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酒식회] 나만 알고 싶은 스피크이지 바, 한남동 '바로크'
2018-08-29 18:20:27 , 수정 : 2018-08-29 18:39:23 | 이민혜 기자

[티티엘뉴스] 미국 금주법 시대(1919~1933)에는 정부의 단속을 피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고 홍보도 하지 않아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비밀스러운 가게들이 있었다. 일명 스피크이지 바(speakeasy bar)로 불리는 이 술집들은 금주령이 종료되면서 일제히 사라졌으나 2000년 중반 미국 뉴욕에서 다시 등장하며 큰 히트를 쳤다. 이후 홍콩, 일본으로 확산되며 2012년부터는 서울 한남동에서 시작으로 강남과 홍대로 확산되어 지금은 이색적인 트렌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오픈된 분위기에서 손님들로 붐비는 시끄러운 술집과는 달리 잔잔한 재즈 음악과 프라이빗한 분위기는 혼술하고 싶은 나만의 아지트 혹은 분위기 있는 데이트코스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한남동에 위치한 '바로크'는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 자리하고 있다. 벽도 문도 온통 검은색에 도대체 뭐 하는 곳인지 알 수 없는 곳을 주민들은 한 번씩 기웃거리며 궁금해하기도 한다. 저녁 시간 바가 오픈하고 조용히 문을 열면 그 안에는 작지만 화려한, 조용하고 분위기 좋은 공간이 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스피크이지바인 셈이다.

 

 

한쪽 벽에 빼곡히 놓여있는 각종 술병은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져 마치 서울 도심의 야경을 표현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익숙지 않은 문화이지만, 일본이나 해외 대부분 바가 그렇듯 '바로크'도 인당 5천 원의 테이블 차지가 있다. 간단한 스낵이 안주로 나오는 것과 자릿세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바로크의 메뉴판에는 '우연과 자유분방함 속에 질서와 논리의 미술 양식인 바로크풍에서 이름을 딴 저희 업장은 의외의 장소에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숨겨진 아지트에서 위스키와 칵테일을 즐기며 단지 취하기만 하는 술 문화가 아닌, 술과 분위기를 함께하는 사람과 즐기는 문화공간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한국의 흔한 술 문화와는 다르게 천천히 진짜 술을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최근에는 오마카세 칵테일 메뉴가 있어 베이스, 술의 도수, 양 등을 고를 수 있어 취향에 따라 맞춤 칵테일로 주문도 가능하다.

 


'바로크'의 루카 대표는 한 바를 운영하는 바텐더로서 이태원 한남동 칵테일 위크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칵테일 연구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양에서 처음이자 한국에서도 처음으로 열린 데킬라 칵테일 대회에서 TOP6로 선정되어 전 세계에 천 개 한정으로 만들어졌다는 리미티드 트로피를 이수하기도 했다.

 

서양에서 바텐더는 '테라피스트'(Therapist)이자 '약사'(pharmacist)라는 말이 있다. 정신적으로 치유가 되는 대화를 나눠주고 술이라는 약을 처방해주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속에 지쳤다면 나만의 숨겨진 스피크이지 바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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