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인사이트] 붉은 바위 푸른 바다, 색(色) 있는 홍도
2016-08-26 10:05:04 | 편성희 기자

흑산도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 뒤로 30분은 정말 인고의 순간이었다. 출렁이는 파도에 울렁거리는 속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나온 곳은 홍도였다. 붉을 홍(紅), 섬 도(島)라는 섬의 이름이 바로 떠올랐다. 짙은 푸른 바다에 붉은빛이 충돌해 그러데이션(Gradation)을 일으키는 묘한 빛깔의 섬이다. 탄성이 나왔다. 그래서 홍도에 가고 싶었던 게다.


글·사진 l 편성희 기자 psh4608@ttlnews.com  

취재협조 l 전라남도관광협회

 

붉은 바위 푸른 바다, 색(色) 있는 홍도
 

홍도에선 바다와 육지에서 볼 수 있는 구경거리가 나뉜다. 여객터미널에서 유람선을 타고 홍도 해안가를 유람했다. 출발한 지 5분이 채 안 됐는데 이상야릇한 바위들이 보인다. 토박이 해설사의 말을 들어보면 “이름하여 ‘홍도 10경’, 살아있는 기암괴석”이란다. 바람과 파도와 조우하며 끊임없이 변하는 바위들이 마치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홍도 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썬플라워호를 타면 홍도 해안가를 유람할 수 있다.


오랜 세월 선조들은 배를 타고 홍도를 오갈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바위를 보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았나 보다. 한번 나가면 수십 일에서 수개월을 배 타고 다니다 보니 집에 있는 아내, 또는 여인네의 품이 그리웠는지 야(野)한 이야기가 많다. 여인의 봉긋한 가슴과 둔덕을 상상해낸 바위, 남녀가 하나로 뒤섞인 듯한 바위, 길쭉하고 두툼한 바위가 하늘을 뚫을 듯 우뚝 서 있는 바위도 있다. 거북이 모양의 바위처럼 보이는데 이야기 내용은 남성의 ‘그것’이다. 등껍질보다 유달리 커 보이는 머리를 보며 뱃사람은 그만 자신의 ‘그것’을 상상했나 보다. 홍도 특유의 붉은 빛깔이 바위를 더욱 육감적으로 보이게 했는지 모르겠다.


해설사의 화려한 언변에 부부, 애인, 무리 가릴 것 없이 까르르 웃어댄다. 홍도를 찾는 관광객 연령대 대부분이 50대 이상임을 고려하면 흥을 돋우는 데 무난한 이야깃거리인 셈이다.


홍도 해안가에는 야한 형상 말고도 신기한 형태의 암석이 많이 있다. 배를 타고 바위 사이를 지나가면 행운이 깃든다는 ‘남문 바위’, 설악산 ‘흔들 바위’처럼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태위태한 바위, 독립문 형태의 ‘북문 바위’, 다람쥐가 먹이를 찾으러 뛰어오르는 모양의 ‘다람쥐 바위’ 등 33개의 기암괴석이 해안가 군데군데에서 보인다. 바닷물도 깨끗하다. 날씨가 흐려서 바닷속을 보지는 못했지만, 맑은 날이면 10m 깊이의 바닷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섬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중간에 신선한 회도 먹을 수 있다. 물론 돈을 내야 한다. 비용은 저렴하니 바가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마을 주민들 신앙심이 좋아서 그런지, 행동거지도 예의 바르다. 200명 남짓 사는 마을에 성당, 교회가 여러 개다. 출석률도 높다고 한다.


홍도는 마을주민들의 협동심이 강하다. ‘함께 홍도에서 잘살아 보자’는 의지가 강하다. 유람선도 홍도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사들였다. ‘홍도유람선협업’이라는 회사를 차려서 유람선 관광사업을 하고 있다. 2년 전부터는 ‘볼불락 축제’도 자체 기획해 개최하고 있다. 홍도를 관광명소로 만들자는 비전을 갖고 마을 주민들이 하루하루 힘을 모으고 있다.  
 



섬 한쪽과 다른 한쪽에서 150여 명이 마을을 이루며 사는 작은 섬에서 다양한 시설을 기대하긴 힘들다. 대신 조용하고 여유롭다. 작은 부둣가에서부터 섬 산등성이를 걷는 즐거움이 있다. 마을 사람들은 낮에는 물질하러, 가두리 치러 나간다. 그들의 노련한 손놀림과 구수한 입담에 빠지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섬 특유의 언덕바지 길이다. 계단식 건물들 사이로 골목길을 거닌다. 홍도1리 1구 마을에서 골목길을 따라 보건지소를 지나면 탁 트인 경관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마치 크로아티아 자다르, 그리스 산토리니 섬을 보는 듯하다. 그래도 홍도는 홍(紅)도만의 매력이 있다. 붉은 빛깔이 도는 섬의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계단식 건물 옥상마다 은은한 붉은색 칠을 해 놨다. 촌스럽지 않은 붉은 빛이 돈다.
 



길 곳곳에서는 각양각색의 나무와 들풀, 꽃이 자태를 뽐낸다. 홍도에는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274종이 자라고 있다. 특히 겨울에 피는 동백꽃은 3~4월이면 만개해 홍도를 더욱 붉게 한다. 홍도는 예전에는 섬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매화와 비슷하다고 하여 ‘매가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흰 동백꽃도 볼 수 있다. 흰동백은 슬픈녀계곡 해발 95m의 연못가에 자생하는 한 그루 나무에서만 피어난다. 홍도1리 1구 마을에는 홍도의 다양한 생태계를 알 수 있는 홍도생태전시관이 있다. 전시관 뒤편으로는 옛 홍도 주민들이 굿을 지낸 곳을 복원해놓은 터와 사당이 있다.

 

글·사진 l 편성희 기자 psh4608@ttlnews.com  

취재협조 l 전라남도관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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