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여행 어떻게 바뀔까
코로나 전후 국내여행 트렌드 변화 비교 및 예측
2020-06-03 16:38:34 | 정연비 기자

[티티엘뉴스] 현재의 여행자들은 코로나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2015년부터 실시해 온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를 기초로 2019년에 관찰된 변화와 2020년에 나타날 변화를 모아 '2019-20 국내여행 트렌드'를 발표했다. 그러나 1월말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고 팬데믹으로 번지자 현 시점을 기준으로 여행소비자의 변화를 다시 점검했다. 

새로운 조사 보고에 대해 컨슈머인사이트 측은 "1~5월 조사결과를 분석하고, 당사의 여행리서치 담당연구원들의 상황 인식과 전망을 개별심층면접을 통해 수렴했다"며 "편의상 연초의 동향과 전망은 '비포 코로나(Before COVID-19)', 현시점에서의 동향은 '애프터 코로나(After COVID-19)'로 했다. 이 진단은 현 시점 기준으로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으며, 소수 여행리서치 전문가의 의견을 수집한 것으로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위해서는 별도의 체계적 연구가 필수적"임을 밝혔다. 

 

애프터 코로나, 여행시장 동향과 전망 10

 

1. 여행소비 심리: 소확행에서 절제의 생활화

 

<비포 코로나> 2017년 이후 경기침체·저성장이 이어지며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젊은층 지출의향 1순위였던 여행·여가는 2019년 지출 축소대상 1위에 오르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한 어려움 중에도 한정된 비용 내에서 확실한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소확행 경향이 뚜렷했다.

 

<애프터 코로나> 코로나 발생으로 전례없이 큰 소비심리 위축이 일어나고, 이제 과거와 같은 여행/여가를 즐기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경제적 여유도 부족하지만 쓸 기회도 공간도 예전 같지 않다. 해외는 언감생심이고, 제주도, 대구/경북도 가기 어렵다. 소확행은 멀리 지나간 이야기고, 이제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통제에 순응해야 한다. 그러나 여행을 위해 모아둔 돈,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쓸 기회가 주어진다면 분풀이형, 화풀이형 소비지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2. 생활의 중심: 밖에서 집안으로

 

<비포 코로나> 주52시간근무제, 온라인쇼핑, 배달서비스의 폭증으로 생활의 중심이 가정으로 쏠리고 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가정 내 여가생활이 재편되는 동시에 쇼핑, 식사 등의 측면에서도 편의성 추구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애프터 코로나> 집 밖에서 시간 보내기가 갑자기 어렵게 됐다. 갈 만한 곳도, 같이 갈 사람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소비, 활동과 여가의 상당부분이 '집'이라는 공간 내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었던 외식과 사회적 모임은 어렵게 됐고, 때가 되면 외출을 하던 식구 모두가 집에 머물 수밖에 없다. 가족 간 공유시간이 본의 아니게 늘어나며 관계가 나빠지기도 한다. 집안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 경우 자기시간과 공간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여행을 간절히 원하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워 관심사를 돌릴 곳을 찾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으로 '만들기 콘텐츠', '챌린지'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이유이다. 반려동물이 있다면 큰 위안이 될 것 같다.

 

3. 여행의 동반자: 스마트폰, 여행 외 삶의 동반자로

 

<비포 코로나> 여행의 주된 동반자는 친구와 가족이지만, 혼행(혼자하는 여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행의 여가화/일상화의 한 단면이다. 친구나 가족과의 유대감을 확인하기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만끽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여럿이 여기저기 다니는 볼거리 중심의 여행에서 벗어나, 혼자서 문화유산/예술을 감상하거나, 액티비티/체험에 참여하거나, 모든 것을 놓고 푹 쉬는 휴식형 여행이 늘고 있다.

<애프터 코로나> 여행 산업은 완전 정체 상태다. 국민 대부분이 연금 상태라 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가족조차도 낯설다. 개인적 두려움(감염)과 사회적 압력(거리두기) 때문에 오라는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다. 외부로의 연결은 거의 전부 스마트폰으로 이뤄진다. 스마트폰은 전화도 되고, TV·영화관·오락실·음악감상실·자판기 등 뭐든지 집 안으로 불러올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볼거리·놀거리·할거리·살거리·먹거리 등을 원하는 대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행을 넘어 삶의 동반자다.

 

 

 

4. 여행의 중요 가치: 자기만족에서 위험회피로

 

<비포 코로나> 휴식과 심미적 욕구를 충족하는 한편, 이를 통해 개인의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 SNS에 업로드하기 좋은 장소를 찾기 위해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장소를 찾는 경향이 있다. 인증샷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고 과시하려는 동기도 작용한다.

 

<애프터 코로나> 이제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여행 중 마주치는 모든 사람, 상품과 서비스도 편안하지 않다. 낯선 사람은 경계심을 유발하고, 숙박여행은 불안하고, 매식은 편치 않고, 비용도 부담스럽다.

여행의 여가화/일상화와 맞물려 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가벼운 여행이 편하고 마음 놓인다. 간단한 준비물을 갖고 혼자 또는 소수의 동반자와 인근 공원, 멀지 않은 산·들·강·바다에서 편안한 휴식을 찾는 피크닉이 좋은 대안으로 보인다. 휴양림, 수목원 방문도 괜찮다. 어떤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며, 안전은 낯선 사람·장소·사물과의 언택트다.

 

5. 여행의 모습: 되살아난 여행의 모습

 

<비포 코로나> 일년 중 몇 번 없는 중요한 행사였던 여행은 일상생활 중의 여가활동과 점점 유사해지고 있다. 점진적이기는 하지만 근거리, 단기간 현상이 분명히 있다. 숙박여행은 감소하고, 당일여행은 증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여행의 증가세는 둔화되고 국내여행의 증가 가능성이 보이나, 실제 그럴지는 미지수다.

 

<애프터 코로나> 10년은 족히 필요할 여행의 일상화/여가화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에 왔다.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코로나가 준 굴레다. 당분간 많은 준비가 필요한 장기 숙박여행은 불가능하고, 간단한 나들이 같은 여행이 있을 뿐이다. 여행갈 여유도 없고, 갈 곳도 마땅치 않고,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잠자리를 생각하면 숙박여행은 더 어렵고, 자녀가 있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과거와 같은 모습의 국내여행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개개인의 먹고, 자고, 다니는 방식에 대한 생각과 행동이 다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코로나 종식 후의 여행산업은 이전과 전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가생활 자체가 바뀌었는데 여행이 그대로일 수는 없다.

 

 

 

 

6. 여행 기간: 초단기 여행과 장기 칩거형 여행

 

<비포 코로나> 국내 숙박여행의 80%가 2박 이내고, 점점 단기화 되는 추세다. 여름휴가를 제외하면 3박 이상의 국내여행은 흔치 않다. 국내여행에서 숙박의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애프터 코로나> 여행의 근거리, 단기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숙박여행은 여가라기보다는 모험과 도전에 가깝다. 호텔·모텔·콘도·펜션·민박 등 숙박업의 특징은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장소, 물건, 시설을 피해 갈 수 없다는 점이다. 모두가 꺼려지고 부담스럽다.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멀지 않은 곳으로 나들이에 가까운 가벼운 당일여행을 자주 하는 것이고, 이는 여행의 여가화/일상화라는 큰 추세와 잘 맞는다. 당일여행 경험률(지난 7일 내)은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속도가 가장 높았던 3월 19%에 그쳤으나, 5월 25%(+6%p)까지 오른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와 반대로 인적 드물고 외부와의 교류가 적은 곳에서 장기간의 칩거형 여행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 달 살기, 세컨드하우스나 장기임대 등의 활용이 많아져 여행기간의 양극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7. 이동수단의 선택: 개인 자차 선호도 상승과 다변화

 

<비포 코로나> 여행시 67%가 주 이용교통 수단으로 승용차를 꼽고 있다(2019년 기준). 승용차 의존은 거의 절대적이지만 최근 미세한 변화가 있다. 기차·택시와 같은 대중교통의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애프터 코로나> 가급적 대중교통은 피하고 싶다. 낯선 사람과 가까이 있는 것은 편치 않다. 내 소유 이동수단인 승용차가 안심된다('20년 3~5월 승용차로 여행지까지 이동 72%). 목적지나 경로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승용차를 잘 활용한 차박 혹은 당일여행도 좋다. 경우에 따라 음식, 취사도구, 텐트, 침구, TV까지 갖고 갈 수도 있다. 요즘 인기 있는 SUV가 아니어도 RV나 Camper도 인기 상승이 예상된다. 산·들·강·계곡·바다의 오토캠핑장도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8. 여행 먹거리: 요식업, 식문화 대변혁에 대응 필요

 

<비포 코로나> 단순히 요기하는 것이 아니라 편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맛있는 것을 즐기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준비한 음식 해먹기'에서 '현지 음식 사 먹기'로 변했고, 이제는 유명 맛집에서 음식과 환경을 품위 있게 즐기기를 원한다. 남에게 보여줄 만한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지도 빼놓을 수 없는 고려 사항이다.

 

<애프터 코로나> 먹거리도 안전이 우선이다. 매식은 불안하다. 음식의 재료, 조리, 상차림, 식기, 장소 모든 것이 미심쩍다. 주 식사는 개인별일지라도 반찬을 공유하기는 찜찜하다. 서빙스푼이 있어도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부담스럽고, 식당에서 주는 수저나 그릇 역시 편치 않다. 환경문제가 걱정되지만 1회용품의 장점을 외면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한 끼의 식사가 문제가 아니라, 식문화가 문제다.

매식 아닌 다른 방법을 찾을 가능성이 커질 것은 분명하다. 미리 조리된 음식을 먹거나, 간편식(라면 등)을 조리해 먹거나, 밀키트(meal-kit)를 선택하는 것도 좋다. 편의점 도시락도 선택 가능하고, 패스트푸드도 있다. 여행 중 식사는 중요하지만 그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가격과 맛보다 청결과 신뢰가 중요하게 될 것이다.

 

9. 숙박과 보건: 남의 손 타지 않은 침구·침실 선호

 

<비포 코로나> 호텔 시장이 급성장하며 펜션을 앞질러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펜션·모텔/여관·민박 등의 선호는 줄어들고 있다. 비싸더라도 좋은 환경에서 품위 있게 쉬고 즐기는 것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 호캉스가 인기있는 이유의 하나다.

 

<애프터 코로나> 내 것이 아닌 물건, 남이 쓰던 물건을 사용하는 것은 불안하다. 콘도·펜션·모텔/여관·민박이 아니라 최고급 호텔이라도 불특정 다수가 사용한 것을 쓴다는 것은 불편하다. 엘리베이터, 욕실, 변기, 옷장, 냉장고, 타월 등 편한 것이 하나도 없다. 특히 침구를 하루 밤 내내 쓰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다. 잠자리 혁신은 먹거리보다 더 중요하다. 청결과 좋은 서비스 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하다는 신뢰다. 무슨 대비책을 세우고 실행해도 소비자가 확신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

침구와 주요 용품에 대해서 옵션제도 고려해 볼 만하다. 침구나 욕실 용품, 가구, 어메니티(amenity) 등의 비품 사용여부를 투숙자가 선택할 수 있고, 그만큼 할인 혜택이 있다면 신뢰를 얻는데 도움이 되고 윈-윈할 수 있다. 숙박 환경에 대한 불안감을 확실히 해소해 주지 않으면 숙박업은 긴 터널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소비자는 텐트, 침구, 식기 모두 갖고 캠핑장을 가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고, 대체재로 홈캠핑을 할 수도 있다. 불편하겠지만 불안하지는 않다.

 

10. 여행: 떠나는 즐거움에서 지금-여기 중심으로

<비포 코로나> 여행의 출발은 여행계획 세우기다. 여행계획 세우기는 여행 이상으로 즐겁고 흥분되는 일이다. 여행의 간소화(근거리, 단기간)가 진행되며 자연스럽게 여가화/일상생활화가 되고 있다. 당일여행이 늘고, 즉흥적·충동적·근거리 여행이 증가하고 있다.

<애프터 코로나> 여행계획 세우기의 즐거움은 이제 의미 없다.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에서 계획은 세울 수도 없고 세운대로 되지도 않는다. 여행의 여가화/일상화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여행 산업은 과거와 다를 수 밖에 없다. 근거리·단기간, 당일여행이라는 것은 현지인 중심일 수밖에 없다. 외지 여행소비자를 끌어들여 여기저기 다니게 하고, 장기간 머무르게 하는 연계-체류형 여행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금-여기'가 중요하다. '지금-여기'있는 사람들의 소비지출을 촉진하고, 만족시키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다. 그래야 외지 사람들도 찾아와 소비지출을 일으킬 것이고, 지역경제도 살고 일자리도 생긴다.

 

 

 

 

■ 결론: 코로나 뉴노멀 시대-과거 방식의 여행상품, 서비스는 잊어야

 

현재 여행산업은 산업 전체가 최악의 늪에 빠져 있다. 당분간은 백약이 무효일 가능성이 크고, 코로나 종식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코로나를 벗어나면 사건 전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있고, 눌렸던 욕구가 분출해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제는 시장의 규모보다 내용이다. 어떻게 되든 간에 여행문화에 혁명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보건과 관계 깊은 식문화와 숙박문화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숙박·식사·이동·활동 등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나아가 가족-친지의 접촉도 축소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진행되어온 근거리·단기간·저비용·여가/일상화 현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실내 여가와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의 다수는 실내에 머물 가능성이 크고, 실외 활동에 굶주린 사람은 개인 중심의 활동과 공간을 찾아 나설 것이다. 도심에는 여가와 취미, 휴식을 위한 공간이 늘어나고, 기존 관광지는 과거의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자주-간단히-근거리로 가는 여가/휴식형 여행이 대세이나, 일부는 장기 거주형 여행(한달살이 등)을 택하는 등 양극화의 가능성이 있다. 여행의 DIY(Do It Yourself)화가 급속히 이루어질 것이다.

소비자는 여행의 시기·빈도·장소·활동·동반자·교통 등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으며, 여행산업 종사자는 이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산업 관계자는 정밀한 예측을 통해 변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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