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VEST.] 플랫폼 중심 생산성 향상이 기업가치 ‘핵심’
OTA 공룡들의 포식 행진
비즈니스 전문 여행기업 ‘약진’
2017-09-05 20:04:11 | 양재필 기자

[글로벌 여행기업 가치 평가]
 

약육강식 경쟁 가속...어중간하면 도태

플랫폼 중심 생산성 향상이 기업가치 ‘핵심’

심해지는 불확실성 가운데서도 글로벌 관광여행시장은 날이 갈수록 그 규모를 더해가고 있다. 팽창 가속도는 전보다 월등하게 세졌다. 또한, 전 세계적인 여행·레져문화의 확산과 플랫폼 기술의 고도화로 여행관광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의 수익과 가치도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다. 글로벌 주요 관광여행기업들의 매출 수준과 기업가치 추이를 살펴보고, 기업 확장과 혁신의 비결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해봤다.

 

OTA 공룡들의 포식 행진
비즈니스 전문 여행기업 ‘약진’

지난해 글로벌 여행 기업들의 매출 수준을 살펴보면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익스피디아는 세계 최고의 여행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익스피디아의 연간 매출 규모는 69조원 수준. 국내 기업가치 6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연간 매출이 60조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회사인지 쉽게 비교할 수 있다.

익스피디아는 오비츠(Orbitz)와 트래블로시티(Travelocity)를 인수함으로서 포트폴리오를 추가했다. 당연히 매출도 급증하며, 2위인 프라이스라인과의 격차를 벌렸다.

익스피디아의 성장세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지난 2012년 세계 최고 매출 여행기업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이하 아멕스)였지만 지금은 매출이 두 배 이상 차이난다.

프라이스라인은 익스피디아의 고속 성장을 따라잡지는 못했지만 1년간 매출이 100%나 증가했다.

일반인들의 경우 익스피디아나 프라이스라인 등을 보며 단순 여행레져 기업이 최고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는 가장 큰 착각이다.

글로벌 여행기업 중 상위권에서 견고한 매출을 내는 기업 중에는 비즈니스 트래블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여행사들이 많다. 소위 상용여행사로 지칭되는 이러한 여행사들은 글로벌 유수 기업과의 안정적인 계약과 고도화된 시스템을 통해 많은 수익을 남기고 있다.

매출 규모 3위인 아멕스 글로벌 비즈니스 트래블만 보더라도, 일반 여행사업을 운영하는 아멕스 트래블보다 매출규모가 6배나 크다. 연간 매출 규모 27조원 수준의 칼슨와곤릿트래블(CWT)과 BCD트래블은 이미 한국 시장에서도 월등한 인지도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대형여행사들이 이런 저런 이슈로 흔들릴 때 비즈니스트래블 전문기업들은 안정적인 매출과 작은 변동성으로 타 여행사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고 있다.

글로벌 주요 여행기업 매출 순ㅅ위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아시아 지역 여행기업들의 기업가치와 투자가 증대되며, 중국, 호주, 인도 등의 여행기업들이 매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상위권으로 올라오고 있다.

선진국을 제외한 신흥 지역에서 앞으로 비즈니스트래블 중심의 높은 생산성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자본시장 출사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한국 여행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견줄만한 플랫폼 개발과 기업가치 향상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향후 글로벌 여행기업들에게 텃밭을 잠식당하는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

 

 

2016년 하반기 이후 지표 가속 패달
플랫폼 기반 ‘생산성’이 기업가치 결정

 

 

최근 글로벌 여행관광시장은 전에 없던 팽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기업들 중 여행·레져 사업을 영위하는 대표 30개 기업들의 평균 주가 인덱스 지표인 ‘다우존스 여행&레져 타이탄스 30 인덱스(Dow Jones Travel & Leisure Titans 20 Insex USD)'를 살펴보면 여행시장의 가치 추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5년에 다소 부진하던 여행&레져 기업들의 기업가치는 2016년까지 쭉 부진하다가, 2016년 하반기부터 급격한 상승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올 여름까지 급격한 상승후 쉬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상승세가 갑자기 꺾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같은 기간 여행업종 대장주인 익스피디아의 주가 역시 엄청나게 폭등했다. 현재 기술주 중심의 뉴욕 나스닥(Nasdaq) 시장에서 익스피디아의 주당 주가는 148달러(15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3년 전보다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특히 익스피디아는 오비츠와 트래블로시티를 인수한 후 기업가치가 급증했다. 오비츠와 트래블로시티가 온라인 전문 여행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IT 중심의 융합 플랫폼이 수익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역경매’ 방식의 성공 모델로 자리잡은 프라이스라인은 2년 전보다 주가가 2배 이상 뛰었다. 프라이스라인의 주당 주가는 1850달러(200만원) 수준으로 거대한 몸집에도 주가는 내릴줄 모르고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단순 매출 규모로만 보면 익스피디아가 프라이스라인을 소폭 앞서지만, 기업가치만 놓고 보면 프라이스라인의 가치가 훨씬 크다. 익스피디아의 시가총액은 224억8000만달러(약 25조4200억원)로 프라이스라인의 908억달러(약 102조원)와 엄청난 차이가 난다. 단순히 기업 매출 규모가 기업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기업 가치 차이는 생산성(Productivity)의 질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프라이스라인닷컴의 연간 1인당 매출액은 62만달러. 한화로 6억5000만원에 달한다. 반면 익스피디아의 1인당 연간 매출액은 47만달러(5억원)으로 크게 뒤쳐진다.

실례로 중국 최대 여행사인 중국국제여행사(CITS)의 인당 연간 매출액은 3억원, 2위 여행사인 중국청년여행사(CYTS)의 매출액은 2억원 수준이다.

결국 선진국 여행기업들의 매출 대비 수익성은 플랫폼 기반의 생산성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으며, 그러한 높은 생산성이 기업가치 평가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국 여행산업에서의 규모 경제를 통한 기업가치 창출과 플랫폼 기반의 생산성 선순환이 이뤄져야만 여행기업으로의 가치가 유지되고, 경쟁에서도 무난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여행기업 안방 잠식 심각
‘차별화와 혁신’ 가장 어려운 과제

 

글로벌 여행기업들의 선전과는 다르게 국내 여행기업들의 위상은 여전히 초라하기만 하다. 단순 레져 여행 중심의 포트폴리오와 어중간한 플랫폼 개발로 인해, 수익성 높은 FIT(개별자유여행) 수요는 글로벌 OTA(온라인여행사)들에게 서서히 빼앗기고 있다. 한국 고객 중심의 여행산업 수익 구조가 스스로 시스템을 한계 짓고 수익성 창출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여행산업에서 기업가치 성장의 성공유무는 타 여행기업과 차별화된 서비스와 플랫폼, 혹은 혁신적인 상품 개발과 운영 전략에서 나와야 하는데 이는 무척 어려운 과제다.

한때 최고의 혁신 아이템으로 각광 받던 트립어드바이저도 증시 상장 후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맞는 실적을 보이지 못해 주가가 한 없이 하락하고 있다. 2년전 100달러에 육박하던 주가는 현재 42달러까지 곤두박질 친 상태고, 직원 1인당 생산성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커뮤니티 방식의 차별화된 사업 구조가 기업을 성장시켰지만, 이후 혁신 없는 현상유지를 지속하면서 기업가치 성장에 대한 기대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매번 기업이 혁신과 차별화를 지속할 수는 없다면 박리다매 방식의 모객에라도 집중해야 하는데, 중국 여행기업의 경우 수요가 워낙 많아 수익성이 그럭저럭 유지되는 상태다. 중국국제여행사나 중국청년여행사의 경우 급격한 성장 후 후유증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기는 했으나, 중국 시장 여행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의 경우에는 스카이스캐너를 인수하는 등, 중국 기업이라는 색채를 없애고 글로벌 OTA로 발돋움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고객과 국가를 다양화하고 플랫폼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공격적인 전략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한국 여행시장의 시스템 부족과 경직성은 글로벌 관점에서도 혹평을 받기에 충분하다. 역으로 글로벌 OTA와 여행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너나없이 진출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한국 여행사들이 여행상품 중심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글로벌 여행기업으로서의 포트폴리오와 생산성을 장착하고, 차별화와 혁신의 과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양재필 선임기자 ryanfeel@tt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