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앤디 워홀 등 온라인 미술작품 거래 시대 앞당겨
2020-06-25 00:39:45 | 이린 아트옥션 칼럼니스트

[티티엘뉴스]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은 코로나19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개최 한 달을 앞두고 전격 개막을 취소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행사가 대체되면서, 시작과 동시에 사람들이 몰려 서버가 25분간 다운되기도 했다. 수 십 억대 그림도 온라인상의 사진만 보고 대작이 거래됐다. 페이스갤러리는 앤디워홀(1928~1987)의 1978년 프린트를 100만 달러(한화 약 12억6000만 원)에 판매하기까지 했다. 온라인 개최에도, 메이저 화랑들은 100만 달러가 넘는 작품들을 개막 첫날 판매하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가장 성공한 현대 미술가, 팝 아트의 제왕, 다양한 수식어로 시작하는 우리 모두가 아는 그 사람, 앤디 워홀의 작품을 매월 5G 속도로 사라지는 월급을 받는 직장인도 소장 할 수 없을까? 그런 마음으로 도전한 소감은 긍정적이다. 최근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주식재테크에 자신이 없고, 문화예술을 사랑한다면 재테크의 수단이자 취미로도 도전해 볼 만하다. 우아한 돈벌이로 '아트 재테크' '아트 펀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며 실제로 금융권에서 투자 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주부는 물론 샐러리맨들까지 '주식시장'이 아닌 '미술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미술시장의 '개미군단'이 탄생한 배경이다. 

 


 

#그림은 어디에서 사야 할까? 

 

그림을 사려면 갤러리나 경매장에 가는 게 보통이다. 혹은 주요 아트 페어에 가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사면 된다. 그런데 메이저 갤러리들은 한산하고 게다가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주눅부터 들기 십상이다. 가격을 물어보거나 갤러리 관계자에게 말을 붙이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상대적으로 덜 비싼 가격에 취급하는 복합문화 공간이나 젊은 예술 공간이 있지만 잘 아는 사람과 함께 가지 않으면 가격을 묻기가 어렵다. 
 

그런 나에게 ㈜헤럴드의 자회사로 미술품경매를 운영하는 아트데이옥션의 온라인 경매는 좋은 시작점이었다. ‘누구든지 함께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을 추구하는 헤럴드 아트데이’는 50만 원 이하의 아트 상품과 백만 원대 유명작가의 판화부터 대가의 작품까지 함께 출품하기 때문이다. 
 

▲ 앤디워홀_달러사인_출처_RoGallery

 

 

#슬기로운 작품 선택 

 

필자가 참여한 4월 경매에 출품된 앤디워홀의 작품은 모두 세 작품이었다. 자본주의 양극화의 끝자락에서 인간의 욕망을 심판 하듯 코로나19로 전 지구가 멈춘 요즘, 첫 번째로 관심을 끈 작품은 다름 아닌 ‘달러사인’이다.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생산한 물건을 최대한 많이 파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원리이다. 앤디워홀은 이를 이용해 부를 이룬 상업적 화가의 대명사였다. "나는 돈을 사랑한다.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며 아예 '달러 사인($)'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자신의 작업실을 대량으로 물건을 만들어 내는 기계식 공장인 '팩토리(Factory)'로 불렀을 정도다. '예술 하는 비즈니스맨'이라 불린 그는 실제 작업 공정도 조수를 시켜 실크 스크린으로 판화를 대량으로 찍어 팔아 성공을 거뒀다.
 

스크린 판화를 구매할 때 주의 할 점이 있다. 판화 옆에 에디션넘버를 확인 하는 것! 이번 작품은 180/1000으로 ‘총 1천개 작품 중 180번째 인쇄된 실크스크린’이라는 뜻이다. 에디션넘버가 없다면 무한정 찍어내는 것이 가능 한 작품으로 희소성이 없다. 컬렉션을 하면서 아름다운 소장품으로 인테리어 차원에서 집의 어딘가에 걸어 두어도 좋지만 조금 더 높은 가격에 리셀(Resell)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 작품은 100만 원에서 경매가를 시작했고 두 명이 참가했다. 
 

금월 경매에 출품된 앤디워홀의 또 다른 작품 리즈테일러의 판화에는 에디션넘버 대신 앤디워홀의 친필 사인이 있었다. 1987년에 사망한 그가 다시 돌아 올 수는 없듯 희소성 때문에 총 5명이 경매에 참여해 경합을 벌였다. 마감 20초전에 진입한 ID의 주인공의 손으로 돌아갔다. 
 

그는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겪는다. 태생적으로 가냘픈 그였다. 어린 시절 병을 앓으면서 더 약해졌는데, 1968년에는 자신의 작업실을 드나들던 한 여성의 총격으로 사망의 위기를 맞는다. 이후 작품 ‘죽음’ 시리즈를 남기기도 했다. 총상을 입으면서 탈장이 생겼으며 평생 교정하지 못했고 코르셋을 착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앤디워홀_리즈_앤디사인포함_출처 Amorosart

 

세 번째로 4월 아트데이 경매에 출품된 앤디워홀의 작품은 바로 아름다운 금발과 푸른 눈, 관능적인 몸매를 뽐내며 미국 섹시 여배우의 상징이 된 메릴린 먼로다. 누구나 아는 얼굴로,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초상화를 만들었다. 메릴린 먼로 뿐만 아니라 워홀이 만든 유명인의 초상화가 대부분 그러하다. 이 작품에는 에디션넘버도, 그의 사인도 없어서 경매에 참여하지 않았다.


 

# 자산도 가치도 높이는 미술품 투자

 

앤디 워홀은 누구나 다 아는 사람,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한 소재(콜라병, 수프 캔)로 미술 작품을 완성한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 그의 팝 아트는 이런 점에서 대단하다. 이런 점에서 앤디 워홀의 팝아트와 그의 작품은 보통 사람에게 영감과 자극을 동시에 전달한다.
 

그의 작품 전시는 여전히 많은 관심을 모은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 '앤디 워홀' 전이 3월부터 열렸다. 9월 6일 까지 진행 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여파로 잠시 미술관 문은 닫혀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1987년까지 제작된 워홀의 작품 100여 점 이상을 선보이는데 심지어 그의 가발까지 전시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큐레이터 그레고 뮤르는 ‘뒤에서 보면 어둡고 앞에서 보면 금발 빛의 놀라운 물건’이라고 언급했다. 앤디워홀이 자본주의를 이용한 대량생산으로 부를 축적 했듯, 사후 미술계도 여전히 그의 가발까지 상업화해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슬로바키아 작은 마을 이민자 출신의 세 아들 중 하나로 태어나 어렵고 힘든 유년, 청년시절을 보낸 그를 떠올려 본다. 때로는 모두의 인생은 이처럼 애처로운 것이다.
 

이 시절 결핍의 기억때문인지 결국 바라던 대로 부자 화가가 된 앤디워홀처럼, 여전히 다수 에게는 미술품을 투자개념으로 보는 자본주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작품의 예술적 가치보다는 상업적 가치를 중시해 부동산 투자를 하듯 미술품에도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어떤 목적이건 올 봄 나에게 미술품 하나 선물 해 보는 것으로 그림 경매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칼럼니스트 이린

정리= 김종윤 기자 yoons35@tt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