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호텔공급 과잉 이대로 좋은가?
2017-09-28 12:31:25 | 권기정 기자

서울시내 명동과 강남, 홍대, 합정동을 중심으로 많은 호텔이 들어서고 있다. 많은 업계 관계자가 신규호텔의 공급으로 호텔 객실의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가 올해 내내 관광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주며 호텔과 국내 면세점들의 목을 옥죄고 있다. 

상반기 호텔들의 객실점유율과 면세점 실적은 줄줄이 곤두박질쳤다. 중국인이 떠나간 자리에는 동남아 관광객, ‘따이공’이라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과 내국인 관광객이 그 자리를 채우며 최근 몇 달간 매출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많다.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상반기 381만6756명에서 사드 여파 이후 1년이 지나면서 225만2915명으로 전년대비 41.0%가 줄었다. 중국 정부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방한 단체관광상품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3월 15일)한 3월부터 6월까지만 놓고 보면 하락 폭은 더욱 커진다. 274만8367명에서 109만6882명으로 60.1% 급감했다. 

우리나라 외래관광객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인이 안 오면서 호텔의 공급과잉이 점차로 수면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몰려오는 관광객을 감안해 지어진 호텔로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미 공급 과잉 상태’라는 평가를 받는다. 호텔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를 지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객실이 부족하다”며 호텔공급을 장려했다.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우리나라 호텔 객실이 부족하다?

2017년 3월 31일 기준으로 서울시내 자치구 별 호텔업 사업계획승인 현황을 살펴보면 총 189 개소소, 2만 8032실이 건축 예정된 것으로 나타났 다.내용을 살펴보면 강남구가 33개(4850실)로 가 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중구 26개(5483실), 마포구 15개(3029실) 등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1위는 서울의 중심지인 중구 와 종로구로 두 지역 총 35개소(7326실)로 나타났 다. 강남구와 홍대 합정동이 있는 마포구가 그 뒤 를 이었다. 현재 서울시내 자치구별 호텔업 등록현 황에서는 중구, 강남구, 종로구 순으로 호텔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사업계획승인현황서는 홍대, 합 정 지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폭발적인 증 가를 반영하듯 마포구의 지역의 호텔 건축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직 호텔종사자들과 정부 간에는 호텔의 객실 점유율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있다. 호텔의 객실 점유율 100%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직 호 텔종사자들은 80%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는 반면, 정부의 정책이나 연구용역에서는 객실 점유율을 70% 수준으로 잡고 있다. 호텔에서는 각각의 통계 를 잡고 있지만, 개별호텔이 아닌 호텔 전체의 통 계가 제대로 된 것이 없다. 2015년 통계가 2017년 에 나와서 아쉬운 대로 분석할 수 있는 틀을 주지 만, 2016년 하반기 이후에 변화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서 나타난 호텔업 등록 현황(2016년 12월 31일 기준)을 보면 전국 1519 개의 호텔과 12만9916개 객실이 등록돼있다. 이 자료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호텔로 분류 된 관광호텔과 호스텔, 가족호텔을 합친 숫자이다. 여기에는 일반 숙박업으로 등록된 모텔이나 호텔, 여인숙, 여관의 자료는 빠져있다.

서울시에 발표한 서울시 숙박업소 현황(2017 년 7월 31일 기준)을 보면 서울시내만 일반 숙박 업과 호텔을 포함한 3211개의 숙박업소에 10만 9723개의 객실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관광호텔은 313개소, 여관은 2277개소, 여인숙은 357개소, 생활형 숙박업소(레지던스) 28개소, 숙박 업 기타(게스트하우스등) 41개소, 일반호텔(일반숙 박업) 186개소 등이 있다.

객실이 부족하다고 정부가 제기하는 근거는 중 저가 이상의 관광진흥법상 숙박시설의 수요와 공급 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한 것이다. 즉 정부는 중저 가의 호텔이 많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고가의 숙 박시설의 투숙률과 달리 중저가 호텔의 수요는 지 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객실공급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이에 반해 호텔업계의 주장은 중저 가 호텔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대해는 고려하지 않 고 특급호텔에 국한해 제기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확한 호텔 수급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숙박시설의 형태를 고려해 등급별, 가격대별로 세 분화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분별한 호텔 건립의 부작용

정부는 2012년 7월부터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 한 특별법’에 따라 시내에 관광호텔을 짓는 사업 자에게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용적률을 최대 150%, 상업지역은 500%까지 허용했다. 중국인 관광객 (유커)이 급증하자 숙박시설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2016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 법이다. 용적 률, 건축물 높이, 주차장 등의 기준을 완화해줘 호 텔 허가를 받기 쉬워졌다. 그 결과 서울지역 내 호 텔 신축이 봇물을 이루었다.

이것이 2012년부터 벌어진 일이다. 2015년과 지난해 특별법에 따라 새로 허가받은 호텔은 30곳 정도. 그러나 달라진 도시계획 규제 완화와 호텔 규모·등급에 상관없이 용적률 인센티브가 일괄적 으로 부여되면서 호텔 신축 시 얻은 용적률 인센티 브를 상가 등 부대시설에 사용하는 고급 호텔이 중 저가 호텔보다 많이 증설됐다.

그러나 고급호텔 수요보다는 관광객들이 원하 는 중저가 호텔이 적어 중저가객실의 공급부족이 예상되고 있던 차에 건설이 완료되는 시점인 2016 년, 2017년에 와서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관 광 숙박업 승인 현황을 보면 2016년 8월 누계 기 준 503건(36만7000실), 완공 262건(14만실)으로 나타났다. 평균 2~3년의 공사 기간을 감안하더라 도 최소 2019년까지 호텔 공급 증가 추세는 지속 될 전망이다.

그런데 문화관광연구원은 사드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 상황이기는 하지만 2016년 서울지역 관광호텔 수급현황 분석 자료에서 하루 약 1만2800실의 객실이 부족한 것으로 밝혔다. 서울연구원은 2015년 당시 오는 2018년까지 서울지역 중고·중저가 숙박시설이 하루 약 4만실씩 부족할 것으로 추정했다. 

호텔공급의 급격한 증가추세에 일부에서는 공급 과잉이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는 이것이 일시적인 공급과잉이라고 보고 있다. 2015년 발표된 WEF 국제관광경쟁보고서에서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명당 호텔객실 수가 97위이다. 즉, 한국 내 숙박수요 증가가 필연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숙박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호텔 시설에 지속해서 투자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호텔 건축을 허가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관광숙박시설 확충에 관한 특별법’을 올해 시 조례로 다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관광산업이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동이나 경제 침체 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막상 호텔이 문을 여는 시기가 되자 사드와 코리아 패싱 등 한반도와 관련된 국제 정세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다. 명동 부근에만 호텔 88곳이 몰려 있는데 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자 객실 이용률이 40%도 안 되는 업체가 속출했다. 일반적으로 호텔이 흑자를 내려면 객실을 60~70% 이상 채워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특급호텔 13곳 더 들어서 

10월 1일에 용산 관광터미널자리에 오픈하는 서울 드래곤시티는 1700개 객실을 보유한 국내 최초 호텔플렉스다. 지상 최대 40층 규모의 세 개의 타워에 아코르호텔 계열의 호텔 네 개가 들어선다. 아코르호텔 그룹의 최상위 럭셔리 호텔 브랜드로 국내에 첫 진출하는 그랜드 머큐어(Grand Mercure, 202실)와 노보텔 스위트(Novotel Suites, 286실), 업스케일(Up-scale) 노보텔(Novotel, 621실)과 미드스케일(Mid-scale) 이비스 스타일(Ibis Styles, 591실)로 구성됐다. 

같은 달 서울 을지로엔 노보텔 호텔이 개장한다. 이보다 앞선 9월에는 강남구 봉은사로에 르메르디앙 서울, 라마다 신도림이 문을 연다.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는 아주호텔, L7 홍대, 켄트인호텔 세 곳이 영업을 시작한다. L7강남과 마곡메리어트도 올해 문을 열 예정이다. 상반기 개장한 시그니엘 서울과 알로프트 명동까지 더하면 올해에만 서울에 4성 이상의 특급 호텔이 13곳 늘어나게 된다. 

2018년에는 동교동에 마포 애경타운 호텔, 회현역에 포포인츠바이 쉐라톤 회현이 문을 열 예정이고 2019년에는 하얏트안다즈, 2020년에는 또한 여의도 구 통일교 부지 파크원에도 31층 규모의 페어몬트호텔여의도와 리츠칼튼, 르메르디앙신촌이 개장을 앞뒀다.

제주도의 객실 공급 수는 올해 8월 말을 기준으로 2만 7154실에 이른다. 중국 자본과 연계한 롯데관광개발의 드림 타워(1626실)와 제주신화역사공원(호텔 2038실, 콘도 1518실) 등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이 진행되고, 분양형 일반 호텔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어 제주도의 공급 과잉은 심화될 전망이다.

 

분양형 호텔은 곧 터질 폭탄의 뇌관

해외여행객의 급증으로 인한 숙박시설 부족으로 정부는 2013년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통해 객실 분양을 가능하게 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이후 분양형 호텔이 곳곳에 우후죽순 지어졌다. 

분양형 호텔은 수익형 부동산 시장 수요를 노린 틈새 상품이다. ‘호텔’이란 명칭을 쓰지만, 관광진흥법상 관광호텔이 아닌 모텔이나 여관처럼 공중위생법을 적용받는 일반 숙박시설이다. 분양형 호텔은 개개의 사업자들이 아파트나 오피스텔처럼 개별 등기를 해 운영된다. 객실의 운영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데, 소유자(투자자)와 운영자가 달라, 수익금 지급을 두고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투자자들은 시행사가 일반적으로 1년간 분양가의 7~10%, 이후 몇 년간 5% 내외의 확정 수익을 보장하는 호텔 운영에 대한 임대계약을 믿고 투자를 하게 된다. 이렇게 수익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이유는 계약서상의 조항 때문이다.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객실 가동률로 분석된다. 분양형 호텔의 가장 큰 문제인 확정수익률은 호텔 객실의 공실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를 조건으로 해 ‘과대광고’라는 지적을 받는다. 100%의 가동률은 나올 수가 없다. 그리고 분양 이후 객실 가동률이 100%를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분양형 호텔들은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비수기 시즌에는 모텔비와 비슷한 수준으로 덤핑을 한다. 예를 들어 속초의 R호텔의 경우 비수기 시즌에는 객실만 7만원대에 판매하다가 여름 성수기에는 20만원대 이상을 받고 있다. 

실제 광고와 주변 상황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다. 포항의 R호텔은 지난 3월부터 “영일대해수욕장 인근에 포항의 첫 분양호텔을 20층 규모로 짓겠다. 오션뷰가 장점”이라며 포항, 서울에 홍보관을 설치해 분양 중이다. 그러나 인근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대형 고가교 등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져 해상조망의 차질이 우려된다. 

또 다른 문제점은 법적 분쟁이 생길 경우 호텔 운영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수익률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영업 자체가 안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지게 된다. 분양형 호텔 운영사가 제대로 호텔 관리를 못해 이름값보다 떨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도심 중저가 숙박시설 늘려야 해결

요즘 외국인 관광객 및 내국인은 고급호텔이 아닌 중저가의 깨끗하고 안전한 호텔을 원한다. 여기에 에어비앤비를 필두로 한 공유숙박서비스, 게스트하우스 등이 제도권 내의 전통 숙박업소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에어비앤비는 세계 약 400만개의 객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며 확장하고 있다.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지만 어디서 숙박을 하는지 통계가 잡히지 않는 바로 그 숫자만큼 관광객이 이들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객실 가동률이 점점 떨어져 가는 상황에서 고급호텔은 계속 문을 열고 있어 점점 포화상태로 가고 있다. 싸고 깨끗하고 안전한 중저가 호텔들이 필요한데 규모가 작고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호텔 과잉은 분명 맞지만 상당수의 실사용자와 매칭이 되지 않아 공급의 불균형이 생기는 것이다. 고급호텔은 남고 중저가 호텔은 언제나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중저가 호텔 지원 및 수급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