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여자의 생존법칙을 그린 영화 '차이나타운'(2014)으로 데뷔해 기존 누아르의 전형성을 전복시켰다는 호평과 함께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백상예술대상, 황금촬영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한준희 감독의 차기작 '뺑반'이 설연휴를 앞두고 1월 30일 개봉했다.
'뺑반'은 경찰 내 최고 엘리트 조직 내사과 소속 경위 '은시연'(공효진), 조직에서 유일하게 믿고 따르는 '윤과장'(염정아)과 함께 F1 레이서 출신의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잡기 위해 수사망을 조여가던 중, 무리한 강압 수사를 벌였다는 오명을 쓰면서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돼'우계장'(전혜진)과 '서민재'(류준열)과 함께 미해결 뺑소니 사건 중 유력한 용의자가 '재철'임을 알고 해결해나가는 내용을 그린다.
극 중 F1 레이서 출신의 사업가 '정재철' 역을 맡은 배우 조정석과 티티엘뉴스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Q. '정재철'을 나쁜 놈이지만 이상한 놈으로 만들어냈다고 하던데 전사가 있었나?
A. 아주 적은 분량의 대사로 '정재철'의 전사가 살짝 표현이 됐는데 유년 시절은 어려운 형편에서 자란 친구이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게 운전이었다. 최고 F1 레이서가 되었다. 스폰이 마피아가 있었든 목숨걸고 탔다. 일궈내온 성과들이 소중한 친구다. 청장과의 관계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는데 갑과 을의 관계와는 좀 다른 관계이다. 대대손손 잘 사는 집 아들로 태어났다면 갑이 됐을 수도 있겠지만, 자수성가를 한 스타일이니 청장 입장에서는 많이 컸다고 생각하고 돈줄로도 자연스럽게 된 것 같다. 생존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뭔가를 항상 준비해두고 물타기도 준비해두는 야비한 구석이 있는 친구다. 항상 불안한 친구 같다.
'재철' 캐릭터는 감독님이랑 같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쁜 악당, 악역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하지 말자고 했다. 그런데 악역이다. 영화상 롤은 악역인데 악역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나만의 생각을 해서 연기하는 거랑 확연한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그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악당이 태어나지 않을까 생각하며 접근했다.
Q. 악한 모습을 드러내면서도 안면적인 묘사라던지 측은감이 들기도 한다.
A. 얘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의 설정이다. 좋은 설정이었던 것 같다. 불쌍해보이려고 그러는게 아니라 가끔은 어린 아이 같기도 한다. 징징대는 느낌으로 그렸는데 특히 교회 장면에서 소리도 지르는데 카리스마는 찾아볼 수 없는 어린애 같은 그런 거에 부합되는 설정이지 않았나 싶었다. 그런 점이 시나리오 볼 때 인상깊었다. 불쌍해보인다기보다 전사나 과거가 설정으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비춰진 거 같다.
Q. 범죄물보다는 경찰 조직 이야기였는데 조정석의 입장에서는 어땠는지?
A. 그 말에 동의를 하는게 그래서 영화가 좋은 것 같다. 통쾌하고 시원한 범죄오락액션으로 단정지으면 "나쁜 놈 잘 처단했어"라는 선과 악이 명확한데 이 안에 세세하게 보면 모든 캐릭터만의 이야기가 있고 전사가 있고 그런게 묻어나니까 캐릭터들이 더 잘 사는 것 같다. 감독님이 캐릭터를 아끼고 애정하는게 보인다. 그걸 영화를 보면서 느꼈다.
Q. 맑간 조정석의 얼굴이 입혀지니 감독님의 변주가 노련한 것 같다.
A. 한준희 감독님이 그래서 대단한 것 같다. 그런 역할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배우로서는 너무 좋았다. 해보고 싶고 도전이고 새로운 변신의 시도였다. 내 공연을 많이 봤다고 하셨다. 2009년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보셨다는데 열등생으로 나온다. 극 중 캐릭터가 나중에 자살까지 하는 친구인데 그때 모습을 기억하고 제안하지 않았나 생각했다. 고마운 작품이다. 그 외에도 내 공연을 많이 봐주셨다. 내 팬인지 조심스럽게 물어보기도 했다. 나는 감독님 팬이라고 했다.
Q. 한준희 감독님이 아직은 신인 감독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나?
A. 나하고 코드가 잘 맞는 것 같다. 같은 지점을 잘 바라보는 것 같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처럼 영화를 보고 작품을 보더라도 방향성이나 바라보는 지점이 비슷한 구석이 있고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말이 잘 통한다. 누가 봐도 희안한 지점이고 생경한 감정들을 이해도 잘하고 잘 설명도 해주고 끄집어내주기도 하니 너무 좋다. 그런게 매력적인 것 같다. 제일 큰 매력은 영화 촬영 내내 느낀 건데 캐릭터 애정이 어마어마하다. 자기 영화에 대한 애정도 크지만, 여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너무 소중하다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Q. '정재철'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서민재'와 닮은 것 같다.
A. 준열씨하고 그런 대화를 많이 나눠보진 못했다. 의뢰 자연스럽게 알고는 있었던 것 같다. 서로 닮아 있다는 것을. 재철이 민재한테 약간의 호감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첫 만남부터 호감이 어느정도 있었다. 나중에 갈 때도 내 차 타고 가는 것도 의도가 있다. 언제 한 번 오길 바라는 그런 점이 있는 거다. 자격지심이 쎈 친구이다. 자수성가 해서 일궈놓은 성과에 있을 때 모습인데 자존심 스크레치도 되고 나같은 괴물같은 놈을 만난 그런 점에 비슷할 수 있다.
Q. 류준열 씨와 90%의 운전 연기를 소화해냈는데 어땠는지?
A. 자부하고 싶은 위험한 촬영을 했다. 운전하면서 연기하는게 힘들었다. 과격하게 해야하고 앵글도 바로 앞에 있고 카메라 차와 간격 조절도 해야하니 어려운 촬영이 많았다. 빗길에서도 열심히 달리는데 되게 위험했다. 스탭, 제작진이 준비를 잘 해줘서 믿음이 있었다. 10km 정도 통제도 했는데 일반인 분들이 모르고 나오실 수도 있는데 모든 인원이 다 나가서 통제하고 멍석을 깔아줘서 할 수 있었다. 위험한 장면들에 있어서는 더 욕심이 났다. 탐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하면서 그럴 수 있던 거는 배우의 욕심일 거다. 실제 인터뷰도 봤더니 더 숏을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라고 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런 마음으로 접근한 것이다.
Q. 현장에서 아이디어 잘 내기로 알려져 있던데.
A. 이번 작품에서는 거의 별로 없었다. 한준희 감독과 같이 만들었다는 표현이 맞다. 정말 많은 얘기를 하면서 현장에서 촬영에 임했던 것 같다. 말을 더듬는 설정이 있으면 대사가 길면 얼만큼 설치를 넣을지 어떤 대사는 플랫하게 쭉 하는지 미묘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상의하면서 했다. 눈을 감는건 NG인 셈인데 모니터하고 다시 하려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으니 그거로 갔고 진짜 이상한 놈 같았다. 눈 깜빡이는 것도 연기 아니냐고 물어보시는데 아니다. 배우들이 얻어걸릴 때가 의도치 않게 있는데 그럴 때도 짜릿한 맛이 있다.
Q. 뒤쪽에 보면 2편 예고가 되는데 사악해지는 재철인 것일까?
A. 마지막 장면이 원래부터 시나리오에 있었던 것처럼 마치 속편을 예고하듯이 완성된건 아니다. 감독님 말씀처럼 사랑을 많이 받고 많은 응원을 얻게 되면 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열린 결말이다. 속편이 나온다면 더 이상하게 보이고 싶다.
Q. 뮤지컬하다가 영화로 유격 없이 넘어왔다는 느낌이다. 어떤 차이가 있는가?
A. 아주 가끔 동생들이 물어보긴 한다. 나는 그냥 똑같다고 얘기한다. 똑같지는 않지만, 마치 그런 느낌이다. 사투리를 하는 연기를 하는데 사투리에 갇히지 말고 느낌, 마음, 감정이 중요한거라고 한다. 사투리는 기술일 뿐이다. 중극장, 대극장에 따라 온도가 다른데 카메라 연기도 다르다. 결국 연기는 똑같다고 생각하면 카메라에서도 푸짐하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 힘이 들고 쎄게 연기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감정만 잘 표현하면 카메라가 잘 담아줄 거다. 그러다보면 카메라 마사지 같은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거다. 그래서 나는 똑같다고 생각한다. 딱 하나 있다면 드라마 '왓츠 업' 찍을 때 카메라 연기를 배워가는 과정일 때였다. 무리 없이 내가 하고 싶은대로 했다. 아무 말 없이 마음껏 하라고 해주셔서 좋았는데 내 목소리가 타 배우보다 크긴 했다. 에너지도 너무 좋고 연기도 좋은데 그렇게 크게 안해도 된다고 해서 오디오에 대한 감각은 약간 다르긴 했다. 그거 말고는 없었다. 주변에서 물어보면 농담반 진담반 반 진지하게 그냥 똑같다고 말한다.
원래 영화를 너무 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한 건 맞다. 데뷔 무대가 뮤지컬이 되었다. 대학교 다닐 때 연극과였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연극과인데 뮤지컬 매력을 느꼈고 데뷔를 했다.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계속 하다가보니 애정이 많이 생기다보니 내 뿌리는 무대라는게 있다. 뿌리 깊은 튼튼한 나무가 되고 싶다. 20대를 그렇게 보내고 30대 초반까지 무대 위에서만 보내다보니 그 어린 나이에 연기에 대한 열정, 토론 등 동료들과 연기 끝나고 나눴던 것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심장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항상 있었다. 그게 밑거름이 된 것 같다. 무대를 놓을 수는 없다. 1년이 됐든 2년이 됐는 절대 안 넘기고 매년 한 작품씩 하고 싶다는건 늘 굴뚝같고 지키려고 한다.
Q.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목소리 출연도 했었다.
A. 맞다. 사실 많은 분이 몰랐다. 감독님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서 부탁을 하셨다. 나오는 분량을 A4 용지로 받아서 녹음만 했다. 어떤 캐릭터인지도 모르고 시나리오도 없어서 몇 가지를 녹음해서 드렸다. 여러가지 버전을 드렸는데 욕 쓴걸 쓰셨더라. (웃음)
Q. 기타 연주를 잘하다보니 극 중에서 연주하는 경우도 좀 있던데 취미생활을 좀 즐기는 편인지?
A. 기타는 취미다. 예전에는 잡고 있었지만 취미처럼 가끔 친다. 기타 치고 노래하는건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서 이제는 별로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적절하게 잘 사용하는게 좋은 것 같다. 몸 쓰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된다. 배우는 몸을 잘 써야한다고 어릴 때부터 생각했다. 대학 동아리가 신체훈련동아리이다. 구르기, 덤블링, 스트레칭 하는 동아리였다. 감각이 좋아야한다고 생각했다.
Q. 가수 거미와의 결혼 후 예술감각이 교류될 것 같은데 삶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
A. 확실히 도움이 된다. 서로 모니터도 해주고 서로 예술적으로 지향하는 결이나 코드를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잘 맞는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느낌, 음악을 듣고 느껴지는 감정들이 잘 맞는 것 같다. 내 주위에 결혼하고 행복하게 사는 형들이나 친구들이 많아서 영향을 받았다. 내가 제일 늦게 갔는데 좋은 영향을 받았다. 주위 사람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엑시트'(감독 이상근)라는 영화가 한 달 전에 끝났는데 아예 푹 쉬려고 했지만, 한 달 지나면 또 녹두꽃 들어가니까 더 쉬었으면 어땠을지 생각했다. '뺑반' 홍보활동 하면서 조금씩 시간이 나고 개인 시간 가지고 휴식 가지는 것도 굉장히 달콤해서 더 오래 쉬었으면 계속 쉬고 싶었거나 몸이 근질거렸을 거다.
Q. '꽃보다 청춘' 이후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A. 아이슬란드에 너무 매료되서 다시 꼭 가보고 싶다. 구기 종목은 다 좋아하는데 축구 보는 것을 좋아해서 축구 경기 보러 스페인에 꼭 가보고 싶다. 바르셀로나 메시 팬이다. 우선 신혼여행부터 가야하는데 맞춰봐야한다. 아직 정하지 못했는데 그 분도 연말까지 콘서트를 하고 나도 촬영을 해서 맞으면 갈거다.
Q. 최근 소소하게 행복했던 순간은?
A. '뺑반' 현장이다. 진심이다. 얘네들이 너무 재미있다. 팀 이름을 정해야될 것 같다. 농담삼아 대기실에 앉아있을 때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고 웃고 떠들고 재미있었다. 영화에 대한 관람포인트는 개인적으로 인상깊게 본 장면이 카체이싱이다. 많은 분들이 영화 '분노의 질주'와 비교하는데 그건 맞지 않는 것 같다. 카체이싱을 다룬 영화가 아니고 뺑소니 전담반의 내부 이야기를 고군분투를 담은 영화인데 그 사이에 단연 만족한 장면이 카체이싱이다. 운전하는 배우들의 얼굴도 잘 드러나고 차들이 감정적이고 멀리서 봐도 불안하고 흥분되는 느낌이다. 배우들이 직접 위험한 촬영들을 다 소화했다는 것도 키포인트 같다 . "저걸 했다고?"라는 얘기를 들으면 "저거 내가 했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했다.
Q. '뺑반'이 2019년에 존재해야하는 이유가 있다면?
A. '뺑반'같은 영화가 사실 기존에 어떤 범죄오락액션 영화같은 느낌은 없다. 새롭다고 느낀다. 깔끔하게 차려진 것보다 너저분하고 거칠다.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있고 그게 새롭다. 이런 영화도 존재해야하지 않나 싶다. 신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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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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