 15.2%에 달한다. (제주항공 10.18%, 이스타항공이 5.02%) 단순 합산으로 봐도 LCC 2위인 진에어(7.56%) 점유율과 2배이상 차이가 난다. 결국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메가 캐리어(Mega Carrier)가 필연적으로 필요한 순간이 되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항공산업이 미국과 유럽의 예를 보듯 ‘메가 캐리어(Mega Carrier)’ 로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항공자유화가 진행된 유럽이나 미국의 항공사들은 과잉 경쟁으로 생존이 어려워지자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이 진행되었다. 유럽연합(EU)도 역시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항공 자유화 프로그램을 시행하자 경쟁력이 약해진 유럽 항공사들이 자연스럽게 조조정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메가 캐리어(Mega Carrier)’정책으로 변화했다. 그 결과 미국의 델타항공은 노스웨스트항공과 합병하였고, 유나이티드항공은 콘티넨털항공을 유럽의 에어프랑스와 KLM도 한 지붕밑에 있게 되었다. 독일의 루프트한자는 스위스항공, 오스트리아항공을 인수하여 몸집을 키웠다.

 

▲ 미국 델타항공

 

국적기인 대한항공도 지난 12월 2일  실시된 정기임원인사에서 사장 이하 임원의 직위 체계를 기존의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이는 등 임원 수를 종전 108명에서 79명으로 20% 이상 감축하였다. 이어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접수를 시행 중이다. 만 5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한 일반직, 객실 승무원이 대상이며 신청 마감일은 23일이다. 단 운항 승무원과 기술·연구직, 해외근무 직원 등 일부 직종은 제외했다.

 

▲ 대한항공


LCC의 경우는 더욱 경쟁이 치열해져 미국의 경우 30여 LCC업체에서 9개 업체만 남아 운항중이고 독일은 9개 중 5개가 남았다. 일본은 8개 업체, 캐나다는 11개 중 4개 업체, 중국은 6개 업체, 영국은 16개중 6개만 남았다. 유럽의 대표적 저비용항공사(LCC) 라이언에어도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였다. 마이클 오리어리 라이언 에어 CEO(최고경영자)는 “4~5개 대형 항공그룹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항공시장이 어렵다는 것을 토로했다.

 

▲ 티웨이항공

 

 

한국도 7개 LCC업체(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 에어서울, 이스타, 플라이강원)가 운항중이고 이후 2개 업체(에어프리미아, 에어로K)가 AOC를 준비중이다. 여기에 50인승 미만 항공기를 운영하는 코리아익스프레스와 하이에어 등 2개 업체 그리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까지 합치면 13개 항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에 HDC현대산업개발그룹에 인수된 아시아나,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3개 항공사를 엮어 자연스럽게 ‘메가 캐리어(Mega Carrier)’ 정책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자회사인 진에어의 국토부 제제가 끝나면 더욱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LCC 업체들도 무엇인가 행동을 하지 않으면 생존의 문제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 올 것이다.  결국 시장은 1) 대한항공+진에어 2)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3) 제주항공+이스타항공의 '빅3'를 중심으로 나머지 LCC와의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 소형 항공 운송사업자인 하이에어

 

항공업계 저명한 관계자는 "업계 내부에서는 대부분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저비용항공사간 출혈 경쟁이 심해지고, 경기 부진으로 인한 성장성 하락과 수익성 답보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각자도생은 더욱 힘들어 질것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일단 LCC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보여주는 긍정적 변화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좌석점유율 평균만 봐도 한국 저비용항공산업이 이미 과포화 상태에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간 가격 경쟁은 앞으로 치킨게임으로 흘러갈 양상이 큰데, 지금처럼 인수합병과 노선 교환 등의 적극적인 전략을 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