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지칭하는 영어단어 ‘travel’은 ‘travail’(노동, 고통)에서 유래했다. 사진 찍는 것 또한 노동에 포함한다면 노동 없는 여행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제 여행에 대한 정의는 완전히 바뀔 수 있다. 가상현실(VR)신기술 때문이다. 더 이상 고통이나, 노동 없이도 여행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한 걸까.
VR체험은 여행하는 과정의 불편함이 없고, 적은 비용이라는 점에서 1인 여행자들이 선호할 수 있는 견문을 넓히는 여행의 한 방법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국의 2030세대 휴식방법 중 하나인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진화한 공간인 집에서 문화와 여가를 즐김)에 적합한 여행 방법이다. 반면 VR체험은 ‘직접 경험’의 권위와 가족여행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작년 1월 콴타스 항공은 가상현실고글을 통한 VR체험 시범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에게 목적지를 3D가상으로 보여주고 새로운 콴타스 제품과 비행 중 영화 보기를 제공했다. 콴타스 그룹 마케팅 간부인 올리비아 워스는 “사용자가 새로운 로스앤젤러스 퍼스트 라운지를 가상으로 가보거나, 활주로에서 A380의 착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전했다.
또한 “VR은 여행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 일으킨다”고 덧붙였다. 콴타스항공이 밝혔던 것처럼, VR체험은 여행에 대한 동기부여에 그칠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및 지자체도 여행에 대한 동기부여로 VR체험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콘텐츠다. 현재 성인용 VR업계에서만 관심이 뜨거운 추세다. 여행업계에서는 정부 주도를 제외한 가상현실 콘텐츠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현재 여행사들은 패키지 소개 동영상 공급 초읽기에 들어간 정도이지만, 향후 여행사들은 홈페이지에 나온 패키지 일정표를 토대로 가상현실 맛보기 체험이 출시되리라 예상한다.
사진보다 조금 더 실감나게 설명할 수 있는 VR기기는 상용화되어 현재도 6만 원대에 일반인이 구입 가능한 만큼,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고 여행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도구다.
임주연 기자 hi_ijy@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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