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er 캡쳐사진
영화 <그녀>(Her)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자신의 인공지능 운영체제(OS)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실체가 없는 그녀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영화가 개봉한 2013년만 해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스토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 됐다. AI의 발전은 이제 여행산업을 강타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상담 ‘챗봇’(ChatBot) 서비스 열풍이 불고 있으며 일부 호텔에선 로봇을 이용한 배달서비스를 도입했다. 그동안의 준비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AI 기술 도입을 시작한 여행산업 변화의 현장을 비춰봤다.
유지원 에디터 jeni@ttlnews.com
여행 4차 산업혁명 본격 시작
AI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클라우드 서비스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4차 산업혁명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고도의 지능화와 연결성으로 사회 및 경제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산업혁명’으로 풀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스마트 혁명’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여행산업의 만남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여행 산업은 일찌감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요 산업으로 주목받아왔지만, 여행산업은 실상 3차 산업 수준도 완벽히 따라잡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나 한국은 더 한데 구조적인 체질 개선과 플랫폼 개발, 정보 개방성 문제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4차 산업혁명과 여행산업의 만남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한국 정부 역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는 올 연말까지 범정부 차원의 ‘4차 산업혁명 종합대책’이 수립한다. 아울러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해 국가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주목받는 인공지능(AI), 기초·원천기술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스카이스캐너 인공지능 비서 ‘코타나’
스카이스캐너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비서 ‘코타나’(Cortana)로 대화형 항공편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는 2015년 11월,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기술인 ‘알렉사’(Alexa)를 시작으로 페이스북 메신저봇과 스카이프봇 이후 4번째로 선보이는 인공지능 기반 항공권 검색 서비스이다. 이로써 스카이스캐너는 코타나에서 지원하는 최초의 서드파티(제 3자 협력업체)이자 총 4개의 챗봇 시스템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스카이스캐너가 이번에 선보인 서비스는 인공지능 기술의 보편화를 앞두고 고객에게 한 단계 진화한 여행 준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됐다. 개인 비서와 대화 기능을 통해 음성만으로도 최신 항공편 정보 확인이 가능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
현재 코타나를 통한 스카이스캐너 항공편 검색 서비스는 △경로별 평균 항공권 가격 △최적의 항공권 예약 시점 △실시간 항공편 현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코타나가 탑재된 기기에 음성 및 텍스트로 질문하면 인공지능이 스카이스캐너에서 검색되는 모든 항공편 정보를 분석해 원하는 정보를 알려준다. 미국 내 윈도우 10이 설치된 데스크톱 및 모바일, iOS와 안드로이드 등 미국 내 코타나를 지원하는 모든 기기를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스카이스캐너의 챗봇 기능은 한국어 지원은 아직 없는 상태며 현재 스카이스캐너 페이스북 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국가는 필리핀, 인도, 미국 순이다.
최형표 스카이스캐너 한국 시장 총괄매니저는 “챗봇과 대화형 검색 기능이 미래 여행 준비 과정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스카이스캐너의 인공지능 기반 검색 서비스는 영어로만 지원되고 있으나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의 여행산업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지역 확장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카이스캐너에서 한국어로 대화형 항공편 검색이 가능해진다면 SKT의 누구(NUGU)나 KT의 기가 지니와 같은 국내 인공지능 기기에 사용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어 도입의 시기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파크 ‘여행톡집사’ 개편
국내에서 가장 발 빠르게 서비스에 나선 곳은 인터파크투어이다. 지난해 12월 모바일 앱을 통해 오픈한 '여행톡집사' 서비스를 최근 개편했다. 여행톡집사는 인터파크투어 이용고객이 낯선 여행지에서 여행톡집사를 통해 현지 비서를 둔 것처럼 편리하고 안전한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이는 금융업계에 퍼진 채팅과 로봇의 합성어 '챗봇' 서비스와 거의 유사한 시스템이다.
특히 새 버전은 토털 케어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이 강점이다. 기존에는 자유여행객에게 인기 높은 도쿄, 파리 등 11개 도시 여행 중에만 이용 가능했다. 또 여행 지역별 1개의 채팅방에서 복수의 고객이 다 같이 참여하는 서비스로 인해 불편이 가중됐다.
이에 인터파크투어는 이번 개편을 통해 고객별 1대1 채팅방 운영으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고, 여행톡집사 서비스 범위를 여행 전 과정에 걸친 토털 케어로 확대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여행에 대한 기본적인 문의부터 상품 예약 및 변경 취소까지 여행톡집사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전화 연결이나 홈페이지에 문의 사항을 남기지 않고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자주 묻는 말은 실시간(24시간) 자동응답으로 빠른 답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고객 편의를 높였다.
또한, 여행 중 현지에서 상담받을 수 있는 기존 서비스의 장점을 그대로 살리되 11개 국가가 아닌 전 세계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어디를 여행하든 여행톡집사를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여행톡집사에서 특히 고객 반응이 좋았던 현지 문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해 이용 편의를 도모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AI 분야 전문가를 아예 여러 명 영입하고 서비스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내년에는 여행톡집사를 시작으로 단계별로 챗봇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야놀자 외 챗봇 서비스 다양
야놀자도 챗봇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레드타이버틀러와 제휴를 맺고 지난해 12월부터 숙박 예약자를 대상으로 한 일대일 채팅 컨시어지 서비스를 선보였다. 레드타이버틀러는 국내 및 해외 여행객들에게 필요한 관광지 정보는 물론, 숙소, 식당, 병원 각종 예약, 투어신청, 차량 픽업, 배달주문, 티켓팅 등 여행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온라인 컨시어지 전문 플랫폼이다.
서울패스 등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스타트업 기업들도 채팅 컨시어지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밖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를 비롯해 다수의 여행사가 해외지사나 가이드 등을 활용해 정보를 제공하는 등 채팅 상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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