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 들려주는 판타스틱한 이야기
D Museum : Plastic Fantastic 상상사용법
2017-09-28 22:51:34 | 김세희 에디터

플라스틱이 사라지면 어떨까요?

 

공기가 없으면, 빛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상상해본 적은 다들 있죠? 그럼, 하나 더 얹어드릴게요. 플라스틱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을 보았고, 냉장고 안에 있던 반찬통을 꺼냈으며, 씻을 때 여러 제품들을 이용했고, 버스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평범한 우리 일상을 돌이켜보니, 놀랍게도 모두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 천지였네요. 지난 의 클럽같은 느낌으로 화제를 불렀던 디 뮤지엄. 힙한 프로그램으로 젊은 층의 핫한 장소가 된 이곳에서 또 하나의 유쾌한 시동을 걸었습니다.



이탈리아 가구 회사 카르텔(Kartell)에서 추구하는 철학이 참 흥미로웠어요. 돈이 있는 자의 향유물이 아닌, 비교적 저렴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품질 좋은 가구로서 플라스틱을 바라보았다는 거죠. 생수병을 버리면서 일회성이라는 생각 많이 했었잖아요? 그 고정관념을 탈피해 오랫동안 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가구라는 정체성을 만들었다는군요. 물론 이러한 철학은 시대를 아우르는 디자인 거장들의 긴밀한 협업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플라스틱 속성 상 예술적인 접근으로만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기술적인 스킬이 상호보완되어야 아티스트의 감성을 보일 수 있는 소재이기에, 공개되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입구에서 무채색 반투명한 플라스틱의 순수한 성질을 지나니, 알록달록한 옷을 입었습니다. 자연의 재료와 유리를 하나씩 대체하던 플라스틱이 1950년대로 들어오면서 가정용 소품이라는 생활 속으로 들어온 거죠.  아래 사진은 상당히 카르텔스럽습니다. 과감한 컬러감에 침샘이 자극되는 것 같더군요.




위 사진에서 탁자 위에 놓여진 동그란 것들은 무엇일까요? 그렇죠, 재떨이입니다. 이런 소품이나 가구들이 우리 집에 놓여진다면 어떨까요? 실용성 없어 보인다고요? 실제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라고 해요. 합리적인 소비를 원했던 사람들이 1960, 70년대 우주 시대가 도래하고, 야외 활동이 유행하면서 플라스틱의 부흥기가 스며든 디자인입니다. 뛰어난 방수성과 가벼운 재질의 야외용 소품, 어린이들을 위한 가구 콜렉션을 만날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공간인데요. 카르텔의 사진집 <150 ITEMS 150 ARTWORKS>에 실린 사진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유명 사진가와 예술가들이 포착한 새로운 맥락의 플라스틱 제품들을 감상할 수 있죠. 대표 디자이너들의 인터뷰 필름도 인상깊습니다.



다음 사진은 아마,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의 포토존으로 여겨질 만한 공간입니다. 세 명의 디자인 거장 필립 스탁(Philippe Starck),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 피에로 리소니(Piero Lissomi)가 플라스틱의 투명함, 생산과 조립의 용이성, 가벼움이란 고유한 특성에 자신만의 감성을 불어넣어 탄생한 설치 작품인데요. 영상 첨부해 드립니다. 이번 전시 중에서 가장 동적인 작품이지 않을까 싶네요.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그룹 쇼메이커스(Show Makers)의 영상과 설치작업을 만나면 이번 <플라스틱 판타스틱, 상상사용법>과 인사를 나누어야 합니다. 전시를 지켜보는 이들이라면 환경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플라스틱의 속성이 다소 미움을 받게 된 계기이기도 하죠. 다만, 이번 전시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지속가능한 플라스틱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실용적이면서도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과감한 컬러감과 디자인을 추구하는 거죠. 또 다른 관점에서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플라스틱을 구현한 이들이 있는 것처럼, 정반합이 교차하면서 펼쳐질 플라스틱의 세계를 상상해보는 건 어떨까요? 어떤 기계도, 어떤 동물도 '상상'이라는 걸 머릿속에 품을 순 없잖아요. 오직 인간만이 가진 힘으로, 이전과는 다른 시너지를 내는 겁니다. 자연도 행복하고 우리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으로 말이죠.


 
김세희 에디터 sayzib@tt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