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6·25 이후 한반도를 가로로 갈라놓은 휴전선, 그리고 그 완충지가 된 비무장지대(DMZ)는 반세기를 넘는 동안 금역이 됐다. 치유 받지 못한 채 흘러간 세월만큼 아픈 사건과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천연 야생 자연환경이 지금의 DMZ를 표현하고 있다.
《DMZ 극장》 안보인 관광 퍼포먼스 장면. 촬영 정연두 작가
정연두 작가는 2017년부터 3년간 동부전선에서 서부전선에 이르는 비무장지대(DMZ) 주변 13개 전망대를 50여 차례 방문해 전쟁과 분단에 관한 일화, 전망대 주변에 얽힌 설화를 사진작품에 담았다.
그의 사진 작품은 연극연출가 수르야(52)의 손길을 더해 'DMZ 극장'으로 완성했다. DMZ 극장은 8월 20일부터 10월 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에서 개최한다. ‘DMZ 극장’은 '보는' 전시가 아니라 음악·조명·연극이 어우러진 마당놀이 형식의 퍼포먼스다.
《DMZ 극장》 전시 전경_ 촬영 정연두 작가
오브제, 설치, 퍼포먼스 등을 통해 사진 속 다양한 서사들을 풀어놓는다. 비무장지대가 지닌 분단과 전쟁의 이데올로기적 맥락이나 생태적 보고(寶庫)로서 특징을 넘어선 의미와 서사의 확장을 시도하는 일종의 다원예술 프로젝트이다.
각각의 전망대 이름을 딴 ‘오두산 통일극장’, ‘승리극장’, ‘멸공극장’ 등 13개 극장 사진 작품과 각 전망대에 얽힌 현실 혹은 우화를 함축한 조형 오브제 등 총 44점을 전시한다.
특히 7명의 배우들이 참여하는 퍼포먼스는 음악, 조명, 영상 등과 어우러져 전시장에 설치된 오브제와 상호작용하면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DMZ의 현실, 역사, 전설 등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주요 퍼포먼스
강화 평화극장= 형형색색 페트병을 이어 만든 오브제를 구명대 삼아 바다를 건너온 키 작은 한 남자의 이야기
정연두, , 2021, C-print, 101x78 cm. 작가 소장.
수르야×정연두, 〈강화 평화극장〉, 2021, 팔렛트, LED조명, 전기장치, 나이론줄, 페트병, 550 x 210 x 210 cm. 작가소장.
오두산 통일극장= 북한 황해북도 기정동 선전마을의 지붕 없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상에 대한 상상을 사진, 초록색 천의 오브제 및 퍼포먼스로 구성
정연두, , 2021, C-print, 60x46 cm. 작가 소장.장.
수르야×정연두, 〈DMZ 극장〉, 2021, 퍼포먼스 장면.
도라극장= 휴전 후 포로 교환을 했던 도라 전망대 근처 판문점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소재로 하여 만남과 헤어짐
정연두, , 2021, C-print, 60x46 (x2). 작가 소장.
수르야×정연두, 〈도라극장〉, 2021, 팔렛트, LED조명, 전기장치, 마이크, 스탠드, 밧줄, 30 x 110 x 110 cm, 30 x 110 x 110 cm, 165 x 110 x 110 cm. 작가소장.
승전극장= 한국전쟁 승리의 큰 공을 세웠던 군마(軍馬) ‘레클리스’의 실화
수르야×정연두, 〈DMZ 극장〉 퍼포먼스 장면, 2021.
상승극장= 1974년 최초로 땅굴이 발견된 상황을 사진에서 출발하여 오브제 작품과 배우의 몸짓으로 재구성
수르야×정연두, , 2021, 퍼포먼스 장면.
열쇠극장=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의 현장이었던 고지전(高地戰)을 비롯하여 DMZ 주변 지명에 얽힌 이야기
수르야×정연두, 〈열쇠극장〉, 2021, 팔렛트, 전기모터, 철물구조, 폴댄스봉, 알루미늄선, 직물모빌조각, 로프, 클라이밍 기어, 550 x 310 x 150 cm. 작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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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르야×정연두, , 2021, 퍼포먼스 장면.
철원 평화극장= 인간이 떠난 후 남과 북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던 생명체 두루미의 서사
정연두, , 2021, C-print, 66x96 cm. 작가 소장.
수르야×정연두, 〈DMZ 극장〉 퍼포먼스 장면, 2021.
칠성극장= 군인들이 총 대신 오색의 풍선을 들고 관광을 위해 평양에 입성하는 장면
정연두, 〈DMZ 극장-칠성극장〉, 2021, 솔벤트 프린트, LED 라이트 박스, 130 x 600 cm. 작가 소장.
을지극장= 금강산 일만이천 봉우리를 채우는 마지막 7번째 봉우리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가칠봉’과 이와 관련된 이야기
정연두, , 2021, C-print, 47x36 cm. 작가 소장.
금강산극장=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바탕으로 날개옷을 입은 선녀처럼 분장실에서 무대로 날아오르는 배우를 위한 공간과 퍼포먼스
정연두, , 2021, C-print, 66x96 cm. 작가 소장.
고성 통일극장= DMZ에 서식하는 멧돼지, 곰, 고라니 등 야생 동물에 관한 신화
수르야×정연두, 〈DMZ 극장〉 퍼포먼스 장면, 2021.
정연두, , 2021, C-print, 47x36 cm. 작가 소장.
퍼포먼스는 9월 1일부터 10월 3일까지 매주 수ㆍ토요일 16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며 미술관 누리집(mmca.go.kr)에서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 또한 ‘DMZ 안보 관광’*의 형식을 빌려온 1인 퍼포먼스 <안보인 관광>이 화~일요일 11시, 13시, 15시에 각각 진행되어 DMZ의 숨겨진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DMZ 극장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비무장지대의 풍부하고 역동적인 이야기들을 예술적 실천으로 재해석하여 보여주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라며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새로운 문화적 생성지대로서 비무장지대의 의미와 서사가 확장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린 칼럼니스트 art-together@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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