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추석여행을 계획한 회사원 김 씨(35·경기)는 요즘 가장 ‘핫(Hot)하다’고 소문난 온라인여행사이트(OTA)에서 호텔을 예약했다. 깔끔하고 간결한 인터페이스는 김 씨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많은 호텔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고 설명도 자세히 나와 있어서 김 씨는 더욱 신뢰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원화(₩) 결제금액을 바로 계산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김 씨는 현장에서 지불하는 후불결제 대신 선불 카드결제 방법을 선택했다. 후불 결제도 고민해 보았지만 현장에 도착하여 직접 결제하는 것이 더 번거롭게 느껴졌기 때문에 과감히 선불 결제를 선택할 수 있었다. 결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니 호텔 숙박비에 수수료 1만2000원이 추가된 최종요금이 보였다. 수수료를 아껴볼까 해서 후불결제로 방법을 바꿔봤지만 수수료는 여전히 나타났다. 온라인이라도 여행사를 이용하는 거니 기꺼이 수수료를 내겠다는 마음이었다. 수수료를 내더라도 다른 곳보다 저렴한 듯 했다. 김 씨는 카드결제를 마치고 제주도 여행도 즐겁게 다녀왔다.
◆카드 청구서 보니 6600원 올라
그러나 한 달 후 그는 불편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 제주 호텔숙박비 결제내역이 결제한 금액보다 6600원이나 더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사이트에서 결제한 제주 호텔 2박의 가격은 수수료를 포함하여 26만4000원이었는데, 청구서의 결제내역에는 27만600원이 적혀있었다. 사이트의 결제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니 26만4000원이 정확했다. 청구서 내역대로라면 6600원을 더 지불한 셈이었다.
김 씨는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한국어 발음이 어색한 상담원들은 김 씨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수차례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나서야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호텔의 숙박비를 결제한 곳은 한국이 아닌 해외라서 환전수수료와 송금수수료 등이 붙었다”는 설명이었다. 한국에서 제주도 호텔을 예약했고, 그것도 원화(₩)로 나온 여행 총 요금으로 결제했는데 “수수료가 붙었다”는 상담원의 말에 그만 김 씨는 울화가 터졌다.
◆최종 가격은 카드내역을 봐야만 안다
익스피디아, 아고다 등 주요 해외온라인여행사는 해외 구매를 통한 수수료에 환율차이로 발생하는 비용은 결제일 기준으로 변동하기 때문에 사이트에서 예약할 때에는 정확한 금액을 표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해외 OTA를 통해 구매하는 상품의 최종 가격은 청구서를 확인해야만 알 수 있는 셈이다.
여행전문가는 “네이버 지식인이나 포털사이트의 블로그, 게시판 등에는 해외결제를 할 때 환차손이나 해외결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있는데 틀린 내용이다. 상당수 해외 온라인여행사들이 준비한 홍보·마케팅 문구에 속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지가 온라인 여행사이트에서 5개월간 결제 실험을 한 결과, 사이트에서 결제한 금액과 실제 카드청구금액은 최대 3.5%까지 차이가 났다. 괌에서 인기있는 온워드 비치 리조트에서 3박을 예약했을 때 사이트에서는 80만원으로 결제하지만, 실제는 82만8000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환전·송금수수료 더하면 최저가 아닌 경우 많아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해외 법인이 운영하는 여행사이트에서 구매를 할 때 조심해야 한다. 한국에서 결제를 하더라도 사이트를 운영하는 해외에서 실제 결제가 이뤄지며, 비록 국내에 있는 호텔을 구입한다 할지라도 당연히 해외에서 구매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여행포털 여비닷컴 이혜원 에디터는 “해외 온라인 여행사이트에서 제시하는 최저금액에 환전·해외송금수수료 등을 추가하면 한국 여행사가 제시하는 가격보다 비쌀 수 있다. 해외 온라인 여행사이트를 이용할 때에는 예약만 하고, 현장에서 현지 화폐로 지불하는 방법도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한편 본지 취재과정에서 익스피디아 측은 “향후 홈페이지를 개편할 때 달러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여 고객이 숨겨진 송금 수수료나 환율 차이로 인한 손해를 최대한 막아보겠다”고 밝혔다.
김종윤 기자 yoons35@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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