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 뉴스] 중세 무역 도시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가 남아 있는 거리와 곳곳에서 들려오는 흥겨운 거리음악, 그리고 시원하고 멋진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완벽한 여행지. 쿠바, 멕시코 등 라틴 문화 국가는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스페인 식민 시대를 경험하며 형성한 독특한 문화로 오래 전부터 여행자들의 로망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 중남미는 너무 멀다. 높은 예산은 둘째치고 비행기에서 하루를 꼬박 새워가면서까지 여행을 즐길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라틴 문화는 정녕 화면으로만 접할 수 있을까. 다행히 아시아에도 라틴아메리카처럼 스페인의 ‘대항해시대’를 함께한 나라가 있다. 바로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스페인 본토와 동아시아, 중남미를 잇는 중계지 역할을 하며 스페인의 무역 도시로 성장해 나갔다.
그 중에서도 일로코스 (Ilocos)는 ‘대항해시대’ 당시 필리핀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도시다. 16세기, 일로코스는 필리핀 최북단에서 스페인과 중국을 이어주는 항구도시이자 필리핀 가톨릭 전파를 주도한 역사적인 지역이었다. 이 시기 만들어진 일로코스의 옛 도시와 건축물은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도 파괴되지 않았으며, 무려 3개 건축물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게다가 접근성도 좋다. 마닐라에서 국내선으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하며, 육로로도 갈 수 있기 때문에 마닐라와 일로코스를 반환점으로 자신만의 여행 코스를 짤 수도 있다. 지금부터 옛 필리핀의 아름다운 도시와 깨끗한 자연이 공존하는 일로코스를 소개한다.
필리핀의 작은 스페인 도시, 비간 헤리티지 빌리지 (Vigan Heritage Village)
필리핀에서 스페인 건축물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도시, 비간 시티는 중세 스페인 마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느낄 만큼 당시 건축물과 도로를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이 도시의 가치를 “필리핀 현지 문화에 유럽, 중국 문화가 혼합되어 동남아시아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가졌다”고 설명한다. 사진만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설명이다. 거리만 나가도 영화 세트장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어디에서 사진을 찍던 최고의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밤이 되면 더욱 아름답다. 노란빛 가로등이 거리를 어스름하게 밝혀 고풍스러운 매력이 두드러진다. 곳곳에서 음악가들이 버스킹을 시작하고, 술집은 야외 테이블을 설치하며 손님 받을 준비를 한다. 술을 즐기는 이들은 아름다운 분위기에서 맥주 한잔 해도 좋다. 특히, 일로코스 지역은 필리핀 내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일로코스 전통 소시지 롱가니사 (Longganisa), 일로코스 식 튀김만두 바탁 엠파나다 (Batac Empanada), 기름이 빠질 때까지 바짝 튀긴 삼겹살 요리 바그넷 (Bagnet)을 추천한다. 여기에 산미구엘을 곁들이면 하루 피로가 싹 가실 것이다.
필리핀 바로크의 색다른 아름다움, 산타 마리아 교회 (Santa Maria Church) & 산 아구스틴 파오아이 교회 (San Agustin Paoay Church)
도시 전체가 가치를 인정받은 비간 시티 외에도 일로코스에는 유네스코 문화 유산이 두 개나 더 있다. 바로 산타 마리아 교회 (Santa Maria Church)와 산 아구스틴 파오아이 교회 (San Agustin Paoay Church)다. 기본적으로 스페인 바로크 양식을 따르지만 화산석, 산호석과 같은 현지 재료를 사용하고 필리핀의 잦은 지진을 이겨내기 위해 독특한 구조로 지어져 세계적으로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두 교회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바로 압도적인 크기와 웅장한 외관이다. 스페인 바로크의 영향을 받아 거대한 구조에 외관이 직사각 형태로 떨어져 남성적인 느낌을 준다. 여기에 내진을 목적으로 거대한 부벽 (안정성을 위해 외벽에 수직으로 설치하는 벽)을 충분히 설치해 필리핀의 바로크 교회는 스페인 본토 보다 더욱 거대하고 웅장해 보인다.
파오아이 교회는 앞서 설명한 필리핀의 바로크 양식, ‘지진 바로크’ 의 시초 격인 건물이다. 거대한 규모에 지붕이 뾰족하게 솟아오르는 형태는 서양의 고딕 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지붕 위 장식은 중국과 필리핀 건축 양식을 차용해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산타 마리아 교회는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이 생각나는 모습이다. 주로 붉은 벽돌을 사용했으며, 거대한 크기에 외벽이 직각으로 큼지막하게 떨어져 웅장한 느낌을 준다. 산타마리아 교회는 스페인 본토 기준으로도 상당히 큰 규모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를 추천한다.
블루 라군 (Blue Lagoon)
‘리틀 보라카이’ 일로코스 노르테 (Ilocos Norte)
비간 시티에서 라틴 문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면 일로코스 노르테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특별한 액티비티가 있다. 특히, 일로코스 노르테의 별명은 ‘리틀 보라카이’, 에메랄드 빛 바다와 새하얀 백사장이 보라카이에 견줄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고픈 이들에게는 블루 라군 (Blue Lagoon)을 추천한다. 국내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세계 여행객들에게는 필리핀 북부에서 가장 서핑하기 좋은 해변으로 유명하다. 서핑 초보자들을 위한 교육 시설도 잘 갖춰져 있으며, 바나나 보트, 윈드 서핑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사우드 비치 (Saud Beach)
조용한 해변을 원한다면 사우드 비치 (Saud Beach)가 제격이다. 사우드 비치는 최근에서야 조금씩 입소문이 나고 있어 성수기에도 그리 붐비지 않는다. 하지만 해변 자체의 매력은 보라카이 못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백사장과 바다가 아름답고 물 온도도 따뜻해 해수욕을 하기에 적합하다.
‘매드 맥스’ 처럼 사막을 달려 보자, 파오아이 모래 언덕 (Paoay Sand Dunes)
파오아이 모래 언덕은 푸른 바다와 드넓은 사막이 공존해 기묘한 느낌을 준다. 바닷가에 축구장 125여개 정도를 붙여놓은 크기의 사막이 있어 세계 여행객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넓은 사막 지형은 영화 촬영지로도 인기가 있다. 대표적으로 할리우드 영화 ‘매드 맥스’와 ‘7월 4일 생’이 파오아이 모래 언덕에서 촬영 되었다.
멀리 중동이나 중국 내륙까지 갈 필요 없다. 사막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고 싶거나, ‘매드 맥스’처럼 우람한 오프로드카로 사막을 달려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파오아이 모래 언덕이 제격이다. 2,500 페소 (한화 약 55,000원)정도면 4륜 구동 지프를 빌릴 수 있다. 업체에서 운전사까지 지원하며, 한 차에 4~5명 정도 탈 수 있어 친구들과 함께 가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막을 달리는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사진 촬영을 원하면 언제든지 어디서든 차를 세워주니 꼭 멋진 배경과 함께 ‘인생샷’을 남기기 바란다.
모래 언덕에서 즐기는 ‘샌드 보딩’ (Sand boarding)
지프 라이딩을 즐기다 원하는 지점에 내려 짜릿한 활강을 즐길 수 있다. 추운 겨울 꽁꽁 싸매고 즐기는 스노우 보드보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모래 언덕 크기도 다양해 초보자부터 고급자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다.
카드뉴스 기획 제작 = 임민희 에디터 ttlnews@ttlnews.com
자료제공 = 필리핀 관광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