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남 작가 제주4.3 사건을 주제로 사진전시회 열어
2018-03-27 21:46:31 | 권기정 기자

[티티엘뉴스] 중견 사진작가 유별남이 제주도 4.3 사건을 주제로 한 사진전 '빗개'를 갤러리 류가헌에서 4월3일부터 열린다.

 

 

빗개는 제주에서는 처녀를 비바리라 부르듯이, 어린 소년소녀들을 빗개라 불렀다. 하지만 여기서의 빗개는 1948년 일어난 4.3사건 당시 토벌대와 무장대를 피해 제주 땅 곳곳에 몸을 숨긴 주민들이 은신처를 지키고자 망보기로 세웠던 아이들을 일컫는다.

 

▲ 어리목 (사진 : 유별남 사진 작가)

 

여기 이 제주 풍경들은, 70년 전 참혹한 학살이 벌어졌던 제주 다랑쉬굴 앞에서, 도틀굴 숲속에서, 정방폭포 물살 뒤에서 망을 보던 소년의 시선으로 찍힌 사진들이다. 지금은 유적으로 분류된 학살터를 비롯해 '생존한 빗개’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된 장소들의 사계절이 사람의 시각과 유사한 화각에 담겨있다. 바로 그날의 4.3을 오늘로 환원하는 사진들인 것이다.

 

▲ 북촌리 (사진 : 유별남 사진 작가)

 

사진을 찍은 이는 유별남이다. 그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사람이다. 오랫동안 EBS의 <세계테마기행>, KBS <여섯시 내고향> 같은 유명 프로그램 출연자로 낯을 익혔다. 그 프로 들 안에서, 그는 ‘별남이’라는 이름처럼 친근하고 명랑한 표정으로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을 소개하는 여행작가로 등장한다. 다큐멘터리사진가들의 모임인 <온빛다큐멘터리>의 일원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여러 방송 프로그램과 책으로 선보인 사진들은 주로 해외의 난민과 빈민아동에 관한 것이거나 여행지의 풍광을 담은 회화적인 사진들이었다.

 

 

▲ 아끈 다랑쉬 (사진 : 유별남 사진 작가)

 

유별남이 채록한 ‘생존한 빗개’의 인터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토벌대든 무장대든 언제 누가 쳐들어올지 몰라 무서운 마음으로 숨어서 망을 봅니다. 어릴 때니까, 그렇게 종일 마을 뒷산에서 망을 보다보면 지루해지기도 합니다. 그럼 저도 모르게 주변에 풀꽃도 건드려보고 돌담에 기대 하늘도 올려다봅니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 고향 참 아름답구나....’ 그러다 새가 날아오르는 작은 기척에도 소스라쳐 놀라지요.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망을 보던 소년 ‘빗개’의 눈앞에 펼쳐진 풍광은 70년이 지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제주의 자연은 그때나 이제나 여전히 아름답다. 다만, 우리는 안다. 사람의 마음에 의해 풍경의 명도가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이제 제주의 풍경은 4.3을 알리려 노력하는 저마다의 일성에 의해 그 명도가 달라질 것이다. 아무리 아프고 힘든 일일 지라도 아름다운 제주 풍경의 한 겹을 벗겨내고 사건의 진상과 진실을, 그 속살의 사연들을 들여다보아야만 한다. 그것이 묻히고 사라져가던 방언인 ‘빗개’의 이름을 되살려, 유별남이 이 사진들을 세상에 전하는 이유이다.

 

▲ 유별남 사진 작가

 

■ 전시 제목 : 유별남 사진전 - 빗개

전시기간: 2018.04.03(화) - 2018.04.22(일)

초대일시 : 2018년 04월 03일 화요일 6:00pm

관람시간 : 11:00am - 06:00pm

휴관일 : 월요일 휴관

관람료무료

장소 : 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류가헌 1관, 2관)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