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Talk] '마약왕' 송강호 "부족하지만 늘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2018-12-26 19:39:37 , 수정 : 2018-12-26 19:43:44 | 이민혜 기자

[티티엘뉴스] 연말 시대극 대작으로 분류되는 영화 <마약왕>이 19일 개봉했다.


영화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 년대, 근본 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크리스마스 휴일동안 <마약왕>의 흥행과 함께 영화 속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송강호)의 리얼리티에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약과 총격전이라는 대한민국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영화 속 사건들이 실화라는 것에 놀라움을 표하는 관객들이 늘며 연일 화제를 모은 것이다. 부산의 하급 밀수업자로 출발해 부와 권력을 거머쥐고 아시아를 제패한 마약왕에 등극, 끝내 광기에 사로잡히는 영화 속 마약왕 이두삼의 전사는 제작진의 자료조사와 상상력에 입각했다. 우민호 감독은 1970년대 실제 대한민국에 충격을 주었던 마약유통사건과 관련된 신문기사에서 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영화 속 이두삼을 검거하기 위해 저택을 둘러싼 김인구 검사(조정석)와 경찰들의 모습은 신문의 검거 장면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했다.
 

티티엘뉴스는 개봉을 앞두고 마약왕 '이두삼'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Q. 결과물을 본 소감은.
 

A. 전반부는 유쾌하고 경쾌하게 가다가 후반부가 생경한 부분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양식과 구성을 지녔다고 생각하고 신선하고 새롭게 받아들였다. 당황스럽게 기존 드라마의 양식이 아니다보니 오히려 초반에 몰입되는 느낌이 들어 새로운 경험이었다.
 


Q. 작품에 있어서 감정선이나 표현에 가장 염두를 둔 부분이 있었나.


A. 마약이라는 것이 나뿐 아니라 누구든 경험하지 못한 세계니까 막연한 추측을 총동원했지만, 관객들에게 현실감 있게 보이고 싶고 가짜처럼 안 보이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Q. 악착같이 살아온 아버지같은 느낌도 있었다. 캐릭터의 전사가 어떤지?
 

A. 아버지 세대가 자식을 위해서 희생했던 대표적인 시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당신들의 어떤 삶과 행복보다는 자식들의 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그래서 정말 열심히 일하며 살아오셨던 시대같다. '이두삼'이라는 인물도 나쁜 사람이지만,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했을 거다. 나쁜 길로 접어들어서 파멸을 맞는데 '이두삼'이라는 인물이 처음부터 나빴으면 오히려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같이 느껴졌을 것 같다. 오히려 현실감 있게 '이두삼'이라는 인물이 처음부터 괴리감 있게 전달이 안되고 주변에 있는 마약이라는 존재도 언제든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무서운 것이니 그런 지점이 있는 것 같다.



Q. 초반에는 아버지 모습 같아서 당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악행인데도 응원하게 된다. 엔딩이 궁금하기도 한데 완벽하게 정해둔 상태였는지?


A. 사실 엔딩이 다른 버전이 있다. 그 엔딩은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두삼'의 묘한 모습에서 끝나는 실제 엔딩은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 같았다. 과연 마약이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 같다. 사라졌다가 우리 곁에 올 수 있는 사회악이지 않나 측면도 있고, 인간의 파멸의 종지부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도 던져준다. 영화 '내부자들'은 늘 익숙한 상자 구조라고 하는데 그래서 '내부자들'은 전형적인 구조에 익숙한 양식이라면, '마약왕'은 엔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당황하시는 분들도 있고 호불호가 있다고 들었다. 찍은 장면 중 다른 장면은 교도소에서 나오는 장면도 있다. 다시 나이 들어서 마약을 제조하는 노인내 모습도 있는데 너무 전형적으로 처리가 되서 전혀 매력이 없다고 판단된 것 같다. 지금 엔딩이 훨씬 물음표를 던져주고 새로운 엔딩이 되서 좋은 것 같다.

 

 

Q. 실화를 모티브로 하다보니 실제 사건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많다.
 

A. 마지막 엔딩 사건은 실제 그 분을 모티브로 한 게 맞다. 집도 거의 똑같았다. 집 구조나 장면이 같은데 감독님이 확실하게 설명을 했다. 앞의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을 여럿 모티브로 했는데 엔딩은 실제 그 사건(이황순 사건)을 살렸다. 실제 사건이다보니 관객분들이 많이 놀라셨다. 어떤 한 개인을 모델로 한 건 아니지만, 허무맹랑한 사건은 아니고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다.

 


Q. '믿보배', '연기의 신', '천만배우' 등 호칭이 많다. 어떤 말을 듣고 싶나.


A. 수식어들이 너무 오그라든다. 과분하고 과찬이다. 감사한 마음은 있지만 나는 부족하지만 늘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다른 배우들도 그렇게 하고 싶어할 것이다. 천만 배우는 물거품 같은 이야기이다.

 

 

 

Q. 두 여배우(김소진, 배두나)가 맞붙는 씬이 가장 명장면이라고 했는데, 누가 이겼다고 생각하는가?
 

A. 둘 다 승리했다고 본다. (웃음) 그 장면 찍을 때 옆에 있었다. 부산 촬영이었는데 분장 차에 있었다. 배두나 씨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면담을 잠깐 하고 싶다고 했다. 따로 내려서 이야기 했는데 자기는 한 번도 욕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사람이 태어나서 살다보면 작품이든 실생활이든 할 수가 있는데 이 대본을 받았을 때 가장 부담스러운 장면이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몰래 얘기했는데 그냥 자신있게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멘붕에 빠져 있었는데 잠시 후 현장에 갔더니 촬영을 하는데 천 번은 한 것 같은 느낌으로 잘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카메라 앞에서는 기가 막히게 해내는 것을 보고 배우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처 역의 김소진 씨는 리액션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배두나 씨의 일방적인 공격인데 그걸 받아내는 조강지처의 모습이었다. 당하면서 어쩔줄 몰라하고 황당해하는 모습이 기가 막혔다. 그 다음 장면이 나한테 분풀이하는 건데 원래는 김소진 씨가 울음을 터뜨리고 내가 원래 가볍게 살짝 때리면 한 대 날 때리는 거였다. 그거보다는 쌍대기를 날려줘야 관객들이 시원한 느낌이 들 것 같다고 내가 그 자리에서 바꿨다. 그게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한 대도 아니고 쎄게 싸대기를 두 대 날려야하니까 처음엔 살살 때려서 엔쥐가 나니 계속 때렸다. 나중에 잘했다고 했는데 그게 마음에 남아있었나보다. 기자회견할 때도 그게 복받쳤던 것 같다.

 


Q. 거꾸로 매달려서 맞는 씬은 진짜 맞은 거라고 했는데 아팠을 것 같다.
 

A.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고 리얼하게 맞아야하나 싶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뒤에 일종의 이두삼의 인생의 연료가 있다면 여러 감정이 있겠지만 증오심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를 무시하고 자기를 괴롭힌게 아닌지 파멸하려는 거에 대한 증오심이다. 돈에 대한 욕망이 뒤섞여서 연료가 되서 거침 없이 나간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에는 본의 아니게 살인을 저지르게 됐지만 원동력은 있었던 것 같다. 연료를 태우기에는 적나라하고 리얼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거꾸로 매달려서 눈을 딱 뜨고 쳐다보는 것이다. 그 증오심을 잊지 않겠다는 그런 생각이었다.

 

 

한편, 최근 부산항에서 대량의 코카인이 발견되면서 ‘현실판 마약왕’으로 영화와 함께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부산항에서 옮겨 실어 중국으로 가던 컨테이너에서 발견된 코카인은 20일이 넘는 추적 끝에 적발되었다.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규모, 200만 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양과 시가 1,900억 원을 호가하는 천문학적 금액까지 영화보다 영화 같은 현실에 영화 <마약왕>까지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사진 = (주)쇼박스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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