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 엄청난 적자로 돌아온 '황금 거위'
SM면세점 3분기 누적 적자 200억 넘어...본업 건전성까지 위협
브랜드 이탈 조짐+유커 급감+신규 면세점 추가, 악재 첩첩산중
2016-12-12 19:12:32 | 양재필 기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이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매출이 당초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거대한 영업적자로 허덕이고 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법인 5곳은 올 들어서만 13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연말에 시내 면세점 4곳이 더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로 인해 업체 간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HDC신라면세점·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면세사업부·SM면세점·신세계DF·두산 면세사업부 등 5개 신규 시내면세점 업체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순매출) 5696억 원, 영업손실 132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문을 연 곳은 HDC신라면세점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12월24일)’, 한화 갤러리아타임월드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12월28일)’이다. 올해 2월에 SM면세점이 서울 인사동 하나투어본사 건물에 SM면세점 서울점을 냈고, 5월에 두산과 신세계DF가 각각 서울 동대문과 남대문에 시내면세점을 열었다.


대규모 적자속에 그나마 선방한 곳은 HDC신라면세점이었다. HDC신라면세점은 3분기까지 매출 2287억 원, 영업손실 167억 원을 기록했다. 5개 신규 업체 가운데 매출은 가장 크고, 적자 폭은 가장 작았다. HDC신라면세점 측은 “내년 상반기에 루이뷔통·디올·펜디·불가리 등 명품 LVMH계열 20여 개 브랜드가 순차적으로 입점할 예정”이라며 “올해 12월에는 월 기준 흑자전환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고 설명했다.


5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신세계DF의 추격도 거세다. 신세계DF는 올해 3분기까지 매출 1212억 원, 영업손실 372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매출을 영업 5개월 만에 따라잡았다.


반면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매출 1068억 원, 영업손실 305억 원을 기록했다. 이 매출은 제주 공항 면세점 실적이 포함된 수치라 실제 시내면세점만 비교했을 땐 HDC신라면세점과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면세점간 인지도와 매출 규모가 큰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M면세점과 두산 면세점은 최악의 실적을 나타냈다. SM면세점의 누적 매출은 711억 원, 영업손실은 208억 원에 달했다. SM면세점 역시, 지난해 10월23일 문을 연 인천공항점을 포함해 면세점 2곳을 운영하고 있다.


두산 면세점은 매출 418억 원, 영업손실 270억 원으로 실적이 가장 저조했다. 두산 면세점 측은 “7월에는 일 평균 매출이 3억 원이었지만, 10월엔 6억 원으로 늘었다”며 “롱샴, 마이클 코어스, 발리, 겐조 등 브랜드가 새롭게 입점해 일 매출이 더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업체 추가… 흑자 전환 불가능


신세계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의 10월 기준 하루 평균 매출은 각각 21억 원, 17억 원 정도다. 당초 각 사의 첫해 매출 목표였던 1조5000억 원과 1조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다른 경쟁사에 비해 빠른 속도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한화갤러리아63과 두타면세점은 일평균 매출이 10억 원과 6억 원에 그쳐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실적 저하로 두산은 최근 이천우 두산그룹 유통부문 부사장을 퇴진시켰다.


이 부사장은 AK플라자, 삼성물산 등을 거친 패션·유통 전문가로 두산이 두타면세점 사업을 위해 영입했지만 면세점 오픈 6개월도 안 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야심차게 추진했던 심야 면세점 영업이 오히려 인건비 등으로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고 실적도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진퇴양난이다“라고 전했다. 


신규 시내면세점 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영업 환경은 더욱 비관적이다. 우선 관세청은 연내 서울 시내에 면세점 신규 특허 4개(대기업 3곳, 중소중견 1곳)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HDC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현대백화점, SK네트웍스, 신세계DF가 신청 서류를 제출해 심사를 받고 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면세점 입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관세청은 신규 면세점을 밀어 붙이는 모양새다. 


신규 면세점이 기대 이하로 고전하는 이유는 럭셔리 브랜드 유치가 쉽지 않은 데다 면세점 숫자가 늘어나면서 가져갈 수 있는 시장 파이가 줄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면세점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쟁업체는 많아지고 관광객 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면세 업계에서는 과당 경쟁으로 면세점들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 현지 여행사에 지불하는 송객수수료(리베이트)를 앞 다투어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시내면세점들이 여행사에 지불하는 리베이트는 올해 상반기 479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전체 리베이트 금액(5729억 원)의 83%에 달하는 수치다.


S면세점 관계자는 “시내면세점 업체들이 현지에 지불하는 송객수수료를 점차 올리고 있다. 출혈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결국 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는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중소형 면세업체들이 아마 경쟁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올해 말에 또 신규 특허가 발급되면서 내년에도 흑자전환은 불투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하나투어 면세사업 정리說 모락
 

내로라하는 대기업 계열 면세점들이 적자 위기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 면세점들의 충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은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711억 원, 영업손실은 208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영업이익률이 -29%라는 뜻이다. 


하나투어는 중소·중견기업으로 입찰해 유효기간 10년의 면세사업 특허를 획득, 지난 2월 오픈한 SM면세점 인사동점은 현재까지 줄곧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결국 면세사업을 중단하거나 최소화 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970년부터 광화문 자리를 지켜온 동화면세점 역시 지난해 매출 3226억 원, 영업이익 15억 5800만 원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78% 급감했다.


거듭되는 시내 면세점의 신규 오픈으로 지방 면세점은 인천과 대구 등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매출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현재 운영 중인 대표적 중소 면세점은 SM면세점, 펜타스면세점, 시티플러스, 삼익면세점 등이 있다. 연말로 예정된 면세점 추가 지정 네 곳 중 한 곳은 중견기업의 몫으로 분류돼 있다.


당초 이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전망됐던 SM면세점은 기존 매장인 인천국제공항과 인사동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유력하게 후보로 거론됐던 형지 역시 면세점 업계의 저조한 실적을 지켜보며 도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유진기업 역시 지난 10월, 연말 면세점 입찰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호텔 레저 사업을 영위하는 파라다이스그룹 역시 추가 입찰에 도전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일부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들의 적자영업이 장기화되면서 일각에서는 '특허 조기반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부 시내 신규 면세점이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유명 브랜드 입점 및 매출 개선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아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몇몇 브랜드들이 경우 면세점과의 입점협약 내용 등을 감안해 최대한 빨리 매장을 정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시내 면세점의 운영 특허는 현행 관세법상 중도에 반납을 허용하고 있다. 관세법 179조에 따르면 특허는 ▲운영인이 특허보세구역을 운영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운영인이 해산하거나 사망한 경우 ▲특허기간이 만료한 경우 ▲특허가 취소된 경우 등 4가지 상황 중 하나에 해당하면 효력을 상실한다. 사업자가 운영을 포기하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해당 특허가 존속될 지, 소멸될 지는 관세청장의 결정에 따른다. 관세청 관계자는 "특정 기업이 면세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할 경우 해당 특허의 존속 여부는 세관장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면서 "시장상황을 검토해 재입찰을 진행할 지, 해당 사업을 타 기업에서 인수ㆍ합병토록 할지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는 있었다. 2010년 애경이 운영하던 AK면세점이 특허를 반납, 이를 롯데면세점이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2년에는 한진그룹이 특허권을 도로 내놨다. 모두 실적부진이 이유였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 신규 면세점 사업자가 확정되고 내년 오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적이 부진한 면세점의 안팎 인력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이 경우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면세점 사업을 접는 곳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와중에 중국 정부의 1일 1쇼핑, 인위적인 입국자 수 억제 움직임 등은 면세 사업자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M여행사 관계자는 “1년 전에는 시내면세점 사업 입찰을 못 따서 괴로워하던 업체들이 지금은 오히려 웃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나투어가 SM면세점을 지금이라도 버리는 것이 그나마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다. SM면세점 선례로 앞으로 여행사들이 면세 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일을 아예 없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양재필 기자 ryanfeel@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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