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중국인 관광객의 명암.
중국인 관광객 80% 점유에서 사드 이후 큰폭 감소
전년 대비 52% 감소
2017-03-30 05:53:09 | 권기정 기자

[티티엘뉴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27일 발표한 '사드 배치이후 제주방문 중국인 관광객 현황 및 평가'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3월1일부터 26일까지 하루 평균 7645명에서 올해는 같은 기간 3671명으로 전년에 비해 52.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5월 발생했던 메르스 사태 직후인 6월 집계한 외국인 관광객 감소폭 보다도 큰 수치다. 당시 6월을 기준으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보다 44%가 감소했다. 제주지역에서의 영향이 두드러졌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은 3월1일부터 26일까지 전년동기 보다 10.6%가 증가해 이 기간중 외국인 관광객 감소분을 일부 상쇄하면서 전체 관광객은 2.5% 감소하는데 그쳤다. 또한 동기관이 지난 27일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를 통해 최근 본격화된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로 인해 향후 관광 관련 서비스업종 부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현정 한국은행 지역협력실 실장은 “수도권, 제주, 강원권 등을 중심으로 관광관련 업종이 ‘사드보복’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3월에 들어 영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제주도의 관광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제주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360만명으로 이중 중국인이 83%를 차지하는 약 300만명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 중에서 대부부인 82%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인의 사드로 인한 갑작스러운 방문 중단은 제주도 관광산업에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중국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신제주권의 바오젠 거리는 중국인들이 찾지 않아 한산하였다. 외국인 관광객 수의 증가로 높은 임대료를 내고 장사를 했던 상인들 매출이 급감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국인을 상대로 하는 중·소형 숙박업소들도 객실 가동률 하락으로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한달 평균 70%대였던 객실 가동률이 지난달에는 60%대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중국인이 빠져나간 제주, 곳곳에 경영난이 오고 있다.

 

일부 호텔에서는 조식 포함 3만원대의 가격으로 고객을 불러모으는 형편이다. 연간 방문 외국인 관광객 300만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간 최소 1만5000개 객실이 공실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객실이 부족하다던 제주도지역이 오히려 향후 객실가동률이 4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의 상당수가 중국 자본이 들어와 운영하는 중국인 소유의 여행사, 상점, 호텔과 식당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 한국인 운영 상점이나 호텔의 피해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다. 이미 한라산 중턱이나 여러 지역에 중국자본으로 짓고 있는 호텔과 리조트들이 즐비하다. 사드로 인해 중국자본들이 빠져나간다면  제주도의 과열된 건설경기의 거품이 꺼지면서 수면아래 있던 여러문제들이 발생될 것이다.

 

 

 

▲ 제주시내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로 한산한 모습이다.

 

면세점의 매출부진도 피해갈 수 없다. 손님이 뜸한 매장은 종업원들이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었다. 종업원들의 고용불안, 매출감소로 인한 수익감소 등 사기저하로 인해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다. 이런 분위기는 손님 응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날 제주시내  L 면세점을 방문한 동남아 지역의 한 관광객은 전체적인 응대가 서울 지역의 면세점에 비해 부실하다고 지적하였다.

 

한편 제주도는 중국인들이 빠져나가면서 한적해진 제주도를 내국인관광객으로 채우기를 원한다. 내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4월 한 달 동안 제주에서 열리는 왕벚꽃축제, 유채꽃축제, 우도소라축제, 한라산 청정고사리축제 등과 연계한 그랜드 세일을 실시하고 28개 공영관광지를 무료로 개방하며 관광숙박업소, 사설 관광지, 골프장, 관광식당 등은 최대 65%까지 할인행사를 한다. 그러나 임시방편적인 할인행사는 내국인들에게 크게 유인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제주도의 비싼 물가. 당연한 것일까?

 

실제로 여행경비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항공비용과 숙박비용, 식사비용인데 제주도가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다. 렌트카는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 바닥까지 내려갔다. 24시간 기준 중형차가 3만원 정도에 렌트가 가능하다. 렌트카업계는 보험료로 추가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역시 외국인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주말에는 비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내 게스트하우스와 호텔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소비자가격이 안정이 된 상황인데 문제는 단체관광객이 들어가는 호텔들과 내국인이 이용하는 호텔이 다르다는 점이 지적된다.

 

 

▲ 다른 전통 식당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다는 옥돔구이, 갈치구이, 해물뚝배기 세트가  2인 5만원

 

식당 역시 매번 회 정식, 생선구이 정식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다. 관광지라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부담되는 가격으로 여행자들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해물짬뽕이나 고기국수 같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이 인기를 끄는데 이것 역시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저렴해 보이지만 비율상으로 보면 같은 분량, 품질의 육지보다 30% 이상 비싼 가격을 받는다. 옥돔과 갈치구이는 2인 기준으로 저렴한 곳이 5만원선이다. 통갈치구이는 2인 기준 7만원정도 하며 갈치조림은 2인 기준 65,000원 정도한다. 오히려 프렌차이즈 식당이 저렴하여 젊은 여행자들은 전통 음식점 보다는 프렌차이즈 식당을 선호하고 있다.

 

▲ 3만원에 먹을 수 있는 2인 식사

   

중국여행객이 오지 않는 제주도는 커다란 위기를 맞았으나 오히려 체질개선을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으나 체감하는 정책은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여행객을 늘려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반복하는 상황이다. 동남아 관광객 한국 유치를 위해 비자 면제 등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인천공항에서 동남아 관광객의 입국에 소요되는 시간을 보면 그리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베트남 등의 동남아 관광객은 따로 줄을 세워 한시간 정도 소요되는 입국심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불법 체류자들이 많은 상황이라 섣불리 무비자 입국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 =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