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제2터미널(이하 T2)이 2017년 6월 개장에서 보완작업을 거쳐 1월18일 개장한다. 건물 공사비 약 2조원에 기타 시설물 등 3조원이 들어 총 약 5조 원이 투입된 엄청난 프로젝트이다. T2의 지붕 면적은 상암 월드컵경기장 전체 면적의 3배, 외장유리 면적은 잠실야구장 면적의 7배로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아시아의 허브 공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야심찬 장밋빛 계획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곳에 입점하는 면세점, 식음료업체, 여행사 및 여행 관련 업체들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T2개장으로 인천국제공항은 국제선 여객처리용량 기준 세계7위 규모의 공항으로 도약하게 되었다. 여객 7200만 명(제1터미널 5400만 명, 제2터미널 1800만 명)과 화물 500만t(제1터미널 450만t, 제2터미널 50만t)의 연간 처리용량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제2터미널 추가확장공사를 시작해 마무리되는 2023년에는 인천국제공항의 여객처리 능력은 연간 1억명으로 늘어난다.
주요 입점사들은 다음과 같다.
1. 면세점
T2 면세점 구역에는 호텔신라(향수·화장품), 호텔롯데(주류·담배), 신세계DF(부티크·패션·잡화), SM면세점(전 품목), 엔타스(전 품목), 시티플러스(패션·잡화·식품) 등의 면세사업자가 매장을 연다. T2 에는 샤넬 부티크매장이 들어선다. 샤넬 브랜드의 의류와 가방을 판매한다. 또한 3층 출국장 보호구역 중앙에 ‘하이부티크 스트리트’가 조성된다. 이곳에는 샤넬, 에르메스, 프라다, 구찌, 롤렉스 등 명품 브랜드 20개들이 입점한다.
신라면세점은 제1터미널 대비 약 3배 규모로 총 6개 화장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을 조성한다(샤넬, 디올, 랑콤, 에스티로더, SKⅡ, 설화수). 신규 화장품 브랜드도 새로 소개한다. 수입 브랜드로는 Caudalie, Foreo, Santa Maria Novella, Aqua di Parma, Atelier Colonge이 있고, 롯데면세점은 식품 전용매장 ‘Sweets’와 글로벌 주류 및 담배 브랜드들의 단독 매장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T2에는 다양한 신규 브랜드가 입점한다
면세점 입점료 갈등
T2이 개장하면서 가장 크게 매출액 감소가 예상되는 곳이다. 대한항공과 스카이팀 일부인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항공, 델타항공이 같이 이동한다. 이용객 대부분이 대한항공 승객임을 감안하더라도 T2로 이전하면서 제1터미널 전체 유동 인구의 약 30% 감소가 예상된다. 또한 제1터미널 서편에 있던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있던 동편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로 인해 서편에 있는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 시티플러스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이에 공항공사는 제1터미널의 면세점 임대료인하를 추진했는데 인천공항공사가 제1터미널의 임대료 인하율을 일괄 적용하면서 이들 업체의 반발이 거셌다. 인천공항공사의 새 계약변경안을 보면 제1터미널 서편, 중앙지역, 동편 순으로 임대료 인하율이 조정되었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공항공사는 지난해 12월27일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면세점 계약변경안에 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공항공사는 1월18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T2) 개항에 따라 고객이 줄어들게 된 '제1여객터미널'(T1)과 '탑승동' 7개 면세점 사업자에게 적용할 임대료 인하율을 기존 계획보다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애초에는 전문기관 용역 결과를 근거로 T1과 탑승동 면세점 사업의 임대료 인하율을 각각 29.6%, 28.8% 수준으로 일괄 제시했는데, 이를 구역별로 차등을 둬 최대 40%가 넘는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이다.
공항공사는 T1의 임대료 인하율을 구역과 관계없이 같게 정한다는 당초 입장을 번복하고, 동편(탑승게이트 1~27), 서편(〃28~50), 중앙 등 3개 구역으로 나눠 각각 다른 인하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새로운 인하율 방침에 따른 공항공사의 전체(2년 6개월) 감면 부담 금액은 기존 1조원 수준에서 1000억~2000억원이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비교징수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고정된 최소 보장액보다 매출액에 업종별 요율을 곱한 값이 고정임대료 보다 높게 나오면 그 값을 임대료로 추가 지불해야 한다. 고객 수가 급감해도 막대한 최소 보장액을 내야한다는 의미다.
또 T2의 임대료는 '여객 이용자 수'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확정됐다. 기존 업계에서는 '최소보장액'이나 롯데 면세점이 요구하고 있는 '영업요율 산정' 중 어떤 방식이 적용될지 관심이 많았지만 인천공항공사는 기존에 없던 산정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업계의 불만
유동인구가 줄면서 매출액 하락에 따른 수익성 저하, 시설비용, 인건비, 인원 충원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인하율을 적용된 롯데, SM 면세점등이 반발하고 있다. 또한 신규 개설된 제2터미널 면세점들도 공항 유동인구 30%에 해당되는 탑승객 숫자로는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용객 수' 변화에 따라 임대료가 달라지는 방식이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매출 자체가 줄어드니 전 면세업체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2. 여행업체, 벙어리 냉가슴
면세점은 공항공사의 가장 큰 임대수익원으로 공항공사와 임대료 협상 등이 보도되고 있는데 반해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여행관계 업체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형편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패키지여행사, 샌딩 업체, 포켓와이파이, 유심 판매업체 등이다.
1) 여행사
패키지여행사는 현재 제1터미널 중앙(하나투어, 모두투어)과 동서편 양쪽에 샌딩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중앙지역에 데스크를 운영하는 하나투어, 모두투어를 제외한 롯데관광, 참좋은 여행, 노랑풍선, KRT, 롯데JTB, 투어2000, 래드캡투어, 한진관광, 여행박사, 인터파크투어 등의 패키지 전문여행사들은 제1터미널 양편에 각각 자체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소규모 여행사들은 빈 데스크를 그때그때 이용하고 있는데, 제2터미널이 생기면서 인원 배치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신규 개장하는 T2에 별도의 데스크를 운영하기에도 벅차다는 입장이다.
한국여행업협회에서 T2의 H(대한항공 단체 카운터 앞) 여행사전용 전용카운터를 배정한 것을 보면 송출실적 상위 20위 여행사중 실적 순으로 배정했다. (무순) 하나투어 8개, 모두투어 5개, 레드캡투어 2개, 한진관광 3개, KRT 3개, 롯데관광 3개, 노랑풍선 3개, 투어이천2개, 여행박사 2개, 온라인투어 2개, 롯데JTB 1개, 인터파크투어 3개, 온누리투어 1개, 세중 1개, 보물섬투어 1개 등이다.
▲카운터 배정기준 및 수량
일부 여행사는 기존 대한항공 단체 카운터(A 카운터) 맞은편에 데스크를 운영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이 공항 동편으로 이전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기존 수속 카운터 리뉴얼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대한항공 앞 카운터는 한시적으로 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동편 이전이 끝난 후에 어떻게 운영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당장은 기존 데스크를 운영하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리뉴얼이 끝난 다음에는 공항 양편으로 운영할지 아니면 한 곳만 운영할지는 미지수이다. 한 곳만 운영하자니 공항 반대편까지 이동거리가 멀어 고객들의 불평, 불만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라 고객편의를 우선순위에 두는 업체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패키지여행에서 많이 이용하는 터키항공, 루프트한자, 아랍에미리트, 러시아항공 등의 외항사와 LCC가 대부분 입주해있는 제1터미널에 한 군데의 데스크를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통 인솔자들이 관광객 안내와 물품들을 나누어주고 있는데 터미널이 2개로 신설, 분리되면서 자사 손님에 대해 추가 안내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아직은 2터미널이 운영되지 않아 실제로 혼란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개장 초기의 혼란 사태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 중이다.
패키지여행사 고참 인솔자인 C씨는 아직까지 업체에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1월이 되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의 혼돈은 최소 1년 이상은 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 이유로는 패키지여행 이용고객 중 매년 2회 이상 가는 비율이 전체 패키지 고객 대비 그리 높지 않다며 처음 이용하는 고객들이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 샌딩업체
샌딩업체 역시 비용부담과 인력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R사의 샌딩을 대행하는 업체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열악한 상황을 토로했다. 터미널이 2개가 되면서 기존에 아침저녁 하루 2명이 처리할 일을 1터미널과 2터미널 총 4명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여기에 직원 휴무 등이 발생하면 필요한 인력이 추가로 2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그들은 “실질적으로는 1.5배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비용 대비 업체 수익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와 거래단절을 우려해 기존 조건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제2터미널 체크인 카운터
3) 유심, 와이파이 판매업체
해외여행에 필요한 유심칩과 포켓 와이파이 판매업체 역시 비상이다. 1터미널 1층에서 유심 칩 및 와이파이 대여를 하는 업체 관계자는 “수익률 하락을 감수하고 제2터미널에 매장을 내야하는 상황으로 갈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제2터미널에 매장을 운영해보고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제1터미널 매장만 운영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업체들 사이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 이용하는 제2터미널에 단독매장대신 통합배포매장을 운영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에 1터미널 양편에서 패키지여행사 샌딩 데스크를 전전대 형식으로 입점해 샌딩업무와 유심칩 배포를 병행해 온 업체 역시 터미널 두 군데 두 개의 데스크 입점은 수익률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입점료와 인력문제가 크다. 아침근무조가 보통 아침6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을 하는데 이마저도 인력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업무 강도가 세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급여가 낮아 기존인력의 보충이 어렵고 신규 직원의 이탈이 많다고 한다.
인천공항의 새로운 터미널개장을 앞두고 면세점 입점 수수료의 평행선과 뉴스에 보도되지 않아 보이지 않은 업계의 어려움을 단편적으로 살펴보았다. 화려한 외부와는 달리 화려함을 지탱하기 위해 소규모 업체들이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행객들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필요성은 절감하나 예상외의 필요 경비는 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비용 절감을 위한 업체별 공동 데스크의 필요성이 대두되지만 각사의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이 마저도 쉽지 않다. 화려함 속에 아무 말 못하고 현실을 감수해가는 업계의 현실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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