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관광산업 적폐 청산 요소 산적 2017 국정감사 무엇을 조준하나
2017-09-28 18:16:14 | 편성희 기자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문 최대 관심 사항은 갑(甲)질 근절,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과세 형평성 제고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그동안 뿌리 깊게 박혀 있던 부적절하고 비논리적인 구태 시스템을 정비하고, 부당한 정책과 법적 불합리성을 확실하게 뜯 어 고치는데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행관광산업 부문도 메스를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행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여행업에 대한 인기와 더불어 내부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강화되고 있다. 그만큼 그동안 알면서도 자행돼왔던 여행관광산업의 불법적·불합리한 요소들이 수면 위로 떠올라 비판과 변화에 대한 압박을 받을 확률도 높아진 것이다. 

현재 여행관광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적폐 요소들을 추려보았다. 다가오는 2017년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뜨거운 감자였던 문화체육관광부의 구조적 문제와 여행관광부문의 적폐 요소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취재= 편성희 기자 psh4608@ttlnews.com

         양재필 기자 ryanfeel@ttlnews.com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최현덕 기자 hr8181@ttlnews.com

 

1. 무분별한 지자체 축제 활성화와 자금 유용

축제 활성화 지원금 유용 의혹 제기 

협회·재단 등 운영기관 관리 미숙

 

 

올해에만 733개의 축제가 전국 시도별로 벌어지고 있다. 국가 지원, 지자체 주관, 지자체 경비지원 및 후원, 민간주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문화관광축제 모두를 포함한 숫자이다. 정부는 그중 41개를 대표성 있는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평균 이하의 기획 및 운영 수준을 보이며 동네잔 치로 전락한 실정이다. 

그동안 축제는 ‘문화관광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철저한 사전조사나 비 교·검증 없이 추진되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체성이 불분명한 축제가 양 산되기도 했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예산 낭비’라는 오명을 쓴 축제도 상 당수다. 특히 정부 지원금을 받는 공모사업은 기획, 예산안, 사업비 사용내역, 방문자 수 통계 등 다수 부문에서 결과평가가 정확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 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지방분산 및 내국인 지방관광 활성화 정책 기조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고품격 지방관광, 계절별 지방관광, 축 제와 연계한 K-POP 콘서트 등 지방축제 활성화를 위해 특색 있는 관광상품 을 공모하고 홍보·마케팅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공모에 선정된 지자체 및 주관기관은 운영비 직접 지급, 홍보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주관기관에 대한 기획 분석·검증 및 시행·운영과정 평가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예산 낭비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 히 평가의 소홀함을 악용해 협회, 재단 등 주관기관이 사업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유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K-POP 콘서트 지자체 행사’는 올해 2월 14일부터 3월 10일까 지 공모해 3월 22일 8개 지역이 선정, 마케팅을 지원받기로 됐다. 한국관광공 사(이하 공사)는 준비 기간을 고려해 6월 이후 개최가 예정됐고, 외국인 관광 객에게 호감을 줄만한 특색 있는 8개 축제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공사는 선정 지 8곳 중 보령시, 강진군, 서산시, 화성시, 대전광역시, 횡성군은 마케팅 비용 을 차등화 해 사후정산 식으로 마케팅 비용을 직접 지원한다. 

그러나 일부 운영기관은 선정 이후부터 예산을 차지하기 위한 팀 간 알력 다툼을 벌였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름을 밝히기 원하지 않은 H문화재단 관 계자는 “예산을 차지하기 위해 팀장 간 다툼도 있었다. 한글 홈페이지 리뉴얼 등 사업예산 집행 지침에 맞지 않은 집행계획을 세워 예산을 유용하려는 계획 을 세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POP 콘서트 지자체 행사’ 마케팅 지원예산 사용용도는 외국인 관광 객 유치를 위한 해외 홍보에 집중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 자는 “한해에만 수십여 개 사업을 담당하는데, 중간 점검을 할 수 있는 인력이 여실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해당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협조하는 곳이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회 관계자 중 한 명은 “아직 진행 중인 사업이 라서 국정감사 기간 동안 주무부처의 예산 집행계획 검토, 중간 점검 미비 등 이 지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관광개발진흥기금 융자사업, 여행공제회 사업 등도 운영기관의 자금 유용 의혹 등도 수년간 제기되고 있어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감사 사정권 에 들어있다는 전망이다.

 

2. 여행업 해외 자금거래 불법 요소 심각

거래 내역 숨기려 인솔자 통한 자금 운반 횡횡 

해외 매출 누락·불법 외환 송금 심각‘ 뇌관’

패키지 여행업체의 경우 한국의 여행사에서 현지여행사에 송금을 하는 일이 매우 잦다. 랜드사와 계약을 맺고 거래하는 경우는 여행사는 랜드사에 환율에 따라 송금을 하고 랜드사가 현지 여행사에 송금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직접 자금 전달 거래 방식은 단순히 거래 내역을 숨기는 목적 외에 도 송금수수료 및 시간을 아끼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특히 여행 인솔 자가 나가는 유럽지역은 인솔자를 통해서 돈을 운반시키는 행위가 자주 있다. 

유럽연합 중 독일은 외환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국가로 1만유로 이상은 가 지고 입국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해, N여행사의 경우 인당 9990 유로를 인솔자 를 통해 전달하게 하는 사례 등이 자주 있다. 투어피 전달문제는 단순히 불법외 환거래도 문제가 되지만 인솔자들이 큰 금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현지인들 에게 알려져 강도와 소매치기들의 손쉬운 표적이 되고 있다. 인솔자들의 경우 1년에도 수 십차례 강도와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행사들의 해외 현지 여행사와의 매출 누락도 문젯거리다. 대형 여행 업 체인 도매여행사와 판매대행사인 소매여행사간 거래 관행이 실타래처럼 복잡 하고 거래 중 세금 탈루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미 이러한 이유로 국세청은 이미 몇몇 여행사에 대한 해외 매출 누락건을 빌미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또한 개별 자유여행을 주로 진행하는 여행 업체도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별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현지 가이드 투어를 하는 경우에도 한국 에서 예약금 명목으로 돈을 입금 받고 현지에서 현금결제로 지불한다. 

한국에서 예약금을 받아서 한국 업체 수익으로 하고 현지에서 내는 것은 현지 수익으로 하는 것이다. 이것 역시 한국에서 가이드투어를 진행하는 업체 가 한국 내 입금내역을 근거로 거래규모를 축소해서 세금을 탈루하는 부분이 의심되고 있고, 현지에서 직접 돈을 받는 부분도 거래내역이 잡히지 않기 때 문에 현지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증시에 상장된 대형 여행사들은 외환 불법거래 방지를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 회계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편법 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도 불법외환거래 단속 결과 대부분 여행사, 랜드사간 거래 시 적절 한 외환 거래를 신고하지 않는 정확이 대거 포착됐다. 특히 현지 랜드와의 거 래 시 수년에 걸쳐 불법 송금을 실행하는 경우가 많아, 별다른 신고가 없다가 외환거래불법 집중 조사 시 수천~수억원에 이르는 큰 피해를 입는 업체가 많 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여행객의 폭발적인 증가로 관광수지 적자폭이 늘어나면서 외환관리 가 강화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여행사들 사이에서 영업과 관 련된 해외 송금 부분에 대해 조사를 받는 경우가 과거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부분 해외여행알선 여행사가 환전수수료 등 경비절감의 목적으로 해외골프 여행경비 등에 필요한 외화를 환전상을 통해 불법 매입하 거나, 환치기를 통해 해외여행경비를 불법 송금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대폭 증 가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소매여행사가 도매여행사의 상품을 판매할 경우 소매여행사는 수수 료를 뗀 나머지 판매 금액을 도매여행사에 입금하거나, 전체 상품 판매 금액 을 먼저 입금한 뒤 수수료를 받는 것이 업계 관행이다. 

하지만 일부 도매여행사들이 수탁경비가 증빙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 해 수탁경비를 부풀려 소매여행사에 지급 한 뒤 다시 차액을 나중에 돌려받는 수법을 쓰고 있다. 현재 국세청이 이 부분의 탈세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 으며 조만간 강력한 단속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3. 실효성 떨어지는 관광진흥기금 & 여행보증보험

관광개발기금 재정 활용 불투명...실효성도 의문 

여행보증보험 소비자 피해 심각...관리감독 전무

 

지난 1972년 도입돼 40여년 넘게 이어져 온 관광진흥개발기금(이하 관진금) 에 대한 투명성이 여전히 문제가 돼고 있다. 

해외 관광객에 대한 출국세 의무는 당연하다 치더라도, 1조원 이상 누적 된 것으로 추정되는 관진금 재원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실제로 부과하는 국민들을 전혀 알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진금이 관광사업 진흥을 위해 개설된 기금이라는 것 외에, 실제 여행 산 업 주체인 항공사, 여행사, 관광 유관업체들이 느끼는 혜택은 전무하다는 의 견이 지배적이다. 

관할부처인 문화관광체육부는 메르스나 사드 문제 등 관광 산업이 어려운 시기에 관진금을 통항 특별융자를 실시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낮고 대출 기준 도 높아 제대로 된 재원 활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본부장은 “외생 변수에 의해 관광업계가 생각 지도 못했던 위기에 봉착했을 경우, 실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융자방식 보다 투자나 직접 지원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관광진흥개발 기금의 내용 변화가 필요하다. 가칭 ‘관광산업은행’과 같은 전문 금융사를 설립하는 것도 제안한다. 관광업계가 중소기업 세제 혜택 등에서 제외되지 않고 업계도 정기 적으로 불합리한 규제를 발견, 개선해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여러 단체에서 자금 누적의 주체인 해외여행객들 에게 적절한 알권리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지만, 그럴 때마다 주무부처인 문관부의 애매한 태도로 주요 재 원 구성과 사용 출처가 상세히 공개되지 않았다. 해 외여행 인기로 매년 여행 인구가 급증하면서 관광기 금은 더욱 빠른 속도로 누적되고 있는 만큼, 재원 사 용과 투명성 확보가 더욱 절실해 보인다.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여행업 피해 구제 수단인 여행보증보험(여행공제회)이 부실하게 운영되면서, 여행 소비자들이 그 피해를 전적으로 떠안고 있다. 

여행공제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관리 감독에 대 한 책임 소재가 불문명하다는 점이다. 문관부, 여행 업 중앙회, 지역관광협회, 지자체 등 그 어떤 곳도 여 행보증보험에 대한 관리, 감독과 지식이 상당히 부 실한게 현실이다. 이러한 무관심 속에 의무가 아닌 여행 보증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채 버젓이 여행상품 을 판매하고 있는 불법 유령 여행사들이 꾸준히 증 가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여행 소비자들에 게 돌아가고 있다. 

박용석 한국소비자원 관광분야 전문위원은 “여행소비자의 다양한 선호가 발생하고, 여행계약에서의 사업자와 소비자간의 트러블이 자주 발생하고 있고, 여행사업자가 다소 영세한 사업자가 많이 있다 보니 적어도 여행업관련 트러블 또는 위험과 관련된 소위 보증보험 문제가 중 요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 전문위원은 “한국의 여행관련 보증보험이 분산되어 있고 관리체계도 나누어져 있다. 최근 홍콩의 여행업 보증기금을 들여다보니 하나의 통합된 운 영체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런 보증보험 체계에 대한 통합과 소비 자 보호 체계에 대한 또 다른 논의를 통해서 여행소비자 보호와 여행사업자 들의 안정된 사업기반을 가질 수 있는 노력들을 동시에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 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관광위원회 관계자와의 대화 결과, 여행공제회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문관부의 관리감 독을 받아야 하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행공제회가 여행소비자들의 여행부도로 인한 최후의 보루인 상황에서, 공제회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보장 금액 역시 현실성 있게 수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관부와 지자체가 너무 많은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하면서 여행보증 보험에 대한 필요성을 전혀 체감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여행보증보험에 대 한 지식과 이로 인한 여행소비자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정기적으로 인지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4. 어린이 여행자 보험 사각지대 심각

살면 보상 VS 죽으면 보상 안 되 비논리적 

여행은 특수사항 예외적·합리적 조항 절실

 

현재 국내에는 15세 미만이 보상받을 수 있는 '어린이 사망 보험'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법 제 732조 "15세 미만의 어린이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 은 무효"라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통상 정신능력이 불완전한 15세 미만자 등을 피보험자로 하는 경우 법정 대리인이 어린이를 이용해 사망 보험금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 하면 법으로서 사망보험의 악용에 따른 도덕적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 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문제는 이 규정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들도 충분한 보상을 못 받는 사례 가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가령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아동이 해외여행 중 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경우 등이다. 작년에도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났던 6살 아동이 호텔 수영장에서 사고로 숨졌지만, 아동이 가입한 여행자 보험상품의 약관상 사망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여행자 보험 역시 상해보험 중 하나이므로 상법의 지배를 받고 있다. 2009년 변경된 여행보험약관에 따르면 만 15세 미만 아동고객은 1억 원에 해당하는 여행자 보험에 가입한다 하더라도 만약 상해·질병으로 인한 사망 사고 발생 시, 보상약관에 전혀 적용되지 않아 단 한 푼의 보상금도 지급 받을 수 없다. 사실상 연간 100여만 명이 넘는 어린이 여행객들이 여행보험 사각지 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객들에게 변경된 보험약관을 사전고지하고는 있지 만 이를 귀담아 듣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게 현실이 다. 여행자 보험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낮은데다, 사전 고지를 했더라도 어린이 사망사고 후 보상 이 전혀 안 돼, 여행사-보험사-피보험자간 민사 적인 법정분쟁 소지도 상당히 크다. 여행업체들 에게 있어서 어린이 고객은 잠재적인 모객 기피 대상이 된지 오래다.

여행사 관계자는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인 것은 알지만, 어린이 단체 여행객을 모객했 다가 단체 사망사고라도 생기는 날에 여행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며 “만약 여행사 버스 전복사 고로 일부 어린이가 사망하고, 나머지가 다쳤다 면 다친 어린이만 보상을 받고, 사망한 어린이는 아무것도 보장 받을수 없다는 것은 정말 황당한 일이다. 아이가 사망한 것도 억울한데 부모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 했다. 

해외여행 보험사측도 금융감독원의 지시에 따른 법조항이라서 따르고는 있지만 어린이 여행보험의 불합리한 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모 보험사 관계자는 “여행이라는 것은 일반생활과는 다른 특수목적 상 황이고 더 위험할 수 있는데, 상해보험과 같은 일괄적인 법 적용은 다소 무 리가 있다”며“ 여행업계를 위한 법리적인 예외조항을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답했다. 

반면 금융감독원측은 “여행자 보험 예외 규정은 국회에서 상법 기준을 변 경하자는 요구사항이 통과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한 부분”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여행업계의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예외규정을 요구할 만 큼의 적절한 논리가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어린이 사망보험에 대한 상법적용이 여행업계 차원을 넘어 서, 대부분의 보험 상품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7세 어린이가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로 사망했음에도 보험사는 15세 어린이 사망은 약관상 무효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바 있다. 

대법원은 보험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피해자 부모에게 보험금 2억을 지급 하라고 원심 확정했다. 이는 사망보험금 계약이 무효라고 할지라도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 보험금 지급이 이뤄질 수 있다는 판례로 볼 수 있다. 

물론 아동을 이용한 보험사기는 방지해야 한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아 이를 잃은 부모에게 합당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다. 현재 국회 및 여행업계에서는 관련 법령의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합당한 보 험금 수령'과 '보험 악용 방지'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보험 적용 방안 이 논의되고 있다. 여행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여행자보험 개혁안이 나올지 주 목된다.

 

5. 중심 잃어가는 여행 관련 협회

수직적·수평적 연대 없이 갈등만 조장 

대형여행사 중심의 방조… 존재 유명무실

 

 

여행업계를 대변하고 대표해야할 협회들이 중심을 잃어가고 있다. 

인사동 사옥을 매입하며 제2의 도약의지를 다진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이 하 관협중앙회)가 3년 만에 사옥 매각설 이라는 갈림길에 섰다. 관협중앙회 산하에 있는 총 24개의 협회들은 관협중앙회와의 소통은 고사하고 당장 눈 앞에 닥친 일에도 정신없다. 

관광업계는 관협중앙회를 필두로 산하에 지역별관광협회와 업종별관광협 회가 구성돼 있다. 지역별관광협회는 17개 시·도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7개 의 업종별협회는 여행업·MICE 등 업종별로 구성된다. 원칙대로면 관협중앙 회를 중심으로 이들 각 회원 협회들이 유기적으로 활동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 렇지 않다. 수직적으로도 수평적으로도 연대가 약하고 사이가 좋지 않다. 업 종별협회인 호텔업협회가 관협중앙회에서 탈퇴한 지 오래 전이고, 지역별협 회와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자주 부딪힌다.

실례로 최근 여행공제회 가입처를 KATA로 일원화 하자는 KATA의 의견을 지역별협회가 여행사 회원사를 빼앗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해 갈등을 빚었다. 

관협중앙회의 재정적 문제도 이런 현실에 한몫 하고 있다. 관협중앙회는 민간 관광단체를 대표함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정부예산 책정이 전 혀 없어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슈가 되고 있는 인사동 사옥 매 각설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지난 5월 서영길 사무처장을 상근부회장에 임명하면서 관협중앙회의 인 사부분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제시됐다. 일각에서 서영길 2처장이 문화체육 관광부 출신 관료라는 점을 들어 “실질적인 필요성보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원활한 관계를 형성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부 위탁 사업 등을 더 따려는 의 도가 아니겠느냐”고 주장한 것이다. 

관협중앙회 산하에 있는 협회 역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업계 실무자들 사 이에선 협회란 유명무실한 존재였다. 협회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 이지만 실무에선 막상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최근 결성된 한국통역가이드연합본부(이하 가이드노조)에 대해서도 협회 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가이드노조는 “대형 여행사들은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식 이하의 초저가·저품질 상품을 만들어 여행객을 모집한다. 그러고선 자 신들의 이익분만 챙기고, 손실은 현지 가이드에게 떠넘겨 결국 여행객에게 옵 션, 쇼핑으로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를 방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누구도 이에 대해 답해주지 않았다. 

그나마 오는 9월 예정된 태국 가이드노조 간담회에는 KATA가 참석하기로 했지만 KATA 측은 “가이드노조가 제시하고 있는 문제점은 사실 랜드에 먼저 확인해봐야 할 내용”이라며 한발 물러나 있는 상태다. KATA 관계자는 “이런 움직임 때문에 그나마 좋아진 패키지여행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될까 걱정된 다”며 “오는 간담회는 다면적으로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변 화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대형 여행사들의 잘못으로만 비추기엔 문 제시되는 부분들도 있어 간담회에서는 여러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할 것 같 다”고 말했다. 

가이드노조 박인규 본부장은 “한국에서 만나달라고 공문을 보냈으나 어 느 누구와도 만남이 성사되지 않았다”며 “협상을 우선으로 생각했지, 시끄럽 게 만들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KATA의 여행 산업 연구원이 그만두며 그동안 양무승 KATA 회 장이 적극적으로 진행해온 여행업현황조사 사업이 방향을 잃는 것이 아니냐 는 염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6. 만연한 갑(甲)질… 성폭력까지

거래처·사내 상급자 의한 성폭력 

여성 못지않게 남성도 피해자 다수

 

타 산업군에 비해 자본규모가 적은 여행관광산업군도 복잡한 유통거래구조에 의한 갑질이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공사, 여행사, 랜드사, 여 행인솔자 및 가이드 등 갑(甲)에게 당한 성희롱, 성추행 피해제보가 온라인 커 뮤니티나 오프라인 모임에서 종종 드러나고 있다. 본지가 4월호 ‘이슈줌’에 서 다룬‘ 거래처 성접대’에 이어 사내 성폭력을 취재했다. 

본지가 경기권 여행사 담당자들을 통해 받은 제보에 따르면, 여행사 담당 자들은 주로 직장 내 상급자 또는 거래처에서 지위를 이용해 신체 접촉 또는 성적인 농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피(OP; Operator)들이 당하는 피해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여행사 오피가 지난해 말부터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추세여서, 알려지지 않은 피해사례는 더욱 많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 관측이다. 

서울 본사 및 경기 지점에서 피해자가 생긴 A여행사의 경우에는 1년에 한 번씩 전 직원 대상으로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지만, 효과는 미흡한 편이라는 게 담당자들 반응이다. 

본사의 관리범위 밖에 있는 지방 영업지점의 경우에는 일부 무개념 상급 자의 언어폭력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슴이 도드라지는데”,“ 3년만 젊었어도 꼬셔보고 싶은데” 등 언어폭력이 많다고 관계자 들은 말했다. 

거래처인 대리점과의 회식 자리에서도 성추행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했다. 오피(OP; Operator)들은 일반적으로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회식 자리에 나 가는 경우가 많은데, 성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특히 “게임을 빙 자한 불쾌한 신체접촉이 가장 싫다”고 말했다.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면 사회 적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혹은 분위기 때문에 참는 경우가 대부 분이라는 것. 

한편 여성 못지않게 남자들도 성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도 나타났다. B여 행사에 있는 남성 직원은 여성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고 말했다. 술자리에 서 상사가 “어머 몸이 정말 좋네. 한번 만져보자”라며 가슴을 쓰다듬었다는 것. 그는 급하게 상사의 손을 치워 냈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엉덩이가 참 예쁘네”라는 등 수치심을 갖게 하는 언행을 곧잘 하고 있어 사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해외출장지에서도 성폭력 사건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이드 가 팸트립에 참가한 C여행사 신입 여사원에게 술을 먹자고 강요하고 신체접 촉을 행해 커뮤니티에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여행사에서 성추행 파문은 잠잠해졌다 하면 또 도마에 오른다. 그때마다 여행업계 임직원으로서 참 창피하다. ‘여행사 사람은 다들 바람기가 많아서 만나지 않을 거야’라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이런 문제가 하루속히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