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대리점이 페이스북에서 지원금 받은 사연
정부 지원금보다 3배나 많아…정부도 외면한 소규모 여행사 지원해
2021-02-08 12:22:12 , 수정 : 2021-02-08 21:58:54 | 정연비 기자

[티티엘뉴스] 코로나19 장기화로 여행업은 사상 최악의 업황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지원책 없이 1년 가까이 극한의 상황을 버티는 가운데 오히려 국내외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빠진 여행업자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사례들이 속속 등장했다.

 

 

국내기업에서는 신세계 이마트가 약 10개월 간 이마트 내 입점 여행사에게 임대료와 관리비 등 고정비용을 지원했다는 소식에 이어 페이스북(Facebook)이 지난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전 세계 30여개국의 최대 3만여 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소규모 비즈니스 지원 프로그램을 전개해 일부 업체들의 숨통을 틔운 것이다.

 

여행업계의 지원 사례는 하나투어 전문판매대리점인 하나BTS의 위희건 대표가 페이스북으로 부터 지원금을 받게된 경위를 다수에 공유하면서 자세히 알려졌다.

 


위희건 하나BTS 대표(본인 제공)

 

위 대표 역시 여타 여행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후 매출과 수익 제로 상태를 겪던 지난해 9월 하순, 페이스북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일정한 조건의 대한민국 소상공인 대상자로 선정됐으니 지원금을 신청을 하라는 메일을 받게 됐다.

 


신청 완료를 알리는 공지 메일 

 

처음에 스미싱 메일인줄 알고 넘기려던 위 대표는 여러 차례 확인 후 페이스북에서 정식으로 보낸 것을 인지해 자격 요건을 확인하는 메일을 통해 신청 접수했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지원금 후보대상자로 선정됐고 이후 지원금 수령을 위한 영문 비즈니스 계좌정보를 넘겼다. 신청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여러 차례 의심을 거둘 수 없었고 지원금을 수령 직전까지도 믿기지 않았지만 위 대표는 최종적으로 페이스북 본사에서 3000달러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게 됐다. 은행 수수료를 제하면 한화 약 302만원에 달했다.  

위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엄청나게 피해를 보고 있는 대한민국 소상공인여행업자로 그저 페이스북 비즈니스 페이지를 활용해 조금의 마케팅을 했을 뿐인데 거금 3000달러를 지원해준 페이스북에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주거래 은행에서 위 대표 앞으로 송금 내역을 알린 공지 

 

 

위 대표가 혜택을 받았던 제도는 페이스북의 소규모 비즈니스 지원프로그램으로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전세계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마련됐다.

 

페이스북 측에 한국 기업들에 이뤄진 지원규모를 문의했으나 지원 당시 국내에서는 약 450여 곳의 기업 선정 예정이었던 점 외에 최종 지원을 받은 국내 기업들의 세부사항들은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받았다.

다만 국내에서 지원 프로그램 도입 당시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국가 경제에 중요한 주체인 중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일은 페이스북의 성장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이번 지원금 프로그램과 앞으로의 여러 기능적 지원들이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전해 그 목적성을 내비쳤다.

 


▲페이스북 소규모 비즈니스 지원금 프로그램 신청 연결 페이지 

 

 

페이스북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페이스북코리아의 사무실이 위치한 서울 지역의 소규모 사업체 중 2020년 1월1일 기준으로 직원이 2인 이상 50인 이하로 1년 이상 사업을 해왔던 기업은 업종에 관계없이 9월23일부터 29일까지 '페이스북 소규모 비즈니스 지원금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도록 안내됐다.

 

기업들은 신청과정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를 위해 만들어진 질문지에 답변했고 페이스북은 신청 기업들의 코로나19 피해정도와 시급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원금 대상자를 최종 선정했다. 위 대표와 같이 선정된 기업에게는 각 300만원의 현금과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180만원 상당의 광고지원 혜택이 제공됐다. 광고 크레딧의 경우, 기업이 수령 여부를 선택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은 여행을 포함 크게 12개의 분야들을 광고 프로덕트 주력 업종으로 품고 있는데 해당 업종들은 중소업체들의 비중이 높고 온라인 디지털 광고 활용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이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와 함께 세 번째 발간한 ‘중소기업 현황 보고서(State of Small Business Report)’에 따르면 2020년 7월 한달만 봐도 디지털 채널을 통해 매출의 4분의 1 이상을 달성한 중소기업이 44%에 달하는 등 비대면 소비와 이에 따른 온라인 플랫폼의 중요성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페이스북 내부에서도 광고주의 한축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페이스북 유입에 고스란히 반영되자 그 심각성을 확연히 체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마크 주커버그 CEO 와 셰릴 샌드버그 COO를 포함한 페이스북 최고 경영진은 광고주 관리 핵심을 중소기업으로 맞춰오며 페이스북이 중소기업들에 집중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배경 역시 그동안 다수의 외신을 통해 표출해왔다.

지난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주커버그 CEO는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이 몇몇의 대형 광고주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우리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모든 비즈니스를 소중히 여기지만, 이제 우리의 비즈니스의 가장 큰 부분은 중소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동일 매체에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전 세계 3만 개 기업이 운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페이스북의 약속을 설명하기도 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는 “페이스북은 끊임없이 새로운 어려움에 맞닥뜨리고 있는 여러분의 비즈니스에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비즈니스를 계속 운영하고 고객과 소통하는데 도움이 되는 팁과 교육 등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여행업계에서는 영리 목적의 기업이나 개인의 배려에 언제까지 기댈 수 있냐는 우려와 계속 여행업 현장은 배제된 정부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촉구중이다. 

장기화된 코로나19로 여행업체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실질적으로 중소규모의 여행업자들에게 도움이 된 사례는 대기업이나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절감해주거나 금융권 대출 조건 완화, 페이스북의 소규모 기업 지원 프로그램 등 기업이 기업의 어려움을 헤아려준 상황으로 그치고 있다. 그마저도 일부 지역과 소수의 기업만이 혜택을 받았을 뿐이다. 

앞서 사례에 소개된 위 대표의 경우도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사무실의 임대관리비로 매월 200만 원 가량을 코로나 이전과 동일하게 지출하고 있었기에 손실액 대비 새 발의 피인 정부 지원과 페이스북의 이번 지원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음을 고백했다.

위 대표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소상공인 자영업자로서 10여 년간 국가에 세금과 4대 보험 등을 착실히 냈고 많지 않아도 직원 3명을 고용한 본인에게 정부는 코로나 발생 이후 1년 동안 가장 큰 피해 본 여행업도 일반업종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지원액도 100만원에 그쳤다”고 아쉬워하며 “국내 기업도 아닌 글로벌 기업인 페북의 통큰 지원 정책을 반영해 정부도 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본 국민을 보듬고 위로해줬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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