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ZOOM] 생존권 위해 가이드협회·한노총 뭉쳤다
2017-07-29 09:51:41 | 권기정 기자

[ISSUE ZOOM Ⅱ]

생존권 위해 가이드협회·한노총 뭉쳤다


7월 초 태국에서 한국노총 산하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이하 가이드노조)가 결성됐다. 가이드노조의 박인규 본부장과 전중길 사무처장은 한국에 들어와서 가이드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1인 시위 및 언론 인터뷰 활동에 나섰다. 이전에도 가이드협회는 있었다. 2011년에도 가이드들이 협회를 만들어 조직적인 단체 행동을 시도했지만 유야무야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248명)를 조직한 후 한노총에 가입까지 했다. 처음으로 현지 가이드들이 노조를 만들어 조직적인 활동을 하는 셈이다. 전중길 사무처장은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호주, 유럽 등에서도 가이드노조 결성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본권 보장에 한 목소리


가이드노조의 주요 요구내용은 △메꾸기 금액 축소 △근로기준법에 의거한 노동시간 보장 및 초과근무수당 인정 △가이드 팁 정상화 △노조 가입의 자유 보장 등이다. 특히 노조원들에게 여행자 1인당 가이드팁 40달러를 지급하고, 복지혜택조합을 만들며, 고용안정과 인권보호, 그리고 상조회를 운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일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겠다는 움직임이다.  
박인규 본부장(태국 한인가이드)은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형 여행사들은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식 이하의 초저가·저품질 상품을 만들어 여행객을 모집한다. 그러고선 자신들의 이익분만 챙기고, 손실은 현지 가이드에게 떠넘겨 결국 여행객에게 옵션, 쇼핑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를 방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정부에 맞췄나?


업계에서는 결국 곪아왔던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소외되었던 노동계의 목소리가 잘 전달될 수 있다고 보는 시점에서 나온 행동이라 과거보다는 이목을 끌 수 있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여행사의 대리점 이슈와 관련된 조사를 준비하고 있어 언론에서 함께 다루면 여파가 커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현재 가이드노조 관련 기사를 게재한 오마이뉴스의 해당 기사페이지에는 수많은 지지 댓글이 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행사, “대표성에 의구심 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직은 관망하는 입장이다. 하나투어 소속의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관계자들은 가이드노조의 대표성 여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200여 명이 서명했다고 하지만 정작 패키지그룹 가이드들이고 인센티브그룹 가이드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내부에서도 초기에 불협화음이 들렸다는 주장도 있었다. 또 2011년처럼 가이드들이 성수기에 너무 바빠서 가이드노조에 동조할지도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힌 관계자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현재 가이드 노조 수뇌부가 예전에 하나투어에서 일한 것은 맞다. 그러나 현재는 하나투어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하나투어 앞에서 시위를 하는 건 하나투어가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기업이라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이드노조가 주장하는 “유럽에서도 가이드노조에 동조한다”는 배경도 사실 동남아 가이드들이 유럽으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서로 아는 사람들이라 규합하기 쉬웠을 거라는 입장이다.


하나투어 홍보팀에 문의한 결과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또 “회사 측에서도 개선할 것이 있으면 개선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공식적인 요구사항이 접수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기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7월 25일 현재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인사부서에서는 해당 내용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적 문제··· 난항 우려돼


한편 이번 가이드노조에 대해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한국 여행사가 직접적인 개입을 해 문제해결을 할 입장이 아니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여행사와 가이드는 직접 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여행사는 현지 랜드사와 계약을 하고 랜드사는 가이드와 계약을 통해 일을 하는 구조인데, 여행사가 가이드노조가 요구하는 주장을 직접 해결할 의무가 없다는 견해이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이런 골치 아픈 일에 대해 랜드와 가이드간의 협의를 통해 조정하라”고 종용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입장을 보였다.


현지 랜드사 관계자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사의 눈치를 봐야 한다”며 “이번 일에 대해 반발 물러서지만 암묵적으로는 가이드노조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갑’인 여행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걸 에둘러 표현했다. 한 업계 원로는 가이드노조가 번지수와 해결방법을 잘못 찾아가는 느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제로투어 또는 마이너스투어는 언제든지 시장에 수요가 있기에 하나투어가 하지 않는다고 해도 누군가는 또 할 거고,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여행사들도 동참을 할 거라는 주장이다. 

 

감춰져온 문제 수면에 오르나


한편 이번 가이드노조의 설립 배경에는 현지 여행사와 한국 내 여행사 간의 킥백, 큐백이라 불리는 리베이트 문제와 막대한 홈쇼핑 지원금, 한국 여행사 담당자에게 하는 성접대, 여행사간 불법 송금문제 등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일 경우, 여행업계가 구조적으로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가이드노조의 타겟은 하나투어에 집중되어 있다. 모두투어가 빠진 것은 모두투어 노조가 한노총 소속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들린다. 가이드 노조는 한국 여행사 및 랜드사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이번 계기를 통해 가이드 처우 개선이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 전중길 가이드노조 사무처장

 

▲ 박인규 가이드 노조 본부장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