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泰山), 중국을 알기 위한 첫 여행 (1)가치발견
2016-08-01 16:15:38 | 임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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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엘뉴스] 태산 여행상품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잊히는 추세다. 한 달에 한 팀 정도만 모집하는, 수지타산에 맞지 않는 상품이다. 혹자는 “가격이 인근 지역 관광 상품보다 비싸고, 볼거리도 부족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평한다. 정말일까. 직접 태산에 가서 관광 상품가치를 분석했다.


글·사진 l 임주연 기자 hi_ijy@ttlnews.com
촬영장비 l 소니(Sony) RX1RM2 CYBER SHOT 
취재협조 l 태산 한국사무소

가치 발견 = 중국 신화와 역사의 보고 ‘태산’


고등교육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아는 세계적인 ‘산’하면 에베레스트, 둘째는 태산이 아닐까 싶다. 조선 중기 양사언(梁士彦, 1517~1584년) 시인의 시조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가 교과서에 실려 있기 때문이다. 태산은 중국에서도 높지 않은 산에 속한다. 우리나라 백두산(2744m)보다 낮은 1500m 남짓한 산이다. 그러나 태산은 중국을 대표하는 다섯 곳의 큰 산(오악·五岳)이다. 그만큼 아직 우리나라에는 위대한 태산의 가치가 드러나지 않은 뭔가가 있다는 게 아닌가.


기자와 함께 한 권순환 태산 한국사무소 차장은 “태산은 중화사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진정한 중국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태산은 빼놓을 수 없는 인문학적 명승지인 셈이다.


태산은 중국의 창세기원을 설명하는 중요한 곳이다. 양(梁)나라 시대 임방(任昉, 460~580년)은 <술이기(述異記)>에서 태산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태초에 우주는 텅 빈 공허였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때, 그 안에서 아주 작고 작은 거품이 생겨났다. 거품은 점차 하나의 붉은 달걀 모양의 ‘혼돈’이 됐다. 세상을 창조했다는 반고(盤古)는 그곳에서 잉태됐다. 반고는 1만8000년 간 혼돈에 갇혀있었다. 결국, 반고가 혼돈을 깨뜨리자 천지가 열렸다. 양기는 하늘, 음기는 대지가 됐다. 반고는 스스로 개벽한 천지에서 수천 년을 살다가 끝내 숨을 거두었다. 그러나 반고의 몸은 화생(化生; 형태와 기능이 변함)해 그의 왼쪽 눈은 태양, 오른쪽 눈은 달로 변했다. 머리는 동(東)악 ‘태산’이 되었고, 하늘을 향해 솟구친 두 다리는 첩으로 에워싸인 서(西)악 화산이 되었으며, 높이 솟은 배는 중(中)악 숭산, 왼쪽 어깨는 남(南)악 형산, 오른쪽 어깨는 북(北)악 항산이 됐다."


즉, 중국인에게 ‘태산’은 첫 선조의 머리이며 으뜸의 의미를 지닌다. 또 ‘기는 동쪽에서부터 온다’하여 오악 중 동악인 태산의 기가 가장 세다고 한다.


그래서 태산에는 정상 또는 산기슭에 도교 사원이 많이 있다. 또 유명한 전통제사 ‘봉선’을 드리기도 한다. 예부터 중국의 황제들은 오악에서 태평을 기리는 봉선제를 드렸다. 진시황을 비롯한 중국의 72명의 황제가 태산에 올라 봉선을 지냈다고 한다. 그 중 진시황은 이곳에 비석을 세웠고, 한무제가 8번, 건륭제가 11번 태산을 찾았다고 전해진다. 역사와 신화, 중국을 찾는 중·장년의 관광객이 귀를 기울이는 얘깃거리다. 관심을 갖는 만큼, 상품가치는 올라간다.

 

현황= 모객율 미진… 가격경쟁력도 약하다는 평가 

현재 주요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태산 여행상품의 종류는 태산·태항산, 태산·칭다오, 태산·곡부 등 연계상품이 주를 이룬다. 여행 목적에 따라서도 상품이 나뉜다. 일곱 여덟 시간 트레킹하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2~3시간 둘러보는 상품도 있다.


태산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랜드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대부분 1940~1950년대 생이 태산을 가려고 하는데 보통 한 달에 1팀 정도 모을 정도로 미진하다. 여행사들은 지난으로 들어가는 하드블록 좌석을 소진하기 위해, 라텍스 베개 증정·버스 업그레이드 등의 혜택을 주는 등 모객 증대를 위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최근 태산 여행상품 판매를 중단한 J 여행사 관계자는 “태산은 이목을 끌만한 관광지는 아니다. 고객들이 많이 찾지 않고, 태산 입장료는 65$로 근처 산보다 비싸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여행사들은 항공기 이용 기준으로 50만~80만 원대의 태산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위동훼리를 타고 칭다오를 갔다 태산으로 가는 상품은 그것보다 저렴하다. 반면, 태산을 뺀 태항산 여행상품은 10만 원대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고객은 태항산 상품보다 태산 상품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태항산 관광 상품을 다녀온 여행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선택 관광비용으로 상품가의 몇 배를 내고 와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가격비교표를 보면 태산 단독 상품보다 태산·태항산 연계상품 가격이 낮다. 하나투어를 보면, 유네스코 5일 상품보다 태항산을 낀 상품이 더 가격이 낮다. 태산과 태항산을 같이 판매하는 게 태산 단독여행 상품만 판매하는 것보다 유리한 편이다. 그러나 태산 일정이 줄어들수록 태산의 진정한 가치를 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태산 자체를 살릴 수 있는 선택 관광과 옵션을 탐색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


다만, 올해 태산 한국사무소가 활동하기 시작한 게 변수이다. 한국사무소는 우리나라 내의 홍보·마케팅활동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현지와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 한국 내 태산 이미지 홍보 외에도 우리나라 사람에게 필요한 인프라 조성 제안도 할 수 있다. 태산의 인지도 및 관심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이다.

 

 

임주연 기자 hi_ijy@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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