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다시 만난 튀니지
EBS <세계테마기행> 튀니지편 출연한 권기정 작가
16박 18일간의 촬영 에피소드 풀어내
2017-10-13 15:56:09 | 권기정 기자

본지 권기정 편집부장이 EBS <세계테마기행> 튀니지편 촬영을 마치고 왔다. 8월 29일부터 9월15일까지 16박 18일간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용맹했던 카르타고와 한니발 장군의 나라, 지금은 아랍 민주화혁명의 시발이 되었던 재스민혁명으로 유명해진 바로 튀니지를 다녀왔다. 권기정 기자는 2010년 EBS세계테마기행에서 발간한 <일곱빛깔 지중해의 조용한 천국 튀니지>, 2015년 <지금 이순간 튀니지>, <솔로여 여행하고 사랑하라>를 쓴 여행작가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두 권의 튀니지와 관련된 책을 쓴 권기정 기자는 튀니지와 깊은 인연으로 이번 방송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었다. 방송에 앞서 권기정 기자의 생생한 <세계테마기행> 촬영 후기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글·사진=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안녕하세요? 세계테마기행 제작팀인데요!”


현지 가이드와 함께

 

8월 초 갑작스러운 전화를 한 통으로 시작된 세계테마기행(이하 세테기) 촬영. 출국 10일 전쯤에 출연이 결정되었고 그 후부터 출국준비가 정신없이 진행됐다. 튀니지 현지에서 코디네이터 1명이 추가로 합류했다. 이렇게 말도 안 될 법한 인원 4명으로 ‘세테기’ 40분짜리 4편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놀랄 일이었다. 어찌 보면 한국 다큐멘터리의 제작 현실을 반영하는 씁쓸한 현실이다.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스태프들 모습을 보며 그들과 자연스럽게 팀워크를 이룰 수밖에 없다.

 

열악한 촬영환경은 촬영기간 동안 마치 전투에 임하는 군인들의 동지애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서로서로 의지하고 위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피디와 카메라 감독은 한두 번 이상 호흡을 맞춘 팀으로 구성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음에 서로 호흡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피디와 카메라 감독도 사람인지라 초반에는 많이 예민해진다. 촬영 중 서로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었고, 서로 말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지내는 경우도 생겼다. 그러나 일은 일이다. 일할 때는 대화가 필수, 팀워크가 없이 촬영을 진행하다 보면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 가운데 만들어진 동지애는 촬영 기간 동안 서로를 이끌고 위로하는 힘이 된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코디네이터는 일정 내내 촬영팀을 힘들게 했다. 사람 자체가 고지식하고 촬영팀의 요구사항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이었다. 여기에 현지 섭외에 대한 섬세함이 부족해 일하면서 욕을 먹는 것이 다반사였다. 방송촬영에서 현지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 났다.

 

촬영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왔다. 이제는 편집이 남았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목소리를 입히는 더빙작업이 남았다. 현지에서도 촬영할 것을 모니터링 할 시간이나 여유가 없었다. 대부분의 출연자가 자기를 화면에서 보면 ‘오글오글’한 표현을 쓰며 부끄럽고 생소하다는 말을 한다. 나 역시 아직 모니터링이나 더빙을 하지 않아 쥐구멍에 숨고 싶다는 생각이 아직은 들지 않았다. 모르는 것이 약일지 독일지 두고 봐야겠다. 그러나 매우 부끄러워 얼굴이 벌게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싶다.

 

튀니지 아프리카야 유럽이야?


튀니스 시청

많은 사람이 튀니지를 가리켜 ‘머리는 유럽에, 가슴은 아랍에, 그리고 다리는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라고 말한다. 여행자에게 ‘지중해’는 언제나 꿈에 그리는 지역이다. 더구나 여행 프로그램에서 지중해 연안의 나라들은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 그리고 사람이 하나 되는 아름다운 곳으로 묘사되고 있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소망을 갖게 한다.

 

튀니지로 여행을 간다는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단번에 “거기 안전해?”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한다. 사실 재스민 혁명 이후 튀니지 관광객이 다소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이슬람 국가(IS)가 저지른 바르도 박물관의 테러로 인해 21명의 관광객이 사망한 이후 튀니지의 관광산업은 많이 위축이 되었다. 튀니지 경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의 위축은 자연스럽게 환율의 하락을 가져왔다. 또한 연간 6%의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은 이들의 생활이 그리 녹록치 않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이곳은 다른 북아프리카 지역보다 정치적으로 비교적 안정되어 있으며 이슬람 지역이지만 일찍부터 개방정책을 시행한 덕분에 ‘북아프리카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특별한 곳이다. 유명 관광지로는 시디 부 사이드와 고대 카르타고, 로마의 유적지, 카이로우안 이슬람 사원, 엘젬 원형경기장 등이 있다. 이렇듯 튀니지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나라다.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73년간이나 받은 나라이자 문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는 나라인 튀니지를 한마디로 설명하기에는 모든 표현이 턱없이 부족하기만 할 뿐이다.


튀니지 구시가지 입구인 프랑스문

튀니지의 크기는 한반도의 2/3 정도이다. 인구는 약 1090만 명, GDP 9000달러 정도로 내수를 기대하기에는 인구가 부족한 편이다. 북부 지역의 비옥한 평야를 바탕으로 한 농업과 지중해 해안, 뜨겁고 눈부신 한여름의 태해, 페니키아, 카르타고와 고대 로마 유적지 그리고 국토의 60%를 차지하는 사하라 사막 덕분에 자연스럽게 관광과 휴양지가 발달했다. 튀니지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몰타 Malta와 시칠리아 Sicily가 바로 위에 있고 옆으로는 리비아와 알제리가 붙어 있는 작은 나라이다. 그럼에도 뉴욕 타임즈는 2008년도에 튀니지를 가볼 만한 곳 3위에 올렸을 정도로, 이곳은 관광지로서도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검은 대륙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땅에 있지만 사하라 사막 이북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아랍인과 토착민인 베르베르족의 혼혈이 대부분이라 흑인들이 적으며, 99%의 인구가 이슬람교이다. 그러나 이들은 프랑스의 영향 또한 많이 받았다. 그래서 과격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판을 치는 일부 보수적 이슬람 국가와는 달리 온건한 수니파가 대부분이고 종교적인 규율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튀니지는 과거 프랑스 지배의 영향으로 아랍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데, 최근에는 영어를 배우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로 인해 대도시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곳이 많아졌지만, 지방에 가면 아직도 프랑스어와 아랍어로만 대화한다. 아랍어 역시 베르베르어와 프랑스어가 혼재된 튀니지식 아랍어를 사용한다. 전반적으로 프랑스식 문화와 아랍식 문화가 섞여 특이한 문화적 다양성을 띠는 곳이다.

 

튀니지가 가진 자연의 축복이라는 3S는 Sand(사하라 사막), Sun(이글거리는 태양), 그리고 Sea(지중해 해변)이다. 유럽인들 중에서도 특히 식민지 시절 지배국이었던 프랑스인들이 튀니지의 눈부신 한여름의 태양과 지중해의 푸른 바다를 매우 좋아한다. 날씨 좋은 여름철 지중해 기후를 즐기기 위해 관광객들이 바다에서, 하늘에서 들어온다. 지금은 유럽지역보다는 러시아, 우즈벡 등의 지역에서 관광객이 저렴한 비용으로 지중해의 태양을 즐기기 위해 많이 들어온다. 최근에 영국의 토마스 쿡 여행사가 2018년 봄 출발 튀니지 여행상품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IS의 쇠퇴이후 관광이 다시 재개될 전망이다.

 

이슬람의 희생제 이드 알 아드하

 

튀니지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한번 비행기를 갈아타면 도착이다. 물리적인 거리보다는 심리적인 거리가 더 먼 것 같다. 비행편은 여러 경로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프랑스 식민지였던 과거사로 인해 프랑스에서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로 가는 항공편과 이탈리아 로마에 튀니지 국영항공사인 튀니지 에어가 취항한다. 그밖에 아랍에미리트 항공과 터키항공이 튀니지에 취항을 한다. 인근 리비아, 알제리, 모로코 등과도 비행편이 있어 북아프리카를 여행하기에 어렵지 않다. 이번 촬영에는 터키항공을 이용하였다. 튀니지로 가는 비교적 편리한 일정을 가지고 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인천을 출발하여 이스탄불에 새벽에 도착을 하고 오전 비행기를 타고 튀니스에 도착을 하였다. 첫날부터 촬영을 하는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8월말 튀니스의 기온은 37도, 체감은 40도 초반이 넘는다. 첫날부터 이슬람의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 축제를 위해 촬영을 시작한다. 임시로 개설된 양시장에 가서 사전 섭외된 현지인이 희생제를 위한 양을 거래하는 모습과 집으로 데려가는 장면을 촬영한다.

 

이드 알 아드하는 이슬람력으로 12월 8~10일 행해지는 메카 연례 성지순례(대순례)가 끝나고 열리는 이슬람 최대 명절로, 한국어로 대제(大祭) 또는 희생제(犧牲祭)라 불린다. 라마단 종료 후 열리는 이드 알 피트르(이슬람력 10월, 샤왈)와 더불어 무슬림들의 가장큰 두 개의 축제 중 하나다 이드 알 피트르는 ‘작은 축제(小 바이람)’, 이드 알 아드하는 ‘큰 축제(大 바이람)’로 불린다. 이드 알 아드하는 선지자인 아브라함이 신의 뜻에 따라 아들인 이스마엘(성경에는 이삭)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목을 베려는 순간, 그 믿음을 보고 만족한 하느님(아랍어로 알라)이 아들 대신 양을 제물로 바치라고 한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희생을 위해 준비 된 양

 


양 머리를 태우는 모습
 

이때 각 가정마다 양을 잡는다. 이번 튀니지 촬영도 ‘희생제’라는 이슬람의 최대 명절을 맞추기 위해 사하라에서 불어오는 북아프리카의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경험하며 촬영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올해는 희생제가 9월1일이다. 우리의 설날 같은 명절로 온 가족이 모여 양고기를 먹으며 가족 간에 우애를 나눈다. 이날 방문한 가족은 3마리의 양을 잡았다. 그중 가족이 제일 많은 큰형 집에서 2마리, 다른 형제의 집에서 한 마리를 잡았다. 이슬람식의 도축법을 이용하여 기도를 한 후 향의 연기로 양을 정결하게 한 다음 칼로 목을 단칼에 베어버렸다.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생명이 죽어가는 고통스러운 모습이 매우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것이 익숙한 듯 장난을 치고 있다. 하긴 나도 도살하는 장면을 본 다음 양이 불쌍하다고 느꼈지만 얼마 안 있어 양고기를 맛있다고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이날 촬영을 위해 집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웃집 할아버님이 음식을 내오셨다. 말을 잘 통하지 않았지만 이드 축제를 맞아 음식을 나누는 전통을 몸소 실천해주신 것이다. 고기보다는 아침부터 더운 날씨에 시원한 콜라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슈트란”(감사합니다)!!!


이름모를 방문객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주셨다.

 

이슬람의 성지 카이로우안

카이로우안Kairouan으로 가는 길은 모래 먼지가 날리는 한가한 풍경이다. 가끔은 관광버스와 루아지가 보이기도 한다. 왕복 2차선인 도로는 단조롭고 주변으로 올리브 농장, 밭, 황무지, 양 떼, 그리고 붉은 흙벽돌로 지은 단층주택들이 보인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농부들의 몸짓에서이곳이 척박한 삶의 터전임을 알 수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줄 맞춰 심어져 있는 올리브나무들이 ‘올리브의 나라’라는 명성을 상징하는 듯하다.

 

무슬림들에게 카이로우안은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수니파가 대다수인 튀니지의 전통과 신앙을 지키는 곳으로, 메카Mecca, 메디나Medina, 예루살렘Jerusalem에 이은 이슬람 제4대 성지이자 튀니지 제1의 성지로 그랑 모스크를 포함해 무려 125개의 모스크가 있는 북아프리카 최대의 이슬람 성지다. 그렇기에 카이로우안에는 순례자들이 끊이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이곳이 이슬람의 7대 성지 중의 하나”라고도 말한다. 튀니지 및 이슬람의 건강한 무슬림이라면 생애 한 번은 하지 순례를 위해 메카에 다녀와야 하는데, 카이로우안의 사원을 7번(혹자는 4번) 방문하면 메카에 한 번 다녀온 것과 같다고 여긴다.

 

그랑 모스크라 불리는 시디 오크바 모스크는 9세기에 세워진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모스크인데, ‘시디 오크바’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건축가이자 장군이다. ‘카이로우안’과 이집트 카이로, 이름이 비슷하다. 두 곳 다 ‘군사주둔지’ 혹은 ‘군사기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카이로우안이 군사기지로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카이로우안은 7세기 후반에 북아프리카 최초로 세워진 이슬람의 도시로 ‘300개의 사원이 있는 도시’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비르 바로우타 우물의 전설 등을 보면 이슬람 세력이 도시 건설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11세기 중엽 이후 그 중심이 튀니스의 지투나 사원으로 옮겨졌다.

 

모스크의 안에는 돗자리가 깔려 있다. 거대한 모스크의 바닥이 수많은 돗자리로 이어져 오랜 시간을 지켜왔다. 한쪽 구석에는 홀로 코란을 읽고 있는 노인이 있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신과 만나는 모습이 한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은 결코 느낄 수 없는 평화로움이다. 나는 얼마나 자주 신과 대화를 나누었으며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는가. 그것이 까마득한 기억 속의 일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모스크 안의 풍경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은 천장의 샹들리에이다. 베네치아의 유명한 유리 장인이 만든 것을 수입해 온 것이다. 베네치아산 샹들리에를 수백 년 전에 이곳까지 가져왔다는 사실이 놀랍고, 화려했던 유럽의 문물이 아직도 숨 쉬고 있는 것이 새삼 경이롭다. 이슬람과 기독교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던 시절의 이면에서는 유럽의 물건이 이슬람으로 넘어오고 카펫, 향신료 같은 이슬람의 물건이 유럽으로 건너가 명품으로 대접받는 역사적 교류를 느낄 수 있다.

 

모스크 안으로 들어간다. 400여 개의 대리석 기둥이 모스크를 떠받치고 있는데 기둥 상단 모양이 제각각이다. 기둥을 가져온 곳이 모두 다르기 때문. 높이가 5m에 이르는 기둥은 로마, 비잔틴, 아랍 시대에 각각 대리석으로 만들어졌고 목각은 9세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기둥 옆면에 양각 십자가가 보인다. 초기기독교의 유적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슬람 천문학을 대표하는 해시계 앞에서 관광객이 가이드와 설명을 듣고 있다.

모스크 마당에는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해시계가 있다. 당시 최고 수준이었던 이슬람의 천문과 수학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아랍어로 쓰인 돌판 위에 4개의 작은 쇠막대가 시간을 나타낸다. 해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선이 있어 이것으로 시간을 측정한다. 우리의 해시계와는 다른 모양인데, 1년 내내 건조한 기후 탓에 이러한 해시계가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모스크 널따란 마당 아래, 바로 발밑에 거대한 저수조가 있다. 마당 한쪽에는 물을 길어 올리는 곳이 있고, 마당은 약간 가운데로 경사져 물을 한 곳으로 모은다. 물이 모이는 곳에는 홈이 파여 있어 흙이나 모래를 막는 필터 기능을 한다. 물이 귀한 환경을 이겨내는 지혜가 엿보인다.

 

아글라브 저수조

 


지름 128미터인 거대한 아글라브 저수조


안에는 9세기경에 세워진 거대한 아글라브 저수조Les Bassinsdes Aghlabides가 있다. ‘아그라비드의 연못’으로도 불리는데 35km 정도 떨어진 산에서부터 수로를 건설해 물을 끌어왔다. 카이로우안 곳곳에 크고 작은 50여 개의 저수조가 남아 있는데 그중 아글라브 저수조에는 규모와 보존 상태가 좋은 저수조 2개가 남아 있다. 저수조가 있다는 것은 카이로우안이 전략적, 정치적으로 중요한 곳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비르 바로우타 우물


비르 바로우타 우물

670년에 아랍 군대가 이곳을 주둔지로 삼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성스러운 땅 메카에서 사라진 금잔이 이곳에서 발견되었다. 금잔을 들어 올리자 그 자리에서 물이 나왔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메카의 젬젬Zemzem 우물과 연결되었다는 비르 바로우타Bir Barouta 우물의 전설이다. 낙타가 우물주위를 빙빙 돌며 성스러운 물을 퍼 올리고 있다. 우물이 메카와 이어져 있다는 전설 덕에 이곳의 물은 무슬림에겐 ‘성수’로 여겨진다. 낙타 목에는 사람들이 행운을 바라며 걸어둔 다양한 색깔의 스카프가 걸려 있다. 낙타는 뱅글뱅글 우물 주위를 돌면서 물을 길어 올린다.

 

함맘의 도시, 하마메트


함마메트의 해변

‘함맘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하마메트Hammamet는 수도 튀니스에서 약 65km 정도 떨어진 해안도시다. 아랍어로 목욕탕을 뜻하는 함맘Hammam의 도시답게 곳곳에 전통 함맘들이 보인다. 북아프리카 최고의 해안 휴양지로 이름을 날리는 하마메트는 눈이 시리게 파란 하늘과 바다, 고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지는 해안의 풍경을 보여준다. 하마메트에서 5km 정도 떨어진 야스민 하마메트는 관광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튀니지를 대표하는 재스민꽃이 많아 야스민 하마메트Yasmine Hammamet로 불리는 이곳에는 수많은 고급 호텔들이 즐비하다. 국가의 주요 산업으로 관광을 발전시키고 있는 튀니지는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일반 대중교통으로는 들어올 수 없고 최소 택시나, 자가용, 관광객임을 표시하는 차량으로만 들어올 수 있는데 경찰들이 이곳으로 오는 도로를 지키고 있어 치안이 안전하다. 야스민 하마메트는 함맘의 도시답게 함맘의 원리를 현대적으로 응용한 탈라소테라피Thalasso Therapy로 유명하다. 탈라소 테라피는 깨끗한 지중해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 스파를 의미하는데, 호텔에서는 경쟁적으로 탈라소 테라피 스파를 만들어 놓고 손님들을 유혹한다.

 

글·사진=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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