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세계 관광명품 가능한가?
2018-02-20 16:13:54 | 권기정 기자

2017년 8월말 한국관광공사는 '명품고택 및 한옥스테이 체험관광상품'을 출시했다. 공사에서 개최한 공모전을 통해 선정, 한옥에서 숙박, 한과 만들기, 다도 등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으로 구성된 이색 상품이다. 이를 통해 체험할 수 있는 한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명품고택' 또는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한 '한옥스테이'로, 한국 전통의 미를 갖춘 각 지역의 대표 한옥이다. 그러나 그들 숙소 운영 및 유지할 수 있는 지원책과 컨설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상품 홍보와 체험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한옥과 전통문화가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한 특색 있는 여행 콘텐츠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명품고택 운영소유자와 한옥스테이 담당자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장밋빛 여행콘텐츠가 아니라는 것이 한결같은 답변이다.

 

한옥 정말 좋은데···

우리의 전통문화 중 가장 밀접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한옥이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전통한옥과 개량형 한옥에서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지금도 대부분의 집에서 난방방식으로 활용되는 온돌이 바로 전통한옥에서 유래했다. 전통 아궁이에서 가스보일러를 이용한 온수 순환으로 그 형태가 바뀌기는 했지만 한옥의 전통을 생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옥에 관한 관심은 중노년층에 많이 집중되어 있다. 노후에 생활하는 공간으로 한옥을 지목한 사람이 조사대상의 53%였다는 결과를 보더라도 한옥은 편안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지금의 한옥은 상시 거주의 목적이기보다는 한옥스테이 등의 숙박업으로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한옥 숙박, 경쟁력은? 

▲망상 한옥촌

 

한옥 숙박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한 명품고택과 한옥스테이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명품 고택은 오래된 한옥에서 숙박하며 체험프로그램을 결합한 상품이고, 한옥스테이는 한옥 스타일의 펜션이나 민박의 개념이다. 여기에 한옥 호텔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옥 스타일의 호텔이나 펜션은 일반 호텔, 펜션과 크게 별다를 것이 없다. 외형만 한옥이고 내부는 취사시설과 화장실, 샤워시설, 침대방 혹은 온돌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호텔이나 펜션은 체험프로그램이 크게 필요 없이 숙박을 위주로 하기에 최근에 많이 늘어났다. 이에 반해 고택체험의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는 형편이다.

 

 

고택 한옥 체험은 일본의 료칸 체험과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에 오른다. 일본의 전통 다다미방 그 자체로는 그리 경쟁력이 없다. 료칸에서 맛볼 수 있는 ‘가이세키’ 음식과 온천을 결합한 체험상품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일본의 료칸은 현재 아시아 지역의 럭셔리 여행의 대명사로 세계 관광객들에게 인지돼 있다. 럭셔리 여행으로 여기기에 상대적으로 비싼 숙박비에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직 멀기만 하다. 명품고택 체험상품은 대체적으로 다도체험, 음식 만들기, 염색체험, 소품 만들기 등이다. 다른 곳에서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특색있는 식사도 하기 힘들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겨울철을 제외하고 4월부터 10월까지 6-7개월간 한옥 숙박이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익률의 문제가 대두된다. 한 고택 운영자는 “소규모 인원이 머무르고 연중 운영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특색있는 식사 메뉴나 체험거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숙박객이 말하는 명품고택 문제점

내부가 현대식으로 되어있는 한옥펜션을 제외하고 일반 사용자가 느끼는 명품고택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방이 좁다

방하나의 크기가 2평 내외부터 4평 정도다. 보통 호텔의 객실이 8평에서 10평(30제곱미터)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숙박하는 면적이 너무 좁다는 것이 가장 큰문제이다. 방이 좁고 천장이 낮아 들어갔을 때 갑갑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두 명이 누우면 방안이 꽉 차는 객실도 많다.

 

2) 냉난방 문제가 있다

많은 한옥고택이 안고 있는 문제이다. 여름철에는 에어컨을 설치해 냉방을 하지만 창호의 문제로 열효율이 떨어진다. 겨울철에는 방안에 커튼을 설치해도 찬바람이 창호 사이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추위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3) 화장실·욕실 불편

많은 한옥고택이 비슷하게 안고 있는 문제인데 문화재로 지정된 경우에는 임의적인 개보수가 불가능해서 객실 내에 별도의 화장실을 설치하기가 어렵다. 혹 설치한다 하더라도 구조적인 문제로 객실 한구석에 좁은 공간을 활용해 설치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한옥들이 외부에 별도의 화장실과 욕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점이 불편한데 고객들에게 “한옥이 원래 이러니 불편을 감수해 달라”라고 강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좁은 화장실

 

4) 침구류 위생 문제

일부 고택 이용자들은 요와 이불의 청결문제를 지적했다. 고급 호텔처럼 매트리스 커버와 이불 홑청(커버)을 교환하는 것이 아니고 세탁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문제는 분명 청결의 문제가 발생하고 냄새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5) 원활하지 않은 식사 제공

고택 숙박체험이 소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아침이나 저녁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부 고택에서는 아침을 몇 명이상 조건부로 유료로 사전 주문받는 경우도 있으며, 상당수의 고택들이 식사를 위해 인근 식당을 안내해주는 등 식사 제공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6) 체험 거리 부족

지역별, 고택별로 체험 프로그램을 차별화하지 않아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숙박객이 명품고택을 선택하는 목적을 조사해 그에 맞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제기됐다.

 

명품 고택 활성화 노력·인력 전제

명품고택 운영자들도 불만이 많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지원을 받는 고택은 주인 마음대로 유지보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북 안동의 수ㅇㅇ 명품고택 운영자는 “외부 화장실을 지으려면 개인이 시행하는 경우 3000만원이면 되지만 문화재청이 관여하면 1억 원이 넘으며 이것조차도 한참을 기다려야 시행이 되며, 관과 일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청송에서 한옥 스테이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지붕을 보수하는데 매년 최소 200만 원 이상이 든다. 소규모로 운영하는 한옥의 경우 겨우 유지보수비 정도 나오는 수입이라 힘들다”고 말했다.

고택‧종택의 규모가 방대하고 대부분의 고택 소유자들이 고령인 점도 정상적인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한옥은 유지·관리하는 데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고택 청소, 제초, 세탁 등을 해줄 수 있는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운영 여건으로는 인력 고용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시내와 멀리 떨어져 고립된 장소에 입지한 고택에서는 인력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현대화된 한옥게스트 하우스

 

반면 좋은 투자처로 보는 운영자도 있었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한옥 게스트하우스 화**를 운영하는 문 모씨는 “2억 원 정도 투자해서 한옥게스트 하우스를 매입해 주말에 투숙객을 받으면 수익률이 낮지 않다”며 “노후에 좋은 투자처”라고 말했다.

 

고택·한옥 우수상품, 체험과 거리 있어

지난 1월25일 한국관광공사의 명품고택 및 한옥스테이 체험관광상품 중 최우수상(시상금 500만원)을 수상한 ‘안동먹탐 1박 2일’ 상품은 총 550명을 유치하는 등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에 공모전을 통해 경북과 강원도, 충남, 전남 지역 소재 한옥에 머물면서 한과 만들기, 다도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9개 여행상품을 선정한 가운데 한 해 동안 여행사별 모객실적 및 만족도 조사를 평가해 시상한 상품이다. 그런데 상품을 자세히 보면 ‘명품고택 및 한옥스테이 체험관광상품’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는 먹거리투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옥숙박 자체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17년 5월에 공모를 한 경북명품고택 관광상품공모전을 보면 명품고택관광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경북명품고택 관광상품공모전 포스터

 

공모전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ㅇ 경북명품고택 관광활성화를 위하여 고택의 주변 환경 및 스토리를 활용한 체험프로그램 및 관광아이템 발굴

ㅇ 고택관광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경북명품고택체험 운영활성화에 기여하고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 관광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다.

 

관광연계자원 유형은 아래와 같다.

1) 지정형

지정 1 ( 안동 천지갑산농촌체험휴양마을 )

* 내용 : 사과따기체험 ( 변경가능 ) – 향토음식체험 – 하회별신굿탈놀이 관람 및 배우기 – 하회마을관람
 

지정 2 ( 청도 )

* 내용 : 김장체험 ( 변경가능 ) – 네이처팜 – 와인터널 관람 및 시음 – 청도 선암서원 다도체험

 

2) 자유형

* 체험상품 : 고택에서의 역사탐방 , 문화 · 음식체험 , 다도체험 등

* 한류상품 : 영화 및 드라마 촬영 고택 관광상품화 등

* 역사문화 : 고택 문화와 역사를 엮어 스토리텔링 등

* 기타 : 지역의 주요볼거리체험을 통한 고택숙박연계 , 음식특화고택 맛 체험 등

 

경북도내 지정 경북명품고택 숙박체험대상 리스트는 총 39개소이다.

 

지역 색채 드러낼 콘텐츠 시급해

고택의 물리적 환경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차별화되고 특색 있는 서비스와 운영 프로그램 제공이 필수적이다. 최기탁 교수의 조사(최기탁(2011), 고택관광객 가치사슬모형 개발, 「관광연구」 26권 4호, 619-639.)에 나타났듯이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고택문화체험으로 전통음식(58.9%), 가문의 정신과 법도(38.9%) 순으로 나타났듯이 종가음식 등 고유 음식 콘텐츠를 활용하거나, 고택 및 종가에서 내려오는 유물 등 사료를 근거로 한 시연품 개발, 공연 콘텐츠 제작 등 독특하고 품격 있는 고택 체험 관광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고택‧종택 명품화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은 전통한옥문화를 체험하고 사대부가의 생활문화 등 전통문화 관광자원으로서 매력성을 높이는 데 있다.

정부의 시각과 관광이라는 측면에서 보는 시각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명품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가장 쉬운 예로 일본의 료칸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종가, 양반가의 고급스러운 음식이 우선적으로 관광객에게 공급해야 하며, 관광객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고택, 한옥 인근에 있는 한국 토속 황토찜질방, 온천 등을 연계하고 해당 지역의 색채를 드러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적극 창출, 도입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