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풍, 거대한 지적 사기인가. 미래의 ‘금광’인가
가상화폐 종류만 1000개 넘어...시총 500조 육박
한국 투기 열풍 주도...블록체인 가치가 더 중요
2018-01-12 15:15:30 | 양재필 기자

 

비트코인(Bitcoin)...가상화폐(암호화폐) 열풍이 매섭다.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전 세계적인 비트코인 투자 열풍은 한국 시장에서 가장 뜨거워진 상태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017년 1월2일 비트코인당 995달러(약 100만원)로 시작한 이래 1년여만에 1500% 이상 폭등하며, 현재는 개당 한화로 2000만원(거래소별 상이)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통칭되는 가상화폐 시장은 요즘 가장 뜨거운 감자로 언론에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제대로 알고 투자하거나, 그 이면에 감추어진 변화의 논리를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비트코인 광풍의 실체를 알아보고, 비트코인이 거대한 금융 사기인지, 아니면 미래에 사이버 ‘금(金)’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 심층 조명해본다.

양재필 선임기자 ryanfeel@ttlnews.com

 

 

비트코인은 대체 무엇인가

비트코인은 컴퓨터에서 정보의 기본 단위인 비트(bit)와 동전(coin)의 합성어로,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것으로, 온라인 거래상에서 쓰이는 가상화폐이다.

비트코인이라는 말은 사실상 가상화폐를 통칭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가상화폐중 가장 유명하고, 원초적인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는 가상화폐를 통칭해 비트코인으로 표현했다.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더리움, 리플, 퀀텀, 어거 등 현재까지 생겨난 암호화폐 종류만 1200~1300여 개다. 비트코인 외에 다른 가상화폐를 알트코인(Alternative Coin; 대안화폐)라 부른다. 이 중 상위 10개 화폐가 전체 시가총액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그중에서도 단연 비트코인의 거래 비중이 높다.

 

▲ 비트코인 외에 가상화페(알트코인) 종류만 1000개가 넘는다

 

▲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년간 1500% 이상 급등했다

 

세상에 첫선을 보인지 9년 된 비트코인은 냉온탕을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했다. 그만큼 시장의 관심이 상당했다는 뜻이다. 단적인 것이 가격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첫 거래일인 지난 1월2일 1비트코인당 995달러로 시작한 이래, 5월 2000달러, 8월 4000달러 고지를 넘어섰고 11월에는 1만 달러 벽까지 깼다.

이러자 관련 업계에서는 “2만 달러 벽이 깨진다 해도 전혀 놀라울 일이 아니다”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실제로 구글트렌드 뉴스검색에서 비트코인 검색 횟수는 이미 금 검색 횟수를 넘어섰다. 암호화폐 시장 규모는 현재 4000억 달러(약 450조)를 넘어 세계 20위권 국가의 통화량(M2) 수준으로 커졌다. 삼성전자 주식의 시가총액이 320조, 우리나라 1년 총 예산이 400조원대임을 생각하면 빠르게 커지는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특징이자 본질은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이다. 쉽게 설명하면,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의 개입 없이 온라인상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은행의 중계가 없는 돈 거래, 중앙정부의 개입이 없는 사이버 돈 거래가 가능해졌다는 말이다.

비트코인이 기존 화폐와 다른 특징 중에 하나는 채굴(Mining)을 통해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만드는 과정은 광산업에 빗대어 mining(캔다)이라고 하며 이러한 방식으로 비트코인을 만드는 사람을 마이너(miner), 즉 광부라고 부른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비트코인에 암호를 풀면 일정량의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다.

비트코인의 전체 발행량은 2100만개로 고정돼 있는데, 대부분 시장에 풀려 통용되고, 이중 20~30% 정도는 채굴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을 하기 위해 고성능 컴퓨터 그래픽 카드가 동이 날 정도라고 하니 그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채굴 업체들은 점점 기업화되면서, 수천대의 고성능 컴퓨터로 비트코인 암호를 해독하며 채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화폐라는 것이 컴퓨터 암호풀기를 통해 생성된다는 게 전혀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알고 보면 그 속엔 놀라운 이유가 있다. 이걸 알아야 왜 가상화폐가 놀라운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비트코인의 심장
블록체인

 

▲블록체인

 

가상화폐를 알고 싶다면, 블록체인(Block chain)이 무엇인지 꼭 알아야 한다. 내용이 다소 어려울 수 있으니 쉬운 설명으로 곁들었다.

1만원짜리 지폐 한 장이 있다고 치자. 이 돈으로 1만원 짜리 책을 한 권 사면 내 지갑은 텅 빈다. 내게 없는 돈을 마치 있는 것처럼 꾸며댈 도리가 없다. 그런데 그 1만원이 사이버머니(전자화폐)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이버머니는 지폐처럼 물리적인 실체 없이 그저 컴퓨터상에 데이터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쉽게 복제할 수 있다. 원본과 사본에도 차이가 없다. 컴퓨터 파일을 복사하듯 돈을 복제해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무한정 복제할 수 있는 돈은 사실상 가치가 없다. 그러니 사이버머니를 돈으로 쓰려면 데이터를 함부로 고칠 수 없도록 장치를 해둬야 한다.

블록체인 안에는 이런 장치가 심겨져 있다. 이 점이 비트코인을 혁명적인 기술로 만드는 가장 큰 특징이다. 비트코인 채굴은 블록체인 상의 오류를 찾아내는 행위이며 그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채굴을 통한 오류 교정을 통해 비트코인 보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해지게 되는 것이다.

 

▲비트코인 채굴기 : 비트코인은 채굴이라는 과정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고, 보안이 더 강화된다

 

블록체인은 ‘공공 거래장부’라고도 불린다. 말 그대로 거래 장부를 공개해두고 관리한다는 뜻이다. 만일 홍길동이라는 사람이 은행 창구를 찾아가 “내가 맡겨둔 1만원을 돌려달라”라고 요구하면, 은행 직원은 거래장부를 뒤져 그가 돈을 맡긴 기록이 있는지 확인한다. 홍길동이 주장한 대로 1만원을 맡긴 기록이 장부에 있다면 은행 직원은 금고에서 1만원을 꺼내 홍길동에게 건네게 된다. 만약 거래내역이 없다면 은행은 홍길동의 요구를 거부할 것이다. 거래장부에서 거래 내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면 은행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은행에 저장돼 있는 나의 금융 데이터가 소실되면 나의 재산도 그냥 날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거래장부는 금융 거래의 핵심이다. 돈이 오고간 내역을 장부에 기록하는 이유는 이 기록을 바탕으로 금융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거래장부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 등 기존 금융회사는 거래장부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복잡한 인적·물적 보안 대책을 세운다. 함부로 은행 서버에 접근할 수 없도록 방화벽을 튼튼히 하거나 건물 깊숙한 곳에 거래장부를 저장한 서버를 두고 각종 보안 장비와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비원과 보안 담당 직원도 고용한다. 금융거래에 있어 ‘보안’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논리에 중추를 이루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서버나 경비원 없이도 거래장부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이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가 함께 거래장부를 관리하도록 하게 만든 것이다.

 

▲비트코인 문제점

 

모든 비트코인 사용자는 P2P(개인간개인) 네트워크에 접속해 똑같은 거래장부 사본을 나눠 보관한다. 새로 생긴 거래내역을 거래장부에 써넣는 일도 사용자 몫이다. 이들은 10분에 한 번씩 모여 거래장부를 최신 상태로 갱신한다.

기존 장부에 숫자가 물에 번졌거나 한두 페이지가 뜯겨 나간 장부가 있으면, 다른 사람이 가진 멀쩡한 장부를 복제해 빈 곳을 메운다. 이때 몇몇 사람이 멋대로 장부를 조작할 수 없도록 과반수가 인정한 거래내역만 장부에 기록한다.

최근 거래내역을 적어 넣었으면, 새로 만든 거래장부를 다시 모든 비트코인 사용자가 나눠 가져간다. 이런 작업을 10분에 한 번씩 반복한다. 이 때 10분에 한 번씩 만드는 거래내역 묶음을 ‘블록(Block)’이라고 부른다. 블록체인은 블록이 촘촘히 연결된 거래장부 전체를 가리킨다. 비트코인은 처음 만들어진 2009년 1월부터 지금까지 이뤄진 모든 거래내역을 블록체인 안에 쌓아두고 있다. 지금도 전 세계 비트코인 사용자는 10분에 한 번씩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만나 블록체인을 연장하고 있다.

물론 이런 작업을 사용자가 매번 직접 하는 건 아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가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한다. 사용자는 자기 컴퓨터를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데 품앗이하는 셈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향후 4차 산업혁명의 보안 기술을 책임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실제 금융권과 물류 부분 등 다양한 부분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 기술을 차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다만 가상화폐 시스템의 본질이 블록체인이라고 해서, 블록체인=가상화폐라는 일반화는 다소 성급한 면이 있다. 블록체인라는 시스템이 실질적 가치가 있는 것이지, 가상화폐 거래 가치는 블록체인과 별개로 아직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투기의 민족 
비트코인에 미치다

한때 전 세계 파생상품 거래 규모 1위를 차지했던 한국답게, 국내 비트코인 투자 열풍은 투기를 넘어 광기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지난해 11월28일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국내 비트코인 투자 열풍에 대해 경계했다. 비트코인은 완전한 익명으로 거래되며, 컴퓨터와 인터넷만 되면 누구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범죄, 탈세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경고성 메시지에도 암호화폐 광풍은 계속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은 급등·급락을 반복하면서도 전반적인 상승세를 유지했다. 직장인은 물론 자영업자와 주부들 사이에서도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이 급속도로 퍼졌다.

 

▲가상화폐는 전 세계 한국시장에서 유독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있다. 이러한 가격 차이를 비꼬아 김치 프리미엄(김프)이라는 말이 통용되고있다

 

투자자가 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가상화폐에 중독되는 ‘암호화폐 좀비’도 속출했다. 전 세계에서 거래되다 보니 주식시장과는 다르게 24시간 휴장 없이 사고팔 수 있는데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탓에 생긴 현상이다. 대표적인 현상은 수시로 암호화폐 거래소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현재 가격을 확인하고 수익·손해를 계산하는 행동이다.

비트코인 투자 열풍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유독 한국에선 그 정도가 심한 상황이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 규모의 21%가 원화로 결제됐다.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비트코인을 둘러싼 ‘태풍의 눈’이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의 ‘투기성’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열풍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 시장 모두 신산업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관련 제도와 법체계가 정비되는 속도에 비해 시장이 커지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암호화폐 관련 법과 제도를 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