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베스트-긴급진단] 하나투어 ‘꽃길’은 벌써 끝나가나
몸집만 커지고 체력은 바닥...자본 건전성 훼손 본업까지 위협
업계內 하나투어 위기론 무성...본업 주력한 모두투어 상승세
2016-12-12 08:50:13 , 수정 : 2018-04-20 14:07:18 | 양재필 기자


[긴급 진단]

여행업계 1위를 자부하던 하나투어의 면모가 최근 울상이다. 면세점으로 시작된 악재가 부진한 실적으로 이어지고, 여행업에 부정적인 대내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역대 가장 추운 겨울을 지내야할 판이다. 여행업계와 투자업계에서는 하나투어의 현 상태에 대해 더 이상 내려가기 힘든 바닥인지, 아니면 또 다른 추락인지를 두고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하나투어의 최신 재무상태와 투자지표 분석을 통해 하나투어 부진의 속사정을 들여다보았다.

<양재필 기자> ryanfeel@ttlnews.com
자료·취재협조=Fn가이드/NH투자증권(여의도지점)/HMC투자증권(리서치센터)

미운 우리 새끼, SM면세점


1년여만에 하나투어의 주가와 재무상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주범은 SM(에스엠)면세점이다. 하나투어는 현재 이 회사 지분 82.54%를 갖고 있다. SM면세점은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 중소·중견기업 운영자로 선정됐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운영하면 운영할수록 손실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6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시내면세점의 추가 부진으로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가 200억원이 넘었다.


올해 투자업계에서 추정하는 하나투어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272억원 수준. 지난해 대비 39% 급감한 실적으로 하나투어 상장 이후 가장 가파른 실적 내리막을 경험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하나투어의 주가 반등의 실마리가 여행업이 아닌 면세점 적자 축소 가능성에 찾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본업보다 곁가지 사업에 집중한 탓에 하나투어가 역풍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D 여행사 사장은 “하나투어가 면세점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이렇게 망가질 것이라고는 생각을 안했다. 인바운드 호텔 사업이나 신사업 등에서 나름 성과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다한 건지, 업황 분위기가 바뀌어서 그런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하나투어보다 모두투어가 낫다?


이 와중에 업계에서는 리스크가 커진 하나투어보다 차라리 모두투어가 안정적이라는 평가가 최근에 속속 들리고 있다. 하나투어가 부진으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모두투어가 11월초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면서 이러한 논리는 더 강화되고 있다. 다양한 사업으로 복잡한 매출 연결을 보이는 하나투어보다 심플한 여행업 매출에 집중한 모두투어가 더 선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투어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42억원, 영업이익 83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4.8%, 150.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분기 실적이다. 이러한 호실적이 4분기에도 달성된다면 모두투어 연간 영업이익은 200억원을 넘기게 되는데, 이는 하나투어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유성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두투어는 3분기 아웃바운드 성수기와 추석연휴 효과로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보였다"며 "자회사들의 적자폭이 개선, 비용통제 및 평균판매가격(ASP)관리에 충실한 점이 성장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여행업황 자체가 부진한 상황에서 본업에 집중해 이정도 성과를 낸 것은 대단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자회사 자유투어까지 빠르게 경영 정상화에 돌입하면서 향후 모두투어 재무상태와 주가 상승에 강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부채의 역습..흔들리는 재무건전성


면세점 사업 부진으로 촉발된 하나투어의 내리막 실적은 기업 전체의 재무상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주요 재무항목을 살펴보면 자산총계가 늘어나는 만큼 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기업 사업 규모 확장에 부채가 필수불가결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유동비율보다 부채비율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을 수치화한 것인데, 결국 얼마나 빠르게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능력을 나타낸다.
 

하나투어의 재무 안정성 지표를 보면 2012년에는 유동비율이 부채비율의 2배에 육박한다. 당장에 기업의 빚을 갚고도 남는 유동 자산이 엄청나다는 이야기다. 2013년 들어서는 부채 비율은 늘지 않는데 유동비율이 줄어든다. 부채는 늘지 않았지만 당장에 유동 가능한 자금을 어딘가에 썼다는 의미다.


그러다가 2014년부터는 괄목한 만한 변화가 나타난다. 부채비율이 유동비율을 뛰어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부채가 빠르게 자산을 잠식하기 시작하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다음해인 2015년부터 부채비율은 더욱 증가하게 되는데, 2015년 연간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130% 정도였다. 올해 3분기 실적 기준으로 하나투어의 부채비율은 150%로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상세한 재무상태표를 보면 상황이 심각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외형이 커지고는 있지만 버는 돈보다 들어가는 돈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는 3분기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44% 급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반토막 났다. 순이익은 충격적인 수준이다. 3분기 까지 누적 순이익은 48억인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대비 82% 급감한 수준이다. 자회사 및 관계사들의 관련 손익 역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 와중에 법인세는 23% 늘었다.

하나투어 프리미엄 ‘재평가’ 기로

하나투어는 여행업종을 대표하는 상장 기업으로서 그동안 수많은 고평가 논란에 시달려왔다. 여행업의 특성상 제조업과는 달리 물적 자산보다 인적·무형 자산 총계가 압도적이기 때문에, 적절한 기업가치 측정에 대한 방법론 설정이 어려웠다. 증권가 등 투자업계에서도 여행업계의 특수한 구조 파악이 어렵고, 업황 불확실성이 많아 해외 사례를 참조해 여행업종 기업가치를 판단하는게 그나마 설득력을 얻는 방법으로 여겨졌다.
 

하나투어가 그동안 여행업 경쟁력에서 최고 우위를 점하며 자본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받아왔으나 앞으로 상황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면세점 계약기간이 4년이 남아있고, FIT(개별자유여행) 시장 추세로 접어든 현재. 우위가 확보되지 않아 실적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행사를 통하는 수요가 줄고 패키지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실적의 질적 개선에는 장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익스피디아와 같은 글로벌 대형 OTA(온라인여행사)들의 진출과 약진도 여행업계에서 하나투어의 해자(垓字)적 입지를 흔들 가능성이 높다. FIT-OTA 추세 강화가 여행시장에서의 변동성을 더욱 높이는 촉매재로 작용하고 있어, 하나투어가 실적 안정성을 보장 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나투어가 상장된 코스피(거래소) 시장에서 하나투어의 투자지표는 시장 평균 대비 고평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주당 순이익(EPS)은 코스피 시장의 절반 수준이며, 서비스 업종 평균대비해서는 30% 수준까지 내려왔다.


자기자본대비 얼마나 실적을 잘 내는지 나타내는 ROE 지표는 서비스업종과 코스피 평균이 꾸준히 오르고 있지만, 하나투어만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수년간 10~20%대 놀라운 실적 향상을 일궈냈지만 지난해부터는 완전한 하락세로 접어든 모양이다. 모두투어가 업종과 시장에서 영업이익률을 상회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양재필 기자 ryanfeel@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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