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제 4차 산업혁명의 불길이 강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조류는 여행산업과의 융합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여행업은 여전히 2차 산업 수준의 인력 구조와 어설픈 3차 산업 IT 시스템에 머무르고 있다.
구조적인 체질 개선과 플랫폼 개발, 정보 개방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수혜에서 여행업은 완전히 소외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한국 여행업의 현실과 변화의 실마리를 들여다봤다.
양재필 선임 기자 ryanfeel@ttlnews.com
>현상 Phenomena
4차 산업혁명의 불 여행업에도 옮겨오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의 산업 패러다임이 현실화 돼가고 있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는 아직까지 명확하지는 않으나 다양한 형태로 정의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발명(1차), 대량 생산과 자동화(2차), 정보기술(IT)과 산업의 결합(3차)에 이어 네 번째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요지는 기존의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되고,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는 것이다.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과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나노기술 등이 4차 산업혁명으로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마트화(Smart)’와 ‘커넥티드화(Connected)’가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 개별-상호 통신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생산자-시스템-소비자라는 일률적인 생산 및 정보처리 방식이 통용됐지만, 앞으로는 제품·소비자·서비스가 상호작용하면서 데이터를 만들어내게 된다. 그렇게 형성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향후 기업의 핵심 연료가 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빅데이터(Big Data) 분석, 인공지능시스템 기술, 데이터 기반 서비스 설계 역량 등이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 물리적 자원을 소유하거나 생산할 것인지와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플랫폼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가 기업 생존을 위한 중요한 전략적 이슈가 될 수 있다.
무인(無人) 공장 등 지능화된 로봇의 등장으로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미래에 대한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생산성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더 많은 물건을,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빨리 만들어낼 수 있다. 소비자는 큰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걸 단순히 축복이라고 보기만은 힘들다. 일자리 감소 우려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수작업을 대신하는 로봇의 확산으로 앞으로 20년간 아시아 근로자 1억37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낮은 생산성에 머물고 있는 인력 중심 기업 구조와 어설픈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여행업이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똑똑해지고 연결되는 기술혁명
한국 여행업 폐쇄성 성장 발목
구식 채널 인력구조 심각해"
>현실 Circumstance
한국 여행업 폐쇄성...경쟁력 상실
전 산업 부문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의 조류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 지금. 가장 유망하고 트랜디한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는 여행업에서 그러한 변화는 전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여행업의 경우 4차 산업으로의 준비는커녕 IT(정보기술)로 대변되는 3차 산업 시스템조차 미비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항공사-여행사-랜드사의 획일적인 여행 상품 구성 통로와 홈쇼핑, 인터넷 채널 등의 대량 판매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만 봐도 현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여행사 중심의 여행상품 저가 가격경쟁 구조와 여행사간 매출 양극화 심화는 여행업이 다양성과 변화를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구시대적 시스템에 갇혀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항공사와 여행사들이 시스템 구축과 판매 채널 확대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몸집이 커지며 자본력이 생긴 대형 여행사들은 단순 인력 중심구조에서 시스템 중심 구조의 운영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여행업의 경우 콜센터, 가이드, 수배 및 영업인력 등 인력 중심의 운영 구조를 크게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IT 전문 인력 등용과 부서 설치를 통해 ERP(전사적자원관리), CRS(컴퓨터예약시스템), 자체 부킹 시스템, 재고 관리 시스템 등을 운영전반에 도입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이마져도 몇 개 업체 정도에서만 이뤄진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여행업체들은 여전히 아날로그식 예약 시스템과 대형여행사 채널에 기댄 소극적인 온라인 채널로 연명하고 있다.
여행업계가 자기 업체 위주의 시스템 개발과 상품 저가 경쟁에 몰입하면서, 타 산업대비 선진 IT 개발과 업계간 정보 호환성에 폐쇄성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4차 산업혁명으로의 변화 초입에 들어선 지금 여행사 중심의 수동적인 매출 채널 구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여행업계는 조만간 무거운 변화의 펀치를 맞을 확률이 높아졌다. 기존 판매 채널과 수익구조에서 빠르게 손 바뀜이 일어나면서, 여행업체들간의 역학구조도 크게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접근성-수익채널 다변화로
여행업계 역학구조 뒤 바뀔 것
OTA-카드사 빅데이터로 중무장"
>변화 Transition
채널 다변화와 여행업계 지각변동
제 4차 산업혁명이 여행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판매 및 수익 채널 접근성의 다변화’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쉽게 이야기해서 기존 주력 상품 판매 채널이 상당 부분 효율성을 잃고, IOT 기반의 다양한 채널에서 단계적인 수익성을 모색해야 생존이 가능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 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수년전부터 FIT(개별자유여행) 추세가 강화되면서 소수의 업체만 인지한 상황이었으나, 최근에 들어서는 다수의 업체들이 이 분위기를 읽고 있다.
최근 여행사들의 매출 및 이익 순위가 뒤죽박죽 바뀌고 있는 것도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여행업에서 여전히 패키지 중심 상품이 여행사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익성 부문에서는 평균 2% 마진도 보장받기 어려워졌다.
FIT가 대세인 것을 알면서도 자사 상품과 획일적인 패키지 판매 채널에 기대면서, 알짜 FIT 수익은 익스피디아와 같은 외국계 OTA(온라인여행사)들이 잠식하고 있다. 여행업체간 정보 폐쇄성과 시스템 호환이 불가해 사실상 얼마나 많은 FIT 수요를 빼앗기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조차 전무한 실정이다.
거대 OTA들이 국내에 다양한 업체 및 채널들과 판매 및 마케팅 홍보 제휴 모델을 확대해 갈 경우 전통 여행사들이 받는 충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최근 직판 여행사와 카드사들의 여행관련 매출이 급증하는 것도 변화의 조짐을 암시한다. 최근 직판 여행사들의 여행 상품 판매는 사상 최고치를 매년 경신하고 있다.
단순히 중저가 시장 가격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파악해봐야 한다. 오프라인 대리점을 다수 운영하는 하는 것보다, 직판 마케팅, 판매 채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매출 및 수익성 향상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직판 여행사들을 통해서도 양질의 여행상품을 예약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는 직판 여행사들의 과감한 홍보·마케팅 투자와 판매 채널 다각화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의 상품 정보 채널 접근성이 증대되고 다각화 되는 것과 비견해 직판사들의 전략적인 운영 전략이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로 판단된다.
카드사들의 여행부문 매출 확대도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현대카드 여행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는 타이드스퀘어와 롯데카드, KB국민카드 등은 이미 여행 사업자로서 세력을 증강하고 있다.
항공권 매출만 봐도 타이드스퀘어는 이미 초대형 여행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KB카드, 롯데카드 등도 항공권 매출 20권까지 진입하는 등 무서운 기세로 올라오고 있다.
카드사들의 경우 소비 트랜드와 유행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여행 부문 상품 판매에서도 기존 여행사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채널과 판매 전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카드업계의 빅데이터 분석도 진화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 트랜드의 정점에 있는 여행 부문 홍보·마케팅 판매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존에는 고객이 현재 소비하는 지역과 상품종류 등을 기준으로 소비패턴을 예상했지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이 가까운 미래에 무엇을 소비할지를 예측해 미리 서비스하는 방식을 계획 중이다. 일주일 전에 해외출장 티켓을 예매한 고객이 있다면 이 고객에게 면세점 할인정보를 미리 제공해 고객이 활용할 수 있게 까지 배려한다.
카드사들은 빅데이터 분석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여행 소비자들의 특성을 수치화하고, 개별적인 심층분석까지 다가가고자 시도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고객들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대부분 카드사들이 시행중으로 이를 실제 활용하고 적용하기 위한 분석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보다 효과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여행 시장의 구조를 간파하고 선진 채널 다각화에 공들이는 OTA, 빅데이터를 활용한 소비 트랜드를 전략적인 여행 상품 판매로 활용하는 카드사들이 증가할수록 정통 여행사들의 입지는 더욱 빠르게 붕괴될 수 있다.
"플랫폼의 진화가
여행업계 변화 핵심
소비 트랜드 접점 연결"
>진화 Evolution
플랫폼의 진화-접근성·효율성 극대화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세계적인 기술 축제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같은 첨단 IT·전자 기술 등이 자동차, 여행, 레저, 스포츠 등 타 산업과 광범위하게 융합한 형태를 선보였다.
CES 2017의 핵심 키워드는 ‘접근성’이었다. 인공지능 플랫폼과 같은 시스템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행 시장에도 선진 플랫폼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 나가며, 소비자들의 상품 접근성을 포괄적으로 보장해주기 시작했다.
FIT 이용자는 20~30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는 40대 초반 이용자 수의 증가율도 높아지고 있다. 그들은 익스피디아, 아고다닷컴, 호텔스닷컴, 부킹닷컴 등을 활용하는 데에 익숙하다. 1~2년 전부터는 스카이스캐너, 호텔스컴바인 등 항공 가격이나 호텔 가격을 비교하는 플랫폼 사이트 및 앱(APP)와 친숙해졌다. 카약(Kayak), 트래블하우(TravelHow) 등 항공과 호텔, 렌터카, 현지투어 등의 가격을 종합 비교할 수 있는, 더욱 진보된 시스템까지 출시되고 있고, 여행객들에게 필수앱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행 플랫폼 기술력이 업그레이드 될수록 이용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더 이상 여행사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부킹 시스템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신규 여행 플랫폼은 더욱 ‘종합적’이고 더욱 소비자 요구에 ‘세분화’ 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서 하나투어, 모두투어, 한진광광 등 대형여행사들에 관련된 키워드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개별 여행자들의 관심거리는 특가 항공권, 현지 투어, 현지 호텔 및 리조트 추천, 특정 풀빌라·호텔·리조트 브랜드, 먹을거리, 놀거리 등이 주요 관심사이다. 언제나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으니, 자신이 정말 만족할 수 있는 여행 계획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싶어 한다. 여행정보 제공과 소비 트랜드의 접점에서 플랫폼의 역할과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관광여행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한 서유럽과 북미 지역 여행산업은 이미 접근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고객 친화적 플랫폼이 여행산업의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그만큼 여행 시장의 기회와 위협이 상존하고 있기도 하다.
실례로 2015년 2월 익스피디아가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원을 투자해 인수한 오비츠 월드와이드(ORBITZ WORLDWIDE)의 경우 플랫폼 기반의 고급 여행서비스를 제공해 그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호텔, 항공업계는 일제히 양사의 합병 거부를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막대한 시장 잠식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한국 여행시장에서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까지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여행 빅데이터와 유통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은 한국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접근성이 기업가치의 핵심
여행 인프라 자동·가상현실화
코앞까지…기회·위기 상존"
>전망 Outlook
관광 인프라 ‘개벽’...위기와 기회
4차 산업혁명이 여행시장의 기본 속성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유통 구조와 접근성의 틀을 바꿀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와 더불어 사물인터넷 발달로 여행 전반의 인프라가 데이터 자동화, 가상현실화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례로 일본 나가사키현 소재 유명 테마파크인 하우스텐보스내에 ‘헨나(Henn-na) 호텔’에서는 안드로이드 로봇 직원이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하고 포터 로봇이 짐을 방으로 옮겨주고 있다.
사람이 하던 업무의 70%를 자동화시켜 인건비의 1/3 가량을 줄인 이 호텔은 인간 같은 로봇들로 인해 저비용 호텔 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호텔 오픈 당시 72호실, 직원 30명으로 개업한 이 호텔은 1년 만에 객실을 144호 실로 두 배 늘렸지만 직원은 오히려 10명으로 줄었다.
또 직접 해외여행을 하지 않고도 가상현실(VR)을 통해 원하는 여행과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장치도 개발되고 있다. 영국에 직접 가지 않고도 가상현실을 통해 페달을 밟으며 런던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공지능화된 자동 응답시스템의 도입으로 여행사나 항공사 콜센터 관련 인력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여행예약 발권도 대부분 시스템 플랫폼이 장악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도구와 인프라가 관광산업의 인력 구조와 체질 자체를 뒤 흔들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여행업계에게는 기회와 위기로 작용해, 창조적인 여행상품과 IT 융합 상품 개발을 촉진하는 촉매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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