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Talk] '목격자' 이성민, 낮에는 '공작', 밤에는 '목격자' 보세요~!
2018-08-17 12:36:05 , 수정 : 2018-08-17 16:46:08 | 이민혜 기자

[티티엘뉴스] 방학과 휴가 기간으로 폭염만큼이나 뜨거운 여름 극장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4대 메이저 배급사가 승부수로 내건 한국 영화는 총 3편으로 그 중 실화 모티브 스릴러 영화 '목격자'(감독 조규장)가 15일 개봉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비명소리를 듣고 베란다에 나간 '상훈'(이성민)은 살인사건을 목격하게 되고, 신고하려던 순간,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자신의 아파트 층수를 세는 범인 '태호'(곽시양)과 눈이 마주치면서 그의 다음 타깃이 된다. 단 1초도 멈출 수 없는 추격전을 그리는 '목격자'는 연쇄살인범 정남규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해 2008년에 개봉한 실화 바탕 영화 '추격자'(감독 나홍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개봉을 앞두고 목격자 '상훈' 역을 맡은 배우 이성민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과 '목격자' 둘 다 연기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같이 두 편이 개봉하는 소감은?
 

A. 촬영은 겹치지 않았고 '공작' 끝나고 좀 쉬다가 '목격자'를 했다. 개봉을 이렇게 같이 할 줄은 몰랐다. 여러 대작들 틈에서 개봉하는 것은 강렬하게 반대했는데 반응이 좋다니까 하는데까지 할 것이다. '공작'은 했던 것과 다르게 접근했어야 했고 씬의 공기, 분위기, 속도, 리듬, 템포 등 말로만 만들어야 되니까 부대끼고 힘들고 고통스러웠는데 '목격자'는 명확한 상황이 주어지는 거라서 기운을 많이 썼다. 극단적인 상황이 펼쳐졌을 때 몸에 생기는 변화라던가 뇌에 생기는 변화들이 에너지가 컸던 기억이 난다. 양복을 입고 아파트에서의 현실적인 모습이 '미생'의 '오차장'을 떠올리게도 했다. 촬영 때도 그 얘기를 했고 영화 초반은 잠깐이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오상식의 스릴러'라고도 했는데 '오상식'이라면 절대 신고했을 거다. 아마 자기가 쫓아갔을 것 같다. (웃음)
 

Q. 영화 속에서 배우 곽시양과 흙 속 전투 씬 아이디어를 냈다던데 에너지를 많이 썼을 것 같다.
 

A. 순수하게 육체적인 힘듦이었다. 추위와 흙과 체력의 문제였다. 그거는 오히려 덜 힘들었다. 체력만 받쳐주면 되는 거다. 그런 액션들은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마지막 산사태가 나고 흙 속에 있는 게 힘들었다. 워낙 추운 날이었다. 작년에 눈 오기 직전 겨울이었다.
 

Q. 아파트라는 주거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다면?
 

A. 살인사건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감독님한테 우리집 같다고 했었다. 진짜 말도 안되게 평범한 아파트였다. 너무 일상적인 공간이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영화의 가장 미덕인 지점이다. 전등이 깜빡거리고 그런 아파트.
 

Q. 실제로 목격했다면 어땠을까?
 

A. 촬영하면서 감독님하고 늘 이야기했던 지점이다. 실제라면 어떻게 했을지, 신고를 할지 말지. 인터뷰 때도 그런 질문 많이 받았다. 그 상황에서 신고를 할 것인지. 무조건 한다고 했었다. 당연히 할 거다. 일이 커지니까. 그런데 곰곰히 냉철하게 생각해보니까 집이 6층이고 아래에서 살인을 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겁날 것 같다. 그게 30층 아파트에 19층 정도 되면 모르겠는데 6층쯤은 겁난다. 실제 촬영하면서 보는데 사람 얼굴이 진짜 보인다. 밤이라면 명확하게 안 보이지만 보였다. 감독님이 설정할 때 층수라는 것이 정확히 봤다 안 봤다를 판단할 수 없게 했다. 그래서 아마 범인도 확인하고 싶어했던 것 같은 그런 거리였다. 그러면 실제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단독 주택에서 봤다면 나 밖에 없지만, 아파트는 가구수가 몇 개인데 방관자가 될 수도 있겠다. 신고하려고 했는데 전화기는 잃어버렸고 층수 세고 오고 그러면 겁날 것 같다. 이 여화 주제가 '고층에 살아라' 일지도? (웃음)


예전에 드라마 '골든타임' 찍을 때 외상의과 의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길가에서 사고가 나고 누군가 쓰러져 있으면 어떻게 살릴 거냐고 하니까 솔직히 왠만하면 119를 기다린다고 했다. 본인이 처치하다가 문제 생기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관여하는 지점은 애매한 경계에 있는 것 같다.
 

Q. 말로 하는 것과 진짜 그 일이 닥쳐서 행동하는 것은 정말 다른 것 같다.
 

A. 그리고 일단 신고하면 영화가 안 된다. 단편 영화가 되버린다. (웃음) 주변 사람들에게 '목격자' 찍을 당시 어떤 내용인지 얘기해주면 다들 신고하면 되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신고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설명을 해줬었다. 상황을 들으면 다들 이해한다. 감독님께서 끊임없이 얘기한 것은 관객들이 왜 신고를 안 하냐고 말을 안 나오게 하는 것이었다. 시작이 신고를 안 해서 생긴 문제이다.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가니까 그 지점을 조금 더 신고 한 하는 것에 대해서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상훈' 캐릭터의 일이었다. 여러가지 계산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상훈'에게 처해진 상황을 절묘하게 연출해야하는데 늘 신고해야할 때 그 놈이 나타났다. 가족 뒤에 서있을 때 그의 모습은 정말 전화기를 던져버릴 수밖에 없는 거리였다. 그런 걸 계산해야했다.
 

Q. 목격자와 살인범의 관계 설정은 따로 없었나?
 

A. 살인범에 대한 심리 얘기를 많이 했는데 감독님 의견은 살인범에 사연을 주지 말자는 것이었다. 어떤 이유이든 어떻게 자랐어도 살인은 하면 안되는 것이다. 어릴 때 외롭게 자라고 부모님께 학대받고 그런 전사는 짜증만 불러일으키니 빼는 것이 낫다. 원래는 청불 버전으로 졸라서 찍었는데 영화 준비할 때 이건 청불로 하면 안 된다고 했고 연령대를 낮춰서 다른 식으로 표현 묘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첫 번째 여자 죽을 때 담 넘어오면서 살려달라고할 때가 영화 중에서 제일 마음에 아팠다. '상훈' 캐릭터에 약간 빠져서 영화를 봐서인지 모르지만 정말 미안했다. 뒷풀이에서 그 친구가 내 앞에 앉았는데 미안하다고 했다. 맨발로 뛰고 그런게 너무 마음 아팠다.
 

Q. '상훈'이라는 현실적인 캐릭터에 공감도 많이 된다.
 

A. '상훈'의 사회적 위치가 그런 것 같다. 아파트 대출이 남아 있고 애가 있는 가정의 가장. 가수 동물원의 김창기 씨 노래 중에 '난 아직도 외로워'란 곡이 있다. 가사가 "SUV와 주말이 있어, SNS와 친구도 있어, 결국 내가 이것뿐인가 하는 의혹에 잠길 때도 있어"라는 노래다. 보통의 중년이다. 맥주 한 잔하고 버스 타고 가는 길, 집 앞을 그냥 지나가고 싶을 때가 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여러 중년들의 삶이 '상훈' 같은 삶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말 열심히 해서 지키고 싶다는 그런 것이 촬영 중에 떠올랐다.
 

Q. 아파트 섭외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A. 헌팅할 때 제일 큰 문제가 그 지점이었다. 지나가다가 공사 중단된 곳 보고 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주민분들이 너무 협조를 잘해줬다. 파주와 성남 두 군데에서 찍었다. 뜻밖으로 아무 문제 없이 찍어주셨다. 피디님이나 다른 스태프 분들은 설득하는 작업 등 힘들었겠지만 배우로써는 정말 편하게 했다.
 

Q. 대작들 사이 '목격자'만이 가진 매력은?
 

A. '목격자'가 여름 시장에 들어올 거라고는 개인적으로 상상도 못했다. 정말 핫한 8월 여름에 들어오는 영화들 중 제작 규모도 많이 작고 이야기의 스케일도 아파트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벌어진 이야기라 여름 시장 개봉은 상상도 못했는데 여름에 내보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특별한 사람의 스릴러가 아니라 너무나 평범한 공간, 익숙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다. '공작'에서는 '공간'을 체험하듯, '목격자'는 나를 대입해서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스릴러이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 낮에 '공작', 밤에 '목격자'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여름 밤은 기니까.

 

사진ⓒ 스콘
이민혜 기자 cpcat@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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