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티엘뉴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을 지나기 무섭게 서늘한 가을 기운이 살갗을 파고든다. 뜨겁고 활기찬 여름의 빈자리에 마음마저 괜히 쓸쓸해지고 마는 초가을이다.
◆ 트램은 갬성을 싣고 달린다!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크라이스트처치’
한없이 솟구치는 쓸쓸한 가을 감성을 어찌할 수 없다면, 뉴질랜드의 찬란한 봄빛 속에서 시간을 거스르는 '갬성 여행'으로 시들해진 감성을 한껏 끌어올려 보는 건 어떨까? 뉴질랜드라 하면 청정한 초록빛 자연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뉴질랜드에도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풍경으로 ‘뉴트로(New+Retro) 갬성’을 한껏 자극하는 인스타그래머블한 명소들이 존재한다.
싱그러운 초록빛 자연과 화려하게 만개한 봄꽃 속에서도 과거의 향수를 간직한 채 고고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행지를 둘러보다 보면 어느덧 가을의 쓸쓸함은 무뎌지고 언제나처럼 다시 찾아올 인생의 봄날을 기대하는 설렘 만이 가득해진다.
뉴질랜드 남섬 최대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는 역사 명소를 보존하려는 노력과 함께 혁신적인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활기차고 역동적인 도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건축물과 그 사이를 누비는 트램, 도시를 캔버스 삼은 다양한 벽화 등이 어우러져, 그저 도심 속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크라이스트처치만의 독특한 ‘갬성’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과거의 흔적이 묻어나는 뉴트로 명소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로 평가받는 ‘뉴리젠트 스트리트(New Regent Street)’가 있다. 1930년대에 조성된 곳으로 아름다운 스패니시 스타일의 파스텔톤 건축물 40여 개가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상점가다. 식당과 카페, 기념품과 보석 가게까지 다양한 상점이 있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상점가 사이로는 트램 라인이 설치되어, 트램이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해 나만의 멋진 '갬성샷'을 남길 수도 있다.
정원의 도시로 불리는 크라이스트처치답게 화사한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도 많다. 가장 큰 도심공원인 해글리 공원(Hagley Park)에서 만개하는 벚꽃을 감상할 수 있으며, 크라이스트처치 식물원에서는 다양한 식물과 꽃, 조각품들을 둘러볼 수 있다. 에이번 강(Avon River)에서 크라이스트처치의 명물인 영국의 전통 배 펀트(Punt)를 타면, 사공이 젓는 배를 타고 식물원을 가로질러 해글리 공원과 도심 풍경까지 한 번에 감상하는 낭만적인 봄 투어도 가능하다.
◆ 빅토리아 시대의 갬성이란 이런 것! 로맨틱한 낭만과 문학적 감성으로 충만한 ‘더니든’
‘뉴질랜드의 에든버러’라고 불리는 더니든은 남반구에서 빅토리아와 에드워드 시대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예스러운 고딕 양식의 건축물과 문화유산 명소로 가득해,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 로맨틱하면서도 낭만 가득한 갬성이 설렘을 부추기는 곳.
특히, 1871년에 세워진 뉴질랜드의 유일한 성인 ‘라나크 캐슬(Larnach Castle)’은 빅토리아 시대의 웅장한 고전미를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다. 라나크 캐슬의 자랑거리인 넓이가 약 280m²에 달하는 연회장에서는 매일 오후 3시에 제공되는 하이 티(High Tea)를 마시며 여유로운 티타임(Tea time)도 즐길 수 있다. 봄에 더욱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라나크 캐슬의 아름다운 내부와 정원은 1년 365일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되는 만큼, 더니든에서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이외에도 더니든은 뉴질랜드의 위대한 시인, 작가, 음악가들을 배출해 왔는데, ‘유네스코 문학도시’로도 선정될 만큼 예술적 감성이 충만한 곳이다. 시내 중심부인 옥타곤에서는 작가들의 생각이 새겨진 명판이 있는 작가의 산책로(Writers’ Walk)를 따라 걸으며 문학적 감성을 한껏 충전할 수 있다. 독서가라면 희귀한 필사본을 소장한 리드 갤러리(Reed Gallery)나 과거의 제책 기술을 시연하는 듀티바운드 북 바인더리(Dutybound Book Bindery)를 방문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 1930년대 갬성과 와인의 향긋함에 물든 초록빛 갬성까지! 미식과 아르데코의 고장 ‘혹스베이’
뉴질랜드 북섬 혹스베이(Hawke’s Bay)의 주요 도시인 네이피어(Napier)는 세계에서 아르데코 양식의 건축물들이 가장 밀집된 도시 중 하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30년대로 돌아간 듯한 특별한 갬성을 자아내는 명소다.
1931년에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던 네이피어는 그 후 단 2년 만에 1930년대에 유행했던 독특한 아트데코 양식의 건축물들로 완벽히 재건됐다. 장식을 최대한 배제한 고전양식부터 스페인 미션 양식과 아르데코까지, 당시 유행했던 건축 양식은 물론 다채로운 문화유산과 역사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매년 2월에는 아르데코 주말 축제(Art Deco Weekend)가 개최되는데, 네이피어의 역사유산과 빈티지 자동차∙패션∙음악 등 1930년대의 모든 것들을 기념하는 멋진 행사다.
더불어 뉴질랜드의 봄은 갓 생산된 신선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시기. 혹스베이에서는 세계적인 와인 여행 루트를 따라 여행하며, 곳곳의 와이너리서 수준급 와인과 풍미 가득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날씨만 좋다면 와인 지대를 자전거로 누비며, 와인의 향긋함에 물든 초록빛 봄의 갬성까지 만끽하길 추천하는 바다. 특히, 11월 1일부터 10일까지는 뉴질랜드 최고의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혹스베이 푸드 앤드 와인 클래식(Hawke's Bay Food and Wine Classic)’도 개최된다.
제작=임민희 에디터 lmh1106@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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