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끝으로 느끼는 마카오의 진수
2018-06-21 01:04:39 | 권기정 기자

동서양이 합쳐진 진정한 퓨전 매캐니즈 음식

 

[티티엘뉴스] 마카오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3가지가 있다. 먹는 것, 그리고 자는 곳, 마지막이 입는 것이라고 한다. 더운 기후와 높은 습도를 견디지 못한 아파트의 우중충한 외벽과 조금이라도 집 안의 습기를 줄이고자 긴 장대를 이용해 창 밖으로 내다 넌 빨랫감의 부산함 뒤에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광동 요리와 대항해시대의 모험정신이 그대로 묻어나는 맛깔 나는 식탁이 숨어 있다. 이국적인 거리, 즐거운 볼거리도 마카오 여행의 매력이지만 이 요리들을 맛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마카오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동서양이 만난 이종교배의 역사가 마카오의 음식을 발전시켰다.

 

2009년부터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북인 미슐랭 가이드북에서는 홍콩-마카오 버전을 발행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인데 그만큼 마카오가 동서양이 결합한 미식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는 당연한 이야기다. 이후 매년 마카오의 약 30여개의 추천 레스토랑 등이 소개되고 있으며 이 중에는 BIB구르메부터 최고의 영예라는 별 셋까지,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거리의 조그만 국수집과 모던 프렌치 레스토랑 등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자동차를 타면 마카오의 끝에서 끝까지 도달하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이 작은 도시가 품고 있는 맛의 지도가 전 세계 그 어느 곳보다 넓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동서양의 음식이 만나는 마카오 식탁의 역사는 15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명나라 군대를 도와준 대가로 마카오 거주권을 얻게 된 포르투갈 사람들은 고향의 음식을 마카오로 가져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냉동, 냉장 시설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서 오랜 항해를 거쳐 마카오에 도착하는 식재료들의 대부분은 썩어버렸다. 남게 된 것은 항해 중에 기항지에서 싣는 갖가지 향신료 등뿐이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점차적으로 신선도가 유지되어야 할 식재료들에 대해서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것들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식재료들의 낯선 식감은 이들에게 익숙한 향신료와 양념들의 향과 맛으로 중화시켰다. 이후 4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세대가 거듭되면서 마카오 사람들까지 가세해 다양한 요리들을 개발해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마카오와 포르투갈의 혼합 문화를 지칭하는 이름이기도 한 매캐니즈(Macanese) 요리의 탄생이다. 
 

마카오의 많은 포르투갈과 매캐니즈 식당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요리들을 여행객의 입맛으로 구분해 내기는 쉽지 않다. 두 음식은 재료에서의 약간의 차이를 제외하면 거의 흡사하기 때문이다. 식사 순서는 일반적인 서양식과 동일하다. 스프와 샐러드 같은 전채 요리가 있고, 생선과 고기 등을 조리한 주요리, 주요리에 곁들일 수 있는 밥이나 면요리 그리고 디저트로 구성된다. 여기에 다양한 포르투갈 와인을 곁들여 먹는데 포르투갈 와인은 한국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인근의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와 더불어 포도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 2018년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디 에잇(The Eight)' (캔토니즈)과 '로부숑 오 돔(Robuchon au Dome)'(프렌치)이 위치한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Grand Lisboa)

 

포트 와인에 잘맞는 매케니즈 요리

 

그러나 현지에서 대부분 소비되기 때문에 수출되는 일이 많지 않은데 마카오에서는 그런 포르투갈 와인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특히 관세가 없는 마카오의 특성상 현지보다 가격이 저렴한 경우도 있다고.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와인으로는 비뉴 베르드(Vinho Verde)와 포트 와인(Port Wine)이 있는데 비뉴 베르드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에서만 생산된다. 어린 포도를 수확해 만들기 때문에 산미가 가한 것이 특징이며 색상도 연두빛이 도는 투명한 빛깔로 그린 와인(Green Wine)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식전 와인으로 사랑 받는다. 포트 와인은 와인의 변질을 막기 위해 오랜 항해에도 견딜 수 있도록 일반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해 알콜 도수는 20도 정도로 높으며 당도가 높아진 와인으로 디저트 와인으로 유럽 전역에서 널리 쓰이는 와인이다.
 

매캐니즈 요리는 신선한 재료와 향신료를 적절히 사용해 감칠맛이 나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대표적인 메뉴인 아프리칸 치킨(Galinha Africana)과 커리 크랩(Caril de Caranguejo)은 칼칼한 양념으로 인기가 많다. 먹고 난 뒤에 따끈한 빵이나 밥에 소스를 얹어 먹기도 한다. 싱싱한 조개를 마늘과 레몬주스, 화이트 와인 등으로 비린내 없이 요리해낸 조개 요리(Amêijoas à Bulhão Pato)도 시원하고 고소한 전채요리다. 매캐니즈 식당의 메뉴판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바칼라우(Bacalhau)를 사용한 메뉴들인데 이는 모두 소금에 절인 대구를 사용한 요리들이다. 


이것은 스타일은 달라도 포르투갈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김치’같은 재료라서 심지어 ‘포르투갈 사람들은 꿈을 먹고 살고 바칼라우를 먹고 생존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염장 대구는 매우 짜기 때문에 요리하기 전 2-3일 정도 물에 담가 소금기를 뺀 후에 수백 가지 요리에 사용한다. 마카오의 가정에서는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등의 특별한 날에 빠지지 않고 식탁에 오르는 메뉴이기도 하다. 디저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캐니즈 요리의 매력. 층층이 크림과 비스킷 가루를 쌓아 올린 세라듀라(Seraddura)와 계란흰자를 거품낸 뒤 구워낸 몰로토프(Molotof)가 대표적이다. 특히 패스츄리 퍼프와 커스터드 크림을 사용해 훨씬 부드럽고 달콤한 포르투갈 스타일 에그 타르트는 한국에도 매장이 생길만큼 중독적인 맛을 자랑한다.  

 

▲ 마카오 현지인들의 맛집 골목, 타이파 빌리지 쿠냐 거리 (Rua do Cuncha). 오랜 시간 자리한 매캐니즈 및 포르투기즈 식당들이 많다.

 

▲ 떠오르는 마카오의 고메 스트리트, 코타이 스트립 (Cotai Strip). 트렌드에 민감하면서도 호텔의 명성에 걸맞는 퀄리티까지 놓치지 않는 맛집들이 포진하고 있다.

 

▲ 매캐니즈 요리에도 순서가 있지만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한상 차림으로 즐길 수 있다.

 

▲ 갖은 양념의 맛을 내는 향신료의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매캐니즈 요리

 

마카오 요리의 또 다른 한축 광둥요리

 

매캐니즈 요리의 또 다른 한축인 마카오의 광둥요리도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광둥요리는 중국요리 가운데서도 가장 화려하고 창의적인 것으로 유명한데 마카오에서 맛 볼 수 있는 광둥요리의 특징이라면 신선한 식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한 뛰어난 요리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카오의 스카이라인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호텔들은 모두 내로라는 대표 광동요리나 중국요리 레스토랑을 갖고 있는데 평일 점심이나 딤섬 메뉴를 통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으로도 음미할 수 있다. 영어 메뉴나 외국어가 가능한 스태프를 통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맛 집보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불편함도 크게 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맛있는 광둥요리를 즐길 수 있는 팁은 다음과 같다. 먼저 특정 메뉴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광둥요리는 같은 메뉴라 하더라도 주방장의 스타일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메뉴를 일일이 기억하는 것은 조리방법이 비교적 단화 되어있는 딤섬을 즐길 때는 유용하지만 정식 요리를 즐길 때는 오히려 실패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현지인들은 광둥요리를 주문할 때 ‘좋아하는 재료’ 또는 ‘좋아하는 스타일’ 등을 먼저 설명하고 나서 지배인이나 직원이 추천하는 대표요리를 주문한다. 서양요리와 달리 전채요리, 주요리 등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요리를 골고루 맛보기 위해 탕요리, 튀김요리, 야채, 볶음밥, 디저트의 순으로 즐긴다. 대신 테이블 매너만큼은 서양요리 못지 않게 복잡하다. 중국요리는 대부분 큰 접시에 담겨 나온 것을 개인 접시에 덜어먹게 되어 있는데 이를 위해 요리를 더는 용도의 젓가락과 먹는 젓가락을 구분한다. 
 

보통 한 사람당 두 쌍의 젓가락이 제공되어 색으로 구분하는데, 그렇게 제공되지 않는 경우에도 젓가락을 반대방향으로 돌려 입에 닿지 않은 쪽을 사용해 음식을 더는 것이 예의다. 한편 개인 접시와 개인 사발의 용도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운데, 기본은 사발에 음식을 덜어 먹고 뼈나 찌꺼기 등을 접시에 놓아둔다. 찌꺼기를 놓아둔 접시는 종업원들이 오가며 새 것으로 교환해준다. 요리와 곁들여 먹는 차는 주전자가 비었을 때 뚜껑을 살짝 열어 걸쳐두면 다시 채워달라는 뜻이다.  
 

이처럼 마카오의 요리는 ‘퓨전(Fusion)’의 개념을 바탕에 두고 있다. 따라서 매캐니즈나 광동요리외에도 전 세계 다양한 요리들을 맛 볼 수 있는 곳이며 뛰어난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이다. 반도나 타이파, 콜로안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 숨어 있는 마카오의 미식 여행은 언제 떠나도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 이제는 마카오에서도 전통적인 ‘얌차(飮茶)’를 거의 찾기 힘들지만 ‘얌차’의 주 메뉴인 ‘딤섬(點心)은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끝없이 발전하고 있다.
 

▲ 마카오의 에그타르트는 처음 만들어진 포르투갈보다 훨씬 진한 컬러감과 묵직한 맛을 갖고 있다.

 

2018년 마카오 ‘미식의 해

 

동서양이 만나 만들어진 독특한 성격과 풍부한 역사를 바탕으로 마카오는 2017년 10월 31일 (중앙유럽시 기준) 유네스코 창의 도시 네트워크 중 ‘미식’ 의 도시로 선정되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 유산은 공예&전통예술, 디자인, 영화, 문학, 미디어 아트, 음악 및 미식 등 7개의 카테고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설립되었으며 현재 72개국 180개 도시가 가입되어 있다. 특히 미식 카테고리에는 17개국 26개 도시가 가입되어 있다. 이에 마카오는 2018년을 ‘미식의 해’로 선정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아가고 있다. 
 

마카오정부관광청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마카오 현지 및 국내에서 진행되는 마카오 ‘미식’ 프로모션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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