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베스트] 실적-주가 역주행, LCC 거품 붕괴 신호?
제주항공, 경쟁격화·수익성 하락… 1년만 반 토막
이상기류 심각 및 성장성 지표 하락에 주가 발목
2017-01-16 15:16:00 , 수정 : 2018-04-20 14:08:02 | 양재필 기자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다. 매년 같은 기간보다 월등한 실적을 내놓고 있지만 주가는 연일 역대 최저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LCC 항공 산업의 성장성을 점치고 매수를 남발하던 증권사들도 계속되는 이상(異狀) 주가 흐름에 당황하는 표정이다. 불과 1년 전 LCC 산업 대표주자로 각광받으며 증시에 입성한 제주항공이 이제는 LCC 상장사들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기획·글┃양재필 기자 ryanfeel@ttlnews.com

 


제주항공, 화려한 데뷔… 끝없는 추락

제주항공은 지난 2015년 11월 6일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거래소(코스피) 시장에 직상장했다. 1999년 아시아나항공 상장 이후 16년 만에 항공주 상장으로 이 당시 제주항공 주식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뜨거웠다. 대형항공사들이 저조한 실적과 경쟁으로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제주항공은 대표적인 저비용 항공운송 사업자로서 월등한 수익성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저조한 실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할 때,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3년 연간 170억 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2년 만에 3배로 껑충 뛰었다. 매출도 연간 약 1000억 원씩 불어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성과 인기를 반영하듯, 1년 전 상장 당시 제주항공의 기업가치는 업종 내 최고 수준에 거래됐다. 제주항공의 공모가는 주당 3만 원인데, 상장 당일 종가가 4만8100원으로 60%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를 마쳤다.

당시 시가총액은 1조2000억 원 수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1조원을 넘어섰고, 대한항공 절반 수준의 상장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제주항공의 2014년 매출이 5000억 원대였는데, 이는 아시아나항공보다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CC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인정받아 화려한 데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상장 당일 주가가 제주항공에는 최고 주가였다. 이후 제주항공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상장 당일 주가를 한 번도 넘어 본적이 없다.

지난해 2월 저(低)유가 효과로 전반적인 항공업종 상승에 힘입어, 3만 원대 붕괴 후 4만 원대 언저리까지 오르는가 싶었지만, 이내 하락세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저비용항공사 간 노선 경쟁 심화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로 인한 중국의 노골적인 노선 견제까지 맞물리면서 하락세가 더욱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저유가로 인한 수익 마진까지 유가 상승으로 상쇄되면서 수익성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1월 3일 종가기준 제주항공의 주가는 2만4300원. 1년 2개월 전 상장 당시 대비 주가가 반 토막 났다. 시가총액도 6350억 원으로 아시아나항공보다 한참 낮다.
 

LCC, 성적은 A+ 수익률은 F 학점

최근 저비용항공 업종에서는 특이한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외형성장과 수익성이 모두 커지고 있는데, 주가는 정반대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5개 주요 LCC 여객 실적을 주력 매출로 하는 상장사들의 기업실적은 날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매출과 2016년 예상매출을 비교한 결과 매출이 줄어든 항공사는 한 개도 없었다. 대부분 전년 대비 1000~2000억 원의 매출이 증가했다. 기제 도입과 노선 확장으로 외형이 꾸준히 팽창하고 있다는 증거다.

영업이익은 더욱 극적이다. 2015년 영업이익과 2016년 예상 영업이익을 비교한 결과, 영업이익이 줄어들 만한 항공사는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의 경우 2015년 514억 원의 영업이익, 지난해 총 652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데, 영업이익 증가율이 26.5%에 달한다.

진에어 매출이 잡히는 한진칼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 증가율이 60%에 육박한다.

티웨이항공 매출이 잡히는 티웨이홀딩스의 경우 2015년 대비 2016년 영업이익이 무려 4배 급증할 것으로 증시 관계자들은 예상한다.

매출과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충분히 주가가 한 단계 레벨업 될 만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5개 항공사들이 포함된 종목 중 연초대비 상승을 기록한 종목은 전무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연초 주당 4만900원이었던 주가는 연말 2만5100원까지 하락했는데, 연간 하락률이 -38.63%로 가장 심각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러한 추세라면 조만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커졌다. 한진칼은 2016년 연간 수익률이 -16.34%로 제주항공의 절반 수준으로 나왔다. 이 외 종목들도 크지는 않지만 대부분 5% 안팎의 마이너스 수익률로 부진한 한 해를 보냈다.

LCC들의 호실적과 주가 하락의 디커플링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KB투자증권 분석원은 “저비용항공사들의 주가가 업황 호조에도 부진한 것은 중·단거리 국제선의 경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운항횟수가 모두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 지역의 국제 여객 단가가 계속 상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평가했다.

상장 후 실적에 대한 신뢰성을 잃은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분기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영업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실적이 과도한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실망감이 커졌다. 최근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유가도 오르고 있어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LCC 프리미엄 정점 찍었나… 몰려오는 악재들

잘 나가던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괜찮은 실적에도 상장 기업 가치가 추락하는 것에 대해 투자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LCC 업종의 주가 부진 배경으로 경쟁 심화를 꼽는다. 지난해 10월부터 에어서울이 국제선 운항을 시작하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만 6개가 됐다. 기존 저비용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기재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에어서울의 시장 진입은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 운영하던 노선에 에어서울과 외국계 LCC까지 무차별적으로 추가 진입하면서, 우수한 실적을 나타내던 노선들 수익성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상장 이후 제주항공 주가 추이(다음 증권 캡처)

 

대내외 업황도 저비용항공사들에 불안하게 돌아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감산 합의에 나서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데, 이는 LCC들의 유류비 부담을 가중할 소지가 크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은 대형항공사 대비 유가로 인한 실적 민감도가 높아 실적 충격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중국이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를 노골화하면서 항공부문까지 제재를 가하는 것도 LCC들에는 큰 악재다.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우 그동안 전세기 사업을 통해 중국 인바운드 수요를 탄력적으로 흡수, 실적 향상을 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중국 전세기에 대해 운항신청이 불허되면서 저비용항공사들의 걱정거리는 한 개 더 늘어난 상황이다.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중국의 전세기 운항 불허 상황을 알아보니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로 가는 경우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면서 “한국만 해당하는 조치라 여행사들 사이에서는 사드 영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 2월뿐만 아니라 3월 이후까지 전세기 제한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우려감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전세기 운항을 신청했다가 불허된 노선은 제주항공이 6개 노선, 아시아나항공과 진에어가 각각 1개 노선으로 제주항공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저비용항공사 간의 경쟁 강도 강화가 주가 하락의 표면적인 이슈라면, 내부적으로는 수익률 하락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지표는 다양한 요소가 있으나, 대표적으로 ROE(자기자본이익률) 변화만 봐도 저비용항공사들의 주가 하락이 어느 정도 설명된다. 보통 ROE가 지속해서 줄면 성장성이 약해지고 있다고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 2014년 ROE는 49.57%로 엄청난 성장성을 나타냈다. 하지만 2015년 30.24%로 하락, 지난해에는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나타냈음에도 ROE가 21%대로 낮아지고 있다.

진에어를 운영하는 한진칼의 경우도 2014년 21.9%의 ROE를 기록했을 당시 주가가 높았다. 하지만 2015년 -15.9% 추락 후, 2016년에도 마이너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주가는 더욱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노선 경쟁 심화와 성장성 둔화로 저비용항공사들은 높은 프리미엄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저비용항공사들이 항공기를 도입하는 데 따른 경쟁 리스크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을 것”이라며 “경쟁사도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 있어 늘어나는 공급에 따라 수익률(Yield) 우려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양재필 기자 ryanfeel@tt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