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분석] 체력 보충 절실한 시내 면세점
2016-12-12 19:02:18 | 편성희 기자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법인 5곳은 올 들어서만 13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연말에 시내 면세점 4곳이 더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로 인해 업체 간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점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우리나라 면세점 시장은 세계 면세점 시장에서 단연 1위이다. 2014년 두 자릿수 점유율(10.5%)로 중국(7.0%), 미국(5.9%), 영국(5.5%) 등을 제쳤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시장점유율은 6.4%(4조2000억 원), 3.6%(2조4000억 원)로 3위와 7위를 차지했을 정도이다.



우리나라 시내 면세점의 매출 성장률도 2014년 51억2900만 달러(약 6조 원)에서 지난해 54억7000만 달러(약 6.4조 원)로 6.6% 성장했다. 해외 면세점 성장률이 2013년 4.6%, 2014년 1.8%, 2015년 1.5%에 크게 웃도는 성장세다. 시내 면세점 매출액으로 본 외국인 점유 비중은 2014년 80.8%, 2015년 79.2%이다. 지난해 1323만여 명의 외국인이 방문한 수치(2014년 대비 -6.8%)를 감안하면 시내 면세점 매출액은 오히려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시내 면세점 수는 더 늘어나야 한다. 올해 외국인 방문자 수는 사상 최대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10월까지 1498만여 명이 입국했다. 반면, 시내 면세점 수는 최근 3년간 4곳 밖에 늘지 않았다. 지난해 말에는 무디스(Moodie's)가 향후 10년간 세계 면세점 시장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7.3% 성장 전망을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라면 12월 중으로 결정될 시내 면세점 신규특허 발급 유무는 추가 발급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실상은 ‘속 빈 강정’이었나

 

그러나 업계는 심란하다. 속을 들여다보면 곯을 대로 곯았다는 반응이다. 특히 국제 평균 수준보다 낮은 영업이익률이 그렇고, 외국인에게 집중하고 있는 매출 비중, 과다 출혈 경쟁, 대기업에게 유리한 구조적 문제 등의 문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우리나라 시내 면세점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국제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UNWTO, 무디스, 가디언 등이 발표한 세계 시내 면세점의 2015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9~12%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4년과 2015년, 출국장과 시내를 합친 면세점 산업 영업이익률이 적게는 2% 많아야 9%밖에 되지 않았다. 세계 면세점 시장 성장률이 직전 2년간 2%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는 이유는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한 번의 외부 충격만으로도 여파가 만만치 않을 거라는 업계의 주장이다. 시내 면세업체 중 일부는 사드 문제로 내년 목표 전망치를 더 낮춰야한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이다.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에게 집중한 비중도 시내 면세점의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80%의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 고객을 맞이하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유인책은 명품·고급 브랜드 매장이 있는 대형 시내 면세점만 효과가 있는 상황이다.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중소 시내면세점들은 일부 제품 가격의 경우, 상설 할인 매장이나 온라인 직구보다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 경제 심할수록 신규 업체 정착 어려워

우리나라 시내 면세점은 ‘규모 경제’가 특히 심한 편으로 나타났다. 2014~2015년 우리나라 면세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의 상관관계는 0.77포인트로 세계 평균치(0.61p)보다 높은 편이었다. 매출액이 높은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는데, 마케팅 비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는 “대형 면세점 간에도 마케팅 비용 전쟁이 치열한 한국 시내 면세점 시장에서 하나투어의 SM면세점과 같은 신규 중소형 면세점은 제대로 자리 잡기 힘든 구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문을 연 서울 시내 면세점들은 모두 손실을 기록했다. 사업 초기에 드는 비용을 메울 만한 영업력이나 시간, 인지도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전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내년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올해만큼 많이 올지, 특히 면세점 매출의 효자인 중국인 관광객 수가 여전히 많을지 알 수 없다. 최근 중국 정부의 자국인 한국 관광객 수 통제 정책 소문은 내년 방문객 예상 수를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게 한다. 향후 면밀하게 분석, 전망하지 않은 채 새롭게 허가만 내줘 문을 여는 면세점이 늘어날수록 면세점 업계는 과열 경쟁에 시달리게 된다. 올해 신규 진입한 면세점이 내외적으로 정한 내년도 계획을 살펴보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특출한 대안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편성희 기자 psh4608@ttlnews.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