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튀니지 18일간의 기억
2014년 인연 맺은 현지인 양부모님 만나
10월 2일부터 5일까지 EBS에서 방영
2017-10-02 05:56:17 | 권기정 기자

8월 초 갑작스러운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전화기 너머로 “세계테마기행 제작팀인데요”라는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의 막내작가가 전화를 걸어와 ‘튀니지’에 대한 자문을 구한다고 했다. 이후 두세 번의 전화통화가 있었고 그 다음 주 담당 피디와 작가와 미팅을 했다. 일종의 사전 미팅과 카메라 테스트였던 셈이었다. 출국 10일 전쯤에 출연이 결정되었고 그 후부터 출국준비가 정신없이 진행됐다. 출발 인원은 총 3명, 공항에서 두 번째 만난 피디와 처음 인사를 한 카메라 감독, 그리고 큐레이터라고 부르는 출연자인 나. 이렇게 단출한 구성이다. 18일간의 긴 촬영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왔다. 촬영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긴장탓에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제는 편집이 남았다.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정확하게 방송 1주일 전이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고 방송은 나가야 하는 약속이며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다. 피디의 편집을 믿어보는 수밖에. ​

글·사진=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사헬의 진주 수스에서 가족을 만나다.

수스의 가족들

 

튀니스에서 동남쪽으로 약 140km 거리에 있는 유서 깊은 항구 도시 수스Sousse는 튀니지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며 하마메트과 더불어 유명한 휴양지이기도 하다. 수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초기 카르타고 시절에는 자치권을 가진 도시였다가 기원전 6세기, 카르타고에 복속되었다. 포에니 전쟁 때는 카르타고의 편을 들지않고 로마의 편에 서서 전쟁의 패배로 멸망하는 불운을 피해 도시가 보존될 수 있었다. 수스는 카이사르에 대항해 싸우던 폼페이우스의 주둔지였고, 기원후 2세기에는 로마의 황제 트라야누스의 지배 하에서 하드루메툼Hadrumetum, 일명 ‘풍요로운 도시 Fertile City’로 불렸을 정도로 번영했다.

 

수스는 해변 지역의 관광지와 구시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수스 주변에서 생산된 곡물, 올리브, 직물 등의 교역 항구였던 이곳은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방어 성채가 건설된 난공불락의 요새로 유명하다. 방어용 성채가 ‘리바트Ribat 수도원’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슬림으로서 성채를 방어하는 일을 하면, 성전(聖戰)으로 간주되어 죽은 후 천국행이 보장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자살 폭탄 테러를 두려워하지 하는 이유가 죽은 후에 그들이 말하는 천국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슬람 건축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는 리바트 성채는 1988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8세기 후반에 건설된 성채로 무슬림 전사들이 외적에 맞서기위해 만든 독특한 성채가 원형 그대로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수스에는 현지인 양부모님이 살고 있다. 지난 2014년 튀니지를 방문했을 때 인연을 맺은 가족인데 이번 촬영 때문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피디는 사전에 미리 만나지 못하게 했다. 상봉장면에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한국에서 메신저로 준비할 것들을 미리 이야기를 했지만 정작 목소리로는 통화하지 못했다. 튀니지에 도착하고 나서 전화통화만 미리 두세번 했을 뿐이다. 약속된 시간에 집으로 찾아갔을 때 2년 만에 만난 한국인 아들을 만난 이들은 정말 가족이 오랜만에 온 곳처럼 마음을 다해 환영해주었다. 그리고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나와 촬영팀을 위해 잔치음식을 준비해주셨다. 동생 셀마와 마리암은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며 재회를 기뻐해주었다. 연출이 아닌 진정성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 순간만큼은 피디도 눈물을 훔치며 기뻐해주었다. 바로 이런 감정이 튀니지인의 환대이다. 이들의 반가움을 충분히 느낄 만큼 넉넉한 사랑을 베풀어주셨다, 이방인인 나를 가족으로 삼아주고 오랜만에 아들을 상봉을 한 듯 눈물을 흘리며 반갑게 맞아주신 튀니지의 가족이 지금도 그리워진다.

 

체험 삶의 현장 마디아


가두리 양식장에 사료를 주고 있다
 

마디아Mahdia는 지금은 쇠락한 어항이 있는 작은 도시지만 과거 이집트를 지배했던 파티마 왕조the Fatimid의 초기 수도였던 도시다. 이곳에서 지중해 바다 양식장을 경험하였다. 배를 타고 한시간여를 가서 만난 돔을 기르는 가두리 양식장. 마치 ‘체험 삶의 현장’ 이라는 프로그램을 찍듯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을 촬영하였다. 이곳에는 튀니지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대략 1000만 마리, 가두리당 70만 마리가 살고있는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엄청난 양식장을 체험할 수 있었다.

 

제다이가 숨 쉬는 곳 마트마타

튀니지의 한가운데에 있는 마트마타 Matmata는 베르베르인들의 마을이다. 베르베르의 뜻은 ‘외국’이란 뜻을 지닌 그리스어 ‘바르바리코스 Barbarikos’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고, 다른 기원은 그리스어 ‘바르바로이Barbaroi’가 아랍어로 전해지며 ‘바르바리’라고 발음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트마타는 영화 「스타워즈」로 알려진 곳이다. 붉은색의 벌거숭이 바위산과 무너진 돌담의 모습은 천년이나 된 이곳 역사를 생생히 보여준다. 마트마타는 땅을 파 토굴을 만들어 그 속에서 생활한 주거 형태로 유명해졌다.

 

사람들이 집을 땅속에 만든 가장 큰 이유는 한낮에는 기온이 50℃에 육박하고, 밤이면 급격하게 낮아지는 큰 일교차 때문이었다. 사하라 사막에서 끊임없이 불어오는 모래바람은 이곳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런 환경 속에서 생활하기 위해 집 주변에 언덕을 만들어 피해를 줄였다. 강한 태양과 모래바람을 피해 지하로 갈 수밖에 없었던 생활 조건이 오늘날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독특한 관광명소가 되었다. 영화 「스타워즈」시리즈가 크게 성공하면서 마트마타에는 스크린 속에서 보았던 강렬한 풍경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거리게 되었다.

 

지하 가옥을 가보면 거대한 우물처럼 땅을 깊게 파고 그 벽에 동굴 방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만든 지하 가옥들은 굴로 연결되어 거미줄 같은 지하 도시가 만들어졌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없는 독특한 건축양식으로 유명하다.

 

스타워즈의 흔적을 찾아서 호텔 시디 드리스

마트마타의 호텔 ‘시디 드리스 Sidi Driss’는 <스타워즈 에피소드4>의 중요 촬영지로 등장했던 곳이다. 스타워즈 촬영지인 모스에스파의 세트장과는 달리 실제 호텔의 일부분을 개조한 곳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4>에서 루크 스카이워커가 삼촌과 함께 살던 집으로 나왔고, <스타워즈 에피소드2>에서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아버지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헤어진 어머니 집으로 찾아와 이복형과 계부를 만나는 곳으로 나온 곳이다. 덕분에 마트마타를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명소가 되었다.

 

호텔 시디 드리스는 지금도 세계의 이색 숙소를 소개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을 실제로 방문한다면 조금은 실망하게 될지 모른다. 작은 규모뿐만 아니라 시설도 그렇고, 뭐 하나 호텔의 일반적인 기준에 맞는 것이 없다. 하지만 「스타워즈」의 촬영장이란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이곳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봐도 좋겠다.

 

호텔의 작은 입구에서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호텔 리셉션이 나온다. 곧이어 넓은 마당이 나오는데, 깊게 파진 마당을 중심으로 2~3층 높이까지 벽에 구멍을 뚫어 방을 만들었다. 직원이 안내해 준 객실은 커다란 토굴을 개조한 방이다. 땅을 깊이 파서 만든 호텔이라 마치 폭탄 맞은 거대한 구덩이 같아 보인다. 그 구덩이 안에서는 호텔 편의 시설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지하 동굴이 객실이 되고, 카페도 되고, 부엌도 된다. 그러나 생각보다 넓은 내부 덕에 객실은 20여 개 정도 된다. 이곳은 토굴의 구조상 객실에 화장실이 같이 붙어 있지 않아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며, 식당도 함께 사용한다.

 

호텔 곳곳에 <스타워즈>를 찍기 위해 설치한 영화 세트가 아직도 설치되어 있다. 페인트칠을 다시 한 듯 새로 채색한 티가 역력하다. 빛바랜 제다이의 그림과 스타워즈 포스터가 이곳이 스타워즈의 촬영지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크고 작은 관광 차량이 이곳을 드나드는데, 관광객들은 주로 이곳의 동굴 카페에서차를 마시고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추억한다. 튀니지의 오래된 전통 토굴집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스타워즈>의 배경으로 사용되었다는 아이러니. 갑자기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가장 오래된 전통 가옥이 미래의 모습을 투영하고, 영화 속에서 외계의 집으로 나온 이곳이 실은 인류의 오래된 주거 형태라는 사실이 무척이나 신기하다.

 

타타윈 - 치열한 삶의 공간 크사르 올레드 솔탄


1000년 전에 지어진   크사르 올레드 솔탄

튀니지는 조지 루카스 감독에게 독특한 촬영지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 창고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스타워즈> 속 외계 행성의 건축 양식과 의상, 지명 모두 튀니지의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기 때문. 영화에 나온 마트마타의 토굴집 외에 주목할 만한 건물은 언덕 위의 요새인 크사르 울레드 솔탄 Ksar Ouled Soltane이다. 크사르 Ksar는 이곳의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곡식 창고를 말하는데 방어와 보관을 겸하는 건물로 쓰였던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1000년 전 베르베르인들이 만들었던 크사르 울레드 솔탄은 이 지역의 황량함과 아름다움이 교배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베르베르인은 외부의 약탈과 침입을 막기 위해 언덕 위에 견고한 흙벽돌로 만든 성채를 만들었다. 언뜻 보면 성채가 그리 튼튼하지 않은 것 같지만, 이것은사실 공동체를 지킨다는 결속의 의미가 강했다. 크사르는 마을 한복판에 있는 공동 창고로 곡물이나 올리브유 등 재물을 보관하고 함께 지켰다. 외딴 곳에 사는 만큼 외부의 약탈이 빈번하여 생긴 자구책이었다.

 

튀니지 남부는 많은 영화속 배경으로 나왔는데 이 지역 사람들의 독특한 삶과 자연, 역사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가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크사르는 <스타워즈>에서 등장인물들이 사는 삶의 공간이 되었고 전통 의복은 제다이 기사가 입은 독특한 옷이 되었다. 크사르 울레드 술탄이 있는 튀니지 남동부 타타윈 지역은 인간이 살기에 척박한 곳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4>에서 루크가 로봇 C3PO에게 ‘여기는 우주의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인간이 살기에 어려운 곳’이라 말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 말은 척박한 타타윈 지역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표현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 속에서도 수 세기 동안 베르베르인들은 그들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고 있다.

 

언덕 위의 요새 마을 셰니니


베르베르족의 요새마을 셰니니

 

셰니니 Chenini는 산악 마을로, 마치 「황야의무법자」 같은 미국 서부영화에 나올 법한 협곡의 황량한 풍경을 보여준다. 이곳은 재래 생활방식이 보존된 튀니지의 대표적인 산악 마을로 크사르가 건설된목적과 같이 적들의 기습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해발 500m 고지대의 두 산등성이 사이에 있다. 이곳의 상징적 건물인 흰색 모스크를 중심으로 마을이 이루어졌다. 셰니니의 크사르는 다른 지역과 달리 산 위에 지어져 있다. 지금은 곡식 창고로 사용되지만 예전에는 요새의 역할이 더 컸을 것이다. 예전 전통 생활방식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마을 전체가 2007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대추야자 나무로 가득한 토주르 

소금호수 쇼트 엘 제리드 Chott El Djerid를 지나 도착한 도시는 토주르Tozeur이다. 토주르는 인근 도시와 마찬가지로 오아시스와 우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곳으로 인근을 뒤덮는 수많은 대추야자 숲과 생명 같은 오아시스가 있었기에 예전부터 사막 여행의 휴식처가 된 도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모래사막이 아닌, 주변에 대추야자 나무가 가득한 전형적인 오아시스 마을이다.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로마의 내륙 진출을 위한 주둔기지였으며, 또한 지중해 해안 도시와 사하라 지역 간 무역의 중심지로 카라반이 지나는 길목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토주르는 중계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엘하데프el Hadef 가문이 중심이 되어 발전한 부유한 도시였다. 토주르 Tozeur 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은 산악지대 오아시스 세 군데를 돌아보는 ‘마운틴 오아시스 투어’와 ‘영화 촬영지 투어’이다. 마운틴 오아시스 투어는 자연이 만들어낸 장엄하고 멋진 협곡들이 있는 미데스와 크고 작은 오아시스가 있는 타메르자와 셰비카를 둘러보는 일정으로 우리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또한 이곳은 옹크 제말, 모스 에스파, 네프타 등으로 가는 영화 촬영지 투어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사막의 작은 폭포, 라 그랑드 카스카드


그랑드 카스카드

굴곡이 심한 도로 때문에 차량의 움직임에 따라 몸이 이리저리로 쏠린다. 군데군데 대추야자 나무와 오렌지 나무도 조금씩 보인다. 이곳에 물이 있다는 이야기다. 라 그랑드 카스카드La Grande Cascade에 도착했다. 이곳은 타메르자 지역의 작은 폭포인데 물이 워낙 귀한 지역이라 이 정도의 폭포에도 ‘그랑드’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건조한 산지로 둘러싸인 사막에 폭포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산에서 내려온 작은 개울이 절벽 쪽에서 폭포가 되어 떨어진다. 이런 척박한 곳에서 어떻게 물이 나오는지 궁금해진다. 이곳을 흐르는 물은 인근 지역의 농업용수가 된다.

 

미데스, 그 아찔한 협곡을 내려다보다


미데스 협곡

타메르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영화 「잉글리쉬 페이션트」의 촬영지인 미데스 협곡이 있다. 미데스 협곡 인근에는 대추야자 나무가 계곡을 따라 자란다. 미데스 입구에는 관개수로를 이용한 대추나무와 오렌지 농장이 있다. 사람 사는 흔적이 거의 없는 마을 입구에는 관광객을 위한 작은 노점이 있을 뿐, 폭우로 무너진 마을은 폐허가 된 지 오래다. 산악 오아시스 투어에서도 점차 생략되고 있는 곳이라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드디어 미데스 협곡 앞에 섰다. 이곳은 작은 그랜드 캐니언 같은 곳이다. 이곳은 영화 속의 여러 장면과 연결이 되는데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비행기 추락으로 부상당한 캐서린을 안고 알마시가 동굴을 찾는 장면과 죽은 캐서린을 안고 동굴에서 나오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이곳에서 조금만 지나면 바로 알제리 땅이다.

 

소금호수 쇼트 엘 제리드


소금호수 쇼트 엘제리드

두즈에서 케빌리 Kebili를 거쳐 토주르로 가는 길에 말라버린 거대한 소금호수가 펼쳐진다. 우기에는 물이 고인 호수가, 건기에는 소금사막이 되는 쇼트 엘 제리드Chott El Djerid호수다. 끝없는 지평선에 펼쳐진 광활한 땅 반대편으로는 멀리 산들이 야트막하게 보인다. 이곳은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4>의 주요 촬영지였다. 오비완 케노비는 평범한 농부의 삶을 살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에게 악의 제국을 무찔러야 한다고 말하며 ‘죽음의 별’ 설계도를 공주의 명을 받아 전달하는 일을 하자는 제안을 한다. 루크가 오비완 케노비의 말을 듣고 고민하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자신의 모든 삶을 포기하고 제다이의 삶을 살 것이냐, 아니면 지금까지 살던 타투인 행성에서 평범한 삶을 살 것이냐의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배경이 되었던 곳. 그가 고민하며 혼자 걷던 곳이 바로 쇼트 엘 제리드 호수의 말라버린 소금 바닥이다.

 

사하라 사막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넓은 모래의 바다라면, 쇼트 엘 제리드는 말라버린 거대한 소금의 호수다. 지각변동에 의해 바다였던 곳이 육지가 되고, 고여 있던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식물조차 자랄 수 없는 소금 평원으로 변했다. 이곳에선 지평선과 하늘이 맞닿아 있어 끝없이 펼쳐진 공간엔 그저 땅의 경계만이 있을 뿐이다. 소금호수를 가로지르는 길 한가운데 차를 세운다. 먼지와 함께 불어오는 뜨겁고 건조한 바람. 소금호수라고 생각하니 짭짤한 소금 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도로 한가운데 작은 건물이 중간에 보이고 화장실 하나가 이곳이 휴게소임을 말해주고 있다. 

 

글·사진=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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