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Talk] '목격자' 곽시양 - 촬영할수록 몰입되어 힘들었다
2018-08-16 22:02:55 , 수정 : 2018-08-16 22:07:32 | 이민혜 기자

[티티엘뉴스] 방학과 휴가 기간으로 폭염만큼이나 뜨거운 여름 극장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4대 메이저 배급사가 승부수로 내건 한국 영화는 총 3편으로 그 중 실화 모티브 스릴러 영화 '목격자'(감독 조규장)가 15일 개봉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비명소리를 듣고 베란다에 나간 '상훈'(이성민)은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신고하려던 순간,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자신의 아파트 층수를 세는 범인 '태호'(곽시양)과 눈이 마주치면서 그의 다음 타깃이 된다. 단 1초도 멈출 수 없는 추격전을 그리는 '목격자'는 연쇄살인범 정남규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해 2008년에 개봉한 실화 바탕 영화 '추격자'(감독 나홍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개봉을 앞두고 살인범 '태호'역을 맡은 배우 곽시양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이번 역할을 위해 13kg이나 찌웠다고 했다. 어떻게 찌우고 다시 뺐는지?
 

A. 시나리오에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고 감독님하고 성민 선배님과 같이 현장 답사를 갔다. 실제로 보니 아파트가 굉장히 커 보였다. 그래서 아파트와 주거공간에서 위화감을 주지 못하면 첫 장면에서 시시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얘기를 나누고 살을 찌우기로 했다. 돈도 많이 들었다. 치킨, 피자 등을 많이 먹었고 다시 살을 빼야 하는데 어느 순간 대식가가 되어 있어서 힘들었다.
 

Q. 영화 속에서 망치도 사용하고 모자도 쓰고 나오는데 소품의 디테일이 더 무섭게 만든 것 같다.
 

A. 모자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살인자이다 보니 살인자가 두려워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라고 생각해서였다. 회피를 위해서 썼고 망치는 처음 시나리오부터 있었다. 왜 망치였는지는 몰랐지만 연쇄살인마들이 다양한 무기를 쓰지는 않는다. 쇠파이프면 그거 하나만 쓴다. '태호'도 망치가 자신의 주 무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Q. 영화 '추격자'의 하정우 씨가 떠오르기도 했다. 곽시양만의 캐릭터를 만든 것 같은데.
 

A. '추격자'는 대사를 어느 정도 외울 정도로 굉장히 많이 봤다. 우리나라 추격 스릴러 몇 편 있는 것도 자주 봤다. 처음 공감대를 못 살 때 다른 영화의 캐릭터를 모방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하고 얘기하면서 어떤 게 가장 무서울지 생각을 제일 많이 했다. 가장 평범한 게 제일 무서울 것 같았다. 그게 어떻게 보면 연쇄살인마들에 있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힘주고 영화스럽게 만들면 영화 흐름과 다른 캐릭터가 될 것 같았다. 가장 평범하게 눈빛도 힘을 주지 않고 행동도 과하지 않게 생활밀착형에 가장 잘 맞는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했다.
 

Q. 스릴러를 좋아하는 편인가?
 

A. 스릴러보다 공포물을 좋아한다. 멜로도 좋아하지만, 귀신, 좀비 나오는 거 좋아한다. 멜로는 오랫동안 사랑하는 작품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감독 도이 노부히로)이다. 비 오는 날이면 그 영화가 생각난다. 공포 영화는 '엑소시스트'(감독 윌리엄 프리드킨), '레지던트 이블'(감독 폴 앤더슨) 좋아한다.

Q. 흙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명장면인데 비하인트 스토리가 있는지?
 

A. 성민 선배님하고 그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서 체육관에서 합 맞추는 연습을 오래 했다. 성민 선배님이 합 맞추다가 이거 너무 개싸움 같지 않냐고 하셨다. 욕이 아니라 진짜 개들이 싸우는듯한 느낌이 든다고 유튜브에서 개들끼리 싸우는 걸 보여줬다. 어느 개가 물고 절대 안 놓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상훈'의 감정이 극도에 달했을 때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팔을 물고 안 놓는다. 살점이 뜯겨 나가는 그 모습은 성민 선배님이 내신 아이디어이다. 영화에 접목하게 되었고 많이 다치기도 했다. 발로 차고 밟는 장면이 있는데 나뭇가지 몽우리를 치운다고 다 치웠음에도 튀어나와 있는 곳을 세게 밟아서 근육을 다치기도 했다. 한동안 절뚝거리면서 다니고 얼굴에 스크레치 생기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 추운 날 말만 해도 입김이 나오는데 비도 맞아야 했고 밑에 흙이랑 돌이 많아서 컷 소리 나면 추우니 대피소 가서 몸에 들어간 흙을 서로 빼준 기억이 있다. 콧구멍에 흙탕물이 들어가 역류하면 그게 진짜 아프다.
 

Q. 추격 스릴러라 뛰는 장면이 많은데 근육도 다치고 그랬으면 힘들지 않았나?
 

A. 뛰는 거에는 무리가 없었다. 살이 급격히 찌니 심하게 뛰면 무릎이 아픈 정도였다. 촬영 감독님이 모든 장면을 따라오고 시선 컷을 잡는 것 때문에 더 힘드셨을 것 같다.
 



Q. 예전에 층수 세는 거 등 사이코패스 테스트하는 것이 유행했었다. 해본 적 있는지?
 

A. 한참 사이코패스 테스트 유행할 때 SNS에 많이 올라왔었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해봤지만, 일반적인 사람으로 나왔다. 사이코패스 아니에요.(웃음) 감독님이 옛날에 했던 테스트이기도 하고 맨 처음 장면에 넣으면 사람들이 무서워할 거라고 했다. 진짜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데 살인자와 눈이 마주치고 집 층수 세고 있으면 목격자가 얼마나 무섭겠는가 하면서 그 장면을 찍었던 기억이 있다. 나 같으면 못 숨을 것 같다.
 

Q. 실제로 목격자였다면 어땠을까?
 

A. 신고를 당연히 해야지, 왜 못하냐고 많은 분이 물어본다. 혼자라면 신고했을 거다. 지켜야 하는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고, 누군가 나 때문에 다치기 시작한다면 신고 못 하고 모른 척 할 것 같다. 선배님처럼 나중에 히어로 아빠까지는 못되겠지만 중간에 짐을 싸서 도망을 간다든지 하지 않을까 싶다.
 

Q. 연기하고 몰입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A. 처음에는 몰랐는데 촬영하면 할수록 몰입이 되었다. 집에 혼자 있으면 외롭기도 하고 우울하고 몸이 쳐졌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 그런 게 있었다. 촬영장 가면 성민 선배님께서 인형 뽑기 하듯이 나를 데려다가 컨디션 어떤지 물어봐 주시고 촬영하면 어떨 것 같은지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기분 좋게 만들어주셨다.
 

Q. 이성민 배우는 어떤 선배님인가?
 

A. 살찌울 때 원래 목표량이 10kg이었다. 촬영하는 내내 선배님이 먹을 거를 많이 해주시고 사다 주셨다. 남기면 안 되니까 그걸 다 먹었는데 그래서 3kg이 더 찐 것 같다. 선배님이 리더쉽이 굉장히 좋으시다. 리더쉽도 사람이 좋지 않으면 못 따라간다고 생각한다. 후배들, 스태프분들, 선배님들을 선배님이 다 챙기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반했다. 후배가 생기면 선배님에게 보고 배운 것을 내가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정말 신기하다. 다들 촬영장에서 힘이 없어 보이는데 액션만 하면 사람이 확 바뀐다. 어떻게 그렇게 확 바뀌냐고 물어봤더니 쓸데없는데 힘을 안 쓴다고 하셨다. 순간적으로 집중할 때 쓰는 에너지 같은 것도 많이 배워야겠다 싶었다. 연기적인 부분은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이다 감정선, 아이디어를 주시고 스마트한 부분 등 칭찬하면 끝이 없을 것 같다.
 

Q. 다음에 또 함께 호흡을 맞춘다면 어떤 것을 하고 싶나?
 

A. 이미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 '목격자' 등 세 작품을 함께했지만 힘든 것만 함께한 셈이다. '로봇, 소리'에서는 많이 울었고 '굿바이 싱글'에서는 붙는 장면이 없다. '목격자'에서는 살인마와 목격자 관계여서 다음에 한다면 '보안관'(감독 김형주)처럼 유쾌하고 재미있는 그런 영화였으면 좋겠다.
 

Q.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는지?
 

A. 항상 많은 분에게 나는 상남자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많은 분이 나를 상남자로 절대 안 본다. 대형견처럼 많이 보는데 남자다움을 표현하고 싶다. 성격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고 남자라면 남자의 진한 누아르 한 번 꼭 해보고 싶은 그런 게 있다. 윤종빈 감독님이 누아르를 준비한다는 것 같던데. (웃음)
 

Q. 영화 개봉하고 나면 강렬한 캐릭터로 인식될 것 같은데.
 

A. 나 자신에게 뿌듯할 것 같다. 어떻게든 바라는 모습으로 연기 변신을 했으면 한다. 연기 많이 늘었다는 말을 듣고 싶다. 미래에는 '역시 곽시양'이라는 수식어를 가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나를 알아봐 주면 뿌듯할 것 같다.
 

Q. 평소에 즐기는 취미는 무엇인가?
 

A. 집 밖은 잘 안 나간다. 스케줄 없어도 가끔 운동은 하는 정도이다. 밖에 아가면 술을 마셔야 하는데 술을 잘 못 마신다. 친구가 많지는 않아서 노는 친구들하고만 노는데 게임을 하는 거 좋아한다.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총 게임 등. 자취하고 있는데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은 예능도 다 해야 하는 것 같다. 얼굴 잊혀지지 않고 많은 분께 인지도 올릴 수 있고 관심받으려면 배우라고 해서 영화만 하고 연극만 해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Q. 여행도 즐겨 하는지?
 

A. 좋아하지만 같이 갈 사람이 없다. 혼자 가기엔 너무 외로울 것 같다. 해외여행은 아직 언어가 부족하다. 아직은 부모님이랑 다니고 싶다. 혼자 여행을 가면 많은 것에서 시야가 넓어지고 좋은데 부모님께서 해외를 못 가보셔서 같이 가볼 생각을 하고 있다. LA 갔을 때 심적으로 편했었다. 도시 자체가 북적이지 않고 굉장히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어서 좋았다. 하는 일이 치열하다 보니 그런 느낌을 받는 게 좋다. 쉬러 갈 거면 동남아에 가서 맛있는 거 먹고 구경하고 싶다.


Q. 올해 남은 목표가 있다면?
 

A. 영화 작품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주연으로서 긴 호흡을 해봤는데 너무 즐겁고 살아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집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밖에서 일하면서 지낼 수 있는 게 가장 큰 원동력이겠다는 생각,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어떤 일이든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목격자'의 관람 포인트는?

A. 여름에는 스릴러가 제격이다. 우리 영화는 현실성이 많아서 공감 많이 하실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주는 메시지가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도 있지만 무관심이다. 현대인들이 만들어낸 무관심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한 것도 있다 보니 다른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점이 현실성이다.



사진ⓒ 스콘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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