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들의 고향, 제주도
제주도를 둘러싼 여신 설화…설문대할망·삼승할망·자청비·영등할망
2016-04-28 08:16:09 | 임주연 기자

제주도를 깊이 있게 여행하고 싶다면, 제주도를 둘러싼 태곳적 이야기부터 알아두자. 창조의 신 ‘설문대할망’, 생명의 신 '삼승할망', 사랑과 농경의 신 '자청비', 바람의 여신 '영등할망' 등 제주도는 유명한 여신설화의 진원지다. 참고로 ‘할망’은 제주도에서 ‘여신’이라는 뜻이다. 제주도의 모든 신을 계수하면 약 1만8000여명의 신이 있을 정도로, 제주도는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이다.

 

제주도 이야기 중 가장 오래된 문헌은 『고려사』,「지리지」에 기록된 것이다. 이 책에는 ‘탐라현은 전라도 남해 중에 있다. 옛 기록에 이르되 태초엔 사람이 없었는데 세 신인(神人)이 땅에서 솟아 나왔다’고 적혔다.

 

그렇다면 그 ‘탐라현’, 제주도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가장 유명한 제주도 탄생설화는 설문대할망 설화다.

 

▲한라산과 푸른 대지, 제주관광공사 제공

 

◆창조의 여신 설문대할망

 

옛날에 설문대할망이라는 키가 큰 사람이 있었다. 설문대할망은 기거할 섬을 만들고 싶어 한강의 토사를 던져 제주도를 만들었다. 할망은 한라산을 베개로 삼고 누우면 다리는 제주시 앞바다 관탈섬에 걸쳐질 정도로 컸다. 할망은 힘이 매우 세어서 치맛자락에 흙을 담아다 바다의 이곳저곳에 흩었는데, 그것들이 오늘날 제주 주위에 있는 여러 섬이 됐다.

 

설문대할망은 베개로 삼은 한라산이 너무 뾰족해 손으로 툭 쳤고, 그래서 백록담이 만들어졌다. 또 성산일출봉과 성산읍 오조리 식산봉을 한발씩 디디고 오줌을 쌌는데, 그때 오줌줄기 거세어 큰물이 흐르게 됐다. 결국 소섬과 성산 사이가 지금처럼 벌어졌다.

 

할망은 몸이 너무 커서 옷을 제대로 입지 못했고 옷을 지으려면 100통의 명주가 필요했다. 할망은 주민들한테 “옷을 지어주면 육지와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민들은 제주에 있는 모든 명주를 모았지만 99통이었다. 그래서 다리를 조금 놓다가 중단됐는데, 그 자취가 조천면 조천, 신촌 앞 바다에 있는 바위줄기로 남았다고 한다.

 

할망이 너무나 커서 주민들은 짐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민들은 할망에게 “당신은 얼마나 크오”하며 물속에 들어가 키를 재도록 했다. 여러 물이 할망의 무릎아래까지 왔다. 그러다 깊이가 없는 바다에 들어가, 할망은 빠져 죽고 말았다.

 

▲한라산과 억새, 제주관광공사 제공

 

◆농경의 신 세경할망(자청비)

 

늙어서도 자식이 없던 어느 부부는 백일기도를 드려, '자청해서 낳은 자식' 딸 자청비를 얻었다. 그녀는 열다섯 살에 빨래터에서 옥황국의 잘생긴 도령을 만났다. 자청비는 그를 따라갈 요량으로 남장을 한 후 함께 글공부를 하러 갔다. 그러나 도령은 자청비가 여인인가 의심이 들었다. 두 사람은 오줌발 멀리 보내기 시합을 했고, 자청비는 대나무를 가랑이에 끼우는 묘책을 써서 이겼다고 한다.

 

삼년 후 도령이 혼인을 할 때가 됐다. 문도령은 하늘 옥황 집에서 장가를 가라는 편지를 받고 길을 떠나자, 자청비도 따라 나섰다. 자청비는 '글때나 씻자'며 목욕을 권한 후 도령의 위쪽으로 가 버들잎에 ‘3년이나 한 방을 쓰고도 여자인 줄 모르는 무심한 문도령아’라고 써 시냇물에 떠내려 보냈다. 도령은 그런 자청비를 좇으며, 뒤늦게 사랑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함께 밤을 보내고 박씨와 빗을 정표로 나눠 가졌다. 이후 도령은 떠났다. 하지만 박을 타기 전 돌아온다던 도령은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자청비는 도령이 장가간다는 소식이 들었다. 자청비는 도령의 혼수 비단 짜기를 청해 끄트머리에 '가련하다 가령비, 자청하다 자청비'라 새겨 넣었다. 그걸 문도령이 알아보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우여곡절 끝에 자청비는 기어이 하늘 옥황의 문도령을 찾아가, 혼례를 올린다. 그러나 자청비의 미모에 반한 하늘 선비들이 문도령을 죽이고 자청비는 남편의 복수를 위해 서천 꽃밭으로 가서 환생꽃과 멸망꽃을 가져온다. 환생꽃은 문도령에게, 멸망꽃은 선비들에게 주어 복수를 끝낸다. 하늘옥황은 자청비를 곁에 두고 싶어했지만, 자청비는 여러 곡식 종자를 얻어서 땅으로 내려와 농경신이 됐다.

 

옛적 밭에서 점심을 먹을 때 먼저 밥을 조금 떠서 "고시래!"를 하는데, 이것은 농경신을 대접하는 행위라고 한다.

 

▲가파도의 청보리밭, 제주관광공사 제공

 

생명의 여신 삼승

 

삼승할망은 원래 명진국의 딸이었는데, 아기를 돌보는 신이 되려고 용왕의 딸과 겨루어 생불왕인 삼승할망이 됐다. 경쟁자였던 용왕의 딸은 너무 귀하게만 자라 버릇이 없어, 용궁에서 쫓겨났다. 세상에 가서 잉태와 양육을 관장하는 생불왕이 되라며 쫓아냈지만, 너무 급하게 쫓아내서 해산법을 미처 배우지 못했다.

 

그러나 명진국의 딸은 옥황상제가 해산법을 가르쳐 보냈다. 명진국의 딸과 용왕의 딸은 서로 겨뤄 꽃을 누가 잘 키우느냐에 따라 생불왕이 되기로 했는데, 명진국의 딸이 압승을 거뒀다. 그래서 삼승할망은 명진국의 딸이 되고, 용왕의 딸은 저승을 관장하는 저승할망이 됐다.

 

하지만 질투가 난 용왕의 딸이 백일 지난 아이에게 병을 내리겠다고 해, 아이가 아프면 좋은 음식을 차려 저승할망을 달래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삼승할망은 한 손에는 번성꽃, 한 손에는 환생꽃을 쥐고 있으며 앉아서 천리, 서서는 만리를 내다보며 하루에 만 명씩 잉태와 해산을 해준다고 한다.

 

▲우도 해변, 제주관광공사 제공

 

◆바람의 여신 영등할망

 

옛날에 한 포목 장사가 해외에서 제주에 들어오다가 비양도(한림 앞바다)근처에서 홀연히 태풍을 만나 익사했다. 그의 시체는 네 쪽으로 찢겨서, 머리는 협재(한림읍), 몸뚱이는 명월(한림읍), 그리고 손발은 고내와 애월에 각각 표착했다. 이 상인이 영등할망이라는 신이 됐다.

 

섬나라 제주도는 그의 명복을 빌어 주면 해상 사고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곡식도 풍성해진다하여 해마다 음력 2월 초하루부터 보름간(지금은 3일로 단축)을 제사지낸다. 이때가 되면 모두 일손을 멈추고 심지어는 빨래도 하지 않는다. 이때에 농사지으면 흉작을 면하지 못하고, 빨래에는 구더기가 생긴다는 말이 있어서다.

 

영등할망의 제사는 수원(한림읍)에 본부가 있어, 집집마다 성미를 내어 제물을 마련한다. 제사는 3일 동안이 영등맞이, 또 3일은 영등 보내는 차례로 행해진다. 이때, 날씨가 따뜻하며 옷 없는 영등이, 추우면 좋은 옷을 입은 영등이, 또 비가 오면 우장 쓴 영등이 온다. 제사를 지낼 때는 무당이 주재하게 되는데, 영등할망이 오면서 미역의 씨앗을 골고루 바닥에 뿌리면 미역이 대풍이요, 씨앗 주머니를 잊었다면 미역을 전혀 걷을 수 없다고 한다.

 

▲안개 낀 사려니숲길 산책로, 제주관광공사 제공

 

진시황제의 불로초가 있는 한라산

 

이렇게 신이 많은 제주도는 멀리 진나라까지 ‘신선의 땅’이라 소문이 났을 정도다. 그래서 진시황제의 총애를 받던 서불은 진시황에게 “영주산에서 나는 불로초를 캐어 복용하면 영생할 수 있다”고 진언했다.

 

서불이 제주도를 유람하고 싶어 대었던 핑계였는지는 모르지만, 기어코 서불은 제주도에 도착했다. 서불은 조천포에 배를 대고 신선의 열매라는 시로미(암고란,岩高蘭)를 얻은 후 서귀포를 거쳐 일본으로 넘어갔다.

 

불로초라 여긴 ‘시로미’는 한라산 위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각종 효능이 있긴 하나 불로초까지는 아니다. 블루베리를 닮은 시로미 열매는 땅 가까이서 자라나는 줄기 사이를 헤집으면 보이는 보랏빛 열매다.

 

지금도 조천포와 서귀포 정방폭포의 암벽에는 ‘서불과지(徐市過之:서불이 이곳을 지나가다)’라 쓰여 있다. 그래서 서불이 돌아간 포구라는 뜻으로 해석해, ‘서귀포’라는 지명이 이 이야기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해녀바위, 제주관광공사 제공

 

정부 지원 여행 포털 ‘여비닷컴’의 이승종 이사는 “이야기의 땅, 제주도는 가이드 투어의 묘미가 있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자유여행자의 성지이지만, 세미 패키지‧일일가이드투어 등을 신청하는 것도 제주여행을 즐기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격비교를 해보면 패키지와 자유여행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임주연 기자 hi_ijy@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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