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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일으킨 공직자 해외연수 문제 - 최저가 입찰정책 개선시급
▲ 자료사진
2018년 12월 예천군 의회 해외연수과정 중에 가이드 폭행 사건은 공직자의 기강 해이, 정치 쟁점 등으로 불거져 큰 이슈가 됐다. 해당 지자체 및 정부에서는 공직자 해외연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랜드사와 여행사 등 업계 전반적으로는 입찰 시스템을 비롯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공직자 해외연수 입찰은 보통 나라장터에서 입찰을 받는 경우와 지자체에서 입찰을 받는 경우로 나뉜다. 대부분의 입찰 공고에는 가격이 지정된다. 항공료, 숙박비, 일비, 행사비 등 항목을 구분해 총 금액을 책정한다. 보통 ‘인원수×금액’으로 총액을 산정한다. 지방의원의 경우에는 1인 1실 기준으로 견적을 내고 수행하는 공무원들은 보통 2인 1실 기준이다. 여기에 원하는 일정도 첨언한다.
▲ 나라장터 입찰 정보 (사진 나라장터 캡쳐)
또 ‘30일 전 공무 국외 활동 심사 규정’에 따라야 한다. 서울시 의원의 예를 들면, 해외출장을 가려면 출장 계획서 제출, 출국 30일 전 공무 국외활동 심사 등을 사전에 진행한다. 다녀온 뒤에는 귀국 후 20일 이내 귀국보고서와 30일 이내 사진·정책 자료를 제출해야한다.
이 심사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입찰에 지원하는 여행사들은 항공좌석 확보나 현지 방문기관 방문 계획을 ‘30일 전 공무 국외 활동 심사 규정’에 맞추기에는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된 해외연수를 준비하기에 시간적으로 부족한데, 연수기관에서 원하는 조건까지 맞춰서 입찰에 참여해야 하니 획일적인 지역과 스케줄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지역 현실 고려하지 않은 입찰 조건도 문제
비현실적인 입찰 자격도 양질의 연수 프로그램이 나올 수 없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입찰은 일정 규모 이상과 일정 자격을 갖춘 업체가 응찰할 수 있다. 그런데 서울, 경기권은 조건을 갖춘 업체가 많지만, 지방은 입찰 자격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입찰 자격을 그 지방소재 업체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매번 비슷한 업체가 공직자 해외연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지역 사정에 맞지 않은 획일적인 행정도 문제로 삼았다. 비교 견적서를 내는 경우에도, 본래 취지는 공정하게 견적을 받아서 정하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몇몇 지자체의 경우, 입찰 자격을 갖춘 업체가 비교 견적을 받아야 할 업체 수보다 부족한 나머지, 선정된 업체에게 추가로 비교 견적을 받아오라고 하는 등의 실태도 드러났다.
1) 대형입찰의 경우 입찰가도 문제
최저가 입찰로 계약이 체결되는 현실에 여행사의 수익률이 갈수록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매출 규모가 큰 입찰을 살펴보면, 입찰예정가 기준 최저선인 87%로 응찰시 낙찰률이 50% 이상, 90% 이상 참여시 낙찰률은 0%로 나타났다. 입찰에 응찰하는 여행사는 입찰가격을 예정가 대비 80%대로 참여해 경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낙찰 이후 실제 계약이 진행되어도 실제적으로 예정가격의 80% 초반이 된다. 업계에서 밝히는 수익률은 입찰 수익률은 4%대로 알려져 있다. 수익률 대비 이익률은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다. 결국 여행업체는 수의계약이나 고부가 인센티브에서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하는 입찰의 경우에도 비교 견적서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상당수의 지역 업체들은 담합해서 비교 견적서를 만들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2) 패키지 일정이 연수로 둔갑할 수밖에 없는 사정
‘공직자 연수가 일반 패키지여행과 다를 게 뭐냐?’ 이런 비판이 이번 사태로 쟁점이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입찰제에 따른 비용 문제와 짧은 준비기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이너스 지상비가 통용되는 패키지 일정으로 잡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입찰공고가 나면, 그 조건에 맞게 입찰을 준비하면서 항공사에 좌석과 견적을 요청한다. 그런데 항공비는 시간에 지날수록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당월의 유류할증료도 차이가 난다. 결국 실제 견적을 낼 때에는 가격이 변동된다. 대부분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입찰가는 정해진 대로 경비를 정해야 한다. 여행사가 그 부분까지 감안해서 견적가를 제시하려면, 결국 형식만 갖춘 패키지여행으로 둔갑할 수밖에 없다.
▲ 12월 25일 성탄절과 연말에 진행된 예천군 일정, 왼쪽이 계획이고 오른쪽이 실행된 일정이다. 성탄절과 연말에 공공기관을 방문하는 것은 휴가 등으로 현실적으로 어렵다.
연수지역에 따라서는 랜드사(현지 여행사)에 견적과 방문 공공기관을 의뢰하게 된다. 지역별로 거의 동일한 연수진행 경험이 있는 랜드사에서 일정을 진행하게 된다. 여러 지자체가 같은 공공기관을 방문하는 경우, 해당 랜드사가 조율했다고 보는 것이 거의 맞다.
연수 일정을 보면, 보통 연수와 관련됐다고 보는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의 방문이 2~3회 있다. 하지만 모양새만 갖춘 일정이다 보니 심도 있는 토의나 교육보다는 거의 대부분 사진촬영을 위한 방문이 대부분이다. 1~2시간 동안 인사하고 단체사진 찍고 주변 경치 구경하는 일정이 허다하다는 것이 랜드사 관계자들이 밝힌 내용이다.
입찰 여행사들은 현지 기관이나 사업체의 휴무 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연수를 떠나는 사람들의 편의만 고려한 일정을 여행사에 강요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낙찰이 돼도, 현지 상황에 변수가 생기면 일부 일정 변경도 고려해줘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으니, 억지춘향 격으로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수를 온 사람들이 사전 준비를 거의 하지 않고 방문하는 경우도 많아 수준 미달의 질문만 남발하면서 방문을 대비해 자료를 준비한 현지 방문기관 사람들의 얼굴을 보기에 민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랜드사의 한 관계자는 “해외 연수에 참가한 공직자들이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만 가능해도 좋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영어권이나 일본어, 중국어권은 사정이 낫다. 그 외 언어권에 가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따로 없다고 한다. 마치 낯선 외계인을 만나는 것처럼 인사말 이외에는 거의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연수팀과 동행하는 현지 가이드가 통역을 하는데 방문기관에서 설명 후 통역 그리고 질문, 답변, 통역 등으로 진행되면서 시간을 많이 소비해 실질적인 정보를 얻지 못한다.
▲ 자료사진 쿠바 아바나, 체게바라
연수자들의 언어 문제로 인해 심도 있는 세미나는 사실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한다. 방문시간이 길어지면 밖에서 담배를 피거나 잡담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세미나를 개최해도 하품을 하거나 지루한 표정을 지어 지속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상호 교류를 기대하는 현지 기관이나 사업장에서도 공직자들의 형식적인 연수 방문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현지에서는 되레 없던 방문비까지 연수를 진행하는 랜드사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생겼다고 한 랜드사 소장은 말했다.
3) 짜 맞춘 여행경비, 회계도 불투명할 소지 있어
예천군의 연수 보고서를 보면 항공비 금액을 보면 이코노미 기준으로 뉴욕행 대한항공 268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여행업 관계자는 급하게 예약을 하면 가격이 많이 올라가긴 하지만 대한항공 뉴욕행이 260만 원대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 검색해보면 대한항공의 뉴욕행 가격은 이코노미좌석 기준으로 120만~140만 원대다. 출발이 임박해서 예약을 해도 이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로구 의회의 경우 6박 8일 체코-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 일정으로 의원 306만 원, 직원 263만 원 예산으로 다녀왔다. 예산을 보면 의원은 1인 1실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직원가를 봐도 패키지여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에로플로트(러시아항공) 항공편의 가격이 직원은 1인당 150만 원, 의원은 163만 6000원으로 책정됐다. (이코노미좌석 기준)
▲ 자료사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성마르코 성당
온라인에서 동일 항공의 동일 목적지를 검색해보면 최소 50만 원에서 100만원 초반 가격(이코노미좌석 기준)인데 예천군과 구로구의 경우 각각 항공비를 부풀리는 편법으로 현지에서 사용할 경비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스런 반응이 나온다. 해당 항공기의 E-Ticket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할 상황은 아니지만,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정해진 입찰금액대로 진행하려면, 여유 경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제도개선 없이 항목별 비용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불투명한 회계 처리로 갈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랜드사 담당자는 해외연수 후에 제출하게 되어있는 방문 보고서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랜드사에서 써주거나 타 기관의 연수보고서를 베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사진 만큼은 복사해서 쓰지 말고 직접 찍어서 사용하라고 한다”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 그렇다고 공직자 해외연수 사라지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호주 랜드사 대표는 “공직자 해외연수는 관행적으로 지속되어 왔고 예산 편성이 되어있어 잠시 주춤하겠지만 없어지거나 자제할 성격이 아니다”고 말했다. 2~3월은 전통적인 비수기이고 이후부터 공직자 연수행사 출발이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회기가 없는 5월에 다섯 개 상임위 비교시찰추진계획이 잡혀있다. 경기도 남양주시는 국외 연수를 직원들이 직접 일정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자유 연수 형태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해외연수를 직접 준비하게 하거나 소규모 인원이 현지 자매결연기관을 방문하는 등 해외연수를 개선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우수 공무원의 국외 연수는 역사, 문화 등 인문학적 주제로 일정을 짜야 한다고 계획에 밝혔다.
공직자 해외연수 개선방안
한편 서울시의회는 ‘국외 활동 의원 서약서’를 만들어, 올해부터 적용한다. 서약서는 다음과 같다.
1) 이번 국외여행 출장은 향락성, 관광성이 아닌 의정 발전을 위한 연수 목적으로 공식 일정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습니다. 2) 개인적인 사유로 부득이하게 취소할 경우 항공권 예약 취소수수료 등 발생한 취소수수료는 본인이 직접 지급하겠습니다.
3) 방문국에 대한 문화 및 예절 등을 사전 숙지하여 해당 국가 및 국민에 대한 불쾌한 언행을 하지 않겠습니다. 4) 위 사항을 위반 시 향후 국외 활동에 배제되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
또 상임위별 비교시찰 사전 세미나를 도입해 출장 주제와 관련한 세미나를 1회 이상 열기로 했다. 국외 활동 의원 서약서와 사전세미나 계획안, 1일 1기관 방문 일정, 방문기관 면담자와의 사전협의 문서, 외부 전문기관 자문의견서 등을 공무 국외 활동 심사위에 내도록 했다.
❍ 의원 해외연수(비교시찰 등) 제도개선 통해 내실화
- 비교시찰 사전 준비 강화 및 국제 교류 자료 축적으로 사후관리 체계화
❍ 방문 도시 및 기관 심층 사전 연구 통해 국외 활동 성과 확대
- 방문 전 사전 세미나 등을 통해 방문 목적, 도시 및 기관 정보 충분히 숙지
❍ 성과보고회 개최 통해 소통 및 인식 개선
- 우수 비교시찰 성과 발표 및 보도자료 통해 대시민 홍보 추진
❍ 단순 방문 교류를 지양하고 정책적 협력이 가능한 선진도시 위주 교류
- 의정활동 강화를 위한 민선7기 시정계획에 부합하는 선진도시 선별
❍ 지역별 불균형을 극복하고 적극적 상호교류가 가능한 도시 발굴
- 아시아 편중 현황을 고려하여 미주․구주 등 지역적 범위 확대
❍ 의원외교활동 조례 제정에 따른 의원 초청 활동 등 운영기준 마련
- 공공외교 성격에 부합하는 세부지침 마련으로 사회적 공감대 형성
행정안전부는 공무 국외 활동 심사위원회 구성 시 의원이 아닌 민간위원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연수비용 부당 사용 시 전액 환수와 함께 지자체 지방의회 경비 총액 한도를 삭감하는 내용으로 ‘지방의회의원 공무 국외여행 규칙’을 권고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연수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먼저 입찰 일정 등 해외연수 준비기간을 늘려야 하고 패키지여행 수준이 아닌, 제대로 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연수비용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기존의 입찰 시스템도 그때서야 운영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
권기정 기자 john@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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