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짜증지수 올라가는 무더위면 더욱 간절해지는 펭차우(Peng Chau)…유유자적에 시간도 흐르는 법을 잊은 곳
2021-07-05 15:40:17 , 수정 : 2021-07-05 17:16:49 | 정연비 기자

[티티엘뉴스] 지난달 29일 홍콩관광청에서 주최하는 가상 팸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목적지는 센트럴에서 페리로 30분 가량 떨어진 한적한 섬, 펭차우(坪洲, Peng Chau).

펭차우는 인파로 인한 북적거림이 없는 편안한 여행지로 현지인들의 일상 생활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섬이지만 오래된 공장, 해변, 사찰부터 고요한 마을에 활기를 더하는 거리 예술에 이르기까지 인스타그램 감성으로 무장된 사진 촬영 장소들이 널려있다.

특히 비교적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와 함께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홍콩섬의 중심 비즈니스 구역인 센트럴에서 페리로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접근성도 좋다.

프로그램 사회자인 켈리는 첫인사에 참가자에게 맑은 날씨를 맞이하게 됐다며 매우 행운아들임을 강조했다. 알고보니 가상 팸투어 전날만 해도 홍콩의 날씨 예고 체계 중 최상 단계인 블랙으로 경고가 내렸단다.

 


▲ 프로그램 호스트 켈리 찬 (Kelly Chan)

 

참고로 홍콩의 기상 예보 체계는 크게 노랑, 빨강, 검정으로 나뉘는데 검정으로 갈수록 심각한 단계다. 레드나 블랙 신호는 심각한 도로 침수 및 교통 혼잡을 유발할 수있는 폭우( 2시간 이내에 100mm 이상 내리는 경우)가 내릴 때 대중에게 모든 활동을 멈출 것을 경고하는 단계다. 대중교통이 일시 정지되는 것은 물론 건물 내에 있다면 각자 자기가 있던 곳에서 나갈 수 없고 그대로 머물러야 한다.

그렇게 심각한 예고가 떨어졌었는데 거짓말처럼 오늘은 날이 개며 햇빛까지 비추니 우리네 시쳇말로 날씨 요정이 오늘의 펭차우 가상 투어를 도와준 셈이다.
 

본격적인 섬투어는 아티스트인 에바와 투어가이드인 올리비아가 안내하는 영상으로 진행됐다.



▲ 홍콩관광청이 사전에 보내온 키트에는 주요 관광 스팟이 표기된 펭차우 섬 지도가 있었다. 

 


▲ 온라인 섬 안내를 맡은 투어가이드 올리비아(Olivia Tang)와 아티스트 에바(Eva Ng) 


 

투어가이드인 올리비아는 우리를 응안 차우 차이 파빌리온(Ngan Chau Tsai Pavilion), 룽모사원(Lung Mo Temple), 타이 레이 아일랜드(Tai Lei Island)를 포함해 펭차우 관광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곳들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이 섬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올리비아는 펭차우를 다양한 모습을 가진 곳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녀의 말처럼 섬은 마치 작은 종합선물세트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표지판이 안내하는 대로 부두를 따라 가면 플라스틱 의자 및 운동기구들 더미를 만나게 된다. 일부는 이런 모습을 보고 버려진 쓰레기들로 오해한다. 올리비아의 설명에 따르면 사실 이것들은 버려진 것이 아니라 모두 기부된 것들로 오히려 지역 명소로 거듭나며 현지 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리비아는 누구나 다양한 시간 대에 이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회가 닿으면 꼭 방문해보기를 강조했다. 

이러한 펭차우의 청정한 자연과 자원을 재활용한 볼거리들을 살펴보며 요새 떠오르는 트렌드인 지속가능한 여행으로도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느꼈다.



▲ 응안 차우 차이 파빌리온에서 바라보는 풍경


 

좁은 트레일을 따라 해발 96미터 높이의 핑거 힐(Finger Hill)의 정상으로 올라가면 현지에서 '하늘의 가장자리'라고 불리는 응안 차우 차이 파빌리온이 나온다. 펭차우 섬 동쪽에 있는 이곳에서는 홍콩 섬 서쪽의 라마 섬의 칭마 브리지와 홍콩 디즈니랜드의 멋진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왜 그녀가 비밀의 장소라며 기대감을 드높였는지 알 것 같았다.

 






▲ 룽모 사원

 

그녀를 따라 룽모사원으로 이동했다. 룽모는 전통적으로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지역 주민들이 숭배하는 중국 물의 여신이다. 1971년 퉁완(Tung Wan) 비치 옆에 세워진 이 사원은 펭차우에서 가장 큰 사원으로 곳곳에 금으로 장식돼있었다. 이 여신의 침대를 만질 시 행복한 결혼생활은 물론 자녀도 점지받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펭차우 자연을 돌아보는 마지막 일정은 일몰을 즐길 수 있는 인스타그램 인기 스팟인 타이 레이 아일랜드(Tai Lei Island)였다. 메인 섬과 작은 다리로 연결된 섬인데 작은 해변이 있으며 인기있는 낚시 장소다.

 

 

올해 펭차우에 작업실을 차렸다는 에바는 참가자들에게 가죽 공장의 예술 장식과 윙 온 스트리트(Wing On Street)의 맛있는 현지 음식을 소개했다. 

먼저 에바는 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인 푸크위엔 가죽 공장(The Fook Yuen Leather Factory)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1930년대 초에 지어진 역사적인 건물로 이제는 의자, 병, 타이어 등 다채로운 재료로 만든 예술적 그래피티와 창의적인 설치물들이 '비밀의 정원'이자 방문객들에게는 완벽한 사진 촬영 장소로 변신했다. 그밖에 섬에 개발된 예술 공간에서는 한때 지역의 활기를 도왔던 도자기 제조업의 흔적들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녀의 작업실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가볍게 도전해볼 수 있는 작업 과정을 보여줬다.

 

 

행사 전 홍콩관광청에서 미리 보내온 키트에는 그녀를 따라 작업을 해볼 수 있는 물감, 붓, 작업을 해볼 나무판, 엽서, 펭차우 안내도 등의 도구들이 있었다.

집에서 잠자고 있던 팔레트와 물통을 꺼내 에바가 안내하는 대로 붓질을 해봤다.

너무 오랜만이라 물감을 짜거나 붓질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에바는 원하는 색깔을 골라 편안하게 색을 칠해보도록 권했다. 정해진 프레임도 규칙도 없이 손이 가는대로 칠해봤다.

 



펭차우 시내를 안내하며 펭차우를 대표하는 음식들을 보여준 아티스트 에바 

 

펭차우는 작은섬이지만 바다와 맞댄 어촌으로 식재료들이 풍부했다. 아마 펭차우에서 갓 구운 해산물을 맛보지 않는다면 식도락 여행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보였다. 페리 부두에서 도보로 이동한 에바가 보여준 윙 온(Wing On) 스트리트에는 수많은 차찬텡(홍콩 전통 카페)과 작은 레스토랑이 즐비한 풍경이 나왔다. 여기에서는 새우 토스트 튀김, 아이스크림 파인애플 롤빵, 찹쌀을 곁들인 새우 찜 등 현지 특선 요리들을 만날 수 있다. 포 펑 스트리트의 슈퍼마켓에서 가볍게 현지 식료품들을 구매할 수 있고 윙 힝(Wing Hing) 거리의 많은 현지 식료품점도 과일, 스낵, 물 병 및 기타 음료를 판매한다. 

마치 홍콩 현지에 사는 친구와 화상 연결하는 것 같았던 이번 펭차우 가상 투어를 통해 펭차우의 생생한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잠시나마 머리를 식힐 수 있었다. 사회자인 켈리는 나중에는 펭차우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밝힐 정도로 홍콩 현지인들에게도 이곳에서의 삶은 로망인 것 같았다.

장마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이 성큼 다가오면서 더욱 물가의 한적한 여행지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아직 자유롭게 갈 수 없지만 펭차우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영상들을 함께 올리며 그날의 추억을 마무리하려 한다. 

 


▲ [360 Hong Kong Moments] ASMR in Peng Chau 


▲ 360 Hong Kong Moments – get close to nature in Hong Kong

 

글∙사진=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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